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36(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31. 11:09

王의 비밀36(작성자; 손진길)

 

1181321일에 서우진은 애령, 야율상 부부, 대장장이 투란과 더불어 혜산성 바깥에 있는 교외마을의 조용한 주막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서우진은 그날 잠이 들기 전에 애령이 알아낸 정보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동방향을 조정해본다. 그가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야율종진의 짐작대로 완안족의 첩자들이 은밀하게 혜산을 방문하여 군사용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지도를 활용하여 그들은 혜산을 비롯하여 두만강과 압록강 지역을 점령하고자 멀지 않아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다.

둘째로, 완안족이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대금의 군대를 동원하여 남침을 하는 시기는 빠르면 3달 늦어도 4달 안에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안족 추장인 완안웅의 동생이라고 하는 완안사웅이 추장은 4개월 후로 말하고 있지만 그 남침의 시기를 당길 필요가 있다고 여진말로 부하들에게 말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그렇다면 그들이 남침하기 전에 야율종진 자신은 무산에 있는 야율족의 군대를 이끌고 무산에서 혜산에 이르는 동여진의 땅을 미리 점령하여 자신의 기반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수월하게 사형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군사적인 동맹을 맺을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북진하여 길림성과 하얼빈성을 점령하고 그곳에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야율족을 해방시킬 수가 있다.

넷째로, 만약에 완안웅이 대금의 연경에 있는 황제에게 원군을 요청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대책을 가동시켜야 한다. 그것은 몽골의 칸과 서하국의 왕에게 사절을 보내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금의 군대가 만주로 원정에 나서고 있으므로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대금을 공격하여 이익을 취하도록 하라고 넌지시 말해주는 것이다;

그 정도로 향후계획을 머리속에서 정립한 후에 서우진이 곤하게 잠을 잔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서 혼자서 말을 타고 압록강 유역에 있는 땅들을 돌아본다. 자신이 묵고 있는 주막의 위치가 혜산성 바깥 동편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압록강의 유역을 쭈욱 훑어보니 한가지 생각이 든다;

그것은 그가 대금의 수도를 방문했을 때에 연경의 교외지역에서 유심히 살펴본 강유역의 토지와 지금 혜산성 교외 강가의 토질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론 연경보다는 혜산의 위치가 조금 더 북쪽이라 날씨가 춥다. 그래서 그런지 서우진이 살피고 있는 혜산지역에서는 밭농사를 일부 짓고는 있지만 강가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지난번에 서우진이 연경에서 농민들이 농토를 개간하여 밭농사와 논농사를 강가에서 짓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잘하면 혜산의 교외지역에서도 그러한 두가지의 농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한 사실을 짐작하고서 야율종진은 미리 그 압록강 유역의 땅을 구입하여 자신의 식읍으로 삼았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서우진 곧 야율종진이 향하고 있는 곳은 혜산 시내이다. 그는 말을 타고서 반 시진 정도 성내를 훑어본다. 그리고 대충 공방을 차리기에 적당한 위치를 확인한다. 그곳은 구리광산이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다. 이제 일행과 조반을 함께하고 나서 그 지역을 다시 방문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 야율종진이 일행과 조반을 함께하면서 제안한다; “식사가 끝나면 오늘은 다 함께 혜산성 내부를 돌아보도록 하지요. 말을 타고 천천히 돌아보면 한두 시진 정도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특히 야율 재상은 공방의 위치를 한번 잡아 보시고 투란 선생은 동광산에 가까운 위치가 어디인지 먼저 파악하여 대장간을 크게 차릴 수 있는 위치를 선정하시고요… “.  

그 말을 듣자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면서 찬성한다. 그래서 5명의 야율종진 일행이 오전 중에 혜산 시내를 말을 타고서 천천히 살펴본다. 야율상은 야율족의 상품을 생산하고 직판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하고자 한다. 역시 그의 눈에는 시내 중앙에 있는 상점가와 그 주변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그와 달리 대장간이 위치할 자리를 찾고 있는 투란의 눈에는 구리광산이 가까운 혜산성의 변두리 지역이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간이 주택지에 위치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치가 선정이 되자 다 함께 주막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식사를 한 후에 구체적인 회의를 시작한다.

