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61(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5. 10:29

王의 비밀61(작성자; 손진길)

 

야율종진은 3일 후에 제2차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3대장과 12명의 장군이 전부 참석하여 의논하였지만 별로 뾰쪽한 방도를 찾지를 못하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야율종진이 혼자서 깊이 생각한다;

그가 내심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내가 백암성이나 운흥성에서 사용한 요인암살의 수법을 사용하면 딱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나의 장졸들이 적의 성을 너무 쉽게 차지하게 되어 그 성의 값어치를 모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전면전으로 싸워서 스스로 희생을 치루어야 장차 하얼빈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지키고자 할 것이다… ”;

그렇지만 또 다른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얼빈성의 수비대 4만명과 직접 부딪칠 수은 없다. 그렇게 되면 1만명이 약간 넘는 우리 군사가 절반 가까이 희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군사로써는 장차 대금의 만주 주둔군이 몰려올 때에는 방어를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절충해야 한다. 사전에 침투조를 여럿 보내어 요인을 암살하고 전격적으로 하얼빈성을 점령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자 야율종진이 마음속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여기 길림성에서 더 오래 전쟁준비를 하거나 전략회의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야율종진이 전략회의석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벌써 11821월 중순이요. 우리가 전략회의를 해보아야 별로 뚜렷한 방책이 나타나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계속 회의를 한다고 하는 것이 시간 낭비이지요. 따라서 나는… “.

야율애령을 비롯하여 모든 대장과 장군들이 아연 긴장한다. 그들의 귀에 다음과 같은 국왕 야율종진의 선언이 들려온다; “차라리 일찍 현지에 도착하여 그곳의 사정을 상세하게 살피고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나는 전쟁준비를 서둘러 21일에는 북진을 단행하고자 하오. 그렇게 알고 제장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해주세요. 이것은 왕명입니다”.

왕명이 떨어진 이상 반론이나 이견이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왕후 야율애령은 물론이고 3대장과 12명의 장군들이 삼가 왕명을 받듭니다라고 말한다. 그로 말미암아 길림성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아직 보름 남짓 시일이 남아 있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길림성주로 임명이 된 왕수칸 장군을 부른다. 그리고 그에게 말한다; “왕수칸 성주, 나는 그대에게 이 길림성의 수비를 맡기고 21일에는 하얼빈성을 점령하기 위하여 원정에 나서고자 하오. 그러니 길림성을 경영하고 지키는 일에 만전을 기해주세요”.

야율종진이 왕수칸 성주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다음에 이어서 당부한다; “특히 세작을 보내어 멀리 서쪽에 있는 심양의 금나라 군대의 동태를 확실하게 파악하도록 하세요. 그들이 은밀하게 이곳 길림성을 치려고 온다면 그것은 큰 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오”. 

왕수칸 장군이 정확하게 알아 들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왕 전하, 제가 성주로 있는 한 사부께서 하명하신 대로 그렇게 길림성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하얼빈성을 점령하시고 그곳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야율족과 기타 동서 여진족 백성들을 구하여 내시기 바랍니다”.

동여진족인 왕수칸 역시 친척 가운데 완안족에게 볼모가 되어 있는 자가 있기에 그렇게 부탁의 말씀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말한다; “그것은 야율족의 추장이며 종진국의 국왕인 내가 응당 해야 하는 일이다. 그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를 말아라. 그리고 동여진에 있는 너의 부친과 숙부들에게도 수시로 안부를 전해 주도록 해라. 내가 동여진의 인질도 모두 구하여 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왕수칸 성주가 자신의 사부이며 종진국의 국왕인 야율종진의 은혜에 감격해 한다. 참으로 자상한 주군이기 때문이다. 나이로 보면 야율종진이 1182년인 금년에 28세에 불과하다. 제자인 왕수칸 자신보다 5살 연상이다. 그러나 그 생각하는 것과 문제해결의 능력이 사람의 경지를 벌써 뛰어넘고 있다. 그래서 왕수칸은 야율종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

21일이 되자 야율종진이 10,600명의 기병대를 이끌고 길림성을 출발하여 북벌에 나선다. 그 며칠전에 야율종진은 기마대장인 왕왕수, 팽호남, 퉁우람 그리고 길림성주인 왕수칸을 한꺼번에 호출했다. 그들에게 긴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이다.

그 특명의 내용이 다음과 같다; “지금 길림성주인 왕수칸의 휘하에는 투항한 백부장과 그들의 병사들만이 3,000명 있어요. 그것은 만약의 경우 위험합니다. 그러므로 각 기병대에서는 500명씩 경력이 오랜 백부장과 기마병을 차출하여 왕수칸 성주의 수비병과 교환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도합 1,500명만 바꾸어 놓으면 길림성을 안전하게 지킬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3기병대장과 왕수칸 장군이 한수를 배우게 된다. 투항한지 얼마 안되는 장졸들은 만약의 경우 상당히 위험한 자들이다. 언제라도 배신하여 종진국을 위기에 빠드릴 수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통제하고 지휘하는데 있어서 감시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그것이 소수의 기병으로 많은 투항군을 운영하는 철칙인 것이다.

