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소리(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29(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1. 12. 23. 02:15

천년의 바람소리29(손진길 소설)

 

8. 낭비성 전투로 장군의 반열에 오른 윤책과 오인회가 진평왕 이후를 준비하다.

 

신라의 원정군은 대장군 2명과 부장군 3명이 지휘하고 있다. 따라서 그 규모가 2 6천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절반이 기병들이다. 그만큼 기동성이 좋다. 그들은 8월초에 한강 유역에 있는 아차성에 들리고 그 다음에 전열을 가다듬어 포천으로 이동하여 고구려의 낭비성을 공격한다;

고구려의 최전방인 낭비성에는 고구려가 자랑하는 대장군 고담이 성주를 맡고 있다. 그는 철저한 무인이다. 그러므로 평소 장졸들에게 군사훈련을 많이 시키고 국경지대에 있는 신라의 성들에 대한 첩보활동도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있다;

그의 첩보망에 신라의 원정군이 아차성을 출발하였다는 급보가 들어오고 있다. 고담 성주는 낭비성의 수비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군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 결과 이웃성에서 5천명의 지원군을 얻어 1 5천의 군사로 신라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다.

흔히 공성작전에서 승리하자면 수비병보다 3배의 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신라의 군사는 2 6천명이고 낭비성을 지키는 고구려의 병사의 수가 1 5천명이나 되고 있으니 현실적으로는 성의 함락이 불가능하다.

그 점을 익히 알고 있는 낭비성주 고담은 자신이 만만하다. 따라서 휘하의 장졸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있다; “별로 많지도 아니한 병력으로 우리 성을 얻고자 공격하고 있으니 우리가 수비만 철저하게 하면 무조건 신라군은 제풀에 나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아무 염려하지 말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들에게 뜨거운 맛만 보여주면 된다. 하하하… “.

전투경험이 많은 낭비성주 고담 대장군의 말이다. 그의 장졸들은 마치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전사들처럼 여유 있게 신라군의 공격을 잘도 막아내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신라의 대장군 김용수김서현이 부장군 3명과 함께 연일 작전회의를 열고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윤책은 두 명의 대장군은 물론 부장군인 김유신이 어떠한 계책을 내놓는지 그것을 조용하게 관찰만 하고 있다. 윤책으로서는 그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차제에 냉정하게 살피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훗날 신라의 기둥이 되어 과연 삼한일통을 이룩할 수가 있을 것인가?... .

그런데 열흘간 적성을 공격하면서도 획기적인 전략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병사들의 피해가 자꾸만 커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전략회의에서 마침내 윤책이 말문을 연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비상한 계책이 필요합니다. 소장의 생각으로는 특수부대를 편성하여 적성에 들여보내어 성문을 열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도 한밤중에 은밀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김용수 대장군과 김서현 대장군이 나마 윤책의 얼굴을 주시한다. 동시에 나마 김유신과 추랑이 윤책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들의 귀에 침착한 윤책의 말이 들려온다; “한밤중에 정예병 100명을 경장차림으로 적성에 침투시킵니다. 침투조가 동문을 열도록 하고 그 바깥에 조용하게 우리 군사를 때맞추어 매복해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 일을 성사시키자면 철저한 사전정비작업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

귀를 기울이고 있는 4인에게 신묘한 윤책의 계책이 이어진다; “성동격서의 방법으로 두가지를 먼저 시행해야 합니다; 하나는, 3일 이상 남문을 집중공격해야 합니다. 우리는 교대로 밤에도 공성작전을 계속합니다;

 

 그 결과 성을 수비하는 고구려 군사들이 피로에 젖어 자기도 모르게 눈이 감기고 잠에 빠지게 되는 밤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

윤책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 말한다; 또 하나는, 침투조를 이끌고 셋째 날 한밤중에 적성에 들어가서 활동을 개시하자면 보통 담력과 무예로는 안됩니다. 따라서 소장은 적임자로 나마 김유신추랑을 추천합니다. 그들과 함께 소장이 변장을 하고 적진에 숨어들어 가겠습니다… “.

모두들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하나같이 옳은 말이며 치밀하고도 신묘한 계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8월 중순에 낭비성으로 신라의 특수부대가 그림자같이 한밤중에 스며들게 된다. 완전히 변복을 한 침투조는 검은 경장차림에 허리띠에는 단도가 여럿이고 등에는 한자루의 장검만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동문 옆에 있는 성곽으로 마치 다람쥐처럼 기어오르고 있다. 하늘에는 그믐달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어 칠흑과 진배가 없는 어두운 밤이다. 성루에는 화톳불을 밝혀 놓은 곳만 환하고 대부분이 캄캄하다.

