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 08:22

王의 비밀40(작성자; 손진길)

 

청진성을 향하여 말을 달리면서 왕호달 추장이 야율종진에게 말한다; “부윤성에서 청진성은 남동쪽 70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남성은 청진성에서 남서쪽으로 50리 정도 떨어져 있지요. 저희 형제 가운데 청진성주인 왕진달과 라남성주인 왕남달은 막내들이며 그 사이가 돈독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하지만 말 달리는 속도가 여전하다. 그 다음에 왕호달 추장의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청진성주 왕진달은 연안에 있는 성읍 청진을 맡게 되자 바다에서 일확천금을 하는 어획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 그것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가 안되어 야율종진이 말을 달리면서 왕호달 추장의 얼굴을 돌아본다.

그러자 왕추장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조선소를 세우고 튼튼한 어선을 만들어 어민들에게 보급했지요. 더구나 생선을 말리고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민간에 보급함으로써 주민들의 소득을 크게 향상시켰어요. 그래서 청진이 갑자기 부유한 성읍이 된 것입니다. 그러자 청진성에서 가까운 내륙의 라남성주인 왕남달이 바로 위의 형인 왕진달을 크게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두 막내성주의 우애가 돈독하겠군요. 좋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부유한 청진성주가 내륙 산지에 있는 동생을 경제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있겠군요. 그렇게 도움을 받고 있는 라남성주 왕남달은 바로 위의 형인 왕진달에게 어떠한 보답을 하고 있습니까? 제 말씀은 왕남달의 장기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왕호달 추장은 야율종진 옆에서 계속 말을 달리고 있으면서 속으로 식은 땀이 난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군은 어떻게 하나를 들으면 다른 일까지 능히 추론하고 있는가? 나이가 분명히 20대 후반으로 나의 자식뻘인데 어째서 50이 넘은 나보다 더 아는 것이 많은가?... “.

속으로는 생각이 많지만 왕추장의 답변은 다음과 같이 빠르고 간결하다; “라남성주인 왕남달은 무예의 달인입니다. 그리고 용력이 대단하지요. 그 결과 동여진의 영웅으로 불리고 있는  경성의 추장 추인강의 북진을 막고 있어요. 덕분에 청진성주가 안보를 동생에게 맡기고 계속 경제적으로 부유한 성읍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좋은 일입니다. 형제가 서로 문과 무를 보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장형인 왕추장은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한 좋은 동생들을 두고 계시니 앞으로 왕추장의 영향을 받고 있는 성들은 계속 번영을 누릴 것입니다. 제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동여진 가운데 모두가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성읍들이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왕추장이 야율종진에게 사의를 표한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청진성이 멀리 보이는 지점까지 야율종진의 군대가 이르고 있다. 그러자 왕추장이 말한다; “주군,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동생인 청진성주를 만나서 설득하겠습니다. 넉넉잡고 반 시진만 기다려 주십시요”.

야율종진의 허락을 얻자 왕호달 추장이 청진성으로 말을 달린다. 그리고 반 시진 안에 그의 약속대로 성 위에 백기가 내걸리고 성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왕호달 추장과 함께 말을 달려나온 청진성주 왕진달이 야율종진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는다. 문신의 모습이며 사태파악이 빠른 그러한 지모가 엿보이는 성주이다;

그가 야율종진에게 절을 하면서 말한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 저는 청진성의 안전과 번영을 약속하고 계신다는 야율종진님에게 무조건 항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니 저의 성으로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하루 편히 쉬시고 내일 라남성으로 출발하시지요. 저와 신하들이 성심성의껏 대접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말씀은 고맙지만 나는 청진성에 들어가서 왕성주의 군사들을 점검하기를 원합니다. 그 다음에 곧바로 가까운 라남성으로 출발하고자 합니다. 그 융숭한 대접은 훗날 다시 방문하여 흔쾌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청진성주 왕진달이 야율종진을 올려다보니 대단한 기세의 무인이다.

