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손진길 소설)

다윗의 기도1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1. 08:06

다윗의 기도17(작성자; 손진길)

 

엔게디 광야의 들염소 바위굴에서 다윗이 사울왕을 죽이지 아니하고 살려 보내자 한동안 사울왕이 다윗일행을 추격하는 일을 멈추고 있다. 그렇게 일종의 휴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도중에 이스라엘왕국에 슬픈 일이 발생한다. 그것은 백성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대선지자 사무엘이 생을 마감한 것이다.

엔게디 광야에서의 사건은 다윗이 도망자신세가 된 지 5년쯤 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사무엘의 죽음은 그 직후이다. 그때 다윗의 나이는 25세이고 사울왕은 75세이다. 그리고 사울보다 10세 정도 연상으로 보이는 사무엘은 85세의 노령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고대사회에 있어서는 평균수명이 40세정도이므로 대선지자 사무엘이 장수를 누린 것이며 그의 별세는 호상에 속한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들의 영적인 큰 스승을 떠나 보내는 일이기에 그 슬픔이 대단하다. 그래서 사무엘을 그의 고향 라마에 안장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오래 애곡을 한다.

대사사이며 대선지자인 이스라엘의 어른 사무엘이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므로 이제는 이스라엘왕국에서 사울왕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다. 그에 따라 사울왕에게 5년 이상 쫓기고 있는 다윗장군의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그는 한동안 이스라엘왕국의 남쪽 국경을 벗어나 바란광야에서 사병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이스라엘왕국을 완전히 벗어난 광야에서 지내고 있으므로 유다지파로부터 재정지원을 얻기가 더욱 힘이 든다. 다윗의 군대가 바란광야와 신광야에서 유다의 네게브로 북진하고자 하는 아말렉을 비롯한 여러 약탈족속들의 준동을 막아주고 있지만 그 공로를 네게브 초장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크게 알아주지를 않는다.

사람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다윗에게 상납하던 백성들이 이제는 그렇게 하지를 않는다. 그 중에 마온 지역에서 부호로 소문이 난 나발이 있다. 그는 다윗일행이 국경을 벗어나 남쪽 광야로 들어가버리자 아예 상납금을 완전히 끊어버린다.

다윗이 600명의 사병들에게 제공할 식량이 부족하여 허덕이고 있다. 다윗은 할 수가 없어서 병사 10명을 차출하여 나발의 집 갈멜로 보내면서 명령한다; “갈멜에 있는 부호 나발의 집을 찾아가서 나의 말을 전하라. 우리가 그동안 약탈족속을 막아 주었기에 그가 무사히 양털을 깎아서 돈을 벌고 있다. 그러니 그 수고비를 달라고 말하라”.

다윗이 전령으로 10명이나 되는 병사를 보낸 것은 혹시 도중에 이스라엘 호족의 사병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다의 남부 네게브 지역은 민심이 흉흉한 지역이다.

그런데 재물에 욕심이 많은 부자 나발이 야멸차게 다윗의 요구를 거절한다. 특히 그가 다윗의 전령에게 대꾸한 말이 엄청 모욕적이다; “다윗이 누구인가?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그가 이새의 아들 중의 하나인가? 그렇다면 주인인 사울왕을 배신하고 탈영을 한 자가 아닌가?”.

나발은 사울왕에게 쫓기고 있는 다윗이 겁을 집어먹고 네게브에서 국경너머 바란광야로 피신한 겁쟁이로 보고 있다. 그래서 사울왕의 위세를 빌려서 차제에 마음껏 다윗을 조롱한다; “내가 어찌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재물을 주겠느냐?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다윗은 이제 별볼일이 없는 자다. 나는 내 양을 치고 있는 목자들에게 양털을 팔아서 급료주기에도 바쁜 사람이다. 얼른 내 집에서 나가라”;

다행히 10명의 병사가 한꺼번에 그 집을 방문하였기에 목숨을 잃지는 아니하고 무사히 다윗에게 돌아와서 그러한 보고를 하고 있다. 만약 한두명이 나발의 집을 방문하였다고 하면 뼈도 추리지 못할 뻔 하였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나발의 말을 보고 받고 있는 젊은 장군 다윗의 피가 꺼꾸로 솟고 있다. 그는 청소년시절부터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한번 화가 나면 말릴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당장에 400명의 정병을 차출하여 함께 북진한다;

만약 그대로 버려 두게 되면 도망자신세인 다윗이 동족을 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가 차기 이스라엘왕국의 국왕이 될 수가 없다. 이제 이스라엘백성들이 의지할 수 있는 영적인 지도자 사무엘도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이스라엘왕국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장차 이스라엘 백성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가? 그래서 여호와께서 직접 역사하신다. 구체적으로 욕심장이 나발의 현명한 아내 아비가일에게 그 위급한 상황을 슬기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여호와의 지혜가 함께하시는 것이다.

