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3. 10:17

王의 비밀44(작성자; 손진길)

 

야율종진이 이끄는 엄청난 수의 기병이 동여진의 땅을 벗어나 서여진 동부지역으로 북진하고 있다. 이제는 지형이 바뀌어 비옥한 해안이 아니라 황량한 고원지대이다;

개마고원으로 불리고 있는 그곳의 중심이 물이 있는 영주성이다;

개마고원 일대에 살고 있는 서여진족은 유목민이며 약탈식 생활방식에 익숙하다. 따라서 전사 중심의 사회이며 비옥한 해안지역 동여진의 땅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숭무사회이므로 7년전에  동북여진이 남침했을 때에도 그들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많은 희생을 내고 말았다.

그 점이 재빨리 항복하고 조공을 바침으로써 살아남은 동여진과는 다른 것이다. 특히 7년전에 동북여진 완안족의 침입에 끝까지 맞선 족속이 영주성의 야율족이다. 그들은 개마고원의 중심 성읍 영주성에서 쫓겨났을 뿐만 아니라 패전으로 말미암아 철저하게 멸망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한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야율애령은 개마고원으로 들어오면서 새삼 전의를 다지고 있다. 야율종진은 자신의 오른쪽에서 입술을 깨물고 열심히 말을 달리고 있는 사랑하는 연인이자 아내인 애령을 힐끔힐끔 살핀다. 말이 없어도 그녀의 마음을 알 것만 같다.

야율종진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왼쪽에서 말을 달리고 있는 두사람의 대장 곧 퉁우람왕왕수를 보면서 묻는다; “개마고원에 있는 서여진족의 성읍 가운데 영주성갑산 그리고 삼수성은 우리가 반드시 차지해야 합니다. 그곳을 다스리고 있는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젊은 퉁우람이 열심히 말을 달리면서 얼른 대답한다; “7년전에 영주성과 갑산 그리고 삼수의 서여진족들은 완안족의 침입으로 거의 궤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곳의 지배세력들은 용맹하여 침략군과 끝까지 싸우다가 거의가 죽고 일부만이 전쟁포로가 되어 끌려가고 말았지요. 그후에 세사람의 무인이 등장하여 그곳을 다시 통치하고 있습니다”.

야율종진이 궁금하여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퉁우람이 이어서 설명한다; “가장 무예가 뛰어나고 영리한 자가 하영무인데 그가 영주성을 차지하고 개마고원에서 패주의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친구인 팽호갑산의 호랑이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가 갑산성을 지키고 있지요. 그리고… ”. 오늘날의 지도를 참조하면 그 옛날 영주성이 풍산인 것 같다;

퉁우람이 잠시 숨을 쉰 다음에 말한다; “팽호의 아들인 팽호남이 또한 걸물입니다. 그가 젊은 나이에 독립하여 자력으로 삼수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영무팽호가 개마고원의 지배자이고 팽호남이 부친을 돕고 있지요. 그러니 아무래도 그들 세 사람이 서로 연합군을 형성하여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제는 왕왕수 대장에게 묻는다; “왕대장은 그들의 군사력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왕대장이 대답한다; “동여진은 서여진의 군사적인 움직임에 민감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동여진의 마을을 약탈하기가 일쑤이기 때문이지요그런데… “.

야율종진이 왕대장의 다음말을 기다린다. 왕대장이 신중하게 설명한다; “제가 알기로는 서여진의 형편도 어렵습니다. 하영무팽호가 지역의 강자로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금의 뿌리가 되고 있는 동북여진 완안족에게 충성하는 신하의 입장이지요. 그들은 매년 완안웅에게 조공을 바쳐야 하고 그의 내정간섭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중요한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완안족과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대금의 군대를 친다고 할 때 그들은 우군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적이 될까요?”. 왕대장이 잠시 생각을 한다. 그 다음에 그가 신중하게 답변한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현재로서는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겉으로 보면, 분명히 그들은 완안웅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습니다. 완안웅대금을 섬기면서 자신들의 성읍을 다스리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한마디로 마무리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우리가 그들과 부딪쳐보면 정확하게 그들의 내심을 알게 되겠군요. 나는 그들이 우리와 힘을 합하여 완안족과 대금의 주둔군을 물리치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만약 그렇다면 철저하게 궤멸을 시킬 도리밖에 없지요… “.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전속력으로 말을 달리다 보니 벌써 산허리를 돌아서면 멀리 영주성이 보이는 위치까지 다다르게 된다. 묘하게도 영주성에 이르는 길은 산과 산 사이에 겨우 나 있는 그길 하나밖에 없다;

그곳을 바라보던 야율종진이 손을 들고서 급히 전군에게 멈추라고 명령한다. 무슨 일인가?

