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손진길 소설)

다윗의 기도2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2. 10:40

다윗의 기도22(작성자; 손진길)

 

블레셋 족속은 함의 손자인 가슬루힘에게서 비롯되고 있다(10:14);

 

그런데 지중해의 해양족이 된 가슬루힘의 자손들 가운데 한 갈래가 갑도림 또는 갑돌로 불리고 있는 크레타 섬에서 살다가 가나안 서남해안으로 이주하여 블레셋 족속이 된 것으로 모세오경이 기록하고 있다(2:23).

그들은 가나안 원주민들로부터 그 비옥한 해안지역을 무력으로 빼앗았으므로 용맹한 자들이다. 특히 가드에는 헤브론에 살고 있던 거인족 아낙 자손들이 일부 옮겨와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옛날 갈렙장군이 지휘하는 유다지파의 군대에게 쫓겨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사기 시대부터 블레셋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전쟁이 끊이지 아니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가드왕 아기스가 블레셋의 곡창지대인 그랄평야를 지배하고 있던 그 시대에 이스라엘왕국의 명장출신인 다윗이 두차례나 망명을 신청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적을 제거하려는 사울왕에게 다윗장군이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기스 왕이 다윗의 망명을 불허하였다. 그 이유는 가드왕국의 중신들이 자신들의 영웅인 골리앗을 쳐죽인 다윗장군을 미워하였기 때문이다. 망명은 커녕 살해의 위험이 찾아오고 있으므로 다윗이 미치광이 연기를 하여 겨우 가드왕국을 탈출하였다.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나자 다시 다윗이 아기스 왕에게 망명요청을 한 것이다. 아기스의 신하들은 여전히 다윗장군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윗과 같은 명장을 용병으로 삼고 그의 부하들을 외인부대로 삼아 동쪽에 있는 유다지파를 견제하고 남쪽에서 수시로 쳐들어오는 아말렉을 위시한 약탈족들을 무찔러야만 한다.

그래서 아기스 왕이 9개월 이상 중신들을 설득하여 겨우 다윗일행을 용병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가드왕국의 권신들이 다윗장군의 진심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다윗은 그들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하여 계책을 사용한다.

그 방법이 남쪽에 있는 약탈족인 이방족속들을 정벌하고 전리품을 얻어서 그것을 유다지파를 치고 얻은 것으로 꾸미는 위장전술이다(삼상27:8-11). 그 결과 다윗은 가까스로 가드왕국의 중신들과 아기스 왕의 신임을 얻게 된다(삼상27:12). 이제 그 과정을 알기 쉽게 살펴보고자 한다.

시글락에 살고 있는 다윗장군을 가드왕 아기스가 호출한다. 다윗일행이 시글락 요새에 둥지를 튼지 한달이 지난 시점이다.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다윗을 가드왕 아기스가 부른다고 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윗이 시글락에서 가드로 북상하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다윗이 입궁하여 아기스 왕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이자 마침내 블레셋 왕의 명령이 엄중하게 들려온다; “다윗은 들으라. 요즈음 이스라엘왕국의 군대가 우리 블레셋의 동쪽국경을 자주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므로 너는 브엘세바에서 헤브론에 이르는 유다족속을 치고 그들의 재물을 전리품으로 가지고 오너라”;

 

다윗은 속이 뜨끔하지만 일단 아기스 왕의 의심부터 피하고자 큰소리로 즉각 대답한다; “소신, 전하의 명을 받들어 그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아기스 왕은 차제에 철검을 한 자루 다윗장군에게 하사한다.

다윗은 그 철검을 두손으로 공손하게 받는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아찔하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으로 동족을 해칠 수가 없는데 정말 큰일이다. 그래서 그는 궁궐을 벗어나면서 속으로 궁리한다; “철검으로 동족을 해쳐야 하는 비극을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가 있는 것일까?... “.

딱 부러진 해답을 얻을 수가 없다. 따라서 다윗은 시글락에 도착하자 마자 백부장들과 대안을 모색한다. 그 자리에 재사의 신분으로 다윗의 아내 아비가일이 참석하고 있다. 홍일점인 그녀가 말한다; “주군께서 동족을 해치는 비극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과 대비가 필요합니다… “.