그 위엄과 기세가 자신의 아우인 왕남달보다 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무 말도 더하지 아니하고 야율종진의 말 그대로 시행한다. 성안에 들어서니 400여명의 군사가 도열해 있고 거리에는 주민들의 내왕이 없다. 현명한 왕진달 성주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성주의 관아 대청에 우뚝 선 야율종진이 단 아래에 서있는 왕진달 성주에게 말한다; “왕성주 그대는 장형인 왕추장과 마찬가지로 나를 주군으로 섬기기로 맹세하는가?”. 왕진달 성주가 큰소리로 말한다; “저는 청진성의 평화와 번영을 그대로 지켜 주신다고 약속만 하시면 당연히 주군으로 섬길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약속합니다. 그리고 나는 동여진과 힘을 합하여 북쪽의 완안족을 치고자 하는 것이지 그대들의 생업을 해치고 피해를 입히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완안족과의 전쟁을 위하여 청진성에서 100명의 군사를 내주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청진성주 왕진달이 말한다; “이제부터 저와 신료들이 야율종진님을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정예병 100명을 내드리겠습니다. 다만 저는 장수가 부족하여 지휘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야율종진이 껄걸 웃으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들은 백부장 한사람이 군사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이어서 야율종진이 그 자리에서 도열해 있는 백부장 하이수에게 지시한다; “하이수 백부장은 즉시 왕진달 성주로부터 100명의 군사를 인수받아서 통솔하세요. 그리고 왕왕수 대장을 잘 보좌하기 바랍니다”. 젊은 하이수 백부장이 군례를 올리면서 힘있게 대답한다; “주군의 명령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일이 끝나자 야율종진이 왕호달 추장과 왕진달 성주를 내려다보고서 명령한다; “두 분은 나와 함께 라남성으로 가도록 하십시다. 라남성주 왕남달이 용장이라고 하니 평화적으로 화친을 끌어내기 위하여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자 두사람이 동시에 답변한다; “아니 그러셔도 저희들이 같이 가서 막내동생을 설득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다혈질이니까요감사합니다”.

청진성에서 라남성은 50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 시진 말을 달리자 멀리 성이 보인다. 야율종진이 군대를 멈추게 하고 왕추장 형제에게 지시한다; “두 분은 빨리 라남성에 들어가서 항복을 권유해주세요. 조건부 항복이라도 좋습니다. 저는 라남성의 희생을 원하지 않습니다”.

두사람이 빠르게 말을 몰아 라남성으로 내달린다. 그러자 반 시진이 못되어 세사람이 성문을 열고 나타난다. 모두가 왕추장의 형제들이다. 그리고 성 위에는 백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 가운데 먼저 달려오는 장군이 있다. 그가 라남성주인 왕남달이며 아직 40초반의 위압감이 있는 무인의 모습이다;

그들이 말에서 내려 야율종진 앞에 다가오자 야율종진도 말에서 내려 그들을 맞이한다. 그러자 왕남달이 한발짝 더 다가와서 바닥에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야율종진에게 말한다; “저의 장형과 셋째형이 여기까지 걸음하여 저를 설득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서 신료들과 회의를 거쳐 조건부로 항복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야율종진이 엄숙하게 왕남달을 내려다보면서 묻는다; “그 조건이 무엇입니까?”. 왕남달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두가지 조건입니다. 하나는, 100명의 병력만 지원하고 그 대신에 저희 성민들의 정상적인 활동을 그대로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야율종진님과 무예를 겨루어 패했을 경우에만 저와 신료들이 진심으로 주군으로 모시겠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도리어 왕남달 성주에게 되묻는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대 형제들이 여기까지 와서 전한 말을 그대로 믿지 아니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까지 거쳐온 3성읍에 대하여 이미 동일한 조치를 취한 바가 있다”. 그 말을 들은 왕남달 성주가 대답한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조건만 제시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정복자가 역사 가운데 아직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껄걸 웃으면서 말한다; “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똑 같은 역사를 반복하겠다고 하면 구태여 내가 나설 이유가 없지요. 어쨌든 좋습니다. 직접 경험을 해보아야 확실할 것이니 여기서 당장 무예를 겨루어 보도록 하지요. 왕성주의 무기가 무엇입니까?”. 야율종진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속전속결로 그와 무술 대결을 벌이고자 한다. 그것이 그의 뜨거운 열망이다;