먼저 야율종진이 말한다; “야율 재상이 선정한 공방의 위치는 혜산성의 중심부입니다. 그러므로 땅값이 상당히 비쌀 것입니다. 그것을 사자면 자금이 많이 필요할 터인데 어떻게 마련이 되시겠습니까? 우선 서너 달 먼저 필요한 땅만 구입하시고 나머지는 우리 야율족이 이곳을 점령한 다음에 넓히도록 하시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상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추장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우리 야율족의 재물로 당장 필요한 땅만 구입하겠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혜산성을 점령하시고 더 필요한 부지를 주시면 되겠습니다. 지금 사고자 하는 부동산은 당장 흩어진 우리 야율족을 혜산 성내로 불러 모으기 위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할 공방이니까요… “.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좋습니다.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투란 선생이 지목하신 그 변두리 땅에 대해서는 제가 가지고 온 자금으로 구입하겠습니다. 별로 비싼 땅이 아니니 투란 선생이 그 땅을 구매하겠다고 여진족을 만나서 흥정을 하십시오. 성사가 되면 제가 야율애령에게 맡겨 놓은 돈으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식사를 진작에 마친 야율상과 투란이 금방 행동에 들어간다. 그들은 땅주인을 만나서 야무지게 흥정한다. 마침 성내에 매물로 나와 있는 상점들이 있기에 야율상이 상가를 사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다. 더구나 투란은 변두리의 허름한 공장을 사는 것이므로 일이 더 쉽다.

야율상은 부인 금하란에게 맡겨 놓은 은자로 너끈하게 상가를 구입한다. 그리고 투란을 따라간 야율애령이 봇짐을 풀어서 필요한 은자를 지불한다. 그것으로 야율상과 투란은 금하란 및 야율애령과 함께 그날 그들이 필요한 땅을 혜산 성내에서 모두 사들인다.

그 동안에 야율종진은 혼자서 새벽에 보아 둔 압록강 주변의 토지를 다시 돌아본다.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여진족을 찾아가서 땅주인이 누구인지를 문의한다. 그 강유역의 땅은 주인이 한사람이다. 그 들판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 지방유지인데 서여진족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그 지주에 관하여 여진말로 동네사람들에게 상세하게 물어본다.

그 가운데 자신의 이름이 왕호라고 하는 주민이 이렇게 말한다; “땅부자 왕상옹은 나의 친척이지요. 그는 나이가 많아요. 그래서 벌써 재산관리를 장자인 왕타루에게 전부 맡기고 있지요. 젊은 왕타루는 야심이 있어서 이곳을 정리하고 북쪽의 대처로 가고자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는 이 땅을 적당한 값에 팔았으면 하고 말하곤 한답니다. 부친인 왕상옹이야 고향을 떠나고 싶지가 않겠지만 장남이 번성한 길림이나 하얼빈으로 가고자 하니 별 수가 없지요… “;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왕호에게 자신이 그 일대의 땅을 살 의사가 있으니 한번 왕타루에게 흥정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에게 구전을 섭섭하지 않게 많이 쳐줄 것이니 계약이 성사가 되도록 해달라고 단단히 당부한다. 그 말을 듣자 왕호가 말한다; ‘나리, 그러면 오늘 저녁에 제집으로 오세요. 제가 흥정을 해놓고 왕타루와 더불어 땅문서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왕호의 집을 떠나기 전에 야율종진이 말한다; “대략 내가 은자 얼마를 생각하고 저녁에 오면 될까요?”. 왕호가 기분 좋게 대답한다; “약속대로 구전을 많이 주신다고 하면 시세가 대략 은 20이지만 그 이하로 한번 끊어보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좋습니다. 오늘 저녁에 제게 팔겠다면 그 정도로 예상하고서 값을 지불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면 저는 그 값을 깎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오후에 주막에 돌아온 야율종진이 애령에게 맡겨 놓은 은 50 가운데 20을 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애령이 깜짝 놀라면서 묻는다; “주군, 50 가운데 오늘 대장간 부지를 구입하고 현재 은 40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은 20을 내주는 것은 어렵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용도가 무엇입니까?”;

야율종진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애령아. 나는 혜산과 그 주변을 군사력으로 점령하기 전에 꼭 필요한 땅을 먼저 사두고자 한다. 그 땅은 강 유역인데 우리가 먹고살 충분한 토지로 개간이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야율족의 신세를 지지 아니하더라도 훗날 이곳에서 생활이 가능해지지그 명의를 내 이름과 애령이 너의 공동이름으로 해 놓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

그 말을 듣자 야율애령이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말한다; ‘오늘 저녁에 땅주인을 만나서 계약을 하고자 말해 놓았으니 애렁이 네가 나하고 함께 갔으면 좋겠다”. 애령이 그 말을 듣고 곧 외출할 차비를 갖춘다.

그날 저녁에 왕호의 집에서 두사람은 호족 왕상옹의 장남인 왕타루로부터 강 유역 일대의 땅을 전부 사들에게 된다. 그 값이 은 19이다. 따라서 야율종진이 수고한 왕호에게 구전으로 무려 은 하나를 지불한다. 왕호는 좋아서 펄쩍 뛴다.

