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3. 09:59

王의 비밀43(작성자; 손진길)

 

그렇게 결정이 되자 옥저탁퉁우람이 칼을 빼어 들고서 말을 타고 앞으로 나선다. 이제는 두사람이 마상에서 칼로써 승패를 결정지어야 한다. 그런데 함주에서 말사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하후란의 아들인 퉁우람은 완안족을 치고 부친을 구출하고자 어릴 때부터 결사적으로 무예를 익힌 자이다;

그리고 그는 함주의 성주이며 옥저3절로서 명성이 자자한 옥저탁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실은 여러 번 성중에서 열리는 무술대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운이 좋게도 여러 명의  무사들과 단신으로 무예를 겨루고 있는 젊은 성주 옥저탁의 무예를 감상한 것이다;

그러니 퉁우람은 성주 옥저탁의 무술의 특징이 무엇인지 벌써 파악하고 있다. 반면에 옥저탁은 퉁우람이라고 하는 젊은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니 퉁대장의 무술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 리가 없다. 특히 퉁대장이 요즘 야율종진으로부터 어떠한 무예지도를 받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이 엄청난 차이이다.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는데 유명한 옥저탁 성주와 이름이 알려지지 아니한 퉁대장의 시합이 그러하다. 두사람이 말을 빨리 달리면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교묘하게 말을 조종하여 서로 피하면서 상대방을 향하여 칼을 빠르게 휘두르고 있다.

그럴 경우 퉁대장은 예전에 옥저탁 성주가 몸을 어떻게 눕히면서 칼을 어느 방향으로 휘두르는지를 여러 번 본적이 있다. 따라서 퉁대장은 아슬아슬하게 탁성주가 휘두르는 검의 각도를 벗어나면서 아주 가까이 접근하여 자신의 칼을 휘두른다. 그러자 한치정도의 차이로 퉁우람의 칼끝이 옥저탁의 뱃살을 베고서 지나간다.

옥저탁이 서로 한 합을 겨룬 결과 자신의 옆구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크게 중요한 장기는 아닌 것 같지만 그 통증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숨을 겨우 쉬면서 말한다; “내가 졌소. 부상을 입었으니 기권을 하겠소”. 그가 칼을 왼손으로 바꾸어 쥐면서 오른손으로 옆구리의 배를 감싼다.

그러자 그의 기마대에서 몇 사람이 달려 나와서 급하게 지혈부터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대뜸 말한다; “내게 마침 가장 좋은 지혈제가 있소. 내가 옥저탁의 상처를 한번 살피고 그 약을 주도록 하겠소”. 그 말을 하고서 곧바로 말을 타고 옥저탁이 누워있는 곳으로 간다.

옥저조와 옥저종이 놀라서 동시에 그곳으로 말을 타고서 달려온다. 그렇거나 말거나 야율종진은 말에서 뛰어내려 급히 옥저탁의 상처부위를 살핀다. 그 다음에 자신의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하여 지혈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서 가루약을 꺼내어 응급처방을 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옥저탁은 숨쉬기가 편해지고 피가 거짓말처럼 멈추는 것을 본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옥저족의 기마대에 편성이 되어 있는 의원이 한마디를 한다; “내가 전장을 다니면서 많은 부상자를 치료해보았지만 이렇게 기가 막히게 내공과 약으로 지혈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광경은 처음 보았어요. 도대체 그러한 신묘한 의술을 어디에서 배우신 것입니까?”.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그 기마대 의원을 보고서 대답한다; “나의 내공술과 지압 그리고 약처방을 파악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요? 내가 그 이름을 기억하고자 하오”. 그러자 장수의 복장을 하고 있는 그 의원이 읍을 하면서 대답한다; “나는 함주성의 의원이며 장수인 종원종이라고 합니다. 귀공의 그 의술은 어디서 배운 것입니까?”.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의원은 무골이면서도 학구열이 대단한 젊은 의원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기꺼운 마음이 들어서 대답한다; “인연이 있어서 그런지 우연히 고서에서 그러한 지압법과 약처방을 배워서 사용하고 있지요. 워낙 상고의 의료 서적이므로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아니하고 있어요. 관심이 있으시면 훗날 종원종 의원에게 내가 그 책을 한번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종원종이 말한다; “고마운 말씀입니다. 나중에 그 책을 꼭 한번 보여주십시오. 저도 그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많은 생명을 구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옥저조가 크게 탄복한다. 그래서 속으로 말한다; “대단한 인물이다. 계급의 높고 낮음에 구애를 받지 아니하는구나. 그러니 아직도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아니하고 있는 것이겠지… “.  

