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행성이민자3(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 24. 13:01

행성이민자3(손진길 소설)

 

서기 2040926일 수요일에 박인성 박사와 배설란 박사가 각각 직장의 인사담당관에게 사표를 제출한다. 그렇게 빨리 사표를 제출하는 이유는 사표를 직장에서 수리하여 퇴사명령을 내리는데 있어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퇴직금을 정산하여 주자면 또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개월 안으로 다니던 회사도 정리하고 재산도 정리하고 주민등록도 정리하자면 그 일정이 바쁘고 빡빡한 실정이다. 람다 행성으로 이민을 떠나기로 결정이 되고 이민 합격판정을 이미 받았기에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박인성 박사가 총무부로 가서 김성환 부장에게 사표를 제출하자 그가 깜짝 놀라서 말한다; “박 박사, 자네와 나는 입사동기가 아닌가? 이 좋은 직장에 사표를 내다니 무슨 일이 있는 게야?... 연구부장인 자네는 장차 부원장은 물론이고 잘하면 원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 어째서 이렇게 도중에 사표를 내고 있는가? 나는 도대체 납득이 가지를 않아… “;

 

전도가 유망한 직장에 갑자기 사표를 내고 있으니 혹시 남모르는 불만이 있는지 몰라서 사려 깊게 입사동기인 김 부장이 묻고 있는 말이다. 그가 만류하는 뜻은 고맙지만 박인성으로서는 이미 되돌릴 수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다른 뜻은 없네. 다만 한 직장에 12년이나 다니다가 보니 이제는 권태기가 찾아와서 아예 색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야그렇게 윗선에 잘 말씀을 드려주면 고맙겠네. 부탁하네 김형”.

그날 사표를 제출하고 집에 일찍 돌아온 박인성 박사가 벌써 귀가해 있는 아내 배설란 박사에게 물어본다; “여보, 당신이 사표를 내니까 아까운 인재라고 하면서 직장에서 혹시 만류하지는 않던가요?... “. 그 말을 듣자 아내가 피익웃으면서 대답한다; “혹시 당신은 그랬는지 몰라도 저는 아니예요. 우리 직장이야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서 저 하나쯤은 빠져도 괜찮답니다. 호호호…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아차한다. 아내 배설란 박사는 유전학 연구에 있어서 대단한 업적을 내고 있는 소장파이니 연구소에서 만류를 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남편이 걱정하지 아니하도록 그냥 무심한 척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명랑하게 웃으면서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부부는 다음날부터 재산을 정리하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로 정리하고 람다 행성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박인성 박사가 이민담당관 김효성에게 이멜을 보낸다. 그런데 뜻밖에도 놀라운 대답이 이멜로 들려온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람다 행성의 우리 강철공화국은 지구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강철공화국에서 자리잡고 살 수 있도록 주택 1채를 구입할 수 있는 돈과 다소의 여유자금을 지니고 이민을 오시면 됩니다. 두 분 박사님의 경우에는 이미 직장이 주어지고 있으므로 그저 주택을 1채 구입하실 자금이면 됩니다. 그 가격대는 서울의 아파트 값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

 

김효성 담당관이 친절하게도 질문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도 참고삼아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자금을 우리 람다 행성의 강철공화국으로 보내시자면 광화문에 있는 강철은행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적이나 기타 자료는 힘들게 가지고 올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

그 다음 설명이 흥미롭다; “지구에 있는 인터넷과 우리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의 통신망이 서로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초광속 통신 루프24시간 작동하고 있어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간대로 정보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 점을 미리 아시고 필요 없는 짐을 크게 줄이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훗날 박인성 박사가 람다 행성의 강철공화국에서 안보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었을 때에 직장 상사인 초미수 박사에게 초광속 통신 루프에 대하여 물어본다. 그때 얻게 된 답변이 다음과 같다; “그것은 원리가 초광속 루프 운반체와 똑 같아요;

 

 다만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초광속 루프 운반체가 사람과 짐을 옮기는 기능이라고 하면 초광속 통신 루프는 전파를 변환하여 정보를 옮기고 있지요. 조금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

 

초미수 박사가 자상하게 박인성 박사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지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은 광전자를 통하여 정보를 주고 받지요. 그런데 다른 행성으로 그렇게 정보를 보내자면 광속에 갇혀버린 정보인지라 마치 인공위성에 실려 있는 물건처럼 그것을 수령하는데 너무나 긴 세월이 걸리고 말지요. 따라서 초광속 루프의 통신망에 그 정보를 넘겨주어 일단 시공간을 초월하여 운반한 다음에 그것을 광전자에 실어서 지구의 기지국에 보내주는 것이지요. 그 이름이… “.