아비가일이 그 일을 알게 된 자초지종이 이러하다. 나발의 종 가운데 한사람이 워낙 상황이 급하여 아비가일을 찾아와서 급히 말한다; “다윗이 전령을 주인에게 보냈는데 주인 나발은 재물이 아까워서 다윗을 모른다고 하면서 전령을 빈손으로 돌려보내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도록 심하게 모욕하면서 쫓아버렸지요”.

급한 숨을 잠깐 돌리고서 그 종이 이어서 말한다; “저희들은 주인의 처사가 너무 심하다고 여기면서 남쪽에 있는 다윗이 어떻게 나올지 염려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윗이 엄청난 사병을 몰고서 지금 이곳으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지하게 화가 났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

아비가일은 모골이 송연하다. 그래서 종의 입만 쳐다본다. 그 종이 빨리 말한다; “사실은 다윗의 군대가 남쪽에서 오는 약탈민족을 모두 막아 주고 있기에 저희들의 목자들이 안심하고서 그동안 양떼를 돌보고 있었어요. 주인 나발은 그 은혜를 잊어버렸지만 저희들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 말을 듣자 아비가일이 즉시 말한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전쟁에 능한 다윗이 많은 군사를 몰고 쳐들어오고 있다고 하면 남편 나발에게 수백명의 사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를 않아요. 제가 급하게 말리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아비가일은 그 종과 함께 즉시 대책을 마련한다. 그것이 자신의 하인들에게 명령하여 곳간에 있는 먹거리를 전부 나귀에 싣도록 한 것이다. 그 양이 상당히 많다. 200덩어리, 포도주 2가죽부대, 5마리의 양을 잡아서 만든 요리, 볶은 곡식 5부대, 건포도 100송이, 그리고 무화과 뭉치 200개 등이다.

그녀는 그 먹거리를 나귀에 잔뜩 싣고서 출발하기 전에 집의 하인들에게 엄명을 내린다; “일이 급하다. 너희들 중 일부는 빨리 나를 앞서 가면서 나를 북상하는 다윗일행에게 인도하라. 그리고 너희들은 일체 주인 나발에게 이 일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만약 그가 알게 되어 분란이 발생하면 우리는 모두 다윗의 군사에게 맞아 죽게 된다. 알겠느냐?”.

아비가일이 서둘렀기에 도중에서 다윗일행을 만나게 된다. 그 장소가 호젓한 산길이다. 다윗을 보자 아비가일이 급히 나귀에서 내려서 땅에 머리를 대고서 엎드린다. 그녀의 뒤에는 먹거리를 풍성하게 싣고 있는 나귀들이 줄줄이 서있다. 그 광경을 보고서 다윗이 어색해 한다. 왜냐하면, 그가 떠나기 전에 군사들에게 한 말이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윗이 400명의 병사들을 출동시키면서 벌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마온의 초장을 가지고 있는 나발을 치기 위하여 그의 집이 있는 갈멜로 쳐들어간다. 그동안 우리는 그의 종들이 안전하게 초지에서 방목을 하도록 모든 외적으로부터 지켜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정지원을 거절하고 우리를 모욕하였다. 그 집안의 남자를 한사람도 살려주지 말라”.

다윗장군의 말을 듣고 그의 부하들이 분기탱천한다. 그들은 단숨에 갈멜로 진격하여 나발의 집을 박살내려고 말을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산굽이를 돌아서면 마온 광야가 눈에 보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 젊은 부인이 그 앞길을 막아 서고 있는 것이다.

아비가일이 다윗장군의 말 앞에서 길을 막는다. 그리고 말한다; “다윗장군이시여, 저를 처벌하시고 노여움을 푸십시오. 그 전에 제가 드리는 한말씀을 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목숨을 걸어 놓고 간청을 드립니다”;

 

다윗은 당돌한 계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숨을 내놓고 한 말씀 올리겠다고 하는데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우러러 보면서 아비가일이 말한다; “저의 남편인 나발은 그 이름처럼 미련한 위인입니다. 자기 재물 아까운 줄만 알지 은혜를 모르지요. 그렇지만… “.

