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3. 10:24

王의 비밀45(작성자; 손진길)

 

전투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결정이 되면 승자는 패자의 운명을 결정하고 그들의 전리품을 챙기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승자는 패장의 목을 베고나서 항복하는 군사들을 자신의 포로로 삼는다. 반면에 승복하지 아니하는 적병들에 대해서는 죽음을 내린다;

더구나 승자는 패자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과 영토를 전리품으로 차지하게 된다. 그것으로 전쟁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유목민이며 약탈민족에 속하는 서여진의 사회에 있어서는 그러한 전후처리가 전통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1,500명이나 되는 기마대가 허무하게 참패를 당하는 것을 보고서 하영무 추장과 팽호 성주가 넋이 나간다. 이제 패장에게 남은 것은 빨리 항복하는 것이며 자신의 죽음으로 가족이라도 살리는 길 뿐이다.  

그래서 나이가 50이나 되고 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하추장과 팽성주가 급히 야율종진의 말 앞에 나아와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두사람은 목을 늘어뜨리면서 말한다; “야율추장님 저희들이 완패를 당했습니다. 그러므로 저희 두사람의 목을 치시고 저희들의 가족만이라도 살려주십시오. 이제 개마고원은 모두 야율추장님의 것입니다”;

패전한 하추장과 팽성주의 부하들이 모두 그 뒤에 와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그 선두에 젊은 성주 팽호남이 부상당한 상처를 싸맨 채 역시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마상에서 야율종진이 일갈한다; “너희들의 율법에 따르면 패장은 목을 내놓아야 하고 너희들의 영토와 재산은 모두 승자의 것이 된다. 그러나 나는… “.

자신이 죽는 줄 알고 있는데 갑자가 자신의 목을 치라고 하는 명령 대신에 승자인 야율추장이 말의 꼬리를 달고 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헤아리기 위하여 패장과 패잔병들이 바짝 긴장한다. 그들의 귀에 놀라운 야율추장의 말이 들려 오기 시작한다.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나의 나라는 승자와 패자가 없고 누구나 사람으로서 존중 받을 수 있는 평등한 나라, 백성들이 다같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그러한 나라이다. 나는 그러한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저 사악한 완안족과 제국이라고 으시대면서 소국을 못살게 굴고 있는 저 대금의 만주 주둔군을 물리치고자 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선언하고 있는 말이 더 중요하다; “나는 단순하게 야율족의 복수나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나와 뜻을 같이하는 자에게는 자비를 베풀 것이다. 반대로 그러한 나의 뜻을 반대하는 자들에게는 일벌백계로 다스릴 것이다. 그대들은 이제 선택을 하라. 살아서 나와 같이 대업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나와 다투다가 죽고 말 것인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이다. 하지만 그 뜻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야율추장의 충실한 신하가 되어 그의 대업을 이루는데 참여한다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그 반대로 그를 주군으로 모시지 아니하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의외로 살길이 열렸는데 누가 죽기를 선택하겠는가?

그래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하영무 추장과 팽호 성주가 자신들의 머리를 바닥에 찍으면서 큰소리로 대답한다; “저희들을 살려주겠다고 하시니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진심으로 주군을 모시고 그러한 나라를 만드는데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야율종진 왕이시여. 야율대왕 만만세… “.

두사람이 선창하자 그 뒤에 부복하고 있는 팽호남 성주를 비롯한 1,500명의 서여진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다; “야율대왕 만만세, 만만세… ‘. 그대로 버려 두면 만세소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래서 얼른 야율종진이 자신의 손을 든다. 일시에 조용해진다.

그러자 모두의 귀에 야율종진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들려온다; “패전한 너희들이 모두 살기를 택하였으니 나는 그대들에게 나의 신하와 병사가 되는 것을 허락한다. 이제는 그 다음의 조치를 말하겠다… ”. 패전한 장졸들이 모두 귀를 기울인다.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야율종진이 간략하게 말한다; “첫째로, 내가 완안족과 만주의 대금 군대를 물리치는데 군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각성에서 200명씩의 기마병을 내도록 하라. 둘째로, 현재의 성들은 성주들이 그대로 다스리고 매년 나에게 조공을 바치도록 하라. 그 조공의 양은 완안웅에게 바치는 양의 절반이다”.

조금 숨을 쉰 다음에 야율종진이 이어서 말한다; “셋째로, 다른 족속을 약탈하는 행동을 일체 금한다. 그래서 나에 대한 조공의 양을 절반으로 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러한 사실이 발견이 될 때에는 내가 죽음으로 다스릴 것이다. 혹시 생산이 부족하여 굶주릴 형편이 되면 사전에 나에게 보고하라. 그러면 구휼을 할 것이다”;

주위를 한번 돌아본 다음에 야율종진이 계속 선포한다; “넷째로, 나와 함께 원정에 나서는 3개성 600명의 서여진 기마대는 삼수성주인 팽호남이 지휘한다. 이제 나는 팽호남을 서여진 기마대의 대장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팽대장은 서여진의 장수 가운데 자신을 보좌할 3명의 장군과 본인을 대신하여 삼수성을 지킬 자를 선택하여 나에게 보고하라”. 

