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소리(손진길 소설)

천년의 바람소리2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1. 12. 21. 11:08

천년의 바람소리26(손진길 소설)

 

무엇보다도, 주재성에 주둔하고 있는 백제의 기병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신라의 기병대 일천으로 적들을 섬멸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군마들에게 독초물이 들어가 있는 건초를 먹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날 공급이 된 건초를 당일 말에게 먹이지는 아니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날 그 건초를 먹인다고 보면 봇짐장수로 변장하고 있는 윤책과 추랑의 무리들이 하루 더 주재성 안에 머물러야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유일한 방법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가서 하루에 다 팔지 말고 그 다음날까지 파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가품도 가지고 가야 한다. 값이 비싸면 돈을 마련하여 그 다음날 사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 윤책이 깊이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과연 주재성 어디에 불을 놓아야 빠른 시간 내에 큰 불로 번지느냐? 하는 것이다. 불에 가장 잘 타는 곳이 어디일까? 역시 건초가 많이 저장이 되어 있는 창고이다. 그래서 윤책이 비호로 하여금 백제군 초급장교 지술에게 접촉하여 그 창고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하도록 만든다.

그와 같이 치밀한 작전계획에 따라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 앵잠성주 가현 장군은 그날 기병 1천과 보병 2천을 지휘하여 은밀하게 주재성 가까이 접근하여 동쪽 산지에 매복하고 있다. 성안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동문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런데 실제로 주재성 안에서 한밤중에 불길이 치솟는다. 그것을 보고서 군마와 병사들이 동문으로 접근한다. 그때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급박한 고함소리가 성안에서 발생한다. 기어코 동문이 열리고 있다. 대기 중이던 신라의 기병대가 일시에 성안으로 진입한다;

적들은 군마들이 일어나지를 못하여 그만 기병이 보병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러니 1천의 신라기병이 광풍처럼 주재성 안을 휩쓸면서 적들을 쳐부수게 된다. 뒤를 이어 신라의 보병 2천이 성안으로 들어와서 아비규환에 휩싸여 있는 적들을 소탕한다.

그때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적들을 공격하고 있는 두명의 장수를 목격하게 된다. 한사람은 내공을 사용하여 검을 휘두르고 있는 길사 윤책이다. 또 한사람은 엄청난 용력으로 검을 사용하고 있는 길사 추랑이다. 거구인 추랑은 그 힘이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검술실력이 아주 빼어나다;

그 밤에 그 두사람의 활약을 앵잠성주 가현이 눈여겨보고 있다. 그리고 가현 장군은 적장 사걸을 잡기 위하여 지휘관들을 독려하고 있다; “적장 사걸의 목을 가지고 오는 자에게는 은 1백냥의 상금을 줄 것이다. 적장을 찾아서 죽여라.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그 소리를 멀리서 들은 백제의 대장군 사걸은 휘하의 친위부대 1천명을 이끌고 신라군의 포위망을 뚫고서 재빨리 서문으로 달아나고 있다. 그 뒤를 신라의 병사들이 추격하지만 끝내 놓치고 만다. 하지만 주재성을 버리고 그해 12월에 탈출한 사걸 대장군은 백제 무왕의 분노로 말미암아 그 다음해 봄이 될 때까지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사걸이 옥중에서 장문의 상소를 올려 무왕에게 다시 한번 명예회복의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한다. 그 상소가 받아 들여져서 이듬해 곧 서기 627 6월부터 사걸이 다시 대장군이 되고 7월에 신라의 국경을 침입하게 된다.

그의 군대가 향하고 있는 곳이 큰 성인 아막성과 그 산지 주변의 작은 성 4곳이다. 모산성(母山城)인 아막성을 여전히 천랑 도독이 지키고 있다. 신라의 천랑 도독과 백제의 사걸 대장군 사이의 전쟁은 어떻게 전개가 되는 것일까?...  

한편, 앵잠성주 가현은 주재성을 탈환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장군으로 승진한다. 그리고 윤책추랑도 일계급 특진하여 제13등급인 사지의 벼슬을 받게 된다. 오늘날의 소령에 해당하는 무관의 지위이며 당시 신라에서는 사지가 휘하에 5백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다;

 

물론 척후조로서 큰 공을 세운 비룡, 비호, 태평 등도 일계급 특진한다. 그래서 비룡이 대감이 되고 비호와 태평이 소감이 된다. 그 뿐만 아니라 가현 성주가 그날 공을 세운 지휘관들의 공적을 소상하게 장계에 적어 서라벌의 병부에 보고하였기에 모두들 승진의 기쁨을 골고루 맛보게 된다;

