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24(작성자; 손진길)
여호와를 섬긴다고 하는 신정국가 이스라엘왕국의 초대왕인 사울이 통치 40년만에 자신의 왕국을 어느 정도로 형편없이 만들고 만 것일까? 그리고 그의 왕국을 이어받아야만 하는 다윗장군은 블레셋의 변방 시글락 요새에서 용병생활을 하면서 겨우 생존하고 있는데 그 힘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가?
그 점에 대하여 두가지 사실을 말할 수가 있다;
첫째로, 사울왕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랜 세월 여호와신앙을 떠나서 우상을 섬기며 무당의 말을 듣고 살아오고 있기에 왕국의 힘이 자꾸만 약해지고 있다. 그 결과 블레셋의 대대적인 공격을 당하고 만다(삼상28:1). 블레셋 5개 도시국가가 연합하여 대군을 몰고서 북쪽 이스르엘 평원으로 쳐들어오자 사울왕이 정예병을 이끌고 급히 길보아산에서 적을 막고 있지만 전황이 어렵다(삼상29:1, 31:1). 그곳에서 블레셋을 격퇴하지 못하면 북부 이스라엘이 위험한 것이다;
둘째로, 다윗장군 일행이 전방에서 가드를 거쳐 시글락으로 돌아와보니 그 사이 아말렉족의 침입을 받아 성읍은 불탔으며 수비병력은 죽고 부녀자들과 재물은 전부 끌려가고 만 것이다(삼상30:1-3);
형편이 그러하니 다윗은 당장 아말렉의 군대를 추격하여 빼앗긴 가족과 재물을 되찾는 일이 급선무이다. 그 다음에는 블레셋으로부터 조국 이스라엘을 지켜내야만 한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그와 같은 양쪽의 어려움 가운데 새로운 길을 내려고 하신다. 그것이 바로 사울왕과 다윗장군 사이의 오랜 갈등을 종식시키는 것이며 다윗의 지휘하에 유다지파가 블레셋의 침입을 막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 일에 대하여 알아볼 차례이다.
먼저 다윗은 그동안 시글락에 머물면서 생활이 안정되자 군사의 수를 늘이기 위하여 모병을 했다. 그 방법이 두가지이다; 하나는, 블레셋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모집한 것이다. 또 하나는, 블레셋의 국경을 벗어나 주변의 여러 족속과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투항하는 적들을 자신의 군사로 받아들인 것이다.
유다지파의 특징은 투항하는 적군을 받아들여 군사력을 키우는 것이며 동시에 함께 살기를 원하는 족속을 받아들여서 유다지파의 수를 늘이는 것이다. 역시 유다지파 출신인 다윗은 그러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따라서 훗날 다윗의 부하들 가운데에는 이민족출신의 용장들이 많이 포진하게 된다(삼하23:30-39).
다윗은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군사의 수를 600명에서 800명으로 키웠다. 하지만 그 수고가 헛되고 만다. 200명의 군사로 시글락을 지키도록 했는데 그들이 아말렉족의 급습으로 그만 전원 사망하고 만 것이다. 그 결과 다윗은 남은 군사 600명으로 급히 아말렉 원정군을 추격하고 빼앗긴 사람과 재물을 되찾아 와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글락으로 돌아와서 성읍이 불타고 가족들이 모두 죽거나 포로로 끌려간 것을 보게 된 부하들이 절망에 빠져서 대성통곡을 한다. 그 다음에는 지휘관인 다윗에게 분풀이를 하고자 한다. 그 옛날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 등 지도자에게 광야에서 행한 것처럼 돌을 들어서 다윗장군을 치려고 하는 것이다(삼상30:6a, 민14:10);
바로 그때에 다윗이 여호와 하나님께 살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하기를 시작한다. 다윗은 사울왕과 달리 신접한 자나 무당을 찾지 않는다. 그는 제사장 아비아달에게 지시하여 대제사장 아히멜렉이 생전에 입던 에봇을 가져오게 한다. 그 에봇 속에는 우림과 둠밈이 간수가 되어 있다(출28:30);
다윗은 우림과 둠밈의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그 뜻을 묻고 있다; “아말렉의 원정군의 수는 많습니다. 제가 단지 600명의 군사로 그들을 추격하면 그들을 치고 인질과 재물을 되찾아올 수가 있겠습니까?”(삼상30:8a의역);
여호와께서는 생명을 살리는 완전한 빛 곧 우림과 둠밈이 들어 있는 에봇을 가지고 기도하는 다윗에게 즉시 말씀하신다; “그들을 추격하라. 너는 그들을 물리치고 모든 것을 도로 잦아올 것이다”(삼상30:8b). 예나 지금이나 여호와의 말씀과 뜻을 의지하여 간구하는 것이 올바른 기도의 방법이 되고 있다.
