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1(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 08:31

王의 비밀41(작성자; 손진길)

 

영웅이 영웅을 알아본다고 하던가? 야율종진추인강은 서로가 가장 강한 적과 지금 마주 서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무예를 극성으로 연마한 그들은 그만큼 오감과 직관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방심하지 아니하고 진지하게 검을 빼어 들고 상대를 직시한다;

야율종진이 먼저 추인강의 무공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하여 자신의 진기를 서서히 뿜어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아니하는 기가 자신을 향하여 쳐들어오자 추인강이 긴장하면서 자신도 서있는 상태로 단전의 깊은 호흡을 통하여 내부의 기운을 바깥으로 보내어 방어한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진기의 수위를 자꾸만 높인다. 어느 사이에 자신이 가진 역량의 5할을 내보내고 있다. 그때 갑자기 추인강이 더 견디지를 못하고 호흡이 엄청 빨라지더니 얼굴색이 붉게 변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진기의 수위를 한단계 낮추어 준다.

추인강이 흐트러진 기운을 가다듬고 마침내 검을 쥔 손에 힘을 준다. 그러자 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진기가 들어가자 그의 검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호응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가볍게 자신의 칼을 한바퀴 휘둘러 공간을 벤다.

그러자 공간이 마치 한 조각 베어져 분리가 되었는지 그대로 추인강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밀려간다. 추인강이 깜짝 놀라서 자신의 검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휘둘러 밀려오는 공간을 산산조각으로 만들고 만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다시 엄청난 힘을 주입 받은 공간이 한 조각 다시 밀려온다;

이번에도 추인강은 방심할 수가 없다. 그 기운의 조각을 분해하지 아니하면 그것에 자신이 얻어맞아 큰 중상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력을 다하여 진기가 주입이 된 검으로 해체를 시킨다. 그러나 추인강이 너무 막강한 상대를 만난 것이다. 왜냐하면, 갑자기 더 빠른 속도로 그것도 연속적으로 힘의 조각들이 자신을 향하여 계속 밀려오기 때문이다;

추인강이 죽을 힘을 다하여 혼자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그들 두사람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그 대결을 관전하면서 그러한 기와 기의 부딪힘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관중의 눈에 비친 것은 참으로 시시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야율종진이 계속 검을 회전하면서 공간을 베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는 추인강이 정신없이 칼로 무우를 잘게 쪼개는 것처럼 그렇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가!...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갑자기 추인강이 헉헉거리기를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서서히 공기가 빠져나가는 가죽부대처럼 그렇게 생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인의 얼굴에서 진땀이 흘러내린다. 그러더니 기어코 다리의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야율종진의 옆에 서있는 야율애령과 두명의 대장 곧 퉁우람과 왕왕수는 평생 그러한 대결장면을 처음 본다. 그들도 모두 무예를 닦고 있는 무인들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그러한 진기의 대결을 처음으로 구경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오로지 신체적인 힘으로만 무기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또한 체력으로 몸을 움직이는 보법만을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전신에 피와 생기를 돌게 하는 보이지 아니하는 기운의 움직임이 따로 있다. 그것을 호흡법으로 단련하게 되면 무예를 뛰어넘는 무공의 수련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그것은 외적으로 무술을 수련하는 것보다 처음에는 그 진보가 엄청 느린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호흡으로 내기를 다스리기 시작하게 되면 나중에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엄청난 기운이 발생한다. 그러한 기운을 무기에 불어넣게 되면 그것은 마치 차력사의 손처럼 어떤 물체라도 쪼개고 베어버리게 된다. 사실 그러한 극치의 경지를 조금 전 야율종진이 보여준 것이다.

금강석보다 더 날카로운 검기가 공기를 베어서 그대로 추인강을 향하여 돌진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야율종진이 공기덩어리에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서 추인강을 공격한 것이다. 그러니 그 공격을 막기에 검술의 대가인 추인강이 애를 먹고 있다.

그가 어느 정도 단전호흡법을 익히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면 최초의 공격에 벌써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추인강이 처음에는 자신의 검에 내력을 주입하여 야율종진의 내력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자꾸만 빨라지는 연속공격이 쇄도하자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여 그만 주저앉고 만 것이다.

평생 노력하여 극강의 무술을 연마한 무인으로서는 허무하고 수치스럽기가 그지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그러한 경지를 보이고 있는 상대에 대한 경외심이 생긴다. 추인강이 생각하기에 야율종진은 사람의 경지를 넘어선 지 오래된 인물이다;

그 점을 깨닫고 추인강이 신을 대하듯이 야율종진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오늘 비로서 저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또다른 무예를 보았습니다. 평생 한번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그러한 신의 경지를 제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그저 바라기로는 부족하지만 저를 수하로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야율종진이 천천히 바닥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추인강 성주에게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말한다; “지금까지 제가 상대한 무인 가운데 추인강 당신이 가장 강한 무사입니다. 게다가 단전호흡까지 익혀서 검에 내력을 주입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당신도 이미 사람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일어서십시오”.

추인강은 야율종진이 진지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앞에 선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말한다; “저를 무신이라고 불렀으니 무신의 부하가 되는 것은 무인에게 수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직한 것이지요”. 그 말을 한 다음에 야율종진이 모두에게 놀라운 선포를 하게 된다.

