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기도14(작성자; 손진길)
흔히 이르기를 이리를 피하려다가 호랑이 굴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지금 다윗과 그의 측근들의 처지가 그러하다;
먼저 다윗은 사울왕의 추격군이 자신을 쫓아 남하하자 반대 방향으로 도망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생각하여 도성 기브아에 가까운 놉 땅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 다음에는 놉 땅으로 쳐들어오는 사울왕을 피하여 블레셋 가드왕국으로 피신한다.
다윗장군이 기브아에서 성막을 섬기고 있는 대제사장 아히멜렉의 도움을 얻은 것은 다행이지만 그 때문에 그곳의 제사장 85명과 그들의 가족이 전부 사울왕이 보낸 이방인 장수 도엑의 일당에 의하여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겨우 살아남은 아히멜렉의 어린 아들 아비아달을 다윗이 거두었지만 다윗장군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다.
이방인인 에돔족속 도엑과 용병들을 보내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들과 그들의 가족을 도살한 것은 신정국가 이스라엘왕국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놉 땅의 학살’과 관련하여 사울왕과 그의 왕가는 여호와의 심판을 도저히 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다윗 일행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래서 워낙 급해서 그만 가까이 있는 블레셋의 도시국가 가드로 망명한다. 하지만 그것이 엄청난 실수이다. 다윗이 3년전에 가드 출신의 용사 골리앗을 죽였는데 그 일을 그곳 사람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수개월간 도망자 신세로 지내다 보니 다윗은 눈치가 빠르다. 그래서 얼른 자구책을 마련한다. 그것이 철저하게 미친 사람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하기야 다윗이 미치지 아니하고서야 어떻게 골리앗의 고향인 가드로 들어올 수가 있다는 말인가? 이스라엘왕국의 중심부와 가까이 있는 가드왕국에서는 지금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부르고 있는 그 노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 내용이 한마디로, 그 옛날 사울왕이 쳐죽인 블레셋 군사의 수는 천천이지만 다윗장군이 죽인 블레셋 병사의 수는 그 10배나 된다고 하는 노래이다. 그러므로 그 노래를 전해 듣고 있는 블레셋 사람들은 피가 꺼꾸로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도저히 다윗만은 살려 둘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다윗이 사울왕의 추격을 피하여 가드왕국에 흘러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대신들이 병사들을 시켜서 다윗을 잡아들여 가드 왕 아기스에게 데리고 가려고 한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다윗이 사태파악을 했다. 이거 이리를 피하려다가 급한 김에 그만 호랑이 굴로 들어왔으니 큰일이다. 즉시 미친 사람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다윗의 연기력이 대단하다. 입으로 침을 흘리면서 실실 정신 없는 소리를 한다. 그 하는 행동이 영락없이 미친 사람이다. 부하들이 끌고 온 다윗의 행동을 보고서 가드의 대신들이 혀를 찬다. 그래서 아기스 왕에게 우선 구두로 상황보고부터 한다.
그러나 아기스 왕이 신하들의 보고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친히 다윗을 심문하고자 한다. 그 자리에서 다윗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횡설수설을 하는데 그 연기가 천하일품이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다윗을 통하여 기가 막힌 연기로 아기스 왕을 속이시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스 왕이 여러 미치광이의 하나로 다윗을 취급하고 만다;
마치 그 옛날 터무니없는 라헬의 거짓말을 듣고서 친정아버지 라반이 수색을 중지한 것처럼 이제는 여호와께서 동일하게 다윗을 살리신 것이다(창31:35, 삼상22:1). 그 결과 아기스 왕이 다윗을 국경 바깥으로 쫓아내라고 왕명을 내리고 만다. 아기스 왕의 말이 하도 걸작이라서 지금도 히브리정경에 실려 있다.
참고로 그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너희도 보거니와, 이 사람이 미치광이로다. 어찌하여 그를 내게로 데려왔느냐? 내게 미치광이가 부족하여서 너희가 이 자를 데려다가 내 앞에서 미친 짓을 하게 하느냐? 이 자가 어찌 내 집에 들어오겠느냐?”(삼상21:14-15).
천우신조로 블레셋 땅을 벗어난 다윗은 국경 바깥에서 일행을 만나 함께 가드에서 가까운 이스라엘의 산지로 들어간다. 그곳에 천연동굴이 있는데 그 이름이 ‘아둘람 굴’이다. 그곳을 일단 은신처로 사용한다. 아둘람의 위치는 이스라엘의 서쪽 중요한 요새인 아세가와 베들레헴의 중간이다. 그러므로 다윗일행이 유다지파의 지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좋은 위치라고 하겠다;
험지 아둘람에 다윗장군이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유다지파에게 퍼져 나간다. 그러자 사울왕의 횡포에 맞서고자 하는 유다지파의 사람들과 놉에서의 살해사건으로 분노하는 레위인들이 사울왕에게 원수를 갚겠다고 대거 몰려든다(삼상22:2). 장정의 수가 400명에 이르자 다윗은 두 친구 엘하난과 헬렙 그리고 조카인 요압, 아비새, 아사헬, 아마사로 하여금 그들을 통솔하게 한다.
그런데 장정이 아닌 그들의 가족들이 문제이다. 그들은 모두 사울왕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다윗 자신에게 피난한 백성들이다. 그래서 다윗이 결단을 내린다. 그들을 국외로 탈출시키는 것이다. 그 피난처가 모압의 미스베이다. 그곳으로 정한 이유는 다윗의 증조모인 룻이 모압 여인이기 때문이다.