이제 야율종진이 자신의 조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섯째, 나는 북상하는 길에 영주성은 물론 갑산성과 삼수성을 방문할 것이다. 이상”. 말을 끝낸 야율종진이 천천히 걸어가서 부복하고 있는 하영무 추장과 팽호 성주 그리고 팽호남 성주의 손을 잡아 일일이 일으킨다.

그리고 모든 서여진 기마병에게 호령한다; “나는 너희들의 목숨을 취하지 말라고 나의 군사들에게 진작에 명령했다. 그러므로 너희들 가운데 전사한 자가 아무도 없다. 고맙게 생각하고 이제부터 나의 충직한 기마대가 되어라. 모두들 말을 타고 나와 함께 영주성으로 들어간다”.

영주성이 가깝다. 산허리를 감아서 진행하면 곧바로 높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영주성이다. 그곳으로 하영무 추장이 앞장서서 모두를 안내한다. 야율종진의 기마대가 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팽호팽호남이 모든 서여진족의 기마대를 이끌고 들어온다. 그날 하루 영주성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그 자리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모두가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역군일 뿐이다.

다음날 아침에 야율종진과 그의 기마대가 영주성을 떠난다. 영주성의 500명에 달하는 기마병 가운데 200명이 팽호남 대장의 지휘를 받으며 원정군에 합세하고 있다. 그리고 팽호남 대장이 자신보다 더 젊은 장수를 한사람 야율종진에게 인사를 시키면서 말한다; “저를 보좌할 장수 하공영입니다”;

야율종진이 관심을 가지고 하공영의 몸체와 관상을 본다. 근골이 튼튼할 뿐만 아니라 얼굴에서 총명한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자 팽호남의 소개가 이어진다; “하공영은 문무에 뛰어난 자이며 하추장의 차남입니다”. 야율종진이 자신이 본 하공영의 관상과 신체적인 특징에 일치하는 팽대장의 설명이므로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야율종진이 팽호남하공영을 보면서 각별하게 말한다; “팽대장이 참으로 좋은 인재를 골랐군요. 축하합니다. 이제 하공영 장군은 팽대장을 잘 보좌하도록 하세요. 두사람이 장차 완안족과 만주의 대금군대를 물리치는데 있어서 서여진의 기마대를 지휘하여 큰 무공을 세우기를 바랍니다”.

팽대장과 하장군이 읍을 하면서 말한다; “그 명령을 받들고 충심으로 주군을 섬기겠습니다”.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영무 추장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부친으로서 흐뭇한 미소를 띠운다. 자신의 차남이 야율종진을 따라 원정에 나서고 있으니 큰 인물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무신인 야율종진으로부터 얼마나 많이 배우고 올 것인가!’, 그래서 하영무 추장이 그들의 장도를 진심으로 빌고 있다. 야율종진과 그의 기마대는 물론 팽호가 이끌고 있는 서여진의 기마대가 말을 함께 달려서 그날 저녁에 갑산성에 도착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갑산성이 마치 철옹성과 같다;

그것을 보면서 야율종진이 속으로 생각한다; “팽호가 기마대를 이끌고 멀리 와서 영주성 바깥의 들판에서 나와 대결을 한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다. 그가 이곳 갑산성에 진을 치고서 수성작전으로 일관했다고 한다면 나는 이성을 쉽게 함락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저녁 갑산성에서 성주인 팽호가 야율종진 일행을 위하여 푸짐하게 잔치를 베푼다. 다음날 아침에 그 성을 떠날 때에는 갑산성의 기마대 가운데 200명이 또한 팽호남 대장이 지휘하는 서여진 원정대에 포함이 되고 있다.

이제 야율종진의 원정군은 그 규모가 상당하다. 무산에서 출발할 때에는 기마병의 수가 21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동여진의 기마병 1,200명이 합세하여 1,410명이 되었다. 이제는 서여진의 기마병이 우선 400명 합세를 하였으므로 도합 1,810명의 기마대가 된 것이다;

무려 1,800명이 넘는 기마병을 이끌고 야율종진이 이제는 삼수성으로 진군하고자 한다. 그 선두에서는 삼수성주인 팽호남이 말을 타고서 길을 안내한다. 그는 젊고 또한 굉장히 튼튼한 장군이다. 따라서 야율종진과의 마상대결에서 얻은 부상이 거의 치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