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3. 16:04

王의 비밀47(작성자; 손진길)

 

야율종진이 아침에 기마대를 이끌고 삼수성을 출발하여 정오가 되기 전에 벌써 혜산을 둘러싸고 있는 남동쪽의 산지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혜산성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율종진은 2,000명이나 되는 기병들을 그 산에 숨긴 채 정탐꾼을 혜산성안으로 들여보내고자 한다. 그는 고심하다가 자신의 아내인 야율애령과 퉁대장의 누이인 퉁예란 장군을 정탐꾼으로 선발한다.

두사람에 대한 야율종진의 지시사항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야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안에 살고 있는 야율족 사람들의 사전협조가 필요해요. 그러니 애령과 예란은 이제 민간인 복장을 하고서 성안에 들어가세요. 그리고 야율상 부부와 대장장이 투란을 만나서 협조를 부탁하세요”;

어떠한 협조 사항일까?’, 궁금해하는 두사람에게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우리의 공격시간에 맞추어 그들이 안에서 성문을 열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둘째, 야간 기습이므로 적군과 아군을 식별하기가 힘들어요. 그러니 성안 어느 곳에 우리 야율족이 정착하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확인하고 오세요”.

혜산성과 장백성을 직접 지배하고 있는 완안족의 장군 완안삼웅이 서여진족이나 동여진족에게 인심을 크게 잃었는가 보다. 왜냐하면, 야율종진이 기마대를 이끌고 동여진과 서여진의 땅에서 전쟁을 치면서 여기까지 이르렀지만 아직 그에 대한 소식이 혜산성에 있는 완안삼웅에게 전해지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혜산성이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 그때문에 야율애령과 퉁예란이 여진족 아녀자의 차림으로 쉽게 성문을 통과한다. 야율애령은 한두 달 전에 야율상 부부와 대장장이 투란과 함께 혜산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혜산성 중심부에 야율상이 공방을 열고 변두리 남쪽에는 투란이 대장간을 세우겠다고 땅을 산 것이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야율애령이 퉁예란을 데리고 쉽게 야율상 부부의 공방과 투란의 대장간을 찾아간다. 그들 모두는 변두리에 있는 투란의 집에서 은밀하게 회동을 가진다. 그 자리에서 야율애령은 추장인 야율종진이 약 2,000명의 기마병을 동남쪽 산지에 숨겨두고서 오늘밤의 야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야율 재상에게 성안에서의 내응을 바란다는 추장의 지시를 전한다.

그 말을 듣자 야율 재상이 빙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미 그럴 줄 알고 우리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요. 오늘 저녁에 우리가 두가지 일을 할 겁니다; 하나는, 서쪽에 있는 창고에 불을 지르는 것이지요. 그러면 불을 끄기 위하여 성내의 군사들이 서쪽으로 몰릴 겁니다”;

야율애령과 퉁예란이 경청한다. 그러자 야율 재상이 이어서 말한다; “또 하나는, 어두워지면 동쪽의 성문을 열도록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혜산성에 은밀하게 야율촌을 만들고 벌써 50가정을 이주시켰어요. 그러니 상당수의 야율 장정들을 무장시켜서 동쪽 성문을 공격할 예정입니다. 안에서 동쪽 성문이 열리면 그때 바로 기마대를 몰고서 성안으로 들어오세요”;

그 말을 듣자 야율애령과 퉁예란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리고 야율애령이 야율 재상에게 질문한다; “야율 추장께서는 야습 도중에 성안에 있는 우리 야율족이 다치게 될까 우려하십니다. 그래서 야율족 정착촌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오라고 하셨어요. 어떻게 보고를 드릴까요?”.

야율 재상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제 집사람 금하란이 무예가 능통합니다. 그러니 두 분과 함께 가서 추장님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금하란의 정보를 듣고서 야율촌 사람들이 사는 곳을 피하시고 또한 전투에 동원이 된 야율족 장정들의 표시를 식별하시면 됩니다”. 야율애령과 퉁예란이 야율 재상 옆에서 웃고 있는 금하란을 보고 따라서 웃는다.