다윗은 현명하게도 부친 이새를 앞장서게 한다. 부친과 함께 난민들을 인솔하여 사해를 남쪽으로 빙 둘러서 모압 땅으로 들어간다. 예상한대로 모압왕이 우호적이다(삼상22:4). 수년 전 모압의 원정군 발메의 군대를 대파한 다윗장군이 스스로 모압과 화친을 청하고 있으니 모압 왕이 통 크게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족의 안위에 대한 염려를 덜게 된 다윗일행은 이제 적극적으로 사울왕의 세력과 맞서고자 한다. 역부족이므로 적극적인 공세는 취할 수가 없지만 수동적인 방어는 충분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장정들에게 무예를 전수하고 군사훈련을 확실하게 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군량미를 구하고 장정을 무장시키며 그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유다지파의 은밀한 지원만으로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윗일행은 두가지의 방도를 마련한다; 하나가, 용병으로 출전하여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네게브 지역에 목축을 하고 있는 부자들의 양떼를 보호해주고 정당한 대가를 얻는 것이다.
유다지파의 영토에 속하고 있는 네게브 지역에는 때로 마적떼가 출몰한다. 십광야와 바란광야에 살고 있는 아말렉을 비롯한 여러 약탈족들이 기병을 이끌고 여러 마을을 습격한다;
유다지파의 재물을 약탈할 뿐만 아니라 가축 떼를 몰고 가버리는 것이다. 마적의 침략에 맞서 마을과 초장을 보호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 다윗일행이다.
아둘람의 남쪽 인근에 그일라 마을이 있다. 추수때가 되자 블레셋 가드의 군사들이 그일라를 습격하여 곡식을 약탈하고 있다. 그 소식을 들은 다윗이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자신의 군사 600명으로 그들을 쳐서 약탈품을 되찾고자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지를 여쭈어 보는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긍정적으로 응답하신다. 그 옛날 아브라함에게 헤브론 호족과 연합하여 얻은 1천여명의 병사로 메소포타미아 원정군 10만명을 추격하여 격파하게 하신 여호와 하나님이시다. 그러니 600명으로 1만명 정도는 격파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다윗의 군사 600명이 그일라로 진격한다. 블레셋 가드의 대군이 그일라를 치고 전리품을 크게 얻어서 회군하고 있다. 그것을 기다렸다가 기습한다. 그일라 서편 들판에서 맞붙은 다윗과 가드 군대와의 전투가 오래 계속이 된다;
결과는 여호와의 뜻대로 다윗의 군대가 대승을 거둔다.
다윗은 그일라의 촌장과 상의하여 되찾은 약탈품 가운데 상당부분을 전리품으로 얻게 된다. 그런데 그 다음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전쟁의 소문이 이스라엘의 왕도인 기브아로 들어간 것이다. 사울왕이 즉시 군대를 이끌고 남하를 하고자 한다.
마음이 급한 다윗이 여호와 하나님께 그 뜻을 여쭈어 보고자 한다. 그때 대제사장 아히멜렉의 아들인 아비아달이 에봇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가 놉 땅으로 비밀리에 올라가서 부친이 사용하던 그 에봇을 구해서 그일라로 다윗을 찾아 왔다는 것이다. 다윗이 그 에봇을 보자 그것을 가지고 여호와께 간구한다;
다윗의 기도가 분명하다; “여호와 하나님, 이 에봇을 보시옵소서. 이 에봇을 입고서 놉 땅의 성막에서 여호와를 섬기던 제사장들이 사울왕이 보낸 이방인들에 의하여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가 또 군대를 이끌고 저의 일행을 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래지사를 두가지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다윗이 잠시 숨을 쉬고서 구체적으로 여호와께 기도로 미래를 묻는다; “첫째, 사울왕이 과연 군대를 몰고 이곳 그일라까지 추격을 단행할까요? 둘째, 그일라 주민들이 저의 편을 들까요? 아니면 사울왕의 편을 들까요?”.
여호와 하나님의 답변은 사울왕이 남하할 것이며 그일라 주민들이 살기 위하여 다윗의 거처를 고발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대답을 얻은 다윗은 그일라 주민과 자신의 군사를 한꺼번에 살리고자 한다. 그래서 말없이 그일라 마을을 떠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이 쫓기는 신세이면서도 매사 여호와의 뜻을 묻고 생명을 살리고자 하시는 여호와의 뜻을 따라 자신의 갈 길을 정하고 있는 다윗이다. 그와 같은 여호와신앙과 생명사랑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다윗이기에 여호와께서 그의 피난길에 동행하시는 것이다.
다윗일행이 그일라를 떠나 네게브 지역으로 남하를 했다는 소식을 사울왕의 군대가 듣게 된다. 그러자 사울왕은 군대를 되돌려 기브아 도성으로 돌아가고 만다. 그런데 그 일로 말미암아 다윗장군이 귀한 교훈을 하나 얻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유다지파의 촌락에 머물게 되면 사울왕의 세력이 쉽게 미치게 되어 그곳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윗은 일행과 함께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촌락을 떠나 광야로 들어가고자 한다. 그래서 그일라와 헤브론 사이 동편에 있는 광야 십의 수풀지역으로 들어간다. 그 소문을 은밀하게 듣고서 세자 요나단이 참으로 오래간만에 다윗을 방문한다;
요나단이 다윗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다윗 너를 다음 이스라엘왕국의 국왕으로 세우신 것을 알고 있다. 나의 부왕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그러한 여호와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데 부왕은 그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호와신앙으로 부디 이 난관을 이기고 이스라엘왕국을 여호와를 잘 섬기는 나라로 만들어 달라”.
다윗장군은 세자 요나단이 고맙다. 사울왕이 세자 요나단과 같은 신앙을 지니고 있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아쉬운 마음으로 요나단을 북쪽으로 배웅한다. 그들은 장차 그 운명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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