 

왕남달이 어깨에서 자신의 검을 꺼낸다. 언뜻 보기에 예리한 보검이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 쳐든다. 그것 역시 무산에서 좋은 철로 만든 검이다. 두사림이 서로를 마주보면서 공격의 시점을 노리고 있다. 야율종진의 보법이 왕남달이 보기에 영 이상하다. 그래서 즉시 검을 똑바로 겨누고 신형을 앞으로 날린다.

왕남달을 그의 장형인 왕호달 추장이 검의 달인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러하다. 검과 몸이 이미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정도의 경지라고 한다면 검술을 익힌 무인들이 꿈에도 그리며 이르고자 하는 정상의 자리이다. 그런데 흔히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길고 짧은 것은 대보아야 그 우열을 알 수가 있는 법이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에는 영 이상하게 보였던 야율종진의 보법이 그것이 아니다. 다음 순간 그 자세 그대로 사람이 하늘로 붕 솟구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령과 같다. 어떻게 체중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줄이 끊어진 연처럼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칠 수가 있는 것인가?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의 수순이다. 왕남달이 사냥감을 잃어버린 무사처럼 얼떨떨하고 있는 그 짧은 순간에 야율종진의 신형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다. 그러자 마치 볏단처럼 왕남달이 그 자리에서 꼬꾸라지고 만다. 그의 형들이 놀란다. 그래서 왕호달과 왕진달이 급히 막냇동생인 왕남달에게 달려간다.

그때 자세를 바로잡은 야율종진이 말한다; “잠시 제가 칼등으로 그의 급소를 가볍게 쳤습니다. 조금 지나면 숨을 쉴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쭉 늘어졌던 왕남달이 후유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바로 정신을 차린다. 그것을 보고서 그의 형들이 기뻐한다.

그러자 왕남달 성주가 몸을 일으켜 바닥에서 야율종진에게 절을 한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한다; “제가 방금 경험한 무예는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제가 무인의 가정에서 자라 지금 나이 40이 되도록 검술과 신법만을 연마했습니다. 이제 검신합일의 경지에 올라 이 땅에서는 저의 적수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쉬고서 왕남달 성주가 이어서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야율종진님께서는 그 경지를 넘어서신 것입니까? 저는 무인으로서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 비결만 알려주신다면 제가 주군으로 평생 모시겠습니다. 부디 저에게 그러한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일러주십시오. 저의 소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가 그 방법을 가르쳐드린다고 하더라도 왕성주께서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신법과 무예를 익힌 세월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슬하에 뛰어난 자제분이 있다고 한다면 제게 제자로 주세요. 제가 그에게 나의 진전을 잇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부친처럼 근골이 뛰어나야 합니다”.  참고로 야율종진의 말은 다음과 같은 진리를 담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왕남달 성주가 크게 기뻐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의 차남이 이제 19세인데 형제 중에 무예의 습득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지금 성내에서 백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문과 무에 모두 뛰어난 인재이니 제 둘째아들인 왕수칸을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그리고 그가 지휘하는 백명의 군사도 주군에게 바치겠습니다”. 

야율종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왕남달 성주에게 말한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어요. 그렇다면 오늘은 날이 저물고 있으니 우리가 귀공의 성에 들어가서 머물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라남성의 군사를 점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하룻밤 휴식을 취한 다음 나의 군대는 내일 아침 일찍 경성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아시고 왕성주는 조치를 취해주세요. ”.

성에 들어가서 왕남달 성주의 군사 400여명을 야율종진이 점검한다. 용장 아래에 정병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좋은 군대이다. 4명의 백부장이 앞줄에 서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어린 장수가 서있다. 그 모습이 성주 왕남달의 판박이다. 그 앞에 다가가서 야율종진이 그를 조용히 살펴본다. 그러자 젊은 백부장 왕수칸이 역시 야율종진을 빤히 쳐다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왕남달 성주가 모두에게 큰소리로 말한다; “나는 오늘 검을 겨루어 평생 처음으로 패배를 맛보았다. 바로 우리 부대를 점검하고 계시는 야율종진 추장님이시다. 그래서 나는 야율추장님의 신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니 모두들 야율추장님을 주군으로 받들어 모시기 바란다”.