다윗은 물론 6명의 백부장들이 모두 경청한다. 그러자 아비가일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블레셋의 남쪽국경을 넘어가서 약탈족의 요새를 공격하여 그들의 재물을 얻은 다음에 그것을 마치 유다의 성읍을 치고 얻은 전리품으로 철저하게 위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지요… “.

아비가일이 한번 숨을 쉬고서 말한다; “첫째, 블레셋에서 애굽으로 가는 길에 수르광야가 있으며 그곳에는 유목을 하는 기르스족과 약탈에 익숙한 아말렉족이 살고 있습니다. 먼저 그들을 치고 전리품을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

잠시 숨을 돌리고 아비가일이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 이스라엘 백성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물건과 그들 약탈족의 물건은 좀 다릅니다. 그러므로 가드왕국의 신하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물건과 흡사한 것을 사용하고 있는 이웃나라를 공격하여 그들의 물건을 전리품으로 얻어야만 합니다. 그 대상으로 저는 갈릴리의 동북면에 살고 있는 그술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비가일의 생각이 굉장히 치밀하다. 그녀가 이어서 설명한다; “셋째, 우리의 거짓말이 탄로나지 않기 위해서는 적을 포위하여 완전히 섬멸해야 합니다. 만약 한사람이라도 도망자가 발생하면 위장계획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합니다”;

 

그녀의 대담한 계획을 듣고서 다윗장군 이하 모든 장수들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 방법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의상 다윗이 제장들에게 물어본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어요?”. 그 말을 듣자 요압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달리 묘책이 없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대안이지요. 그대로 시행했으면 합니다”.

다윗은 아내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부관들이 동의하는 것이기에 그대로 시행하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요압에게 지시한다; “요압은 백부장회의에서 자세한 시행계획을 세우도록 하세요”.

잠시 제장들의 얼굴을 살핀 다음에 다윗이 말한다; “블레셋의 남쪽국경을 벗어나서 수르 길에 있는 기르스족아말렉족을 치고 사해를 멀리 돌아 북상하여 그술 사람들까지 치고 그 전리품을 전부 얻어서 귀국하자면 원정기간이 깁니다. 그러니 정벌계획을 정밀하게 짜도록 하세요”.

그해 겨울에 다윗장군이 시글락성을 지킬 군사 200명을 남겨두고 400명의 기마대를 이끌고 남진한다. 먼저 기르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수르광야의 목축지를 포위하여 공격하고자 한다;

수르광야에서 유목을 하고 있는 기르스 사람들은 평소 약탈족인 아말렉 마적들의 습격을 자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경계태세가 대단하다. 그 점을 알고 있는 다윗장군은 기르스 사람들의 진지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잠복하고서 먼저 척후를 내보낸다. 적진을 살피고 어떻게 포위하면 좋을지 지형물을 확인하고 오라는 것이다;

척후가 도착하자 다윗장군이 그의 부하들에게 지시한다; “완벽하게 적들의 촌락을 포위하여 공격하고 한사람도 살려서 보내지 말라. 적들을 섬멸한 다음에 그들의 재물과 가축은 백부장 엘하난이 책임지고 수하의 군사들과 함께 수레 등으로 옮기도록 한다”.   

오후 늦은 시간에 기르스의 목동들이 전부 집으로 가축을 몰고서 돌아온다. 그들의 아낙들이 집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그 시간에 다윗의 군대가 습격을 감행한다. 하나의 촌락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공격이므로 그 참상이 목불인견이다.

주민을 모두 없애고 나서 기르스 사람들의 낙타와 나귀 그리고 마차를 구하여 그들의 재물을 전부 싣는다. 가축까지 남김없이 몰고 나온다. 그 일을 진두지휘하는 백부장이 가장 연장자인 엘하난이다.

