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6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6. 20:38

王의 비밀67(작성자; 손진길)

 

의주성주인 사형 조금강의 사신으로 종진국의  왕도인 혜산성에 도착한 인물이 이린이다;

그는 좋은 소식 두가지와 안 좋은 소식 한가지를 가지고 혜산성으로 와서 종진국의 국왕인 야율종진을 예방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가지 좋은 소식은 의주성주 조금강의 원정군이 압록강 하류를 넘어 그 이북지역을 정복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방 200리에 이르는 강토를 얻었기에 이제는 조금강 사형이 금강국이라고 하는 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국왕으로 즉위하였다는 것이다. 백성의 수도 50만명이나 되니 어엿한 군주인 것이다. 금강국의 왕도는 물론 의주성이다.

둘째로, 또 한가지 좋은 소식은 이린이 의주성주의 정보를 담당하는 참모에서 이제는 금강국의 병참을 담당하는 군수대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조금강의 사제인 이린은 국왕의 신임이 두텁다. 그래서 군수대신의 자리에서 군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강 국왕의 지시로 종진국의 왕인 친구 야율종진에게 사절로 오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린이 금강국 사신으로서 공식적으로 야율종진에게 다음과 같이 조금강 왕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금강국의 조금강 왕은 대금의 황제에 의하여 심양왕으로 책봉이 된 종진국의 왕 야율종진에게 먼저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그 이유는 대금의 황제가 야율종진의 나라의 국경을 심양성까지로 인정하고 상호불가침 평화조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린이 전하고 있는 조금강 왕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므로 이제는 만주에서 심양왕인 야율종진이 인정하는 왕국은 곧 대금의 황제가 인정하는 것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심양왕 야율종진이 금강국의 존재를 인정하기만 하면 대금도 금강국과 평화조약을 맺은 것으로 간주가 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금강국을 건설하고 국왕으로 즉위한 나 조금강은 심양왕 야율종진의 축하와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야율종진이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금강국의 성립을 축하한다. 그리고 금강국의 사절인 이린에게 자신의 축하를 조금강 사형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있다. 그 대답을 듣자 이린이 활짝 웃는다. 사절로서의 소임을 완수했기 때문이다.

셋째로, 한가지 좋지 아니한 소식은 개인적으로 이린6개월 전에 상처를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린은 조강지처인 문나옥과의 사이에 자녀가 없었다. 그런데 작년에 아내가 결혼한지 8년만에 처음으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조심하면서 뱃속에서 아기를 잘 키웠다. 그러나 금년 여름에 아기가 태어나는 날 너무 난산이었다. 그 결과 사내아기가 태어났지만 산모는 과다출혈로 그만 죽고 말았다.

아내 문나옥을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한 이린이 그 슬픔을 어찌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국왕인 조금강이 이린을 절친인 야율종진에게 국가사절로 보낸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의 마음도 아프다. 이린과 문나옥의 그 알뜰살뜰한 사랑이야기를 야율종진 곧 고려의 귀족인 서우진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린서우진 자신과 함께 개경의 무술선생인 김숙번에게서 5년간이나 함께 무예를 익한 동문이며 친구이다. 이린은 한때 고려국의 실권자였떤 무신정권의 실세 이의방의 아우이다. 이린의 아내인 문나옥은 고려국의 재상인 문극겸의 딸이다;

1174년에 이의방정중부 부자의 공격으로 살해를 당할 때에 문극겸은 자신의 딸과 사위인 이린을 은밀하게 빼돌려서 멀리 피신하도록 도왔다. 그래서 이린 부부는 5년간 파주골에서 은신을 하였다가 서우진과 김숙번의 도움으로 의주성주인 사형 조금강에게 그동안 몸을 의탁한 것이다.

야율종진은 절친인 이린으로부터 문나옥의 별세소식을 전해 듣자 각별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린, 자네의 아들은 이름이 무엇인가? 잘 자리고 있는가?”. 이린이 힘없는 목소리로 무심하게 말한다; “이름은 이양무라고 지었어. 지금은 유모가 양무를 잘 키우고 있지… ”;

그 말을 절친 서우진이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이린이 이어서 말한다; “우진아, 나는 아들 양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파. 문나옥이 살아서 나와 함께 아들 양무가 커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어서 내 마음이 아픈 거야... “.

