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21(작성자; 손진길)
5. 블레셋 아기스 왕의 외인부대가 된 다윗일행
유다지파의 땅 십광야에서 다윗장군이 블레셋의 도시국가인 가드의 왕 아기스에게 사절을 보낸다;
다윗장군은 자신의 장조카이며 백부장인 요압을 수석사절로 삼고 지혜가 출중한 자신의 아내 아비가일을 차석사절로 삼아서 가드왕국으로 들여보낸 것이다.
그렇게 사절단을 구성한 이유는 그 두사람이 다윗장군을 문과 무 양편에서 보필하고 있는 있으며 나름대로 지도력과 관찰력 그리고 판단력이 뛰어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요압은 군사를 지휘하는 일과 정세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와 달리 아비가일은 사람들의 심리와 인간관계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므로 두사람이 협력하면 다윗일행이 적국인 블레셋의 가드왕국으로 망명하는 일도 성사가 될 것으로 다윗이 판단한 것이다.
다윗은 자신들이 완전히 이스라엘왕국을 벗어나야 사울왕과 부딪치지 아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삼상27:1-2). 그의 군대가 유다지파의 땅 남쪽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기에 어쩔 수가 없이 자신의 지파 백성들에게 상납을 받고 있다. 다윗은 그러한 민폐를 더 이상 끼치고 싶지가 않다.
동족들이 다윗일행의 행적을 기브아의 사울왕에게 고발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부자들은 다윗장군에게 군자금을 주게 되면 사울왕의 눈 밖에 나기 때문에 그것이 싫은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다윗이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아예 블레셋으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용병으로 생활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망명의 요청을 받게 되자 가드왕 아기스는 진지하게 신하들과 숙의를 거듭한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좀더 신하들과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망명허가를 하더라도 몇 달 후에 신년이 되면 그때 조치할 것이니 결과를 기다려 달라”.
아기스가 블레셋의 5도시국가의 하나인 가드왕국을 다스린지 오래이다. 그만큼 그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여러 달 추이를 보면서 두루두루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특히 아기스 왕은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새해가 되면 다윗이 가드 출신 용사 골리앗을 죽인지 10년이 후딱 넘어서게 된다. 그렇다면 10년전에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일을 가지고 더 이상 신하들이 왈가왈부하지 아니할 것이다. 그때가서 아기스 왕은 다윗과 그의 사병들을 자신의 외인부대로 삼고자 한다;
그렇다면 가드왕국의 아기스 왕이 다윗장군과 같이 위험한 인물을 자신의 용병으로 삼고 그의 부대를 외인부대로 삼고자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조금 파악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블레셋이 강성해지면 항상 이스라엘왕국을 침범하고 약탈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기적인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 반대의 측면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12지파의 힘이 강성해지면 그들은 지중해 연안 비옥한 땅을 차지하고 있는 블레셋을 치기 위하여 역사적으로 대사사들이 연합공격을 하고 있다.
특히 여호와를 섬기는 신정국가라고 자랑하고 있는 이스라엘 12지파가 구태여 세속국가처럼 왕국을 만들고 국왕이 통솔하는 군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블레셋의 5도시국가를 치고 그 땅을 뺏고자 하는 새로운 제도의 운영인 것이다.
한마디로, 이스라엘백성들만큼 블레셋의 백성들도 똑같이 안보상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 한반도에서 남한과 북한이 서로 느끼고 있는 안보상 위기와 그대로 닮아 있다;
둘째로, 이스라엘 12지파 가운데 전통적으로 블레셋 5도시국가에게 가장 골치덩어리는 유다지파이다. 유다지파는 인구가 많고 군사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일찍이 헤브론에 있는 거인 아낙자손들을 쳐부수고 그 땅을 빼앗은 강인한 부족국가이다. 특히 그곳 출신인 다윗장군이 블레셋에게 입힌 피해가 막심하다. 그러한 다윗장군이 사울왕에게 정적으로 몰려서 오랜 세월 도망자신세가 되고 있는 것은 블레셋 5도시국가의 입장으로서는 행운이다.
셋째로, 다윗장군이 가드왕국에 망명신청을 하고 있다. 그를 용병으로 삼고 그의 부하들을 외인부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아기스 왕과 그의 중신들이 현실적인 손익계산을 신중하게 하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큰 이익을 발견한다. 그것은 블레셋 도시국가들 가운데 가드왕국이 지니고 있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안보상 약점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는, 가드왕국이 유다지파와 직접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때문에 유다지파의 군대의 공격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제 다윗장군의 망명을 허가하고 그를 유다지파를 막는 선봉장으로 삼게 되면 큰 이익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는, 가드왕국의 남방에는 블레셋 영토에서 가장 비옥한 그랄 평야가 있다. 그곳의 백성들을 약탈하는 남방의 마적들이 들끓어서 가드왕국의 조정이 골치가 아프다. 따라서 차제에 다윗일행을 가드왕국의 남방에 주둔시키고 그곳을 지키게 하는 것이 좋은 계책인 것이다.