그림자와 같은 신라의 침투조가 신발에 많은 천을 둘렀는지 발자국 소리조차 만들지 아니하면서 마치 고양이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어두운 구석만을 찾아 몸을 숨기면서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백명 전원이 무사히 적성을 넘어오자 그들은 사뿐하게 동문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성문 앞에는 고구려의 수비병이 50명 정도 번을 서고 있으며 횃불로 말미암아 주위가 환하다. 따라서 기습적으로 수비병을 치고 단숨에 성문을 열어야 한다.

100명의 침투조가 어둠 속에서 하나같이 조용히 단검을 꺼내어 먼저 성문을 지키고 있는 고구려 군병에게 정확하게 던진다. 대부분의 수비병이 졸지에 쓰러진다. 그 사이에 윤책김유신추랑과 더불어 앞장서서 일시에 아직도 쓰러지지 아니하고 있는 고구려 수비병을 습격하고 있다.

내력이 실려 있는 장검이라 윤책의 검은 빠르고도 날카롭기 그지없다. 검의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검풍에 휘말린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베어지고 만다. 따라서 한꺼번에 여러 명의 적들이 쓰러진다. 모두들 수비병을 해치우기에 바빠서 윤책의 검기에 대하여 유심히 관찰하는 자가 없다.

김유신과 추랑 역시 보통인물이 아니다. 전장에서 뼈가 굵어진 그들이며 화랑으로 무예수련을 한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그들의 검술이 대단한 것이다. 따라서 성문지기 50명이 일다경도 되지 아니하여 전원 쓰러지고 마침내 동문이 열리고 있다. 바깥에서 은밀하게 대기하고 있던 신라의 1만명의 기병대가 일시에 성안으로 진입하고 만다;

낭비성주 고담이 연일 밤낮으로 공성작전을 펴고 있는 신라의 계책에 휘말려서 한밤중에 거의 졸면서 성루에서 지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난데없이 동문으로 신라의 기병대가 진입하고 있다는 급보를 접한다. 그가 위기를 직감하였을 때에는 벌써 늦었다 온 성안을 1만명의 신라 기병대가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안팎으로 신라군의 공격에 직면한 고구려의 대장군 고담이 정신을 차리고 장졸들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성내에 진입한 신라군의 수가 우리보다 많지 않다. 당황하지 말고 대항하라.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가 있다… “.

하지만 고담 성주의 외침이 별로 효과가 없다. 이미 고구려 군사들이 방어능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두움 속에서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신라 기병대의 말발굽 소리만이 크게 울리고 있다. 성안에서 달리고 있는 군마를 고구려의 병사들이 쉽게 상대할 수가 없다.

그렇게 우왕좌왕하고 있는 동안에 어느 사이에 동이 터오고 있다. 시야가 밝아오자 신라의 기병대는 적들을 찾아내어 소탕하기에 어려움이 없어서 좋다. 따라서 아침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끝까지 저항하던 고담 대장군이 전사하고 고구려 병사들이 전원 항복하고 만다. 그것이 진평왕 51년인 서기 629 8월에 신라군이 고구려 낭비성을 점령한 대기록이다;

그러나 신라의 원정군이 그 북쪽에 있는 철원지방까지 북진하지는 못한다. 고구려의 막강한 군대가 완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전황을 살피면서 윤책이 속으로 생각한다; “장모인 미도 옹주에게 철원의 들판을 되찾아 주고 싶지만 이번에는 어렵겠군.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그 식읍지를 수복하여 처가에 돌려주어야 하겠구만!... ;

 

그렇다고 하여 미도 옹주의 재정이 크게 궁핍한 것은 아니다. 선대로부터 받은 한강유역의 식읍지가 아직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 점을 윤책이 알고 있기에 더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서라벌로 돌아오고 있다.

개선장군과 병사들을 맞이하는 진평왕의 얼굴이 환하다.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대장군 김용수김서현이 큰 공을 세우고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계로 미루어 보면 부장군 김유신도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이제는 자신이 기대를 걸고 있는 후세대들이 든든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물러나고 덕만 공주를 후계왕으로 세워도 될 것만 같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진평왕이기에 고구려 낭비성을 정복하고 돌아온 대장군 김용수와 김서현을 차제에 승진시켜 도독으로 발령을 낸다. 그리고 김유신과 추랑 그리고 윤책의 공로를 인정하여 내나마인 장군에 임명한다;

아울러 원정군을 구성하는데 뒤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고허성의 부장군 김춘추의 공을 인정하여 그를 역시 내나마 장군으로 승진시킨다. 그와 같이 진평왕은 자신의 사후를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

 

 과연 신라의 내정은 그의 뜻대로 전개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