행성이민자4(손진길 소설)
박인성 박사가 모친에게 공손하게 대답한다; “저희 가족들은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으로 가는 초광속 루프 운반체에 벌써 좌석 3개를 예약했어요. 출발일자가 1주일 후인 2040년 11월 22일 목요일 오전 11시입니다. 그런데 그 편도여행 비용이 1일당 약 600만원이므로 미화로 5천 달라 정도예요… “;
조금 숨을 쉰 다음에 천천히 말씀을 드린다; “람다 행성이 우리 태양계를 벗어난 다른 태양계에 위치하고 있는 별이므로 그 먼 거리를 생각한다면 요금이 저렴하다고 볼 수가 있어요. 그러니 저희들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있을 테니 아버지와 함께 한번 관광을 오시면 됩니다. 요즘은 다른 행성 여행상품이 점점 인기가 있잖아요… “.
그 말을 듣더니 모친 장애란 여사가 궁금한지 추가 질문을 한다; “그런데 비용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초광속 운반체라고 하는 것이 자주 람다 행성으로 오가고 있는 게냐? 그래, 하루에 몇 번이나 이륙하는데?... 그리고 그것을 타자면 어디로 가면 되는거냐?... “.
시어머니의 질문공세를 들으면서 남편 박인성 박사 옆에 앉아 있는 아내 배설란 박사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혼자서 생각한다; “어머님이 꽤 궁금한 것이 많으시고 현실적인 질문을 하고 계시는구나!... 아들들이 모친의 그 실용적인 머리를 닮은 모양이지, 아마… “.
아내가 그러한 생각을 하는지 알지를 못하고 있는 박인성이 모친에게 공손하게 대답한다; “저도 이번에 좌석을 예약하면서 그 점을 파악했어요. 그 운반체는 초고속으로 가속이 되어 지구를 벗어나기 때문에 많은 승객을 태울 수가 없어요. 한번에 그저 100명 정도를 태우고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으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여행하고 있지요. 따라서 매 시간 이륙을 하고 있는데 그 장소가 인천공항에 인접하고 있어요. 참고로 하루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10편이 운행되고 있어요… “;
그 말을 듣더니 모친 장애란 여사 뿐만 아니라 부친 박성수 그리고 박인성의 2형과 형수들이 모두 고개를 끄떡인다. 그때 둘째형 박금성이 동생 박인성에게 묻는다; “그래 일주일 후에 너희 식구가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으로 입국하면 그곳에서 마중을 나오고 이주를 도와주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냐? 또한 먹고 사는 문제는 인성이 네가 다니게 되는 새 직장의 연봉으로 충분한 것이냐?... “.
박인성은 둘째형 박금성이 은행가이므로 역시 현실적인 재정문제에 민감한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이 이민담당관 김효성에게 들은 내용을 참고하여 요령껏 설명한다; “제가 그곳에 안보전문가로 초빙되어 가는 특혜 이민자이므로 직장 상사가 되시는 초미수 박사님께서 직접 마중을 나오시고 그곳 연구소에서 저희 가족에게 배정한 사택으로 안내를 해주시기로 했어요. 그리고… “;
모두들 박인성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따라서 신이 난 박인성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제가 이민담당관으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르면, 그곳에서는 유전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에게도 좋은 직장을 알선하여 준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희 부부가 모두 일을 하게 되면 아마 서울에서 지금 저희들이 받고 있는 연봉보다 적지 아니한 것으로 벌써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
그 말을 듣자 이번에는 큰형 박목성이 질문한다; “그래, 잘 알겠다. 생활은 그렇게 경제적으로 꾸려간다고 하더라도 아들 성주의 교육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데… 그곳 강철공화국에서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또한 교육과정이 어떠한지 혹시 들은 바가 있는 게냐?... “.
박인성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형님, 람다 행성은 미국과 한국이 손을 잡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여건을 형성한 별이라고 해요. 따라서 5년전부터 주로 양국에서 부자들이 먼저 투자이민을 가서 자리를 잡았어요. 그 가운데 강철공화국은 특히 한국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요. 그 인구가 1천만명이나 되고 땅의 크기는 한반도의 10배 정도가 된다고 해요… “.
박목성이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연신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박인성이 이어서 설명한다; “사용하는 공용어가 한국어와 영어인데 교과과정은 거의 미국식을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해요. 강철공화국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현재 대학과정에서 실용적인 학과를 개설하여 양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세월이 일천하여 전문가가 부족하지요. 그래서 저와 같은 경력직 전문가를 많이 초빙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성주가 적응만 잘하면 그곳에서 영재교육까지 받을 수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
마지막으로 둘째형 박금성이 질문한다; “그런데 강철공화국의 생활수준이나 과학기술 수준은 한국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나 되는지 혹시 들을 바가 있는 게냐?”. 박인성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가 이민담당관에게 벌써 물어본 내용입니다. 우리 한국보다 더 수준이 높다고 자랑하던 데요.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모두들 질문공세를 한꺼번에 멈추고 있다. 박인성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별로 나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 서울에서의 삶이나 그곳 강철공화국에서의 삶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가 아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난 5년동안 람다 행성에서 발생한 3나라 사이의 알력과 경쟁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관심을 두지 아니하고 있다.
