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6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6. 07:58

王의 비밀63(작성자; 손진길)

 

야율종진이 장춘성을 정벌하기 위하여 하얼빈성을 출병한 시점이 1182421일이다. 열흘 전에 그는 원정에 나설 것임을 낭추에게 말하고 그 사실을 종진국의 수도인 혜산성에 있는 재상 야율상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야율종진이 자신보다 연상인 야율 재상을 예우하여 친절하게 출정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더니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된다.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야율 재상이 종진국의 국왕인 야율종진에게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은  4가지이다;

첫째로, 추운 만주지역이지만 이제 봄이 되니 얼음과 눈이 녹고 있다. 그러므로 습지가 많은 장춘 지역을 지날 때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척후를 자주 내보내어 기마로 건너기가 어려운 지역을 미리 파악하여 반드시 우회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습지를 건너고 있는 원정군을 향하여 화살공격을 하는 경우에는 많은 희생을 당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옛날 그렇게 의 원정군을 물리친 고구려의 전쟁의 역사를 참고하라는 것이다;

둘째로, 주군께서 길림성을 정벌하고 이제는 완안부의 수도인 하얼빈성까지 차지하였으니 심양에 있는 대금의 주둔군사령부에서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길림성의 서쪽 인근이며 하얼빈에서 심양으로 오가는 길목인 장춘에서 종진국의 원정군을 쳐부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공산이 크니 그 점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시라는 것이다;

셋째로, 대금과 남송의 국력 그리고 거란과 몽골의 국력을 정확하게 평가하시라는 것이다. 그리하여야 우리 종진국의 국력을 참조하여 그들과 군사적으로 대처할 수가 있다는 충고이다. 야율상은 벌써 주군인 야율종진을 모시고 중원에 있는 남송대금의 수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남송의 효종이 양자강 유역의 치수에 성공하고 또한 문물을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인구가 급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강 이남의 한족의 수가 멀지 않아 1억이 된다고까지 언급했다.

그와 대비하여 회수 이북의 대금은 황하를 다스리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하나는, 서쪽 상류에서부터 고원지대의 황토가 계속 황하로 유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상을 계속 높이고 있어 홍수의 피해는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많은 강속의 황토를 인력으로 어떻게 모두 제거할 것인가?

또 하나는, 황하가 몽골과 만나기 전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남하를 하고있다. 그런데 겨울철에 황하가 얼어붙고 봄철에 녹는데 상류인 남쪽이 먼저 녹는다. 따라서 남쪽의 강물이 아직 녹지 아니하고 있는 북쪽의 얼음위를 지나 다시 남하를 한다. 그에 따라 북쪽 유역이 범람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매년 되풀이가 되고 있는 그 범람의 피해를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때문에 대금의 성군인 세종이 아무리 지혜를 짜도 황하의 치수가 어렵고 경제적인 번영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성군의 시대를 만나 대금의 중원인구가 늘고 있다. 그와 비례하여 대금은 유목민의 수를 늘리기에 바쁘다. 그 이유는 한족의 수가 2천만에서 4천만으로 늘고 있는데 비해서 지배 족속인 여진족의 수가 300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란인들을 정책적으로 엄청 받아들여서 관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금의 황제가 노력을 하더라도 2가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첫째, 거란이나 몽골 유목민의 수가 각각 300만명 정도이다. 그 수는 중원의 폭발적인 한족의 인구증가와 비교할 때 너무 적은 것이다. 둘째, 대금의 인구는 결코 5천만명을 넘지 아니할 것이다 그것은 풍요로운 남송의 인구가 대금에 비하여 멀지 않아 2배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금이 쉽게 군사력으로 남송을 정복할 수도 없고 또한 만주로 지원군을 많이 보낼 수도 없는 처지이다. 그러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종진국의 재상 야율상인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야율종진이 파악하고 있는 만주의 여진족과 발해자손의 규모가 대략 700만명 정도이다. 그것은 고려의 인구와 맞먹는 수이지만 그 가운데 종진국이 차지할 수 있는 인구가 최대 500만명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역시 정복전쟁에 나서고 있는 3사형의 나라가 도합 200만명 정도의 인구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재상 야율상은 종진국의 국왕인 야율종진이 그러한 인구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숭무사상을 장려하느냐? 아니면 문치주의에 흐르고 마느냐?에 따라서 훗날의 승리와 멸망의 역사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종진국은 그 옛날 고구려처럼 숭무사상을 계속 장려해야만 한다고 야율 재상이 말한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인구가 국력의 근간이 되고 있는 농업시대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유목민이 용맹하고 투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원의 인구가 그 10배 이상이므로 쉽게 정복할 수는 없다. 그 점을 알고서 주군께서는 지나친 원정을 삼가하시라는 재상 야율상의 사려 깊은 충언이다. 요컨대 야율 재상은 주군 야율종진에게 심양까지 정복하고서 그만 원정사업을 멈추시라는 말씀인 것이다.