전쟁에서 지게 되면 지휘관이 죄인이 되지만 승전하게 되면 그와 같은 논공행상의 기쁨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재성을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윤책추랑을 다른 신라의 성주들이 탐을 내게 된다. 그 결과 그들의 근무지가 바뀌게 된다. 앵잠성에서 그들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진평왕 49년 곧 서기 6273월초에 서라벌 병부에서 인사참모로 일하던 유강 장군이 서부전선으로 이동이 되어 천산성주로 부임한다. 그는 아막성의 자성의 하나인 천산성이 백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최전방이기에 성을 보수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

따라서 유강 장군은 서라벌의 병부에 간청한다; “앵잠성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지 벼슬의 윤책추랑을 천산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발령을 내어 주십시오. 또한 두 사람이 지휘하고 있는 1천명의 군사도 천산성으로 이동시켜 주십시오. 최전방인 천산성의 중요성을 아시고 부디 그와 같이 신속하게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유강 성주의 요청이 군부에 받아들여져서 윤책과 추랑은 그들이 지휘하는 군대를 이끌고 6274월에 천산성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을 맞이하는 유강 성주의 환대가 대단하다. 그만큼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천산성에서 근무하면서 윤책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성내를 한바퀴 돌고 그 다음에는 외성의 바깥을 정밀하게 관찰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백제군이 천산성을 공격할 때에 사용할 수 있는 두개의 길 주변을 샅샅이 점검한다. 하나는, 서쪽에서 쳐 올라 오는 길이다. 또 하나는, 남쪽에서 쳐들어 오는 길이다.

천산성은 높은 산 중턱에 자리를 잡고 있는 큰 성 아막성을 수비하기 위한 서쪽의 작은 성 4개 곧 소타성 외석성 옹잠성 천산성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동쪽은 모산성인 아막성이 막아주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북쪽은 같은 산 기슭에 나란히 있는 3개의 성이 버티고 있는 한 우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서쪽에서 백제의 대군이 쳐들어오면 그것이 큰 문제가 된다. 또 하나의 안보상 위협이 더 있다. 그것은 천산성의 남쪽에 있는 신라의 4개의 성 곧 기현성 속함성 기잠성 혈책성을 백제군이 벌써 점령하고 있기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들이 힘을 합쳐서 천산성을 남쪽에서 공격하게 되면 그것을 막기에 역시 힘이 드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작은 성 천산성의 방어상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사지 벼슬의 재사 윤책이 매일 같이 성의 주위를 돌면서 그 대책을 마련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그 결과 그는 3가지의 대책을 마련한다;

첫째, 서쪽과 남쪽에 외성을 하나씩 건축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백제의 대군을 먼저 저지한다.

둘째,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을 소탕하기 위하여 천산성 내에 기름과 물, 바위와 통나무 그리고 화살을 많이 비축해 둔다.

셋째, 모산성인 아막성은 물론 자성인 기타 3성과의 협조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한다. 서로가 간자와 척후를 통하여 얻은 정보를 공유하고 유사시에는 병력지원을 신속하게 실시하는 것이다.

윤책은 자신이 마련한 대책을 성주 유강 장군에게 보고하고 그것을 가지고 모산성에서 이루어지는 성주들 회의에서 논의하도록 요청한다. 그 결과 흔쾌히 그 방안이 채택이 된다. 그때가 6275월초이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 7월에 들어서자 갑자기 백제의 대장군 사걸이 1만명의 기병과 보병을 이끌고 천산성으로 쳐들어온다. 그동안 유강 성주가 수비병을 5천명으로 보강하여 두었기에 한번 붙어볼 만한 전투이다. 그는 열흘동안 죽기 살기로 성을 공격하는 사걸의 군대를 물리치고 있다.  

그 결과 전투경험이 풍부한 백제의 대장군 사걸이 공격목표를 수정한다. 그는 일시에 남하하여 신라의 다사성을 공격한다;

 

다사성은 굉장히 중요한 신라의 성이다. 왜냐하면, 국경지대 하동 땅을 지키는 최전방의 요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백제의 대장군 사걸의 원정군의 침입을 제대로 막지를 못한다.

이틀만에 다사성주 대장군 하람이 전사하고 성을 아예 백제군에게 내주고 만다. 승리에 도취가 된 사걸은 5천명의 군사로 다사성을 방어하게 하고 그는 나머지 군사를 이끌고 혈책성의 동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라의 기노강성을 친다. 사걸의 급습에 당황한 신라군이 일찍 성문을 닫고 만다.

그에 따라 성 바깥에서 일을 하고 미처 성안으로 대피하지 못한 신라의 백성들이 모조리 백제군에게 포로가 되고 만다. 그 수가 100명이나 된다. 사걸은 성주의 항복을 받기 위하여 참으로 악독한 수를 사용한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