기병대이므로 말을 달리는 속도가 상당하다. 그래서 그런지 3일이 지나지 아니하여 벌써 하얼빈성이 멀리 보이는 지점에 들어선다. 더 이상 진행하면 완전한 평지이므로 군마를 숨길 곳이 없다. 따라서 남쪽 산지에서 은신을 하고자 한다. 말이 그렇지 1만이 넘는 기마병이 산속에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하얼빈 지역은 겨울왕국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 이유는 북방에서 밀려오는 시베리아의 겨울 한파 때문에 날씨가 무진장 춥기 때문이다. 그런 2월의 맹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면서 산지에 진지를 구축한다는 것이 고역이다. 그러므로 야율종진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하얼빈성을 점령하고자 한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야율종진이 무엇보다 먼저 직접 적진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왕후인 야율애령에게 부탁하여 그녀의 호위장군인 퉁예란과 그 휘하의 낭자군 10명을 빌린다. 그리고 야율종진은 낭추는 물론 팽장군이 거느리고 있는 첩보부대원 가운데 가장 날렵한 자를 9명 차출한다. 그렇게 하여 밀정 11쌍이 만들어진다.

야율종진이 그들에게 암살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길림성에서 직접 제조하여 가지고 온 암살용 독바늘과 장갑 그리고 안전통을 10쌍 지급한다. 그리고나서 냉정하게 말한다; “운이 좋아 성주나 장군의 내실에 접근하게 되면 그 도구를 사용하여 암살을 시도하라. 그들 한사람을 처리하게 되면 적어도 적병 5천명이 혼란에 빠져서 맥을 못쓰게 된다”. 독바늘에 바른 독은 맹독성이므로 반드시 장갑을 사용해야 한다;

출발직전에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모두 무기를 봇짐에 잘 숨기고 철저하게 신분을 위장한다. 성 가까이 가게 되면 일반백성들을 털어서라도 그들의 호패을 얻도록 하라. 그것이 있어야 하얼빈 성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가 있다. 위장과 연기에 철저를 기하도록 하라”.

그날 정오 무렵에 야율종진과 퉁예란이 부부로 꾸미고 기타 10쌍의 가짜 부부가 각각 호패를 구하여 성문을 통과한다. 그들은 두 시진 동안이나 하얼빈성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번화한 하얼빈성이므로 그들 가짜부부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아니하고 있다. 그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어둠이 깃들기 전에 야율종진이 변두리에 있는 주막을 하나 세내어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척을 한다. 주막주인과 주모가 잠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낭추와 퉁예란을 통하여 정탐꾼 모두를 깨운다. 그리고 봇짐에서 검은 옷을 꺼내어 모두 덧입도록 지시한다;

다음에는 모두 등에 칼을 메고 완벽하게 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린다. 그리고 야음을 이용하여 마치 새와 같이 날렵하게 낮에 미리 보아 둔 성주의 저택과 고관들의 저택으로 잠입한다. 겨울 밤이 추워서 그런지 관솔불을 밝히고 있는 저택에서 모두가 안심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그것이 잠입조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날 밤 그들 22명의 암살단에 의하여 하얼빈성의 요인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만다. 야율종진이 퉁예란과 함께 완안웅이 잠자고 있는 내실을 찾아 지붕을 날아다닌다;

그 결과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을 찾았더니 완안웅의 침실이 맞다. 야율종진이 기와장을 벗기고 독침을 사용하여 잠자고 있는 완안웅을 깨끗하게 암살하고 만 것이다.

다시 기와장을 덮어두고 야율종진이 퉁예란과 함께 하얼빈성을 탈출한다. 그날 밤 남쪽 산지의 진지로 무사히 돌아온 10쌍의 정탐꾼들의 보고가 다음과 같다; “지시하신 대로 하얼빈성 완안족 군부지도자들의 저택으로 잠입하여 그들을 암살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그 성으로 쳐들어가면 승리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하얼빈성 남쪽과 동쪽의 교외지역에는 야율족 포로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서여진족과 동여진족의 포로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외성을 쌓는 일에 계속 동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일터가 가까운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야율종진은 그들 포로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한밤중을 피하여 새벽 어스름한 시간에 기마대를 이끌고 하얼빈성으로 진격한다;

성문이 닫혀 있으므로 남문을 열수 있도록 특공대를 투입한다. 사다리를 성곽에 걸치고 재빨리 성안으로 침투한 후에 경비병을 물리치고 성문의 빗장을 연다. 그러자 1만명이 넘는 야율종진의 기마병이 일시에 성내로 침입한다.