넷째로, 역사적으로 고려인과 여진족의 뿌리는 부여인데 그 옛날 부여사람들의 활동의 중심지가 하얼빈이고, 그 뒤를 이은 고구려사람들의 활동의 중심지가 길림과 장춘이라고 야율 재상이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고구려와 발해가 만주를 호령하면서 다같이 심양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원정군에게 각인하라는 것이다;

요컨대, 이번 원정은 대금의 땅을 침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땅을 되찾기 위한 전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뿌리에 대한 깊은 인식은 만주와 중원을 대상으로 하여 개경에서 오래 무역과 장사를 하고 있는 야율상의 식견과 경륜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 점을 새삼 깨달으면서 야율종진은 역사의식이 깊고 국제정세를 보는 눈이 탁월한 야율상을 종진국의 재상으로 모신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렇게 두사람의 관계는 서로 존경하며 아끼고 있다. 그와 같은 두사람의 신뢰관계가 종진국을 탄생시키고 또한 이끌어가고 있다고 하겠다. 나이를 뒤집어 놓고 보면 그것은 그 옛날 유비와 제갈공명과의 관계와 비슷하기도 하다.

한편, 야율종진의 기마대는 그 달리는 속도가 대단하다. 따라서 이틀이 지나자 벌써 멀리 장춘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야율종진은 대군을 그곳 산지에 머무르게 한다. 그리고 낭추장군에게 명령하여 철저하게 장춘 지역을 정탐하라는 것이다. 습지의 상태와 그 건너 야산지역에 대금의 군대가 매복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은 기마대장인 5호대장을 소집하여 장춘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또한 그 점령전략을 세운다. 하얼빈성에서 합류한 3명의 대장 곧 왕강치이신강 그리고 진욱기가 상세하게 장춘성의 사정을 알고 있다. 그들은 지금 장춘성의 성주는 본래 그 지역의 토박이 여진인 야요족의 추장 야요후라고 말한다.

하얼빈의 완안족이 융성하자 그 기세에 눌려서 야요후의 조상이 길림성을 내주고 그 서편인 장춘에 성읍을 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성이 별로 크지는 않다. 그러나 하얼빈과 심양의 중간거점으로서 점점 중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습지가 많아서 장춘성에 들어갈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고 3대장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말한다; “사정이 그렇다면, 3대장 가운데 누가 나서서 사전에 장춘성주와 접촉하고 투항을 권유할 수도 있겠군요. 야요후 성주와 친분이 있는 분이 누구십니까?”. 그 말을 듣자 진욱기가 손을 들고서 말한다; “제가 다소 친분이 있습니다. 한번 화친을 조건으로 항복을 권유해 보겠습니다”.