이린이 자기도 모르게 슬픔에 빠져서 넉두리가 이어진다; “나와 결혼하여 고생만 하던 사랑하는 아내 문나옥이 이 세상에 남기고 간 하나 밖에 없는 피붙이이지만 나는 아들을 보면 자꾸 문나옥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근래에 나는 양무를 아예 유모에게 맡겨버리고 자주 그 얼굴을 보지 아니하고 산다네…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린아, 그래도 아들인 양무를 생각한다면 애비인 네가 몸을 추스리고 밝게 살아야지. 그것을 먼저간 양무의 어머니도 바라고 있는 소망일 것이야린이 자네가 나하고 동갑이니, 내년이 되어야 29세가 아닌가? 아직은 젊은 나이야.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시 새출발을 하는 것이 자네에게나 아들에게나 다 좋을 것 같아… “.

그 말을 들은 이린이 밝은 화제로 바꾸려고 일부러 농담을 다한다; “허허, 하나밖에 없는 내 친구 우진이, 그런 말을 하자면 내게 좋은 처녀나 한사람 소개하면서 말하지. 그렇게 맨입으로 위로하면 무슨 위로가 되겠나? 허허허…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응대를 한다; “하하, 나야 린이 자네가 원한다면 우리 종진국에서 가장 미인을 골라서 국혼이라도 시켜주겠네어디 한번 골라보게나, 하하하… “.

두사람이 그렇게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웃고 있는데 갑자기 왕의 집무실을 들어서는 장군이 있다. 분명히 장군의 복색인데 그 목소리는 여자이다. 여성장군인 퉁예란이다. 그녀가 국왕인 야율종진을 알현한다.

퉁장군이 국왕에게 보고한다; “국왕전하, 왕후께서 오늘 오찬을 왕후전에서 준비하고 계십니다. 모처럼 의주에서 온 절친을 만나셨으니 함께 왕후전으로 와서 식사를 같이하자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참고로, 종진국의 왕후인 야율애령의 모습이 다음과 같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이린을 데리고 왕후전으로 향한다. 그 앞장을 퉁예란 장군이 서고 있다. 그러자 걸어가면서 조용히 이린이 묻는다; “우진아, 이 여성장군은 누구시냐?”. 야율종진이 웃으면서 말한다; “왕후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장군이지. 그 이름이 퉁예란이야. 자네 마음에 들면 내가 중신을 설 수도 있는데하하… “.

야율종진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린은 그것이 아니다. 그가 작은 소리로 말한다; “정말, 나를 위하여 그녀에게 혼담을 건네 줄 수가 있겠나?”.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이린의 얼굴을 쳐다본다. 홀아비가 된 지 반년밖에 되지 아니한 이린의 얼굴에 이상하게도 어색한 붉은 빛이 돌고 있다.

그것을 보자 야율종진이 속으로 생각한다; “남자들이란 다 도둑놈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군... 그 현숙한 문나옥 여사가 별세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린이 벌써 처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가? 하기야 산사람은 살아야지, 그래… “. 

그날 이린은 종진국의 왕후가 차린 점심식사를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을 못한다. 그저 왕후의 옆에 기립하여 있는 호위장군 퉁예란의 멋진 모습을 훔쳐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늠름한 여장군의 모습 가운데 대단한 미인의 자태가 감추어 있다. 그 값어치를 이린이 벌써 깨닫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야율종진이 속으로 생각한다; “퉁예란 장군과 이린의 혼사라. 그것이 성립이 되면 홀아비인 내 친구에게도 좋고 그 아들인 양무에게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린도 상처의 슬픔에서 벗어날 수가 있겠지. 더구나 금강국과 우리 종진국의 경사가 되겠구만… “.

그래서 그날 밤에 야율종진이 아내인 왕후 야율애령에게 잠자리에서 부탁한다; “홀아비인 내 친구 이린이 퉁예란 장군의 모습을 보고서 반한 모양이요. 이것도 인연이니 당신이 한번 퉁장군에게 혼사이야기를 꺼내 주세요. 마음에 있으면 두사람에게 한달쯤 여기서 사귀는 시간을 주면 좋겠어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

야율애령도 찬성이다. 퉁예란 장군의 나이가 벌써 24세나 되니 그것이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두사람이 정식으로 결혼을 전제로 종진국의 왕도인 혜산성에서 만나 한달간 정담을 나누게 된 것이다.

한달후에는 퉁예란의 가족인 부친 퉁투랑과 모친 하후란이 무산에서 오고 그 오라비인 퉁우람 대장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혼례가 혜산성에서 있게 된다. 그때가 11832월초이다. 한겨울인데도 때 아니게 혜산성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다.  