그 다음에 왕남달 성주가 이어서 선포한다; “주군께서는 우리 성읍을 그대로 보전하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왕수칸 백부장을 제자로 삼고 그의 군대를 이번 원정에 참여시키기로 하셨다. 모두들 완안족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우기 바란다. 이상이다”. 그 말을 듣자 모두들 놀라고 있다.

특히 왕남달 성주의 아들인 백부장 왕수칸이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이 천하제일의 무인으로 알고 있는 부친이 야율종진에게 패배를 당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을 그의 제자로 삼았다는 합의사항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우상인 부친을 실력으로 물리쳤다고 하면 그가 천하제일의 무사가 맞다.

그래서 왕수칸이 무릎을 꿇고서 야율종진에게 큰소리로 말한다; “저의 부친의 말씀이 사실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므로 저를 제자로 받아 주신 야율종진 추장님을 이제부터 저의 주군이며 사부로 모시고자 합니다. 저를 제자로 받아 주셨음을 감사합니다.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다가가서 왕수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말한다; “그대는 나의 세번째 제자이다. 첫번째 제자가 퉁우람 대장이고 두번째 제자가 하이수 장군이다. 두사람의 사형과 사이 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그러면 내일 아침에 왕수칸은 수하 100명의 군사를 인솔하여 나와 함께 경성으로 진격한다. 이상”.

다음날 아침 일찍 라남성을 출발하는 인마가 대단하다. 제일선에는 야율종진이 말을 달리는데 그 오른쪽이 야율애령이다. 그리고 왼쪽에는 퉁두란 대장과 왕왕수 대장이 함께 말을 달리고 있다. 그 뒤를 백부장인 퉁예란, 하일수 형제, 그리고 왕수칸이 말을 달린다.

백부장의 뒤에는 휘하의 군사들이 말을 달리고 있는데 그들은 다른 빈말의 고삐를 하나씩 손에 쥐고 있다. 라남성에서 볼 때 그들이 가고 있는 경성은 약간 남서쪽으로 60리에 불과하다. 반 시진 남짓 만에 야율종진의 군대는 멀리 육안으로 경성을 보고 있다.

그 지점에서 야율종진은 잠시 군대를 멈춘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한다. 왕호달 성주의 말에 따르면, 경성의 성주인 추인강은 완력이 대단하고 무예가 뛰어나다고 한다. 따라서 추인강이 무력으로 남부의 4성읍 곧 어랑, 화성, 명천, 길주성을 휘하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야율종진이 진심으로 추인강을 굴복시키고 그를 수하로 삼을 수만 있다고 하면 그 다음 4성을 손쉽게 얻을 수가 있다. 생각을 마친 야율종진이 새로 제자가 된 백부장 왕수칸을 부른다. 그리고 간결하게 명령한다; “왕수칸은 즉시 말을 타고 경성으로 들어가서 성주 추인강을 만나도록 하라. 그에게 지금까지의 전황을 상세하게 알려주도록 하라”.

왕수칸이 즉시 명령을 받들고 단필의 기마로 경성으로 들어간다. 멀리서 수많은 군사가 집결하여 있는지라 성주 추인강이 궁금하게 여겨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는데 젊은 장수 왕수칸이 들어오고 있다. 그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묻는다. 잠시후에 추인강이 왕수칸과 함께 말을 타고 야율종진에게 다가온다.

야율종진이 추인강 성주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무인답게 잘 생긴 얼굴이다. 그리고 늠름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확실히 한사람의 영웅이 맞다;

추인강 성주가 야율종진 앞에서 말을 내린다. 그러자 야율종진도 말에서 내려 그를 맞이한다. 두 영웅이 경성의 외곽에서 마주 보고 선다. 과연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