여호와의 응답을 얻은 다윗장군은 휘하의 군사 600명을 이끌고 즉시 추격에 나선다. 시글락에서 출발하여 가사 남방 20리 지점에 이르자 일명 ‘차가운 강’으로 불리고 있는 ‘브솔 시내’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까지 먼 길을 급히 달려오느라고 군사들이 많이 지치고 있다. 따라서 다윗은 헉헉거리는 200명을 그곳에서 쉬게 하고 400명의 정예병만 데리고 추격을 계속한다. 물통에 차가운 물을 받아서 그대로 남쪽으로 내달리는 것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가족을 구하자면 한시가 급한 것이다. 다윗의 처자식도 아말렉의 포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굽으로 통하는 수르광야에서 우연히 버려진 애굽 청년을 만난다. 병이 들었는지 정신이 혼미해 보인다. 그에게 아말렉 마적들의 행방을 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다윗이 그에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준다. 다행히 그 청년이 정신을 차린다.
다윗이 급해서 그 청년에게 질문한다; “너는 누구냐? 혹시 블레셋 남방을 침노한 아말렉 마적무리에 관하여 알고 있느냐?”. 그 청년이 대답한다; “저는 본래 애굽사람인데 애굽의 변경을 침입한 아말렉족에게 사로잡혀서 그들의 종이 되었습니다. 제가 병이 들자 아말렉 군사들이 저를 이곳에 버리고 간 것입니다. 그런데… “;
그 말을 듣자 다윗일행이 그 청년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가 급히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한다; “아말렉 군대는 수가 많습니다. 이번에 블레셋 남방의 그렛사람의 땅과 유다의 남방지역 특히 갈멜의 남쪽까지 침노하였지요. 그리고 시글락 성읍을 불태우고 많은 포로와 재물을 얻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윗이 급히 말한다; “그렇다면 너는 나를 그들 아말렉 마적들에게 인도할 수 있겠느냐?”. 그 청년이 대답한다; “인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죽이지 않고 반드시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그것도 당신들이 믿고 있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해야 합니다”.
다윗이 맹세하자 그 청년이 은밀하게 다윗일행을 수르광야 남쪽으로 안내한다. 언덕을 하나 넘어서니 그 아래 들판에서 아말렉 마적들이 큰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블레셋의 남쪽과 유다의 남쪽을 습격하여 예상외로 큰 수확을 얻었기에 즐거워서 잔치에 빠져 있는 것이다(삼상30:16). 넓은 들판에 임시 막사를 치고 있는데 그 수가 엄청나다;
다윗은 그들이 깊은 잠에 빠지기를 기다린다. 밤새 술을 마시며 음식을 배불리 먹고 노래를 부르던 약탈족 아말렉의 군사들은 한밤중이 지나자 모두들 지쳐서 골아 떨어진다. 그때 어스름한 첫새벽에 다윗이 400명의 정예병을 지휘하여 일시에 아말렉 마적 떼를 공격한다.
무방비상태에서 수천명의 적들이 다윗의 군대에 의하여 목숨을 잃고 만다. 일부는 잠이 깨어 대적을 하지만 어림도 없다. 하지만 널리 퍼져 있는 그 많은 막사들을 공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윗이 400명의 군사로 그 10배가 넘는 적군을 무찌르는데 하루가 모자란다. 다윗의 군사의 수가 많지 아니한 것을 알고서 아말렉 마적들이 끝까지 저항한다. 그 결과 다음날까지 전투가 계속된다. 그렇지만 죽어 나가는 것은 아말렉 군사들이다.
