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의 비밀38(작성자; 손진길)
무산에서 출병하기 이틀전에 추장인 야율종진이 야율촌장인 하타르와 훈련대장인 퉁우람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내일 모레 출병할 병사들이 사용할 군량미로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있나요?”. 그들의 답변이 똑같다; “여진족 기마병의 전투식량은 전통적으로 마른 미수가루와 물통에 든 물입니다. 그것이면 한달은 끄떡없이 버틸 수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한가지를 요청한다; “잘 알겠습니다. 부피도 적고 무게도 가볍군요. 그런데 저는 한가지 품목을 추가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각 가정에 통지하여 말린 육포나 생선포가 있으면 전부 군량미로 사용하겠다고 말하고서 돈을 주고 정당하게 사들이도록 하세요. 하촌장 그 정도의 자금은 있습니까?”;
하타르 촌장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추장님께서 투자하신 자금 가운데 아직 여력이 있습니다. 그 정도는 구입하고도 남습니다. 그냥 공출을 받지 아니하시고 정당하게 사들이도록 지시하시니 제가 감격할 따름입니다…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모두 행복하게 살겠다고 정복전쟁에 나서는데 동족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요. 언제나 명심하고 그렇게 실천해야 합니다… “.
그리고 야율종진이 퉁우람에게 묻는다; “훈련대장, 그런데 전투마는 얼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퉁대장이 즉시 대답한다; “전사 한 명에 두 필입니다. 그러므로 400마리 이상이 출전하게 됩니다. 병사를 태우는 말 옆에서 항상 빈말이 같이 달리고 있는 것이지요”;
야율종진이 칭찬한다; “잘 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내일 모레 출병을 하도록 하지요”. 마지막으로 야율종진이 하촌장을 보면서 말한다; “그리고 하타르 촌장은 섭섭하겠지만, 무산의 야율촌을 방어하기 위하여 이곳에 남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안심하고서 원정에 나설 수가 있어요… ”.
하타르 촌장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명쾌하게 대답한다; “추장님, 후방에 대해서는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고 원정에 성공하십시오. 소신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야율종진과 퉁우람이 역시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1181년 4월 22일 아침식사를 끝낸 야율족 군사 210명이 추장인 야율종진의 명령에 따라 일시에 남하를 개시한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환송을 나온 야율촌 주민들이 모두 감격해 한다. 제1선에는 야율 추장 내외와 퉁우람 오누이가 달리고 있다. 그 뒤를 따라 기마병 210명이 말 하나는 타고 또 한 마리는 뒤를 따르게 하면서 질주한다.
그들은 무산에서 혜산에 이르는 300리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동여진족들의 성읍을 점령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무산에서 남하를 하고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혜산까지 간다. 그 다음에는 다시 혜산과 무산 사이에 있는 내륙의 성읍들을 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원정하게 되면 일단은 다음 그림의 네모 안에 있는 지역에 야율족의 영토가 확보되는 것이다;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무산 남쪽 80리에 위치하고 있는 부령이다. 막상 부령의 근교마을에 들어서니 평화스럽기가 이를 데 없다. 200여명의 야율족이 마치 마적 떼처럼 일시에 밀어 닥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안이한 동여진의 성읍이 부령이다.
야율종진이 부령성에 무혈입성을 하면서 가장 먼저 부령성의 성주와 그의 참모들을 잡아들인다. 그 자리에서 죽음이냐 아니면 항복이냐를 묻는다. 그러자 부령 성주인 노인 왕호달이 도리어 묻는다; “혹시 동북여진의 완안족입니까? 아니면 서여진의 기마대입니까?”.
야율종진이 정체를 숨기면서 대답한다; “우리는 멀리 길림에서 남진을 한 완안족의 정예병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그 말을 듣자 왕호달이 껄걸 웃으면서 대답한다; “완안족은 잔인합니다. 7년전에 정복전쟁을 개시하여 서여진족인 야율족을 전멸시키고 우리 동여진의 많은 마을도 불태워버리고 말았지요… “.
추장인 노인 왕호달이 분한 눈으로 야율종진을 쳐다보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부령성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데 다시 멸망을 시키고자 남진하였으니 우리는 결코 승복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추장이며 성주인 나만 죽이고 우리 부족은 살려주세요. 내 목을 내어 놓겠습니다. 나는 도저히 살아서는 완안족을 섬기지 못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포박을 당하여 바닥에 꿇어 앉혀져 있는 왕호달에게 다가가서 그 포박을 풀어주면서 말한다; “왕추장은 죽음을 택하였기에 이제 삶을 얻은 것입니다. 나는 완안족에게 전멸을 당한 야율족의 새로운 추장 야율종진입니다. 이제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완안족의 남침에 대비를 하도록 하시지요. 하하하… “.