야율종진과 함께 제1선에서 말을 달려온 오른편의 야율애령 그리고 왼편의 퉁대장과 왕대장이 급히 정지를 하면서 의아해한다. 그러자 그들의 귀에 야율종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영주성 앞을 지키고 있는 두개의 산을 자세히 보세요. 그곳에서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살기가 일어나고 있어요. 상당한 매복이 저곳에 있군요… ”.

야율종진의 대군이 500보 이상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보다가 산지에서 하영무팽호가 군사들을 데리고 평지로 내려온다. 그들은 천혜의 요새인 영주성의 좌우편 산에 매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산 뒤에 있는 영주 성문에서 쏟아져 나왔는지 많은 군사들이 말을 각자 여러 마리 끌고서 나온다.

평지로 내려온 매복군들이 말을 받아서 전부 올라탄다. 그들은 이제 활 대신에 긴 창을 손에 쥐고서 명령만 떨어지면 야율종진의 기마대로 돌진하고자 준비한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야율종진이 갑자기 큰소리로 웃으면서 외친다; “하영무팽호는 들으라. 그대들은 완안웅의 지시로 지금 나의 군대의 북진길을 막고 있는 것이냐?”.

그 말을 듣자 영주성주인 하영무가 역시 껄걸 웃으면서 호탕하게 외친다; “나를 완안웅의 개취급을 하고 있는 건방진 녀석이 누구냐? 너희들이 감히 사전에 개마고원의 주인인 나 하영무에게 양해도 구하지 아니하고 영토를 침범하였기에 내가 혼을 내주고자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는 어째서 나의 지경을 건방지게 침범하고 있느냐?”.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큰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7년전까지 영주성을 지배하고 있던 야율종 추장의 후계자인 야율종진이다. 그동안 나를 대신하여 영주성을 지켜준 하영무 너에게 나는 감사한다. 하지만 이제는 주인이 돌아왔으니 영주성을 본래 주인인 야율족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그러자 하영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7년전 완안족에게 멸망을 당한 야율족이 무슨 힘이 있어서 영주성을 되찾는다고 하는가? 지금 영주성은 나 하영무가 지배하고 있다. 너 뿐만 아니라 완안웅이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결코 성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가져가고 싶으면 실력으로 한번 가져가보아라”.

그렇게 나온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말한다; “그렇다면 좋다. 실력으로 우리 야율족이 다시 점령해야 하겠다. 그런데 우리 두사람의 싸움에 너무 많은 병사들이 희생을 당해서는 안되겠다. 그러니 너와 내가 단 둘이서 한번 대결을 하여 영주성의 지배자를 다시 정하는 것이 어떠냐?”.

그 말을 듣자 하영무 뿐만 아니라 그 옆에 서있는 팽호까지 껄껄거리고 웃는다. 그리고 팽호가 나서서 외친다; “지금까지는 야율종진 네 녀석이 그렇게 약은 수로 동여진을 굴복시킨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다. 개마고원의 지배자인 우리들이 어째서 지형적인 유리함을 버리고 너와 단둘이 무술시합을 한단 말인가?... ”.

역시 늙은 고추가 매운 법이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어본 하영무팽호이기에 능구렁이 같이 무술대결에 응하지를 아니하고 있다. 그들은 벌써 50대 초반의 나이이기에 사실 힘이 부치는 것이다. 상대인 야율종진을 보니 팔팔한 20대로 보인다. 그러니 늙은 자신들이 그의 맞상대가 될 리가 없다.

갑자기 그들 가운데 한사람의 젊은 무사가 앞으로 나서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정 무술실력을 겨루어 보고 싶으면 나와 함께 시합을 해보면 된다. 나는 삼수성의 성주인 팽호남이다. 나를 이기면 내가 삼수성을 내줄 수는 있다. 하지만 개마고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나의 부친인 팽호와 백부인 하영무 추장이 이끄는 무시무시한 기마대를 격파해야만 할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야율종진이 자신만큼이나 젊은 장수 팽호남을 자세히 살펴본다. 그리고서 말한다; “팽호남 그대는 기골이 장대하고 몸이 날렵하게 생겼구나. 참으로 좋은 무인의 신체조건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한수위의 무사를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좋다. 그렇다면 먼저 내가 그대와 시합하여 삼수성부터 접수하겠다. 그 다음에는 두 영웅과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하자꾸나. 이랴!...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야율종진이 말을 몰고서 전속력으로 돌진한다. 한손에는 어느 사이에 언월도를 쥐고 있다. 상대방인 팽호남도 지지 아니하고 자신의 장창을 손에 들고서 말을 달려온다. 중간지점에서 그대로 정면충돌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십보 이내에서 그들은 말을 잘 조종하여 옆으로 서로 비낀다.

