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40(작성자; 손진길)
흔히 다윗은 예루살렘으로 천도한지 5년만에 이스라엘제국을 거의 완성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남쪽에 있는 에돔왕국을 그 해 곧 주전 998년에 정복하기 때문이다;
사실 남방에 있는 에돔을 정복한다고 하는 것은 북방에 있는 아람지역을 점령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아람의 왕국들이나 에돔의 왕국은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태생적으로 주변의 강한 적들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다윗왕이 천도한지 3년째에 정복한 북방의 아람의 왕국들은 동서로 강력한 국가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그들은 동쪽에 메소포타미아의 세력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시리아에 살고 있는 민족들이다;
서쪽에서는 흑해주변의 소아시아와 지중해연안의 유럽의 세력들이 호시탐탐 동방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들의 침략을 막아내면서 성장하고 있는 아람의 왕국들이기에 그 군사력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헤브론 이남의 네게브 지역을 지나 멀리 아라비아반도로 들어가기 전에 에돔왕국이 염해 아래쪽에 동서로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 에돔왕국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 군사력이 더욱 강하다. 그 이유는 에돔왕국이 지정학적으로 동서남북에 두루 강한 적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쪽에는 메소포타미아의 강국들이 버티고 있다. 서쪽에는 애굽제국이 존재하고 있다. 북쪽에는 아람의 왕국들과 모압 및 암몬이 있다. 그리고 남쪽에는 아라비아반도에 미디안을 비롯한 여러 족속들이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호시탐탐 에돔의 땅을 얻고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왜냐하면, 에돔사람들이 크게 힘들이지 아니하고 염해 아래 세일산맥에 거주하면서 그곳의 오아시스와 온천 그리고 소금을 이용하여 떼부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해 남쪽 아르바 지역에서 주로 생산이 되고 있는 소금은 노천에 늘려 있는 암염이다. 그래서 사해의 이름이 때로는 염해로 불리고 있으며 소돔과 고모라 등이 그 옛날에 소금장사를 하여 부유한 도시국가로 명성을 날렸다;
이스라엘사람들은 모세오경의 창세기편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그 내용 가운데 아브라함의 장조카인 롯의 아내가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이야기와(창19:26) 그 소금을 노리고 메소포타미아의 4개국 연합군이 소돔과 고모라 등 5개 도시국가를 정벌하였으며 그 소금을 약탈하여 돌아가다가 아브라함의 반격으로 원정에 실패하였다는 영웅담이 들어 있다(창14:8-16).
그 옛날의 소돔과 고모라, 아드마와 스보임 그리고 작은 성 소알의 지역을 아우르고 있는 왕국이 바로 에돔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여호와의 불심판으로 소돔과 고모라 등이 멸망하자 가나안의 히위족속의 한 갈래인 호리족속이 남하하여 그 지역을 지키는 세일산맥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 지역의 부를 탐낸 이삭의 장남인 에서가 자손들과 더불어 무력으로 세일산맥을 빼앗아 현지인들과 함께 에돔족속을 이룬다(창36:43). 그리고 나중에는 에돔왕국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창36:31-39).
에돔왕국은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애굽과 무역을 하고자 메소포타미아와 아람 등지에서 오는 대상들에게 에돔사람들이 오아시스와 온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소금을 팔고 있다.
때로는 에돔사람들이 수르광야에서 날뛰고 있는 약탈족속으로부터 대상들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용병의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서 그들 자신이 대상으로 나서기도 한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에돔왕국은 엄청 부자나라인 것이다.
에돔왕국은 그들의 부를 활용하여 강력한 군대를 만들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아라비아 반도 초입에 있는 미디안의 땅을 많이 빼앗고 있다. 따라서 미디안은 에돔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하여 그 북쪽에 있는 사해 동쪽의 나라 모압과 동맹을 맺고 있다.