그 말을 들은 왕호달이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훈련대장인 퉁우람에게 명령한다; ‘퉁대장, 부령성의 성주 왕호달의 가족들과 그 신료들을 모두 석방하세요. 그들은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여진족이니 우리가 그들을 핍박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부령성의 성주가 주로 사용하는 관청의 대청에 앉아서 야율종진이 자신의 군대와 부령성의 백성들이 모두 듣도록 큰 소리로 선포한다; “이제는 우리 야율족이 동여진의 부령성주와 힘을 합하여 동여진을 전부 규합하고 곧 남침을 개시하는 완안족과 대금의 군대를 막아내야 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완안족에게 진다고 하면 동여진과 우리 서여진은 완전히 멸망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야율족의 군대가 추장 야율종진의 선포의 뜻을 알아 듣고서 일제히 큰소리로 화답한다; “목숨을 바쳐 추장님을 섬기며 완안족에게 복수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잡혀간 우리 동족들을 전부 구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추장님의 명령을 쫓아 투항하는 동여진의 백성들을 모두 평등하게 대접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부령성주 왕호달이 그 자리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야율종진에게 말한다; “야율족의 새추장을 부령성주이며 동여진의 추장의 한사람인 본인 왕호달은 이제부터 주공으로 모시겠습니다. 나이 50의 별로 쓸모가 없는 늙은이이지만 그래도 저는 동여진의 힘을 규합하여 추장님의 지시에 따라 완안족을 물리치는데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다시 대청에서 마당으로 내려가 엎드려 있는 왕호달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그리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다; “왕성주의 소원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일어나셔서 이제부터 저와 앞으로의 전략을 상의하시지요. 저는 동여진의 피를 흘리고 싶지가 않습니다”.
왕호달이 일어서서 부복한 채 말한다; “주공께서는 이제부터 다른 동여진의 성읍을 복속시키는데 저를 사용하여 주십시오. 저는 우리 동족의 피를 흘리지 아니하고 야율종진 추장님의 뜻을 따르도록 앞장서서 설득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성읍 주변에 있는 몇개의 성에 대해서는 제가 힘을 쓸 수가 있습니다”.
야율종진이 왕성주에게 묻는다; “구제적으로 어느 성들을 말씀하십니까?”. 왕호달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남쪽에 있는 부윤, 청진, 라남까지 3개의 성읍에 대해서는 평소 교류가 있고 서로 우의가 두터워서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성과 그 아래에 있는 성읍들에 대해서는 저의 영향력이 미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왕성주에게 질문한다; “경성의 성주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왕성주가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왕호달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경성의 성주가 동여진의 추장의 하나인 추인강인데 그는 한창의 나이이며 타고난 용장입니다. 그러므로 경성의 남부에 있는 여러 성읍들이 모두 그의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추가로 질문한다; “추인강의 영향을 받고 있는 성읍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무엇 무엇이지요?”. 부령성주 왕호달이 곧바로 대답한다; “그 4개 성읍의 이름이 어랑, 화성, 명천, 길주 등입니다. 그러므로 주공께서 추인강을 무공으로 꺾고 그의 항복만 받으신다면 그 나머지 4개 성읍을 휘하에 두실 수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좋은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 왕성주께서는 이제 저와 함께 남쪽에 있는 3개 성읍 곧 부윤, 청진, 라남부터 방문하시지요. 그리고 귀공의 군대 가운데 정예병 100명만 추려서 제가 지휘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왕호달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더니 부장에게 지시하여 그렇게 조치를 취한다. 명령을 받은 부장이 30대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데 한눈에 지장이며 용장으로 보인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관심을 가지고 왕성주에게 묻는다; “지금 100명의 군대를 추려서 데려오고 있는 저 장수는 이름이 무엇입니까?”.
그 말을 듣자 왕성주가 매우 기쁜 낮색으로 대답한다; “저희 부령성의 보물인 왕왕수 장군이지요. 그가 우리 성읍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감히 경성의 성주인 추인강이 이곳으로 쳐들어오지 아니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저의 장조카입니다. 제가 인사를 드리도록 말하겠습니다”.
