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이민자(손진길 소설)

행성이민자2(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2. 1. 23. 15:36

행성이민자2(손진길 소설)

 

박인성 박사는 서기 2040924일 월요일 저녁에 집에서 가족과 식사한 다음에 티타임을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서 아내 배설란 박사와 이미 합의한 대로 아들 박성주의 의견을 물어본다; “성주야, 엄마와 아빠는 너만 찬성한다면 여기의 직장을 관두고 람다 행성으로 이민 가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네 생각은 어떠냐?... “.

의외의 질문이라 아들 성주가 한참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더니 천천히 대답한다; “여기 서울도 좋지만 그곳 람다 행성의 도시도 좋을 거예요. 나야 그곳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되지요. 그런데 엄마 아빠는 경력이 상당한 전문가인데 그 자리를 내려놓고 람다 행성에 가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실 수가 있겠어요?... “;

 

12살 꼬마가 매우 어른스러운 말을 하고 있다. 자기 걱정보다는 부모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일찍 철이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에 아들 성주가 하는 질문이 더욱 그러한 생각을 들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그런 중차대한 문제를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미리 말씀을 드렸어요?... “.

그 말을 듣자 배설란 박사가 입을 가리고 후웃가볍게 웃고 있다. 하지만 박인성 박사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아직 말씀을 드리지 아니했다. 먼저 성주 너의 의견을 물어보고 나서 정식으로 람다 행성으로의 이민허가가 나오면 그때 가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이제 성주 네가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이민신청을 진행해보마”.

아들 성주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방으로 공부할 것이 많이 있다고 하면서 들어가고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내 배설란 박사가 남편에게 말한다; “성주는 또래보다 분명히 생각이 깊고 지적성장이 빨라요. 그리고 판단력도 성숙한 것 같아요. 성주는 일단 찬성했으니 별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나중에 시어른께 말씀을 드리면 무지하게 섭섭하게 여기실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박인성 박사가 간단하게 말한다; “당신이야 친정식구가 처제 밖에는 없으니 별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내 부모님인데 그것도 크게 염려가 되지는 않아요. 내가 막내이고 위로 두 형님이 모두 세종시에 사시면서 부모님을 이웃 아파트에 살게 하면서 잘 모시고 있는 걸요. 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박인성 박사가 참으로 재미나게 말한다; “람다 행성으로 가는 것도 내가 알아보니 여행자의 경우에는 관광비자만 받으면 크게 어렵지가 않아요. ()광속 루프를 타면 비행기편으로 서울에서 제주도에 가는 시간이면 벌써 목적지에 도착하는 걸요. 그러니 비용이 문제이지 생각보다 그리 먼 곳이 아니지요… “.

그 말을 듣자 배설란 박사가 남편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그 초광속 루프의 원리가 무엇인지 당신 아세요?... “. 박인성이 고개를 약간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나는 정치학 전공이라 잘 모르지만 양자역학을 전공한 내 친구 정종화 박사에게 물어보니 그 원리가 간단하다고 하더군요… “;

 

잠시 숨을 쉬고서 박인성이 천천히 설명한다; “루프로 불리는 원운동의 운반체가 가속하여 광속 곧 초당 4만 킬로미터의 문턱을 통과하게 되면 번쩍 빛을 내면서 삽시간에 광속에 갇힌 우리들의 시공간에서 사라진다고 해요. 나중에 다시 광속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그때서야 제 모습을 볼 수가 있게 된다고 해요… “;

 

그 설명을 듣자 아내 배설란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질문한다; “그렇다면, 루프 운반체 안에서는 어떻게 미리 시공간을 설정하여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나요? 우리들의 세계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진다고 하면 운반체 역시 광속에 갇힌 우리들의 시간과 공간을 떠나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요?... “.

박인성 박사가 크게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나도 그 점이 가장 먼저 궁금하여 정박사에게 질문했지요. 그랬더니 정박사 말이 초음속 비행기의 경우 음속을 초월하게 되면 그 소리가 사라지지만 비행기는 여전히 운항을 하고 있는 것처럼 초광속 루프 운반체도 그렇다는 거야… “;

 

자신 있게 말하던 박인성이 이제는 정박사의 설명이라는 전제를 확실히 하면서 조심스럽게 설명을 계속한다; “정박사 말로는 루프 운반체가 단지 광속의 세계에서 그 모습을 감추는 것이지 초광속의 세계에서는 그대로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명이야. 나중에 속도를 낮추어 다시 광속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번쩍 빛을 내면서 그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하더군… “.