요컨대, 에돔은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무를 숭상하며 자신들의 부를 지키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전투에 나서야만 하는 숙명을 지닌 왕국이다. 그러한 사실을 그 주변 바란광야에서 오랜 세월 피신생활을 한 바 있는 다윗 자신이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다윗은 블레셋과 아말렉족속을 완전히 정복한 다음에 에돔왕국을 정벌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시기가 예루살렘으로 천도한지 5년째인 것이다. 사실 다윗왕이 이스라엘제국을 건설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과업은 에돔왕국을 정복하느냐 못하느냐의 과제와 직결이 되고 있다. 그 사실을 그와 오랜 피신생활을 같이한 제장들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주전 998년 예루살렘의 다윗성에서는 봄부터 여름까지 여러 차례의 전략회의가 열리고 있다. 다윗이 군부대신과 사령관 그리고 장군들과 장수들을 모아서 진지하게 에돔왕국을 정복할 계획을 계속 다듬고 있다. 그들은 작년에 아말렉족속을 대대적으로 인종 청소하는 참혹한 학살행위를 자행한 바가 있기에 아직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하지만 남쪽에 있는 에동왕국까지 정벌하여야 이스라엘제국을 완성할 수가 있기 때문에 도중에 정복사업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봄부터 전략회의를 수차례 가져서 이제는 어느 정도 계획안이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한여름 왕궁에서는 시원한 매미소리가 종려나무에서 들리고 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다윗왕이 제장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에돔왕국을 정벌하는 계획이 거의 마무리가 되고 있군요. 잘 아시는 대로, 우리들의 계획은 3단계로 되어 있어요. 제일단계는 에돔의 북쪽지역을 포위하여 섬멸하는 것입니다. 데만과 보스라가 그 중심지이지요. 그리고… “;
잠시 숨을 쉬고서 다윗왕이 이어서 말한다; “제2단계는 세일산맥의 중심부를 포위하고서 왕의 대로 주변에 있는 에돔족속의 군부대를 치는 것입니다. 제3단계는 미디안 북방을 점령하고 있는 에돔왕국의 주둔군을 치는 것입니다”.
다윗왕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제장들은 작년의 악몽을 기억하면서 내심 중얼거린다; “이거 아말렉족속을 3차례의 천라지망으로 인종 청소하던 것과 비슷하구먼. 이것이 부디 마지막 악몽이 되기를 바래야 하겠구나… “.
부하들이 느끼고 있는 그 두려움을 다윗왕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얼굴에 나타내서는 결코 아니되는 국왕이다 그래서 제장들을 내려다보면서 신념에 찬 목소리로 회의의 마무리를 한다.
그날 다윗의 엄숙한 왕명이 다음과 같다; “이번 에돔의 정벌로 우리 이스라엘왕국은 중동의 제국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주변의 어느 나라도 감히 우리 선민 이스라엘을 넘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일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사적인 사명입니다”.
벌써 43세인 다윗왕의 중후한 음성이 들려온다; “그 점을 명심하여 역사적인 과업을 반드시 완수하기를 바랍니다. 금년의 출정은 역시 가을 추수가 모두 끝난 다음인 10월 10일입니다. 그 전날에는 과인이 제사장들과 함께 마지막 번제를 여호와께 드리고 출전을 고할 것입니다. 승리는 여호와의 것이며 우리 선민의 것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시고 차질없이 출전준비를 마쳐주세요. 이상”.
작년에 아말렉을 치고 네게브 남쪽에 있는 서편의 수르지역을 평정하였기에 금년 가을에는 다윗의 원정군이 쉽게 남하를 한다.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아니하고 에돔왕국의 북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다윗왕은 에돔의 막강한 국력과 군사력을 알고 있기에 무려 6개 군단 14만 4천명의 대군을 동원하여 원정에 나서고 있다.
10만명의 군사를 사용하여 다윗왕이 요압사령관과 함께 염해 남쪽 아르바 지역에 천라지망을 형성한다. 그 중심에 큰 성읍 데만과 보스라가 있다. 그 옛날 소돔과 고모라, 아드마와 스보임, 그리고 소알 성이 있던 지역이 모두 포위망 안에 들어온다.
에돔의 오아시스와 온천이 그 지역에 있다. 그러므로 에돔왕국이 많은 군사력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다. 그 결과 다윗의 군대와 에돔의 군대 사이에 전면전이 발생한다;
서로 하나의 성읍을 두고서 피비린내가 펄펄 풍기는 전투를 벌이게 되는 것이다;
에돔의 군사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계속 정복전쟁만 수행하고 있는 다윗의 군대를 이길 수는 없다. 특히 다윗왕이 3명의 무술사부를 동원하여 키워낸 30인의 용장을 맞이하여 에돔의 장수들이 힘을 쓰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만큼 다윗의 용사들의 무예가 출중하다(삼하23:8-23). 하기야 그들의 무술 수준은 거인 아낙자손을 쳐죽이는 무력인 것이다(대상11:10-25).
특히 요압의 바로 밑의 동생인 아비새가 이끄는 군대가 염해 골짜기에서 에돔의 주력군을 대파한다;
그때 에돔 군대의 전사자가 1만 8천명을 헤아리게 된다(대상18:12). 다윗왕의 군대는 대승을 거두고 에돔왕국의 주력군은 대패를 하고 만 것이다. 그때부터 에돔의 군대는 이스라엘 군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첫번째 작전은 에돔의 들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기마병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다윗왕이 유리하다. 그러나 두번째 작전에 들어서자 그것이 아니다 세일산맥을 포위한 것은 좋았는데 산지로 올라가서 빨치산처럼 대항하고 있는 에돔의 군대를 격파하는 것이 용이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다윗왕은 적을 소탕하는데 시일이 길어지자 고민한다. 그래서 제장들과 회의를 열어서 그들의 의견을 구한다. 그때 유다의 작은 마을 바르훔 출신 아스마웻이 손을 들고서 발언을 신청한다. 다윗왕이 흔쾌히 허락한다.