하얼빈성에 2만명의 상시 수비대와 또 동북여진 여러 성에서 차출한 2만명의 군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추장인 완안웅과 여러 장군들이 간밤에 암살을 당했기에 그 어떠한 긴급조치도 취해지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4만명에 이르는 하얼빈성의 군사들이 사로잡히게 된다.

날이 밝아 오자 세상이 바뀌게 된 것을 백성들이 알게 된다. 특히 성밖 동쪽과 남쪽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던 야율족과 동서 여진족의 포로들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른다. 퉁우람 대장과 퉁예란 호위장군은 야율족 포로 가운데서 자신들의 부친인 퉁투랑을 찾고 있다. 마침내 부친을 만나게 된다.

퉁투랑은 자신의 아들과 딸이 야율족 추장을 섬기는 기병대장과 호위장군이 되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되자 너무 놀란다. 그리고 새로운 추장 야율종진이 종진국을 세우고 이제는 완안족의 중심지 하얼빈성을 정벌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퉁투랑이 야율종진을 찾아와서 그 발 앞에 엎드려 하례를 드린다.

그의 말이 다음과 같다; “야율족의 무술선생 퉁투랑이 새로운 추장이시며 종진국의 국왕이신 야율종진 전하에게 문안을 드립니다. 너무 늦게 인사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저의 아들과 딸을 거두어서 원수를 갚게 하셨으니 그 은혜가 백골난망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하얼빈성의 성주 자리에서 내려와 바닥에 있는 퉁투랑의 손을 잡는다. 그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한다; “포로생활을 하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진작에 원수를 갚고 해방을 시켜드리지 못하여 미안합니다. 하지만 이제 새날을 보게 되였으니 부인이신 하후란을 만나시고 행복을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날 포로들이 살고 있는 촌락을 동서 여진출신의 장졸들이 방문하여 친지를 찾느라고 바쁘다. 그 결과 눈물의 재회가 이루어진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가 없는 이산가족의 상봉인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선포한다; “우리의 종진국에서는 종족 간의 차별이나 불평등이 없습니다. 모두가 백두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같은 자손들입니다. 그러므로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 선언을 듣고 포로들 뿐만 아니라 태반의 하얼빈성의 주민들이 함께 환호한다. 그들도 역시 극소수 완안족의 지배와 차별에 그동안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항복한 4만명의 병사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투항하지 아니하는 장졸들이 별로 없다. 기껏 20명 정도의 장수들만이 완안웅에게 끝까지 충성하겠다고 말한다.

야율종진이 낭추와 팽이호에게 민심을 수습하고 하얼빈성을 안정시킬 시책을 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두사람의 호위대장이 마련한 방안이 야율종진의 뜻과 합치하기에 그대로 시행한다. 그 주요 골자가 다음과 같다;

첫째, 길림성에서 한 것처럼 투항한 장졸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한다. 그 기간이 2달이다. 그 성과를 보고서 장군과 장수들에 대한 보직을 결정한다. 그 결과 기마대장 3명을 선택하는데 그 이름이 왕강치이신강 그리고 진욱기이다. 그들은 완안족이 아니면서도 기마대장을 지낸 인물들이므로 그 실력이 상당한 자들이다. 그리고 장군이 15명이고 백부장이 300명이나 된다.

둘째, 하얼빈성을 책임지고 경영하며 수비할 수 있는 성주를 선택해야 한다. 낭추와 팽이호가 이번에는 3명의 기마대장 가운데 한사람을 선택하여 그 중책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야율종진은 동여진족 출신인 왕왕수 대장을 하얼빈성주로 임명한다. 그로 말미암아 종진국의 기병대장은 5명이 된다. 퉁우람, 팽호남, 왕강치, 이신강, 그리고 진욱기이다. 그들이 이름하여 종진국의 5호대장이다;

셋째, 하얼빈성이 종진국의 북쪽 최대의 국경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성을 수비하기 위해서는 1만명의 기마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낭추와 팽이호가 주장하고 있다 그 진언을 받아 들여서 야율종진이 왕왕수 성주에게 1만명의 기병대를 하얼빈성의 수비대로 주어 지휘하게 한다;

넷째, 하얼빈성에서 노역에 시달리고 있던 동서 여진족 포로들을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들에게 여비와 생활비를 주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지원하는 것이 좋을지 두 장군이 야율종진의 생각을 묻고 있다. 야율종진은 두말없이 하얼빈성의 국고를 털어서라도 그들에게 넉넉하게 지급하여 고향으로 보내라고 지시한다.

그런 일들을 결정하면서 야율종진이 심양에 있는 대금 군대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3사형들의 원정군이 어느 정도 북진을 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이제 야율종진의 다음행보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