야율종진이 갑자기 자신의 모든 휘하 장졸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내가 무술을 겨룬 상대 중에 추인강이 가장 고강한 무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자리에서 선포합니다. 추인강 추장을 적으로부터 동여진을 방어하는 무왕으로 삼습니다… “;

그 다음의 선언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나를 주군으로 섬기는 동여진의 모든 추장과 성주들은 완안족과 대금의 군대가 남침하는 경우 무왕 추인강의 지시에 따라 전략과 전술을 펼치기 바랍니다. 왕왕수 대장은 이번 원정에서 나를 수행하고 있으니 전령을 각성에 보내어 이 사실을 전해주세요”.

야율종진이 말하고 있는 내용은 후방에서 동여진을 지키는 자가 추인강 성주이며 그가 동여진의 모든 군대를 움직이는 사령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원정에 참여하는 모든 동여진의 군대는 왕왕수 대장이 야율종진의 지시를 받아서 지휘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직무의 분담이기에 왕왕수 대장과 추인강 성주가 함께 읍을 하면서 말한다; “삼가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그 다음에 추인강 성주가 이제는 자신의 주군이 된 야율종진에게 말한다; “주군께서는 이제 저의 경성으로 입성하시지요. 먼저 저의 군대를 사열하시고 그 다음에는 경성 남부에 있는 4성에 대하여 저의 보고를 받으시지요”. 야율종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자 추인강이 말을 타고서 앞장을 선다. 그 옆에서 하이수 백부장이 함께 말을 달리고 있다.

참고로, ‘야율종진은 언제부터 경성의 추장인 추인강을 수하로 거두어 그를 중히 사용하고자 한 것일까?’… 그것은 벌써 왕호달 추장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왕호달이 자신의 막내동생인 왕남달이 비록 뛰어난 무인이기는 하지만 부유한 청진성주인 그의 형 왕진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추인강 추장의 북진을 막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추인강이야 말로 타고난 무인이라고 극찬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내심 추인강을 진심으로 복종시켜서 후방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그때 야율종진이 왕추장에게 자신의 생각의 일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구제적으로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호기스럽게 말한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내가 경성의 추장 추인강을 상대하는 좋은 구경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왕추장의 말씀 그대로 추인강이 자신을 꺾는 인물이 아니면 결코 승복하거나 화친하지 아니하는 그러한 강골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완안족을 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겠군요. 하하하… ”.

  어쨌든 그날 야율종진과 그의 부하들이 경성에 들어가서 보니 추인강의 군대가 규모가 상당하다. 500명이 넘는다. 그리고 모두 강군으로 보인다. 추인강이 군사훈련에 대단한 열심을 보인 것이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5명의 백부장을 일일이 소개한 다음에 추인강 성주가 남부에 있는 4개의 성에 대하여 보고한다.

추인강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저는 일개 경성의 성주입니다마는 남부에 있는 4개의 동여진 성주로부터는 그들의 추장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무술로써 그들을 이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경성은 그들의 조공을 일부 받으며 유사시에는 우리 경성의 부대가 그들 4성의 방어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조금 숨을 쉬고서 추인강이 이어서 설명한다; “4성의 성주들은 상관형제와 예형제들입니다. 어랑성주인 상관중과 화성성주인 상관보기가 형제 간입니다. 그리고 명천성주인 예부강과 길주성주인 예부유가 또한 형제 사이입니다. 더구나 그 성들은 서로 거리가 가깝고 군사의 수가 각성에 300명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나는 동여진과 서여진 동부의 힘을 합하여 대군을 만들어 북상하여 완안족을 쳐부수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각성에서 100명의 군사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무왕께서도 각성에서 100명씩 지원을 해주시지요”.

이제 무왕으로 불리게 된 추인강이 흔쾌히 대답한다; “당연하신 말씀이십니다. 제가 경성의 군사 100명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주군을 모시고 각성을 방문하여 모두 100명씩 군사를 내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추인강은 호탕하고 신의가 있는 무인이다. 그래서 그는 야율종진의 부대와 함께 남부에 있는 4개 성을 방문한다. 그리고 어랑, 화성, 명천, 길주의 성주들을 전부 야율종진의 신하로 만든다. 그 다음에는 각각 100명의 군사를 내도록 조치한다;

그로 말미암아 이제 야율종진의 원정군은 무산에서 출발한 210명에서부터 왕호달 형제로부터 얻은 400, 추인강과 그 휘하의 성으로부터 얻은 500명의 군사를 더하여 도합1,100명이 넘는 대군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 합류한 500명의 군대는 지휘관이 없다. 따라서 야율종진이 퉁대장 및 왕대장과 상의한다. 그 결과 퉁대장에게 200명을 더 주어 도합 410명을 지휘하게 한다. 그리고 왕대장에게 300명을 더 주어 도합 700명을 지휘하게 한다.

이제 군사의 수가 늘어났으므로 백부장이란 호칭대신에 장군이라는 칭호를 사용한다. 따라서 퉁예란 장군이 퉁대장을 보좌하고, 하일수 장군과 하이수 장군 그리고 왕수칸 장군이 왕대장을 보좌하도록 한다. 휘하의 장군에게 어느 정도의 병력을 맡기는지는 대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게 부대를 편성한 다음에 야율종진은 원정군을 이끌고 해안선을 따라 남진하면서 동여진의 마지막 3을 얻고자 한다;

그 이름이 단천, 북청, 함주이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운 정복이다. 하지만 동여진의 마지막 해안의 3성은 그들의 부를 지키고자 내륙의 사나운 서여진과 투쟁하고 있는 지역이다;

따라서 그들 역시 매우 전투적이다. 그곳으로 쳐들어가고 있는 야율종진의 부대와 아무래도 전투가 크게 발생할 것만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