금강국에서도 혼례소식을 듣고 조금강 국왕이 축하사절을 일부러 보내온다. 그러자 혼례를 끝내고 5일을 지낸 다음에 이린이 새 신부 퉁예란을 데리고 의주성으로 간다. 그곳에서 군수대신인 이린이 국왕 조금강에게 종진국에 다녀온 보고를 드리고 새 아내 퉁예란을 소개한다. 그리고 두사람은 의주성에서 아들 이양무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때 야율종진이나 야율애령은 전혀 몰랐다. 훗날 그들의 나라 종진국이 사라지고 말지만 이린과 퉁예란이 키운 문나옥의 아들 이양무가 훗날 고려의 뒤를 잇는 조선을 세우게 되는 이성계 장군의 5대조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린의 작은 형이 고려를 한때 쥐고 흔들었던 무신정권의 실세 이의방이다. 이의방이 전주 이씨이며 그 완력이 대단한 용장이다. 그러니 이린의 아들 이양무도 작은 큰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그 완력이 대단하다.

더구나 새어머니인 퉁예란 장군이 이양무를 첫돌이 되기 전부터 키우면서 그녀가 야율종진에게서 배운 심법과 무예를 전수해 주었다. 그 덕분에 이양무는 훗날 뛰어난 무장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야율종진의 무공을 전수해준다. 그 덕택에 그 집안은 대대로 놀라운 무장을 배출하게 되고 마침내 고려의 역사를 뒤바꾸게 되고 마는 것이다.

역사는 흐른다. 그리고 왕국도 건설이 되지만 때로는 흔적도 없이 그 자취마저 사라지고 만다. 특히 그 건국이념이 남달리 고상했던 왕국들의 운명이 그러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야율종진이 세운 종진국이다.

백두산의 정기를 받은 모든 족속은 같은 형제자매라고 하면서 모두가 잘사는 이상국가를 꿈꾸었으니 약육강식의 철칙이 지배하는 고대사회에서 어떻게 그 나라가 오래 지속이 되겠는가? 그리고 그 고상한 건국이념이 어떻게 기록으로 남아 있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고상한 이념을 만들어낸 무예와 무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자손들이 만들고 있는 활이 고대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활이다. 그리고 신비스러운 무술과 더불어 환국의 홍익이념을 지금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말을 그대로 글로 적을 수 있는 소리글자를 만들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 잃어버린 왕국 종진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율종진은 혜산성에 수도를 두고서 종진국을 건설하여 다스렸지만 그 영향력은 만주전역을 호령하는 심양왕의 위세 그대로였다;

그가 생존하는 동안에는 대금의 황제가 그를 어찌하지 못했다. 그리고 역시 만주에 존재하는 사형들의 나라도 함께 상부상조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문제는 야율종진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는 1189년말에 35세의 젊은 나이로 별세하고 만다. 조강지처인 왕후 야율애령과의 사이에 한점의 혈육이 없다. 후사가 없이 건국을 한 국왕이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그 다음 종진국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자 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1189년 그해에 대금의 성군인 세종이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남송의 현군 효종마저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원의 두나라 역시 작은 요순시절을 끝내고 있다. 참고로 남송의 효종의 모습이 다음과 같다;

그때부터는 중원의 힘이 약화되면서 북방과 서방의 유목민들이 기를 펴게 된다. 그리고 만주의 야인들도 제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 종진국의 운명은 바다에 떠도는 조각배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한 안타까운 마음이 세상을 떠나는 야율종진의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 가슴이 하도 답답하여 야율종진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크게 외친다; “나의 나라여, 모두가 잘사는 종진국이여, 이렇게 사라지고 마는가? 역사를 섭리하는 신이여, 종진국을 기억하소서… “.

야율종진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 갑자기 80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가면서 20118월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22살의 청년 윤하선이 긴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한국의 역사책을 읽고 있다가 서재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 순간에 800여년전의 고려와 만주를 다녀온 것이다.

그것도 고려의 귀족인 서우진으로 그리고 만주 종진국의 건설자인 야율종진으로 그 신분이 완전히 바뀌어서 다녀온 것이다. 따라서 종진국의 역사는 비록 극동의 기록에서 사라졌지만 그 건국이념과 역사만은 윤하선의 뇌리에 그대로 저장이 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종진국의 흔적을 역사 속에서 다시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가능하지가 않다. 오로지 서우진의 친구였던 이린의 가계를 통해서만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래서 윤하선은 근세조선의 역사를 다시 탐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몇가지 왕의 비밀을 다시 파헤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