그 말을 듣자 배설란 박사가 중요한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루프 운반체가 조종이 되는가? 하는 것이겠군요. 그것은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인가요? 혹시 문제가 발생하면 영원히 다른 시공간의 차원 곧 초광속의 세계에서 미아가 되고 마는 것이 아니겠어요?... “.

박인성 박사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그가 살짝 웃으면서 대답한다; “당신도 역시 과학자이군요. 그 점과 관련하여 내가 기초적인 질문을 했는데 정박사가 상세하게 설명을 했지. 바로 그 문제 때문에 루프 운반체를 개발하는 우주과학자들이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

잠시 숨을 쉬고서 박인성이 이어서 설명한다; “프랑크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는 미국 나사의 천재가 2032년에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군. 그때부터 아무리 먼 행성이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이동이 가능하게 되어 새로운 우주여행의 시대가 전개 되었다고 해. 하지만 문제는… “;

 

박인성 박사가 아내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한다; “그 기술을 개발한 미국에서 철저하게 기술독점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2035년부터 다른 행성으로 투자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실로 거금을 주고서 그 운반체를 타게 되었다고 말했어. 그러니 이제는 인공위성의 시대가 아니라 진실로 초광속 루프 운반체의 시대인 것이야… “.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눈 다음날 곧 925일 화요일이 되자 박인성 박사가 회사에 조퇴를 신청한 후 광화문 큰 빌딩에 자리잡고 있는 람다 행성 이민국 직원 김효성을 만나러 간다. 나이가 박인성 박사의 또래로 보이는데 매우 세련된 외교관의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가 자기소개를 먼저 한다; “이멜로 문의하신 박인성 박사님이시군요. 저는 람다 행성 강철공화국의 이민성 직원인 김효성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

 

서로 악수를 한 다음 차를 마시면서 박인성이 말한다; “무슨 서류를 제가 작성하면 됩니까? 이멜로 양식을 받아서 접수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김선생님을 직접 뵙고 싶어서 들렀습니다… “. 그 말을 듣자 김효성이 말한다; “신청서류는 이 자리에서 단 10분이면 완성하여 제출이 됩니다. 이제부터 제 컴퓨터의 화면을 보시기 바랍니다”.

김효성이 최신형으로 보이는 자신의 컴퓨터에 박인성 박사의 이름을 타이핑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국가안보연구원의 자료실로 연결되고 있다. 그 다음에 김효성이 말한다; “박사님께서는 여기에 자신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박사님의 자료를 얻어서 신청서류에 활용하면 되지요… “.

박인성이 비번을 넣어주자 순식간에 자신의 정보가 필요한 부분만 복사가 되어 이민신청서류에 들어가고 만다. 그 다음에는 동일한 방법으로 배설란 박사의 비번을 국립유전공학연구소 자료실에 박인성 박사가 넣어주자 삽시간에 개인자료가 같은 방법으로 김효성이 화면에 띄우고 있는 이민신청서류로 들어가고 있다.

그 다음에 김효성이 박인성 박사에게 말한다; “이제는 아드님의 신청서가 필요한데 박성주가 미성년자이므로 부친이 대신 서명하시면 됩니다. 제 컴퓨터 화면을 보시고 작성하여 주세요”. 박인성이 그 자리에서 기분 좋게 김효성의 컴퓨터로 신청서류를 작성하여 준다.

모든 절차가 간단하게 끝나자 김효성이 웃으면서 박인성 박사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한다; “축하합니다. 저희 이민성에서는 박인성 박사와 배설란 박사와 같은 엘리트 전문가를 저희 강철공화국의 전문요원으로 모실 수 있게 되어서 참으로 영광입니다. 이제는 특혜이민비자가 곧 나오게 될 것인데 한가지 조건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2달 이내로 모든 절차를 마치고 람다 행성으로 가는 루프 운반체를 타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Auto-pass’의 유일한 조건입니다… “;

 

이제 박인성 박사의 가족이 모든 절차를 서울에서 마무리하고 2달내로 람다 행성으로 출발하는 일정만이 남아 있게 된다. 그 짧은 기간 안에 그들은 어떻게 모든 이민준비를 한국에서 마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