그 순간에 절묘하게 양편의 장창과 언월도가 마주친다. 불꽃이 먼지 가운데 번쩍 일어난다. 그것을 보고 있는 양진영의 장졸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전투의 모습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말을 돌린 두사람이 다시 무기를 앞세우고 상대방을 향하여 돌진한다. 관중들이 손에 땀을 쥔다. 그때 절묘한 무예를 팽호남이 펼친다.

그가 장창을 한손으로 야율종진에게 빠른 속도로 던지면서 등뒤에 있는 칼을 꺼내고 있다. 그 창이 날라오는 속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밀어닥치고 있는 그의 칼이 또한 쾌검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이 그 다음에 발생한다. 갑자기 야율종진의 몸이 말위에서 허공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몸을 숙인 채 칼을 휘두르고 있는 팽호남의 어깨 위에 떨어져 내리고 있다. 팽호남의 오른쪽 어깨죽지가 야율종진의 발에 찍히게 되자 그가 말에서 굴러 졸지에 떨어지고 만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팽호남의 말의 안장을 한번 다른 발로 차고서 그 힘으로 땅에 무사히 착지한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언월도가 번쩍이고 있다

야율종진은 자신의 말이 돌아오자 다시 마상에 오른다. 그리고 땅에 쓰러져 있는 팽호남을 내려다보고서 말한다; “이제 나는 너의 부친과 백부와의 전투가 바빠서 돌아가니 빨리 일어나서 네 자리로 돌아가라. 한번은 용서하지만 두번의 자비는 없다. 이랴!... “.

그 광경을 멀지 아니한 곳에서 지켜본 그의 부친인 팽호는 간담이 서늘하다. 아직 한번도 자신의 아들 팽호남이 무술시합에서 진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출어람이라고 하는 그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그런데 오늘 무참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러니 무예로는 야율종진을 꺾을 수가 없다. 이제는 기마전으로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그래서 팽호는 의원을 급히 팽호남에게 보내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마대에게 명령한다; “위대한 갑산의 기마대는 돌진하여 건방진 야율종진의 기마대를 박살내라”. 그러자 하영무도 외친다; “나의 영주성 기마병들이여, 갑산의 부대와 합세하여 단숨에 적을 무찔러라”.

함성도 요란하게 1,500명 정도로 보이는 대규모의 기마대가 야율종진의 진영으로 돌진해온다. 개마고원의 기마병들은 장창을 손에 쥐고 다른 한손에는 말고삐를 바투 잡고 몸을 숙이면서 말을 달려오고 있는데 그 속력이 엄청나다. 한마디로, 만주의 마적 떼와 같다.

그것을 보면서 야율종진이 두 대장에게 명령한다; “내가 앞장을 서서 중앙을 그대로 돌파할 것이니 두 대장은 좌우에서 협공을 하세요. 가급적 치명적인 급소를 피하고 적을 제압하세요”;

그 말 그대로 언월도를 손에 잡은 야율종진이 가장 선두에서 적의 중앙을 향하여 돌진한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이 발생한다. 야율종진이 언월도를 풍차처럼 휘두르자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들어오는지 그 앞에서 달려오던 적의 기마병들이 말위에서 하나같이 추풍낙엽처럼 굴러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자 기마대의 중앙이 그대로 뚫리고 만다. 그 다음에는 적진을 통과한 야율종진이 적의 후방에서 사자후를 토한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서여진 기마병들이 귀를 막느라고 열심이다. 전쟁을 칠 엄두가 나지않고 그들은 고막부터 살려야 한다. 그래서 달리는 말의 방향을 틀어서 옆으로 멀리 파하기에 바쁘다;

그 모습을 보고서 그들의 양 옆에서 야율종진의 기마대가 덮쳐온다. 그들은 장창으로 적들의 허리를 쳐서 열심히 말에서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게 한식경이 지나자 마침내 말 위에 버티고 있는 서여진의 병사가 한 사람도 없다. 완벽한 야율종진의 기마대의 승리이다. 그 다음의 뒤처리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바야흐로 개마고원의 주인이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