하지만 안보전문가로 람다 행성에 초빙이 되어 이민을 떠나게 된 박인성 박사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따라서 스스로 질문을 해보고 있다; “어째서 나와 같은 안보전문가가 그토록 필요한 것일까? 강철공화국을 둘러싸고 있는 안보적인 위협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
그 질문에 대하여 대략적인 해답을 얻기 위하여 박인성 박사는 사표가 수리되기 전에 국가안보연구원의 자료실에 가서 최근의 극비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직 연구부장의 신분과 비번을 사용할 수가 있었기에 정말 중요한 자료를 검색할 수가 있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람다 행성의 크기는 지구와 비슷하다. 그런데 바다의 면적이 지구와 비교할 때 훨씬 넓다. 육지는 지구보다 작은데 그것이 묘하게도 하나의 넓은 대륙과 하나의 반도 그리고 섬이라고 하기에는 대륙에 가까운 큰 섬이 하나 존재하고 있다. 그 대륙의 모양은 지구의 유라시아와 비슷한데 그곳에 ‘노아 연맹’이 결성되어 있다. 그 대륙의 크기는 한반도의 100배나 된다. 그리고… “;
그 다음에 재미있는 반도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노아 연맹의 동남부에는 큰 반도가 하나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 면적이 한반도의 10배이다. 매우 아름다운 땅이며 그곳에 강철공화국이 있다. 공업과 기술이 발달한 지역이며 목축업과 농업을 주로 경영하고 있는 노아 연맹과는 서로 산업적으로 보완관계를 지니고 있다. 끝으로… “.
이제 남은 육지는 큰 섬이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강철공화국의 동남쪽에는 바다 건너 큰 섬이 하나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 크기가 한반도의 15배나 된다. 그곳에는 지하자원이 많아서 일찍 황금과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하여 많은 이민자들이 몰린 곳이다. 지금은 ‘고다 왕국’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황금을 쫓는 자와 거친 광부들이 개척한 섬 지역이므로 강력한 고다 왕국의 국왕이 아니면 그들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가 없다. 때로는 그들이 다른 나라를 점령하고자 하는 야욕을 보이고 있다”.
그 정도의 자료를 검색하고 난 후 박인성 박사가 ‘아’하고 신음소리를 흘린다. 자신이 알고 싶은 내용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중얼거린다; “강철공화국의 동남쪽 바다 건너 섬에는 거칠고 야성이 강한 ‘고다 왕국’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이 공화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화국은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그 왕국의 위협을 물리쳐야만 한다. 그 일을 위하여 나 박인성 박사가 당장 필요한 것이다... “.
박인성 박사의 판단이 맞다. 그의 가족이 서기 2040년 11월 22일 목요일 오전 12시 경 강철공화국의 수도가 있는 한성의 인근 루프 터미널에 도착하자 새로운 직장의 팀장이 되는 초미수 박사가 마중을 나온다. 그는 대기실에서 가족들을 잠깐 기다리게 하고 우선 박인성 박사를 비밀실로 인도한 후에 당장 그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다.
초미수 박사는 박인성 박사보다 5살이 많은 40대 중반의 사회과학자인데 그 인상이 매우 중후하면서도 인자하다. 박인성 박사가 그와 인사를 나누고 보니 자신의 대학 5년 과선배이다. 초미성 박사가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줄곧 그곳에서 오래 안보학자로 근무하였기에 미처 박인성 박사가 초 선배를 직접 찾아보지 아니하고 그동안 지낸 것이다.
벌써 박인성 박사의 프로필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초미수 박사가 인자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이거 내가 똑똑한 후배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참으로 마음이 기쁩니다. 한국에서는 박인성 박사가 비록 소장파 학자이지만 한일간의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지요. 지금 우리 연구소는 박 후배님의 그 경륜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초미수 박사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선배님,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한미간의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숨은 실력자가 사실은 선배님이시더군요. 저도 선배님 명성은 진작에 들었지만 직접 이렇게 만나본 것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선배님의 많은 지도편달을 바랍니다. 하하하… “.
간단한 인사와 브리핑이 끝난 다음에 초미수 박사가 박인성 가족을 태우고 강철공화국 안보연구센터로 간다. 미니버스 크기의 제법 큰 플라잉 카인데 완전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연구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직원 용 아파트가 여러 동 건립되어 있다. 박인성 박사의 아파트는 40평 정도의 규모인데 전자시설과 여러가지 설비가 훌륭하다;
박인성 가족이 자신들에게 배정된 아파트를 마음에 들어 하자 그곳까지 따라온 초미수 박사가 말한다; “이 동의 아파트가 나중에 지어져서 시설이 가장 좋지요. 그래서 저도 이 아파트 동에 살고 있답니다. 나중에 배설란 박사님께 제 집사람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같은 동문이시고 문리대 출신이니 서로 이야기가 통할 것입니다… “.
박인성 박사 가족은 선배인 초미수 박사의 가정이 가까이 살고 있어서 이민초기에 참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의 학연이라고 하는 것이 람다 행성으로 이민을 와서도 크게 도움이 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이제 정식으로 강철공화국 안보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는 박인성 박사는 어떠한 업무에 종사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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