조금 숨을 쉰 다음에 초미수 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여기 크리스천들은 그것을 알기 쉽게 영적인 통신’(the spiritual telecom)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본래 이름은 ‘ultra-quantum tele-communication system’(UQTS)인데 그것보다는 훨씬 이름이 간편하여 사용하기에 편해요. 더구나 시공간이 동시에 사라지는 초()광속의 세계가 영적인 세계와 의미가 비슷하니 그럴듯한 용어라고 생각이 들어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슬며시 웃으면서 물어본다; “그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초 박사님께서는 크리스천이신 모양입니다. 제 짐작이 맞나요?... “. 초미수 박사가 기분 좋게 껄껄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요, 벌써 눈치를 채신 모양이군요. 저는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을 더 믿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오래 살다 보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고 하므로 박인성 박사의 가족이 람다 행성으로 이민을 가는 문제가 생각보다 간단하다. 본래 서울에 그들 소유의 아파트가 2채인데 그 중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서초동의 아파트만 처분하여 그 돈을 광화문에 자리잡고 있는 강철은행에 입금하면서 람다 행성의 강철공화국으로 송금을 부탁했다. 그리고 박인성 부부가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 그것을 함께 송금했다.

그 다음에 그들이 행성이민을 가기 위하여 챙긴 짐은 엄청 부피가 적다. 반드시 지니고 가고 싶은 귀중품과 소장품 그리고 옷가지가 전부이다. 모든 전자제품과 가구류 그리고 서적 등은 가지고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출발 당시에는 한국여권을 사용하는데 그 안쪽에 람다 행성의 강철공화국 이민비자가 정보화되어 수록이 되어 있다.

이민 담당관 김효성의 말로는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 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공화국 여권이 새로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람다 행성에서는 강철공화국 여권을 사용하고 지구에 오게 되면 한국여권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박인성 박사 부부는 서울에서 사용하던 자신들의 플라잉 카를 싼 값에 모두 처분했다. 그리고 한 채 남아 있는 아파트는 서울부동산 관리투자회사에 관리권을 위임하여 주었다. 수익이 나면 박인성 박사 부부 공동명의의 구좌로 입금하도록 조치를 했다. 물론 각종 세금은 그들의 구좌에서 자동납부가 되도록 미리 조치를 했다.

그와 같이 쉽게 조치할 수 있게 된 이유는 강철공화국에서 고맙게도 이중국적을 허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에 있는 한국정부는 진작부터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 이민을 떠나기 전에 남아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세종시에 살고 있는 두 형과 부모님을 찾아 뵙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서울에서의 일이 대충 끝나자 1115일 목요일에 박인성 가족 3인이 세종시로 가서 먼저 두 형을 방문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2형과 2형수가 고개를 끄떡이면서도 헤어짐을 슬퍼한다;

모두가 함께 부모님을 방문한다. 평일에 3형제가 부부동반으로 방문하자 부모님이 어리둥절해 하신다. 그러더니 부친이 조용히 물어본다; “명절도 아닌데 어쩐 일들이냐? 좋은 일이냐? 아니면 좋지 아니한 일이냐?... “. 큰 형 박목성이 대표로 말씀을 드린다; “막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람다 행성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고 하네요… “.

그 말을 듣더니 70대 중반의 노부부가 허어하면서 한숨부터 쉰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부친 박성수가 찬찬히 막내 아들 박인성 박사에게 묻는다; “인성아, 너는 부모를 여기에 두고 어째서 그 먼 행성 람다로 이민을 가려고 하느냐? 집안에 불만이 있는 것이냐? 아니면 지구에서의 삶이 아예 싫어 진 것이냐?... “.

막내 며느리인 배설란 박사는 입을 다물고 말이 없다. 아들 박성주는 멀뚱멀뚱 부친 박인성 박사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결국 박인성 박사가 무겁게 입을 뗀다; “아버지, 어머니,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형제가 다 여기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

박인성이 잠시 숨을 돌리고자 말을 끊고 있는데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형수들의 눈길이 그의 얼굴에 집중이 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박인성 박사가 요령껏 설명한다; “문제는 제가 12년 동안 한 직장을 다니다가 보니 그만 권태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마침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에서 안보전문가를 초빙한다고 하여 응모를 하였는데 그만 합격이 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

그 말을 듣자 큰 형 박목성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그 심정을 나도 알 것 같다. 사실은 나도 평생 대학교수로 한우물만 팠더니 이제는 피로를 느끼고 있어.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해보면 더욱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고 있지. 하지만 처자식을 생각하면 쉽게 용단을 내릴 수가 없어. 그런데 막내는 용하게도 결단을 내렸구만 그래… “.

뒤를 이어서 둘째 형 박금성이 말한다; “저도 은행일을 하다가 보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지요. 요즘은 전부 전산화가 되어 있어 은행가가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직업을 바꾼다고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지요. 그런데 막내는 나보다 더 용기가 있나 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모친 장애란 여사가 말한다; “그래 그 람다인가 하는 행성에는 일반 관광객도 방문이 가능하니? 이 에미는 죽기 전에 한번 그 별에 가서 너희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

 

박인성 박사가 조용히 모친의 늙은 모습을 바라본다. 그가 과연 어떤 말을 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