아스마웻의 제안이 다음과 같다; “폐하, 세일산지에는 물이 부족합니다. 그들은 산기슭과 산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샘물을 길어가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샘물터를 전부 찾아서 원천봉쇄를 한다면 적들은 무조건 항복하고 말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제장들이 탄성을 지르며 다윗왕이 무릎을 친다.
다윗왕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스마웻의 말이 정확한 것이요. 이제부터 그 작전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쉽고도 좋은 묘안을 낸 아스마웻은 그 공로를 인정하여 장군으로 승진하고 우리 군대의 물자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깁니다. 특히 우리 군대의 물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조치를 해주세요”.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며 절호의 기회인 모양이다. 그때 좋은 제안을 하여 다윗왕의 마음에 든 아스마웻이 이스라엘 원정군의 군수참모가 되고 그 살림솜씨를 왕으로부터 인정 받게 된다. 그래서 훗날에는 궁내대신으로 승차하여 다윗성의 국고를 맡게 되는 것이다(대상27:25).
아스마웻의 제안대로 세일산맥의 에돔족속들이 길어다 먹는 샘물을 원천적으로봉쇄하였더니 잔당들이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항복하고 만다. 그것으로 다윗왕은 세일산맥을 장악하게 된다. 이제는 남부의 미디안 북방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에돔족속을 소탕하는 일이 남게 된다.
잘못하게 되면 미디안족속 전체와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윗왕이 고심하다가 제장들의 의견을 듣는다. 그때 군부대신 아히도벨이 다음과 같이 의견을 낸다; “폐하, 황숙인 요나단이 지혜가 뛰어난 재사입니다. 그를 미디안의 연맹왕에게 보내어 협조를 구하시면 됩니다”.
요나단은 다윗왕의 숙부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 그저 10여세 정도 연상이다. 숙부 요나단이 말을 잘하고 지혜가 있으며 성격이 원만하다는 사실을 다윗왕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히도벨에게 말한다; "그것이 좋을 것 같소. 그런데 짐의 숙부 요나단이 예루살렘에 있을 터인데 언제 그를 데리고 올 수가 있겠소?”.
그 말을 듣자 아히도벨이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폐하, 저는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미디안과의 외교가 필요할 것으로 짐작하여 진작에 요나단 경에게 동행을 부탁했습니다. 현재 군부대신인 저의 일을 보좌하고 있으니 금방 외교사절로 투입할 수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윗대왕이 만면에 미소를 띄면서 말한다; “아히도벨 경은 역시 대단한 선견지명을 지니고 있오. 그대로 시행을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그 결과 미디안의 연맹왕에게 사절로 간 요나단이 잘 교섭하여 미디안 북방에 있는 에돔왕국의 주둔군을 이스라엘 원정군이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벌써 세일산맥에 있는 에돔왕국의 철옹성이 모두 다윗의 군대에게 점령이 되고 말았다. 미디안의 연맹왕도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자 미디안 북부 광야의 산지에서 버티고 있던 에돔의 주둔군들이 항복하고 만다. 그것으로 다윗왕은 거대한 에돔왕국을 정복하고 그곳에 자신의 군대를 주둔하게 된다.
그것으로 이스라엘제국은 확고해지는 것일까? 그것이 아니다. 다음해 곧 주전 997년에 암몬왕국이 연합전선을 형성한다. 그들은 블레셋의 잔존세력과 아람의 잔존세력들에게 ‘반 이스라엘 동맹’을 제안하고 함께 다윗왕의 이스라엘에게 도전한다. 그들을 분쇄하는데 다윗왕과 그의 군대가 2년동안 굉장히 바쁘다;
다윗왕은 2년에 걸쳐서 블레셋과 아람의 잔당들을 모두 소탕하고 암몬의 수도인 랍바의 정복만 남겨 둔다. 그 시점이 주전 996년 가을이다. 다윗왕이 예루살렘으로 천도한지 7년째이며 그의 나이가 어느덧 45세이다. 이제는 명실공히 중동의 패자인 이스라엘제국의 황제이다;
그해 주수기가 끝났지만 다윗대왕은 출정하지 않는다(삼하11:1). 자신을 대신하여 현지에서 요압 사령관이 암몬의 수도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들이 모두 항복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따라서 다윗대왕은 즐거운 마음으로 다윗성 높은 궁궐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그 다음에는 성안의 신하들의 집을 내려다본다.
그때 여호와의 시험이 그에게 찾아온다. 그것이 무엇일까?(삼하11:2) 그리고 여호와께서는 어째서 자신의 마음에 든 다윗을 다시 시험하시는 것일까? 그 시험에 다윗이 합격을 하는가? 아니면 낙제를 하고 마는가? 이제부터는 그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어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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