아비가일은 다윗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장군께서 나발의 배은망덕을 참지 못하시고 직접 그를 죽이시게 되면 이스라엘왕국의 국왕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히게 됩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동족을 살해하는 자를 누가 국왕으로 섬기겠습니까? 그래서 여호와께서 소첩을 급히 보내어 그 분노와 보복의 위험한 길을 막으신 것입니다”;

그와 같은 아비가일의 말은 다윗과 그의 군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여호와신앙이 없으면 감히 그렇게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선지자와 서기관들이 히브리경전을 편집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대목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아비가일이 엎드려서 다윗에게 말한다; “내 주여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 주도 살아 계시거니와, 내 주의 손으로 피를 흘려 친히 보복하시는 일을 여호와께서 막으셨으니, 내 주의 원수들과 내 주를 해하려 하는 자들은 나발과 같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여호와신앙을 가진 아비가일이 마치 선지자와 같이 그렇게 예언하고 있다. 그 다음 그녀의 현실적인 말이 이어진다; “여종이 내 주께 가져온 이 예물을 내 주를 따르는 군사들에게 주게 하시고, 주의 여종의 허물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그 다음에 다시 아비가일의 신앙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여호와께서 반드시 내 주를 위하여 든든한 집을 세우시리니, 이는 내 주께서 여호와의 싸움을 싸우심이요, 내 주의 일생에 내 주에게서 악한 일을 찾을 수 없음이니이다”. 그녀가 진심으로 나발을 치려고 하는 다윗의 거사를 걱정스럽게 말리고 있다.

그것은 아비가일이 자신의 남편인 나발만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동족구원의 큰 뜻을 품고 있는 젊은 다윗장군의 앞날을 함께 염려하고 있다. 그 점을 다윗이 십분 느끼고 있다. 그러한 다윗의 귀에 총명한 여인 아비가일의 말이 다시 들려온다.

먼저 아비가일은 지금까지 다윗장군을 보호하고 승리를 주신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사람이 일어나서 내 주를 쫓아 내 주의 생명을 찾을지라도 내 주의 생명은 내 주의 하나님 여호와와 함께 생명 싸게 속에 싸였을 것이요, 내 주의 원수들의 생명은 물매로 던지듯 여호와께서 그것을 던지시리이다”.

이어서 아비가일은 진심으로 다윗을 생각하여 말한다; “여호와께서 내 주에 의하여 하신 말씀대로 모든 선을 내 주에게 명하사, 내 주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실 때에, 내 주께서 무죄한 피를 흘리셨다든지 내 주께서 친히 보복하셨다든지 함으로 말미암아 슬퍼하실 것도 없고, 내 주의 마음에 걸리는 것도 없으시리니, 다만 여호와께서 내 주를 후대하실 때에 원하건대 내 주의 여종을 생각하옵소서”. 다윗과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겠다는 당돌한 아비가일의 말이다;

 

그런데 여호와신앙이 빼어나고 지혜가 가득한 여인 아비가일의 진심 어린 말을 듣자 다윗이 경탄한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르고자 한다. 그 점을 히브리경전 사무엘상 제25장에서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다윗이 아비가일에게 대답한다; “오늘 너를 보내어 나를 영접하게 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할지로다. 또 네 지혜를 칭찬할지며, 또 네게 복이 있을지로다. 오늘 내가 피를 흘릴 것과 친히 복수하는 것을 네가 막았느니라”;

  그리고 이어서 말한다; “나를 막아 너를 해하지 않게 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네가 급히 와서 나를 영접하지 아니하였더면, 밝는 아침에는 과연 나발에게 한 남자도 남겨두지 아니하였으리라”. 다윗은 아비가일에게 고마워하면서 그녀가 일어나도록 도와준다;

 

  다윗은 부하들에게 지시하여 아비가일이 가지고 온 식량 등을 모두 받도록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평안히 집으로 돌아가도록 조치한다. 한마디로, 다윗이 지혜로운 아비가일의 말을 여호와의 말씀을 대언하는 선지자의 말로 알아듣고 자신의 분노를 달랜 것이다. 그리고 즉시 회군하여 동족인 나발을 치는 일을 그만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은 다윗이 사울왕의 살해위협을 피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왕국의 남쪽국경을 벗어나 바란광야에서 생활하는 동안에 그의 군대가 얼마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는지를 웅변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다.

다윗과 그의 군대는 3년 이상 네게브 남부에 있는 신(zin)광야와 바란광야에서 아말렉 등 약탈민족의 준동을 막으면서 유다지파의 목축생활을 도와준다. 하지만 나발과 같은 배은망덕한 목축업자들의 횡포로 그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받지를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윗과 그의 부관들은 분노하여 나발과 같은 인색한 부자들을 치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사울왕의 뒷배를 단단하게 믿고 있는 그러한 유다의 부자들을 함부로 칠 수도 없다. 그 이유는 다윗이 군사력으로 동족을 살해했다고 소문이 나게 되면 그가 차기 국왕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다윗의 형편을 그와 아비가일과의 대화에서 넉넉하게 엿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히브리경전의 저자들은 단지 그 이야기만을 자세히 수록함으로써 그와 비슷한 모든 이야기를 생략하고 있다고 하겠다.

요컨대 그 기사는 마치 창세기 제38장에서 유다의 이야기만으로 요셉의 10명의 이복형들의 이야기를 대신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욕심장이 나발과 현명한 아내 아비가일 그리고 다윗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