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강해(작성자; 손진길 목사)

창세기 강해 제186강(창34:18-24)(작성자; 손진길 목사)

손진길 2021. 12. 23. 20:19

창세기 강해 제186(34:18-24)

작성자; 손진길 목사(갈릴리한인교회 담임)

작성일; 주후 201428()

 

하몰과 세겜의 성급한 판단의 근거(34:18-19, 23)

 

하몰과 세겜은 야곱의 집을 방문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내었습니다; “세겜 성의 히위 족속의 남자들이 단지 할례를 받기만 하면 이스라엘 집안과 통혼도 할 수 있고 장차 하나의 민족이 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34:15-16). 그 정도의 조건이면 하몰과 세겜은 만족스러운 회담의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34:18). 그들이 노리고 있는 속셈에 비추어본다면 그것은 까다로운 조건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체 없이 그 조건을 만족시키고자 합니다(34:19). 특히 젊은 세겜 추장이 매우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과연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요?

첫째로, 세겜은 자신의 잘못을 덮는 한편 디나를 아내로 얻고 싶어 했습니다(34:3-4, 19). 사실 그것은 염치가 없는 일입니다. 남의 집 귀한 딸을 강제로 길거리에서 끌고 와서 집안에서 욕을 보여 놓고서 뻔뻔스럽게도 그 딸을 자신의 아내로 달라고 청혼을 뒤늦게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34:1-4). 더구나 그 집 딸을 지금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아니하고 있습니다(34:26). 그것은 순순히 세겜 자신의 아내로 주지 아니하면 억지로라도 아내로 삼겠다는 강한 의사의 표시입니다. 그러한 마당에 가해자인 세겜 추장 본인이 그 집을 방문하여 직접 교섭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하몰을 먼저 그 집에 보낸 것입니다(34:4, 6).

그런데 뜻밖에도 일이 잘 풀리고 있습니다. 디나의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이 크게 반발을 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 드디어 세겜이 직접 나서서 많은 혼수와 예물을 보상차원에서 주겠다고 제의를 하자(34:11-12) 긍정적인 답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그저 자신과 자기 부족의 남자들이 할례만 받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하몰은 야곱의 딸 디나를 며느리로 맞는 것보다는 다른 욕심이 더 큽니다. 그것은 떠돌이 부자인 야곱의 재산이 탐이 나는 것입니다. 서로 통혼을 하고 한 민족이 되고자 한다면 수가 많고 세력이 큰 히위 족속이 당연히 야곱의 집안과 그 재산을 흡수하게 될 것입니다(34:23). 그 이익이 큰 것입니다.

끝으로, 하몰이 젊은 추장인 아들 세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겜이 자신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그는 세겜 성의 지배자인 히위 족속의 추장입니다(34:2). 하몰 자신의 가문에서 세겜 성의 왕과 같은 추장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하몰도 추장인 아들 세겜의 신하의 신분입니다. 그가 디나를 아내로 얻고자 그토록 열망하고 있으니 설혹 별로 이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며느리로 반드시 취해야만 합니다”(34:19). 그런데 꿩 먹고 알도 먹는 식으로 세겜의 소원도 들어주고 자신이 소속된 히위 족속이 그 집의 재산까지 차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몰과 세겜은 자신의 부족사람들에게 빨리 할례를 받자고 지체 없이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34:20-23).

 

모든 히위 족속의 남자들이 할례를 받으려고 하는 이유(34:20-24)

 

히위 족속의 남자들은 그들의 추장 세겜이 야곱의 딸 디나를 아내로 얻고 싶어한다고 하는 사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떠돌이 호족 야곱의 재산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34:23). 그런데 야곱의 부를 나누어서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추장 세겜과 하몰의 말에 귀가 쫑긋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히위 족속은 세겜 성을 차지하고 있는 지배족속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성안에서 살고 있으며 낮 동안에는 성밖에서 밭일과 목축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도시와 장사를 하기 위하여 아침에 성밖으로 나갔다가 저녁이 되면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몰과 세겜이 자신의 족속을 만나고 있는 장소는 자연히 출입이 빈번한 성읍의 문입니다(34:20). 그곳에서 히위 족속의 남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하몰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세겜 성밖의 땅은 넓습니다. 능히 떠돌이 야곱의 집안을 정착시킬 수가 있습니다(34:21a). 일단 영주허가를 해주고 그들에게 땅을 비싼 값으로 팔게 되면 이익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34:21b).

둘째로, 그들도 속으로는 히브리인과 통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야곱의 조상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중심지 갈대아 우르에서 살았던 데라입니다(11:30). 오랜 세월 중동 땅을 지배했던 제국의 중심도시였으므로 그곳의 사람들은 아름다웠으며 재산이 많았고 뛰어난 학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벨탑 사건 이후에(11:9) 그들의 후손들이 가나안 땅까지 들어온 것입니다. 가나안 원주민들이 겉으로는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서 살기 위하여 남의 땅으로 들어온 이주민들을 애굽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히브리인이라고 멸시하고 있었지만(14:13, 39:17, 43:32) 그들의 속마음은 다릅니다. 히브리인들의 미모와 학식 그리고 그 재력이 부러운 것입니다”. 이제 그들과 서로 딸을 주고 받으며 통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34:21c). 그것은 한 마디로, ‘불감청 고소원'(不敢請固所願, 감히 말을 꺼내어 요청할 수는 없었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다는 뜻임)입니다.

셋째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단 한가지입니다. 남자들이 할례만 받으면 됩니다(34:22). 지금 하몰과 추장 세겜이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들 부자는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하며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백성들에게 주지시키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욕심과 탐욕이 그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히위 족속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냉정하게 그 수술의 결과와 후유증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그저 욕심에 이끌리어 충동적으로 할례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맙니다(34:24).

참고로 말씀을 드리자면, 어른이 되어서 할례를 받게 되면 상당히 위험합니다. 잘라내어야만 하는 부위가 커지고 혈류의 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고대사회에서는 수술도구가 변변하지가 않으며 지혈제가 그렇게 좋지가 않습니다. 그러한 형편에 모든 히위 족속의 남자들이 한꺼번에 할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갓난 아기도 아닌데 어른을 대상으로 하여 포경수술을 함부로 하게 되면 그 고통이 심합니다. 보통 열흘 정도는 잘 걷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는 고통 때문에 끙끙거립니다. 그런데 그렇게나 위험한 수술을 너도나도 군중심리에 이끌려서 그것도 탐욕 때문에 강행하겠다고 결의를 하고 있으니 제 정신들이 아닌 것입니다. 그와 같은 판단의 미스가 마침내 큰 불행을 불러오고야 맙니다(34: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