그래서 옥저조가 싱긋 웃으면서 치료를 끝낸 야율종진을 보면서 말한다; “이제 나는 북청성주인 옥저종을 출전시키고자 합니다. 그쪽의 장수는 누구입니까?”. 가까운 거리이므로 야율종진도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나의 기마대장인 왕왕수입니다. 제가 출전을 시키겠습니다”.

잠시 후 옥저종과 왕대장이 말을 타고서 칼을 휘두르며 대결한다;

그런데 좀체 승부가 나지를 않는다. 치열한 접전인데 승부가 나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가장 근접하여 칼을 휘두르고자 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급히 외친다; “승부를 멈추시오. 그렇게 싸우면 그 일합으로 두사람이 모두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그러니 그만 멈추세요”.

야율종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상하게도 말을 달리고 있는 두 장군의 고막이 아파온다. 그래서 급히 두사람이 말을 돌리면서 손으로 귀를 감싼다. 야율종진이 내력을 실어서 말한 것이니 보통사람은 그것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두사람을 겨냥하여 사자후를 발한 것이 다행이다. 그것이 범위를 넓혔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귀를 잡고 주저앉았을 것이다.

옥저조는 나이가 들었어도 호승심이 대단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두사람의 마지막 치명적인 승부를 말려주어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야율종진 추장과 일전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제가 지면 비록 승부가 ’1:1’이 되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 군대는 깨끗하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옥저조가 자신의 칼을 휘두르면서 말을 달려온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마주 달려나간다. 두사람의 말이 십보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에 옥저조가 마상에 바짝 엎드려서 칼을 휘두른다. 그 모습이 일품이다. 그런데 그 칼끝에 아무 것도 부딪치는 것이 없다. 옥저조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다본다.

그러자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자신의 등뒤에 야율종진이 타고 있다. 한손으로 옥저조의 허리를 감고 한손으로는 칼을 겨누고 있다. 깜짝 놀란 옥저조가 칼을 돌려 뒤로 찌르려고 하자 야율종진의 칼이 그 칼날을 쳐버린다. 그러자 옥저조의 칼이 그대로 손에서 튕겨 나가고 만다;

그것을 보고서 옥저조가 급히 말을 멈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하마하여 마상에 있는 야율종진을 향하여 선다. 다음 순간 그가 바닥에서 큰 절을 올리면서 말한다; “능히 저의 목숨을 취할 수가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아니하였으니 제가 구명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무신을 몰라보고 그 앞에서 작은 재주를 펼쳤으니 용서를 빕니다. 앞으로 주군으로 모시고 함께 완안족과 대금의 군대를 막고자 합니다”. 

야율종진이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고 일으킨다. 그리고 말한다; “옥저조 추장의 기마술과 검술이 역시 추인강 추장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맞군요. 이제부터는 추인강 추장과 함께 협력하여 대금의 군사를 상대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의 기마대의 원정을 위하여 군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옥저조 추장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자 야율종진이 차제에 구체적으로 요청한다; “각성에서 100명씩의 기마병을 차출하여 우리에게 주시고 전투용 식량과 마른 생선포를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기마병의 수가 1,100명이 넘으니 그 수를 감안하셔서 충분하게 지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옥저조 추장이 흔쾌히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제 주군이 되셨으니 신하인 저에게 하명만 하셔도 됩니다. 소신이 성심성의껏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이제 저의 단천성으로 함께 들어가시지요”.

그날 단천성에서는 참으로 즐겁고 흔쾌한 축제의 한마당이 열린다. 말과 문화가 같은 동여진 족속들이니 서로 우애를 나누는 것이다. 그날 만찬을 마치고 다음날이 되자 야율종진과 옥저조 추장의 형제들이 함께 군사를 거느리고 북청성과 함주성을 각각 방문한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은 무려 1,400명이 넘는 기마대를 이끌고 북으로 향한다. 이제는 서여진족이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다. 야율종진은 영주성을 거쳐서 산수갑산을 지나 혜산으로 입성하고자 한다. 과연 그 지역의 서여진족과는 어떠한 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일까?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야율종진의 뒤에 의원이며 장수인 젊은 종원종이 함께 말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