세사람이 무사히 혜산성을 빠져나와 산지로 가서 야율종진에게 상세하게 보고한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퉁대장과 왕대장 그리고 팽대장을 불러 놓고서 말한다; “오늘 밤 성안에서 우리 야율족 사람들이 내응을 하기로 했습니다. 서쪽 창고에 불을 질러서 완안삼웅의 군사들을 서쪽으로 몰리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동쪽 성문을 공격하여 안에서 열 것입니다. 또한… ”.

야율종진이 금하란을 가리키면서 세명의 대장에게 말한다; “혜산성에는 이미 야율촌이 일부 형성이 되어 있어요.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여기 야율 재상의 부인이신 금하란의 설명을 잘 듣고 행동하세요. 특히 야율족속이 살고 있는 지역을 말할 것이니 그 지역을 피하도록 하세요”. 그에 따라 야율족 기병대장인 퉁우람과 동여진족 기병대장인 왕왕수 그리고 서여진족 기병대장인 팽호남이 금하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야율종진의 기마대가 산지에서 혜산성을 내려다보니 저녁 무렵에 서쪽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그것을 보고서 2,000명의 기마대가 소리를 죽이면서 성 가까이 접근을 시도한다. 그러자 갑자기 동쪽의 성문안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안에서부터 성문이 열리고 있다. 그때 바깥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기마대가 일시에 성안으로 쳐들어간다.

야율종진의 기마병들은 사전교육에 따라 머리에 흰 모자를 쓰고 있는 장정들을 일체 공격하지 않는다. 그들이 바로 야율족 장정들이기 때문이다. 혜산성주인 완안삼웅의 군대의 수가 야율종진의 기마대보다 적지 않다. 하지만 졸지에 야습을 당한 입장이라 당황하여 크게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많은 군사들이 서쪽 창고에 난 불길을 잡는다고 동원이 된 형편이라 동쪽 성문을 통하여 일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적의 기마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더구나 야율족 기마병들은 7년전 완안족의 습격으로 부족이 멸망을 당했기에 그 복수를 한다고 인정사정이 없다. 그러므로 완안삼웅의 병사들의 희생이 막심하다.

전세가 기운 것을 보고서 완안삼웅이 북쪽 성문으로 몰래 빠져나가 압록강을 건너서 장백성으로 도망을 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곳에 사전매복하고 있던 하공영 장군과 팽이수 장군의 기마병들에게 붙들리고 만다.

그 두 장군은 어두워지기 전에 혜산성 동남쪽 산지에서 주군과 마지막 작전회의를 할 때에 도망치는 완안삼웅을 자신들이 체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들은 완안삼웅의 군대가 북쪽으로 탈출하여 장백성의 방비를 튼튼히 하는 것을 미리 예방하고자 한 것이다.

혜산성을 점령하자 관청의 마당에서 야율종진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그 앞에 하공영과 팽이수가 완안삼웅을 잡아서 끌고 온다. 야율종진이 두 장군의 노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치하한다; “나는 문무를 겸비한 하공영 장군과 팽이수 장군의 선견지명과 적장을 사로잡은 공을 높이 치하한다. 그대들의 놀라운 체포작전으로 우리는 내일 날이 밝으면 곧바로 장백성을 급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공로는 모두 그대들의 것이다”.

체포를 당한 완안삼웅이 그 자리에서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너희들은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나는 대금의 황족이다. 감히 나를 건드리고 너희들이 무사할 줄 아느냐? 어림도 없다. 대금의 황제께서 수십만명의 대군을 급파하여 너희들을 도륙할 것이다. 그러니 나를 순순히 풀어주는 것이 유일한 너희들의 살길이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퉁대장에게 지시한다; “야율족은 7년전에 완안웅과 그의 형제들이 지휘하는 군대에 의하여 멸망 당했다. 이제 그 원흉의 한사람을 체포했다. 그러니 야율족의 기병 가운데 완안웅의 형제들에 의하여 가족이 몰살 당한 자가 있으면 직접 나와서 칼로 저놈을 처형해도 좋다”;

 

그 말을 들은 완안삼웅이 그제서야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때 야율족 병사 가운데 한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자신의 칼로 완안삼웅의 목을 치고 만다. 그것으로 혜산성은 완전히 야율종진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야율종진은 적장의 목만 베고 나머지 살아남은 혜산성의 군사들에게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너희들 가운데 살고자 하는 자는 앞으로 나서라. 나는 우리 군사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하는 자는 이 자리에서 전부 참하고 말겠다. 빨리 선택하라”.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그날 저녁의 야습으로 죽은 혜산성의 병사가 3분의 1이다. 살아남은 병사가 아직도 1,000명이나 된다. 그런데 한사람도 남김없이 전부 야율종진의 부하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적의 장수로 보이는 자에게 묻는다;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어째서 완안삼웅을 따라 죽고자 하는 대장부의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가?”.