그날 밤 주막에서 잠을 자기 전에 야율종진이 일행을 모아서 작은 술자리를 마련한다. 그 자리에서 은밀하게 혜산성 중심부에 상가를 가지게 된 야율상 부부를 격려한다; “야율 재상은 오늘 큰일을 하셨습니다. 미리 축하를 드립니다. 훗날 우리 야율족이 세우는 종진국의 수도가 될 여기 혜산성의 노른자위 땅을 선점하셨으니 말입니다, 축배를 듭시다”.

축배를 든 다음에 야율종진이 이번에는 대장장이 투란에게 말한다; “투란 선생은 이제 이곳에 큰 대장간을 가지게 되었으니 장차 우리 야율족 사회에서 그 명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가장 좋은 동제품과 농기구가 그 손으로 만들어질 것이니까요그런 의미에서 또 건배를 하십시다“.

그날 밤 금하란과 야율애령도 크게 기뻐한다. 금하란은 이제 야율족이 혜산성에 자리를 잡게 되는 일이 그렇게 시작이 되었으니 장차 이곳에서 북상하여 완안족을 쳐부수어 전사한 전남편의 원수를 갚고자 한다. 야율애령도 같은 생각이다. 부모님과 부족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애령은 한가지 생각을 더하고 있다. 그것은 남편인 야율종진이 전쟁으로 빼앗을 땅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돈을 주고 산 강유역의 토지에서 농업소득을 얻어 그것으로 처자식을 먹고 살게 하고자 작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마운 생각인지 모른다. 그래서 애령은 감격스럽다.

다음날 곧 1181323일 아침에 주막에서 일찍 식사를 마치고 야율종진 일행은 말을 타고서 남쪽으로 길을 떠난다. 혜산에서 영주성까지 3일만에 당도한다. 영주성에서 야율종진은 애령과 함께 야율상의 집에서 일박한다. 그리고 투란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 다음날 야율종진과 애령 그리고 야율상과 금하란은 영주성에서 함주를 향하여 다시 말을 타고 떠난다. 그들이 함주의 하후란의 마장에 말을 맡기고 고려의 국경을 은밀하게 산길을 타고서 넘는다. 그 다음에는 화주에 있는 주막으로 찾아가서 그곳에 맡겨 놓은 말 4필을 찾아서 함께 개경으로 달린다;

개경에 도착하니 벌써 41일이다. 그때부터 그들은 바쁘다. 야율상의 경우에는 부인과 함께 개경과 혜산을 오가면서 야율족을 모아 공방을 운영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서우진의 경우에는 애령과 함께 강계성의 첩자인 월향과 의주성의 첩자인 청객 김성곤을 접촉한다. 그 첩자들에게 완안족의 추장인 완앙웅의 아우인 완안사웅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제공한다.

서우진은 혼자서 숙부 서화평 부부에게 문안을 다녀온다. 그리고 사부 김숙번에게도 다녀온다. 김숙번의 집 마당에서는 여전히 새로 제자가 된 두 젊은이가 무예를 수련하느라고 열심이다. 무예선생인 김숙번은 그렇게 새로운 제자를 양성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급한 일을 끝낸 다음에 하루는 서우진이 애령이와 함께 잠을 자면서 그녀에게 말한다; “이제는 우리가 무산으로 가서 퉁우람 오누이가 양성해 놓은 야율족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쳐야 합니다. 먼저 무산에서 혜산에 이르는 300리의 땅을 점령하여 야율족의 영토로 삼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사형들과 동맹을 맺고서 우리는 남진하는 완안족의 근거지를 배후 공격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애령이 말한다; “주공,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서우진이 대답한다; “나는 야율족의 새로운 추장으로서 전임 추장을 살해한 완안족에게 원수를 갚고 그들의 포로가 되어 있는 동족들을 구출해낼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길림성과 하얼빈을 모두 차지하고서 우리들의 나라를 세울 것입니다. 그 나라의 이름이 종진국이지요”.

그 말을 들은 야율애령이 말한다; “종진국이라. 좋은 이름이예요. 그런데 그 새로운 나라는 주공의 말씀 그대로 야율족과 모든 여진족 그리고 고려의 유민들이 전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그러한 나라가 되어야 해요. 그러므로 그 왕국은 왕의 나라도, 신하의 나라도, 나의 나라도 아닌 우리 모두의 나라가 되어야 하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서우진 당신의 아내로 만족해요. 더 이상 욕심이 없어요. 그러한 나라에서 당신과 나의 자녀들을 키우면 되는 것이고요…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이불속에서 애령을 꼬옥 껴안는다. 바깥에서는 11814월초순의 밤공기가 여전히 차갑지만 방안에서는 두사람의 입김이 따뜻하다. 그래서 그들은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평화스러운 개경의 낮과 밤이 한가로이 지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두사람이 무산으로 가게 되면 그때에는 고려의 북쪽 국경 바깥에서 엄청난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과연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