그 다음 다윗장군이 부하들을 이끌고 아말렉 족속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신(zin)광야로 이동한다. 바위산이 있는 골짜기에 아말렉 사람들이 촌락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는 그들의 마을을 발견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하지만 바란광야에서 오래 생활한 다윗과 그의 부관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바위산을 크게 포위한 다음 점점 포위망을 조여간다. 마침내 아말렉 족속의 진지를 들이친다. 혹시 도망을 치는 적들은 제2선에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요압의 군사들에 의하여 완전히 도륙이 나고 만다;

 

그날 다윗장군은 대승을 거두고 많은 전리품을 얻는다.

일단 다윗은 그 모든 전리품을 시글락으로 조용히 옮기고 오라고 백부장 엘하난과 헬렙에게 지시한다. 연장자인 그들이 아무래도 신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윗일행이 바란광야에서 20일을 기다리자 엘하난과 헬렙이 부하들을 이끌고 다시 돌아온다.

이제는 다윗이 400명의 군대를 이끌고 사해를 크게 우회한 후에 멀리 요단강 동편에서 갈릴리 호수를 향하여 북상한다. 무사히 갈릴리 동북면 그술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도착한다;

 

그러자 다윗장군이 부하들과 함께 마음 놓고 그들을 공격한다. 그렇게 그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촌락 5곳을 공격하여 섬멸한 다음에 그들의 물건을 약탈한다;

 

 그것을 전리품으로 삼아 급히 온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간다. 다윗과 그의 백부장들은 그들이 그술의 땅을 침범하였다는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면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글락으로 되돌아온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남쪽과 동쪽에서 얻은 전리품을 가지고 마치 헤브론과 브엘세바에 살고 있는 유다지파의 백성들로부터 얻은 것처럼 꾸미고자 한다. 그들이 고향에서 경험한 바를 가지고 아주 이스라엘의 냄새가 풍성한 물건들을 중심으로 전리품을 재구성한다.

그렇게 꾸민 전리품을 가지고 다윗장군이 부하들 상당수와 함께 가드로 개선한다. 연도에서는 이스라엘의 전리품을 구경하느라고 블레셋 백성들이 열심이다. 그 승전의 소식을 듣고서 아기스 왕과 그의 신하들이 기뻐한다.

다윗이 당당하게 보고한다; “전하의 명을 받들어 브엘세바에서 헤브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스라엘 촌락을 공격하여 전리품을 얻었습니다. 기쁘게 받아 주시면 소신에게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아기스 왕이 활짝 웃는다.

아기스 왕이 기쁜 마음으로 말한다; “다윗장군은 들으시오. 멀리 이스라엘 남부까지 원정하여 대승을 거두고 돌아온 장군의 노고에 대하여 치하하는 바이오. 이제 우리의 동쪽 국경이 튼튼하게 되었으니 나는 장군과 함께 기뻐하오. 전리품을 내가 기쁘게 받을 것이니 시글락으로 돌아가서 편히 쉬도록 하시오”.

아기스 왕이 기뻐하자 다윗장군이 돌아간 다음에 그의 신하들이 말한다; “이제 다윗은 완전히 우리 블레셋의 용병이 되었고 그의 부하들은 우리의 외인부대가 되었으니 걱정거리가 사라졌습니다. 감축드립니다. 국왕 전하”;

 

그 말을 듣자 아기스 왕이 웃으면서 말한다; “이제 다윗은 그 손에 동족들의 피를 흠뻑 적셨으니 그는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할 것이오. 그는 이제 완벽하게 우리 블레셋을 지키는 개가 된 것이지요. 하하하… “(삼상27:12 의역).

과연 그럴까? 그것은 아기스 왕과 그의 신하들의 착각이다. 여호와께서는 다윗장군과 그의 부하들을 음으로 양으로 돕고 계신다. 그래서 어수룩하게 보이는 그 위장 전리품을 이스라엘의 것이라고 아기스 왕과 신하들이 철석같이 믿도록 만들고 마시는 것이다.

그러한 여호와의 도우심으로 다윗일행은 시글락 요새에서 16개월을 지내고 있다. 그러자 블레셋의 여러 왕들이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하여 아예 이스라엘왕국을 지도상에서 없애 버리고자 한다(삼상28:1). 그러한 전쟁의 소용돌이 가운데 다윗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