 그 자가 다음과 같이 야율종진에게 읍을 하면서 대답한다; “저는 동북여진족입니다. 동북여진에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완안족이고 그들이 무력으로 동북여진의 모든 족속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저는 완안족의 억압을 받고 있는 후리족속입니다. 더구나 저는 후리족장 후리종의 아들인 후리신종입니다. 그동안 완안족의 압제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러니 야율추장님께서는 부디 완안족을 쳐부수시고 저희 후리족속을 해방시켜 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이제부터 후리신종은 나와 함께 그 일을 하도록 하자. 그리고 나 야율종진은 후리신종을 동북여진의 기마대를 이끄는 나의 장군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여기 혜산성의 장수들 가운데 완안족이 아닌 동북여진족 출신은 모두 앞으로 나서라”.

그 명령에 따라 무려 5명의 장수들이 앞으로 나선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다시 명을 내린다; “이제는 완안족 출신의 장수들이 앞으로 나서라.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나서라. 사후에 발각이 된다고 하면 내가 처형으로 다스리겠다”. 그러자 4명의 장수가 앞으로 나아온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후리신종에게 묻는다; “본래 혜산성에서 근무하던 완안족 출신 장수가 모두 몇명인가?”. 후리신종이 즉시 대답한다; “본래 완안족과 기타 족속이 ‘7:7’입니다. 그런데 동북여진 출신 장수 1명과 완안족 출신 장수 3명이 전사하고 지금은 기타 족속의 장수가 6, 완안족 장수가 4명이 생존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낸다; “너희 4명의 장수는 완안족 출신인데 어찌하여 완안삼웅을 따라 죽지를 않는가? 그 연유가 무엇인가?”. 그 중의 한사람이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완안족이 동북여진의 지배족속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완안족은 벌써 대금의 중원으로 이주를 하고 비협조적인 완안족속들이 동북여진에 남아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

그 장수가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십 수년전에 갑자기 연경에서 하얼빈으로 완안웅 형제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황족이라고 하면서 완안족의 실세가 되었지요. 대금의 만주 주둔군을 움직여서 서여진을 치고 동여진의 항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저희 동북여진에 남아 있던 나머지 완안족들도 꼼짝 없이 그의 수하가 되고 말았지요”.  

그 다음에 그 장수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우리가 같은 완안족이므로 약간의 우대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추장의 가족이고 우리들은 항상 그들의 종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완안웅과 그의 형제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점을 굽어 살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잠시 생각을 한 다음에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 “너희들의 말을 듣고 내가 기회를 주겠다. 일단 완안족이 아닌 동북여진의 장수들은 모두 후리신종처럼 나의 장군으로 삼는다. 그리고 완안족 출신 장수들은 이번 나의 장백성 공격의 선봉이 되어 공을 세워라. 그리하면 내가 장수로 삼겠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의 장졸들과 이번에 새로 편입이 된 혜산성의 장졸들이 혀를 내두른다. 참으로 보통 지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야율종진을 존경하면서 또한 두려워하게 된다. 그렇게 혜산성을 점령하고 논죄를 끝내고 나자 야율 재상 부부와 대장장이 투란의 가족 그리고 기타 야율촌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추장인 야율종진을 찾아온다.

야율종진과 야율애령 그리고 무산에서 온 야율촌 장졸들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그날 승리의 축배를 든다. 그리고 혜산성에서의 밤이 깊어 간다. 다음날 새벽 일찍 야율종진은 전군을 동원하여 압록강을 넘는다. 그들의 기마대가 장백성을 치고자 한다. 과연 그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