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6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6. 20:48

王의 비밀68(작성자; 손진길)

 

윤하선은 자신이 종진국의 왕 야율종진으로 살고 있는 동안에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서너 가지 조치를 하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첫째가, 자신과 왕후인 야율애령 사이에 자식이 없자 야율상의 자녀를 양자와 양녀로 삼은 것이다. 재상인 야율상이 무산에 살고 있는 금하란의 자녀와 친정 부모를 종진국의 왕도인 혜산성으로 모시고 왔다. 그리고 야율 재상이 금하란의 자녀를 자신의 족보에 올리려고 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말한다; “야율 재상, 그것보다는 나에게 자녀가 없으니 그 남매를 나의 족보에 올리는 것이 어떻겠소? 왕후인 야율애령도 쾌히 승낙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 그 남매가 바로 금하란이 죽은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자녀이다. 그녀는 완안족에게 죽은 남편의 복수를 하겠다고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손수  무술을 가르친 것이다;

그것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자녀가 없는 국왕 부부가 그들 남매를 양자와 양녀로 삼는다고 하면 훗날 친자식을 얻지 못한 경우 양자와 양녀가 왕위계승권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야율 재상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럽다. 그래서 말한다; “소신도 반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하의 친자식이 아니고 또한 야율의 피를 물려받은 것도 아니니 다른 신하들이 반대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신중을 기하시지요… “.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껄걸웃으면서 대답한다; “야율 재상, 야율족장의 집안으로 따지면 지금 야율애령과 야율상 숙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죽고 말았어요. 그러니 야율상의 현재 부인의 자녀인 그들을 나와 야율애령의 족보에 올린다고 하여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야율 재상만 반대하지 아니한다고 하면 아무도 입을 대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야율종진이 강력하게 주장하자 재상 야율상이 찬성한다. 야율종진이 왕후 야율애령에게 그 말을 하자 그녀가 쾌히 찬성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팽은옥은 지금 저를 지키는 호위백부장으로 있어요. 그리고 팽금호는 국왕을 지키는 호위기마대의 백부장이지요. 그들 남매에게 우리 추장의 성씨인 야율성을 주고 우리들의 양자와 양녀로 삼읍시다. 저는 찬성이예요. 야율 재상이 찬성을 했다고 하니 이제 금하란의 허락만 받으면 되겠군요… ”.

야율애령이 왕후를 지키는 호위장군 퉁예란이린에게 시집을 가버렸기 때문에 임시로 장군직을 맡고 있는 선임 호위백부장 송혜진에게 지시한다; “송장군, 수하를 시켜서 시녀장 금하란은 물론 그녀의 아들인 팽금호 백부장과 딸인 팽은옥 백부장을 모두 즉시 불러오세요. 나와 국왕전하께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날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은 팽금호팽은옥을 양자와 양녀로 삼는다. 그 자리에 재상 야율상과 시녀장 금하란이 함께 참석한다. 팽금호에게 야율종진이 야율금호라는 이름을 하사한다. 그리고 팽은옥에게는 야율은옥이라는 이름을 하사한다. 금호와 은옥이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에게 큰절을 올린다.

그것을 보면서 시녀장이며 그들 남녀의 모친인 금하란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그녀의 남편인 야율상이 말한다; “여보, 당신의 전남편이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10년전 완안족의 침입으로 죽임을 당했으니 그것이 애닯은 일이지요… “.

그 자리에서 야율종진이 낭추 장군과 팽이호 장군을 불러 놓고서 지시한다; “야율금호는 이제 나의 양자가 되었으니 내가 사라지게 되면 왕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요. 그러니 두분 호위장군께서 야율 재상과 힘을 합하여 야율금호 왕자를 잘 보필하여 주세요. 그리고 왕자에게 필요한 교육을 시켜주시고요. 내가 친히 부탁합니다”. 그들 세사람이 삼가 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라고 복명한다.

둘째로, 야율종진은 자신이 없는 경우 야율애령을 지켜줄 호위군사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그래서 왕후의 호위기마병을 400명으로 늘리고 호위장군으로 송혜진 백부장을 정식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그녀의 지휘를 받는 호위백부장으로 야율은옥백차영을 임명한다. 야율은옥이 비록 공주에 해당하는 왕녀가 되었지만 기꺼이 호위백부장의 일을 계속하겠다고 자원하여 그렇게 정한 것이다.

셋째로, 야율종진은 강계성을 방문한다. 그리고 사형인 채고수 성주를 만나서 말한다; “사형께서는 강계성을 중심으로 정복전쟁을 통하여 벌써 사방 200리의 영토를 확보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의주성에서 금강국을 선포한 조금강 사형과 격을 맞추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국의 이름을 무엇으로 정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채성주가 기분이 좋은지 껄걸웃으면서 대답한다; “만주의 패권을 쥔 사제께서 하명하신다면 이 사형은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나는 나의 왕국의 이름을 고수국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왕 오신 김에 저의 대관식까지 보고 가시지요”. 야율종진이 강계성에서 한달을 머물면서 그 대관식을 구경한다.

그 사이에 야율종진은 자신을 경호하고 있는 고수국의 장군 채호병채문병을 은밀하게 자신의 제자로 삼는다. 그리고 한달동안 열심히 무예와 심법을 가르친다. 그들 형제가 얼마나 열심히 배우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무예의 신인 야율종진을 존경한다;

채호병과 채문병 형제는 개인적으로 채고수 국왕의 오촌 조카들이다.