그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아말렉 마적들은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과 같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아니다. 여호와께서 그 옛날 출애굽한 이스라엘백성들을 급습한 아말렉족속을 완전히 섬멸하겠다고 선언하셨기에 이번에도 다윗에게 큰 승전을 주신 것이다(출17:16).
도저히 다윗의 군대를 이기지 못하자 마지막 남은 아말렉족속들이 낙타를 타고서 사막 쪽으로 도망하고 만다. 그 수가 4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다윗은 그들을 추격하지 아니하고 급히 아말렉에게 잡혀간 인질들을 찾는다. 다행히 임시 막사에서 전부 구출하게 된다;
그런데 금번 전투에서 획득한 전리품의 양이 엄청나다. 아말렉 마적무리가 블레셋 남방과 유다의 남방을 치고서 엄청난 재물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막대한 양을 보자 다윗의 군사들은 눈이 돌아간다. 그래서 400명의 정예병들이 그것을 전부 차지하고자 한다.
그들이 다윗에게 주장한다; “브솔시내에서 쉬고 있는 200명에게는 전리품을 줄 수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서 이틀간 아말렉과 전쟁을 한 저희들만 전리품을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낙오자는 전리품을 얻을 권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윗장군의 생각은 다르다.
다윗이 다음과 같이 부하들에게 말한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여호와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너희들이 목숨을 걸고 열심히 싸우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10배가 훨씬 넘는 적들을 물리친 것이 아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깊은 잠에 빠지게 하였기에 우리가 승리한 것이다. 그러니 전리품의 분배는 여호와의 뜻에 따라야 한다”.
400명의 정예병 가운데 일부 탐욕스럽고 악한 자들이 들어 있다. 그들이 다윗에게 말한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였다고 하면 그 전리품의 분배는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그러한 선례가 역사 가운데 있기는 한 것입니까? 확실한 전례가 없다고 하면 브솔시내에 낙오한 자들에게는 처자식만 돌려보내면 됩니다”;
다윗장군이 정확하게 답변한다; “너희들은 우리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메소포타미아 군대가 인질과 재물을 북송하는 것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고 전리품을 여호와의 뜻에 따라 분배한 이야기를 알고 있지 않느냐? 어째서 그 선례를 무시하고자 하느냐? 여호와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창14:11-24).
그 말을 듣자 다윗의 군사들 가운데 선동을 하던 악한 무리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한다. 사실 다윗이 시글락 요새에서 16개월을 머물면서 원정하여 전투를 하는 동안에 많은 군사들이 죽고 그 자리를 모병을 통하여 보충하였다. 그 결과 성품이 악하거나 자질이 떨어지는 병사들이 생겨나 있다. 그래서 그러한 반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윗은 시글락에 돌아오자 가장 먼저 모든 인질이 정확하게 돌아왔는지를 확인한다. 다행히 모두 무사하다. 그 다음에 타버린 성읍을 대충 보수한다. 그리고 전리품의 분배에 들어간다.
다윗은 가장 먼저 600명의 군사들에게 넉넉하게 재물을 분배하여 준다. 본래 그들이 빼앗긴 재물의 몇배를 받게 되자 모두들 좋아한다. 아말렉 족속이 그렛 등 블레셋의 남방에서 획득한 재물을 다윗이 자신의 군사들에게 기분 좋게 분배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아말렉 마적들이 유다의 갈멜 등 남방에서 획득한 전리품을 원주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 주인을 찾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다윗이 백부장들과 현명한 아내 아비가일의 의견을 청취한다.
그들의 의견이 다음과 같다; “지금 블레셋이 사울왕의 군대와 북방에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전쟁에서 사울왕이 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군께서는 유다지파의 땅으로 들어 가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선무공작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재물을 유다 및 에브라임과 베냐민 지파의 여러 장로들에게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일리가 있는 견해이다. 그렇게 의견이 모아지자 다윗이 지체없이 시행한다. 다윗이 유다지파의 장로들을 자신의 친구라고 다정하게 부르면서 에브라임과 베냐민 지파의 변경인 벧엘은 물론 유다의 땅 베들레헴에서 헤브론에 이르는 13군데의 성읍 장로들에게 골고루 전리품을 보내어 준다(삼상30:26-31);
과연 다윗과 그의 부관들의 소망처럼 다윗일행이 무사히 조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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