하루를 기다리자 장춘성을 진욱기 대장이 다녀온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국왕 전하, 장춘성주가 말하기를 지금 서쪽 인근 지역 곧 습지를 지난 구릉지에 대금의 군대가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종진국의 기마대가 그들을 쳐부수는 것을 보고서 우리가 승리하는 경우에는 야요후 성주가 성의 군사 400명과 함께 전부 항복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제장들에게 말한다; “내가 척후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가 역시 그렇습니다. 넓은 습지를 지난 지점에 대금의 군대가 우리를 소탕하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낭추 장군이 그 습지를 우회하여 대금의 군대를 격파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할 것입니다. 잘 듣고 날이 밝으면 그렇게 전투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야율종진이 3사람의 참모와 함께 미리 짜 놓은 전략이 신통하다. 매복하고 있는 대금의 군사의 수가 1,000명 정도임을 척후병이 벌써 알아서 왔다. 따라서 야율종진이 자신이 호위군사 1,600명을 이끌고 습지를 크게 우회하여 배후에서 대금의 매복군을 공격하기로 한다. 그에 맞추어 5호 대장이 지휘하고 있는 기병대가 습지를 건너는 척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그와 같은 양동작전에 대금의 매복군이 휘말리고 있다.

뒤로 돌아온 야율종진이 앞장을 서서 대금 매복군의 배후를 공격하자 그들이 혼비백산한다. 그 틈에 야율종진이 말을 달리면서 대금의 중앙진지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언월도가 적병을 베어 넘기고 길을 내자 야율종진의 말이 그대로 직진한다. 마침내 야율종진의 언월도가 적의 중앙진지의 중심에서 장수들을 지휘하고 있는 적장을 베어버리고 만다. 그 위력이 그 옛날 전설이 된 관운장과 같다;

대금의 장수들이 대장이 죽는 것을 보면서 아연실색한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의 말을 타고서 야율종진에게 대항한다. 그러나 어림도 없다. 야율종진의 말이 방향을 바꾸어 달려오는데 그 위에서 야율종진의 언월도가 내력을 받아 무지하게 빠르기 때문이다. 대금의 장수들이 여럿 달려들어 그 위세를 꺾으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결국 그들 장수들의 장창이 야율종진의 언월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주인과 함께 말위에서 떨어지고 만다.

야율종진의 뒤를 따라온 종진국의 기마병들이 쓰러진 적의 장수와 병사들을 포박하기에 여념이 없다;

야율종진의 호위기마병은 장졸을 가리지 아니하고 그 무력이 엄청나다. 그 이유는 야율종진이 직접 무예를 전수하고 정성을 들여서 강군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금의 기마병이 그들을 이길 수가 없다. 한마디로, 그 실력의 차이가 마치 장수와 일반 병사와 같은 셈이다.

대금의 매복군 1,000명 가운데 100명 정도가 죽고 나머지 900명이 포로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대군을 이끌고 장춘성으로 들어간다;

적병을 사로잡아 오는 것을 장춘성주 야요후가 보고서 약속대로 성문을 열고 항복을 하고 있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야요후에게 질문한다; “서쪽에 있는 사평성철령성에 대하여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

야요후가 간략하게 설명한다; “사평성주는 제가 잘 압니다. 그는 나와 친분이 잇는 사평족의 추장인 사평강한입니다. 그는 대금에게 철령성을 빼앗기고 말았지요. 사평성에는 수비군이 역시 4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금 철령성주는 대금의 장군이 맡고 있습니다. 그 이름이 장후상입니다. 그 휘하여 1,000명이 군사가 있지요”.

그러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나는 야요후 성주에게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나를 대신하여 사평강한 성주를 만나 항복을 권하여 주세요. 내가 원하는 것은 매년 대금에 바치는 조공의 절반만 나에게 바치라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요구조건이 없습니다. 그대로 성을 잘 다스리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야요후 성주가 쾌히 승낙을 한다. 그리고 야율종진의 기병대가 사평성에 평화적으로 입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평성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날 야율종진은 적장 장후상이 지키고 있는 철령성을 치기 위하여 서진한다. 과연 야율종진은 어떻게 철령성을 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