넷째로, 야율종진은 오호대장의 하나인 노총각 퉁우람 대장의 혼사를 추진한다;

왕후인 야율애령의 시녀일을 맡고 있는 하주옥이 무산촌장인 하타르의 영애이다. 따라서 하타르 촌장에게 연락하여 딸 하주옥을 퉁우람 대장의 배필로 달라고 요청한다. 하타르 촌장은 이제 무산성주가 되어 있다.

하타르 성주는 문과 무에 두루 밝은 인물이므로 종진국에서 퉁우람 대장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과거 무산에서 퉁우람하주옥과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따라서 기꺼이 자신의 사위로 삼는다. 그러한 경사스러운 혼례를 치르면서 종진국의 국왕인 야율종진이 더욱 기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야율종진이 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이제 재상인 야율상은 재혼한 부인의 자식들이 왕성을 가지고 왕자와 공주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가 없더라도 종진국을 지탱할 것이다. 그리고 퉁우람 대장이 하타르 성주와 힘을 합하여 이 나라를 지켜 나갈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온성에 있는 사형 김영웅의 나라 대웅국에 자신의 우호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대웅국의 왕도인 온성을 일부러 방문한다. 대웅국의 국왕인 김영웅 사형이 사제인 야율종진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야율종진이 심양왕을 겸하고 있으며 대금황제가 인정하는 만주의 패자이기 때문이다.

야율종진이 대금과 상호불가침 평화조약을 맺고 있기에 김영웅 사형이 사제인 야율종진과 사이좋게 지내게 되면 자동적으로 대웅국이 그동안 점령한 땅이 전부 대웅국의 영토로 확정이 되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구로 국력을 따져보더라도, 종진국이 대웅국에 비하여 대국이다. 실제적으로 대웅국의 인구는 100만명 정도이다. 하지만 종진국의 인구는 500만명이나 된다. 그러니 김영웅 국왕이 자신의 사제인 야율종진과 잘 지내는 것이 국가안보의 초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사형인 김영웅 왕의 호의로 온성에서 한달을 머무른다. 그 사이에 야율종진이 청객 김성곤과 그 동생인 장군 김경수와 친하게 지낸다. 그러다가 하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분 장군에게 제가 우리 고려의 무예와 무공 가운데 가장 심오한 것을 조금 전수해주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김성곤김경수 형제는 귀가 번쩍 뜨인다. 그들은 벌써 전쟁의 소문을 들어서 잘 알고 있다. 대금의 제일고수가 심양성주 진후강이었는데 그가 야율종진의 언월도를 두 번 막지 못하고 그만 즉사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천하에서는 야율종진이 천하제일의 무인이다.

그의 진전을 이을 수만 있다고 하면, 그 자가 바로 천하제일의 무인이 된다. 따라서 두 장군이 나이를 떠나서 야율종진의 제자가 되어 그를 한달간 호위하면서 은밀하게 야율종진의 절기를 모두 배우게 된다. 야율종진이 간편한 복장으로 그들 형제를 가르친다;

그것은 국왕인 김영웅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야율종진은 대웅국의 동량이 되는 두 장군에게도 자신의 절기를 남겨 둔다.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하나는, 자신이 떠난 이후 종진국을 도와줄 우호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동족인 고려사람들에게 역시 고려의 귀족출신인 서우진이 자신의 절기를 물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야율종진은 자신이 일찍 이 세상을 떠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자신이 닦고 있는 무예와 무공이 인간의 경지를 진작에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절정에 이르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렴풋하게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예지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야율종진은 자신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더구나 자신이 건설한 종진국도 역사 가운데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역사의 섭리를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절기와 깨달음을 가급적 동족들에게 많이 남겨두고자 그렇게 애를 쓰고 있다.

아울러 야율종진은 사랑하는 아내 야율애령을 끝까지 지키기 위하여 그 호위세력과 우호세력을 생전에 많이 만들어 두고자 한다. 그와 같은 눈물겨운 야율종진의 마음이 고려의 귀족인 서우진에게, 그리고 이제는 8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윤하선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래서 긴 잠에서 깨어난 윤하선22살의 젊은 나이이지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신이 그 옛날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감지하고 있기에 가슴이 먹먹한 것이다. 그래서 젊은 윤하선이 생각한다; “야율애령은 내가 죽고나서 어떠한 세월을 살아간 것일까?... “.

역사적인 기록이 사라지고 없으니 어디에 가서 그것을 물어보아야 하는가?’ 답답한 노릇이다그런데 8년의 세월이 지나자 윤하선800년후의 야율애령을 만나게 된다. 만주가 아니라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유끼꼬가 바로 그녀이다. 800년전에 고려의 개경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기에 그들은 21세기의 한국과 일본에서 다시 부부의 연을 맺고야 마는 것이다;

이제는 서울의 명문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는 윤하선이 고려 다음에 나타나는 근세조선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어떠한 왕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는지를 알아볼 순서이다. 그 내용이 과연 어떠한 것일까? 그 옛날 자신의 손으로 종진국을 건설했던 야율종진의 후신인 윤하선은 어떠한 국왕이 백성들의 존경을 받으며 역사적인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