왕성주가 왕왕수 장군에게 지시한다. 그러자 왕장군이 야율종진에게 무릎을 꿇고서 말한다; “저희 성주께서는 졸지에 변을 당하여 야율종진 추장님께 항복하고 신하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도 성주님의 뜻을 따라 승복하고 야율종진 추장님의 신하가 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야율족의 장군과 군사들이 궁금하게 생각한다. 그러자 야율종진의 귀에 왕장군의 말이 다음과 같이 들려온다; “저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이대로는 승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저와 한번 무술을 겨루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실력으로 저를 꺾으신다면 제가 두말하지 아니하고 평생 야율종진님의 충직한 신하가 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퉁대장을 비롯한 야율족의 전사들이 왕장군을 향하여 눈을 부릅뜬다. 그러나 야율종진은 ‘껄껄걸’ 통쾌하게 웃는다. 그러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왕장군, 그것은 하등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나도 기습을 하고 군사력을 빌려서 승전을 하여 그것으로 그대와 같은 사내대장부를 나의 수하로 얻고 싶지는 않다”.
야율족 장수와 전사들이 그 소리를 듣고 있다. 더구나 왕장군이 호기스러운 야율종진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그러자 야율종진의 분명한 말이 이어서 들린다; “평생 주공과 신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번 승부를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니 그대의 청에 응하겠다. 내가 진다고 하면 이 성을 네가 다스리도록 하라. 그리고 남침해올 완안족을 네가 막도록 하라… “.
그 말을 듣자 왕장군이 몸을 일으키고 자신의 등에 있는 쌍칼을 꺼낸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퉁우람에게 지시한다; “퉁대장, 나의 언월도를 가져다 주게나”. 퉁대장이 무거운 언월도를 추장의 말에서 가져다 준다. 그 무게가 상당하다. 그런데 그것을 야율종진이 가볍게 휘둘러본다. 그리고 씨익 웃는다.
왕왕수 장군은 평생 언월도를 사용하는 장수를 처음으로 본다. 그와 같은 전설적인 막강한 위력의 창을 사용하는 용력을 가진 자가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옛날 관운장이라면 모를까… ;
현세에서 그것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야율종진이 마치 장난감처럼 그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왕장군의 호기도 대단하다. 그는 긴 언월도 사이를 파고들면서 쌍칼을 휘두르고 있다. 그의 몸이 마치 비호와 같다. 어떻게 그 날카롭고 육중한 언월도 사이를 파고들 생각을 다하는가?... 그때 마치 기적처럼 언월도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 다음 순간 언월도가 갑자기 하늘에서 왕장군의 앞가슴을 노리고 그대로 직진하고 있다. 왕장군이 너무나 놀라서 자신의 쌍칼로 급히 언월도를 막고자 한다. 그러자 다음순간 실로 놀라운 일이 발생하고 만다. 갑자기 ‘챙캉 챙캉’하면서 쌍칼이 모두 두 동강이가 나고 만다. 그러자 쳐들어오던 언월도가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서 멈춘다. 왕왕수가 너무 놀라서 숨을 제대로 쉬지를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
다음 순간 겨우 정신을 차린 왕왕수가 그대로 바닥에 오체투지를 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큰소리로 외친다; “감히 이 어리석은 자가 하늘을 몰라보고 치기를 부렸습니다. 저의 주공이 아니라 천하의 패자가 되실 분이십니다. 살아서 인생 가운데 그러한 귀인을 주공으로 또 저의 왕으로 모시게 되었으니 장부로서 더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이 어리석은 신하의 큰절을 받아 주십시오”.
야율종진이 왕장군에게 다가와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면서 포옹한다. 그리고 말한다; “나의 언월도의 일합을 그래도 쌍칼로 막아낸 솜씨가 대단해요. 그대는 나의 마초가 될 수 있는 실력자이요. 그러니 이제부터 동여진족의 군대를 지휘하세요. 내가 동여진을 통일하고 그 병권을 왕장군에게 맡길 것이요. 그리고 내가 좀더 질이 좋은 쌍칼을 선물로 주고자 하오”;
야율종진이 퉁우람에게 지시하여 무산의 대장간에서 만든 쌍칼을 가지고 오게 한다. 그 쌍칼을 보더니 왕장군이 크게 놀란다. 그리고 말한다; “제가 지니고 있던 쌍칼보다 훨씬 좋은 철로 만든 칼입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소신이 이제부터 저희 동여진의 군대를 이끌고 주공을 뒤따르겠습니다”.
야율종진이 휘하의 야율족 군사 210명과 부령성의 동여진 군사 100명을 이끌고 남하한다. 야율족의 군대는 퉁우람 대장이 지휘를 하고 있고 부령성의 군대는 왕왕수 장군이 지휘하고 있다. 그리고 야율종진의 오른쪽에는 야율애령이, 왼쪽에는 부령성주인 왕호달이 말을 타고서 동행하고 있다. 그들이 남하하여 부윤, 청진, 라남 성으로 가고 있다. 그곳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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