다윗장군은 자신의 나이가 28세가 되는 해 그것도 그해 여름철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스라엘과 원수지간인 블레셋의 가드왕국으로 들어가서 망명생활을 하게 된다. 그만큼 가드의 아기스 왕이 중신들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이다.
블레셋의 권신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왕국의 명장 출신인 다윗을 믿지 못하고 있다. 그가 블레셋을 배신하고 자신의 조국을 편들고 나서는 경우에는 큰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스 왕이 책임을 지고 다윗장군을 영입하겠다고 결단했기에 그해 여름에 망명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다윗장군은 오랜 세월 유다지파의 땅 헤브론 주변의 십광야와 남쪽국경 너머 바란광야를 오락가락하던 자신의 사병 600명을 전부 인솔하여 가드왕국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헤브론에서 살림을 살고 있는 자신의 아내들과 처자식 그리고 부관들의 부인들도 전부 데리고 가드왕국으로 망명한다. 가드왕국은 하나의 도시국가이므로 규모가 그렇게 크지가 않다. 따라서 다윗일행의 대식구가 한꺼번에 거주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루는 다윗장군이 가드왕 아기스를 예방하고서 청을 한다; “이왕 저를 용병으로 그리고 나의 사병을 외인부대로 활용하시겠다고 하시면 전하께서는 제게 국경지역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성읍을 하나 거주지로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효과적으로 적의 침략을 사전에 막아내겠습니다”.
아기스 왕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는 자신의 중신들과 의논한 후에 그랄 평야를 지키는 요새지 작은 성읍 시글락을 다윗장군 일행의 거주지로 할당한다;
시글락을 다윗장군 일행의 망명지인 성읍으로 준다고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로, 시글락은 블레셋 연맹왕의 식읍인 그랄 평야를 방어하는 동쪽의 요새지이다. 그러므로 브엘세바를 거쳐서 서쪽으로 쳐들어오는 유다지파의 군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요지인 것이다. 그에 따라 다윗장군은 자신의 지파인 유다지파의 공격을 막아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고 있다. 그것은 아기스 왕이 ‘이이제이’의 병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둘째로, 블레셋의 연맹왕인 아비멜렉이 전통적으로 그랄평야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에는 가드왕인 아기스가 그곳의 방어기지인 시글락을 자신의 영토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아기스 왕이 당시 연맹왕인 아비멜렉이라고 추정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다윗장군은 블레셋의 최고권력자인 아기스 왕에게 가서 그의 용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시글락의 위치는 남쪽에서 쳐들어오는 약탈족속들을 막아내는 요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다윗은 아말렉족속을 비롯한 여러 마적들을 방어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다윗의 군대가 아기스 왕의 외인부대로 활동하지 아니하게 되면 블레셋의 많은 군사들이 그 전쟁으로 희생이 되고 말 것이다. 그것을 아기스 왕과 그의 신하들은 현명하게도 다윗장군과 그의 군대를 용병으로 사용하여 자신들의 희생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 역시 ‘이이제이’의 수법이다;
한편, 시글락에서 다윗장군은 자신의 식솔들은 물론이고 백부장들의 가족 그리고 부하 600명과 함께 가드왕국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그 기간이 다윗의 생각과 달리 자꾸만 길어진다.
애초에 다윗장군은 한 일년만 가드왕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 78세가 되는 사울왕이 고령으로 죽고 자신이 차기 이스라엘의 국왕이 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그의 예단과는 달리 그가 시글락 요새에게 무려 16개월을 아기스 왕의 외인부대로 생활해도 사울왕이 여전히 정정하다(삼상27:7).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람의 생각과 창조주이신 여호와 하나님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주 이기적이고 자신위주의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비록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여호와의 역사섭리를 바라보는 시각도 자신위주의 아전인수가 되기 쉽다.
그 결과 좋은 미래는 빨리 당도하기를 희구하고 나쁜 미래는 먼 훗날 도래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다윗장군의 경우에도 숙적인 사울왕의 죽음이 조기에 있을 것으로 소망하다가 보니까 그만 그 일이 여호와의 뜻으로 일년내에 현실화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만 것이다;
반면에 만민과 만물을 전부 창조하시고 피조세계의 역사를 두루 섭리하고 계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입장은 그렇게 근시안적이거나 좁은 사고방식이 아니다. 모든 생명을 살리고 구원의 은혜를 폭넓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모두의 형편을 두루 살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적기를 발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아니하다. 나중에는 아예 자연계의 법칙을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의 창조까지 단행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다윗장군이 사울왕의 죽음을 조기에 취해달라고 간구한다고 하여 그 기도를 그대로 들어주지 아니하신다.
그 결과 사울왕은 통치 40년이 되는 해인 주전 1,011년에 전선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때는 다윗장군 일행이 가드왕국으로 망명하고 외인부대생활을 1년반이나 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시글락 요새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다윗일행에 의하여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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