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3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31. 10:51

王의 비밀34(작성자; 손진길)

 

  1181310일에 서우진은 애령과 야율상 부부를 데리고 4필의 말을 타고서 개경을 출발한다. 그들은 간단한 행장을 꾸린 채 동북면 화주로 말을 달리는 것이다.

313일에는 화주의 주막에 말 4필을 맡겨 두고 그들은 은밀하게 산을 타는 애령의 뒤를 따라 무사히 고려의 국경을 통과하여 함주로 들어간다. 서우진과 애령이 야울상 부부를 데리고 그곳에서 말사육장을 운영하고 있는 하후란을 만난다.

야율상과 금하란을 만난 하후란이 깜짝 놀라 인사하면서 말한다; “야율공과 금하란 유모님이시군요. 7년전의 전란을 피하신 것으로 저희들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정정한 모습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무예선생인 퉁투랑의 아내인 하후란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상이 하후란에게 말한다; “퉁투랑 선생의 부인이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그래 퉁선생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하후란이 대답한다; “7년전에 전사한 것이 아니라 완안족에게 포로로 끌려갔지요. 저는 자식을 키우면서 그들에게 복수하고 남편을 되찾아 오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금하란이 하후란의 손을 잡으면서 위로한다; “하언니, 그래도 언니는 남편이 완안족의 땅에 살아 있으니 우리가 원수를 갚게 되면 분명히 석방이 될 거예요. 하지만 저는 남편이 그 전란으로 죽고 말았답니다. 저는 그 원수를 갚고 싶어요… “. 두 여인이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하후란에게 말한다; “하 아주머니, 금하란은 수년전에 가족을 잃은 야율선생을 만나 재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주성에서 몰래 전 남편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야율선생의 아내로 대하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하후란이 금하란에게 뒤늦게 나마 그녀의 재혼에 대하여 축하한다.

그날은 하후란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날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야율상 부부가 북쪽으로 길을 떠난다. 그들은 각각 말을 타고 있다. 2필은 서우진이 하후란에게서 작년에 돈을 주고 산 말이고 다른 2필은 이번에 야율상이 돈을 주고 하후란에게서 구입한 것이다. 하후란이 특별히 좋은 명마를 선택하여 그들과 함께 타보고서 제공하였기에 아주 빠르게 달린다;

야율상이 비록 문신이지만 말을 잘 탄다. 역시 여진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걷는 것보다 말을 타고 다니는 것에 더 익숙한 모양이다. 그리고 금하란은 옛날 추장부인의 시녀이며 동시에 호위무사였다. 따라서 그녀는 무예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그런지 말을 타는 기술이 아주 능란하다.

그래서 무예에 능하고 기마술이 좋은 애령이 금하란과 나란히 말을 달린다. 그러자 서우진이 야율상과 보조를 맞추어 역시 말을 달린다. 야율종진이 전속력으로 달리면 아무래도 야율상이 뒤처질 것만 같아서 서우진이 말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문신인 야율재상을 배려하고 있다고 하겠다. 나중에 종진국을 세우면 그에게 전적으로 내치를 맡길 생각이기에 그를 벌써부터 우대하는 것이다.

이틀만에 서우진 일행이 영주성에 도착한다. 그러자 금하란이 말한다; “여기 영주성 외곽에 저의 친정식구들이 은밀하게 살고 있어요. 그곳에 저의 자식들이 있지요.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제가 저의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야율종진과 애령 그리고 야율상이 모두 그녀를 따라 외로이 숨어 있는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시골동네를 지나 조금 외떨어져 있는 집이다. 집의 규모가 제법 크다. 금하란이 앞장서서 집안으로 들어서자 노부부와 젊은 남녀가 마중을 나온다. 금하란이 노부부에게 공손하게 절을 한다. 그녀의 친정부모이다. 그러자 젊은 남녀가 금하란에게 절을 하면서 말한다; “어머니, 잘 다녀오셨습니까?”.

젊은 남녀는 야율상에게도 역시 절을 하면서 말한다; “아버지,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러자 야율상이 두 남녀를 끌어안으면서 말한다; “그래 너희들도 잘 지냈느냐? 나도 너희들이 보고 싶었단다. 팽금호팽은옥… “. 20세 가량 되어 보이는 그들 남녀에게 야율상이 참으로 다정한 부친으로 보인다.

그러자 금하란이 모두에게 말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금호와 은옥아, 이분들은 우리 야율족의 새 추장이신 야율종진님과 그 부인이신 야율애령님이예요. 그러니 함께 신민의 절을 올리도록 하십시다”. 금하란이 먼저 오체투지의 절을 올린다. 그러자 그녀의 부모와 자식들도 똑같이 큰 절을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즉시 마주 절을 하면서 말한다; “금하란은 지금 야율재상의 부인이시고 그녀는 예전에 야율종 추장님의 부인을 지키는 호위무사이자 시녀였지요. 그러니 제가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 할 형편입니다. 그러니 빨리 일어들 나십시오”. 야율종진이 늙은 부부의 손을 마주잡아 일으켜 준다.

그러자 금하란의 친정부모가 야율종진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말한다; “감격스럽습니다. 새 추장님의 자상하신 모습과 늠름하신 태도를 보니 우리 야율족이 재건이 되는 날이 이미 다가온 것으로 보입니다. 부디 저 간악한 완악족을 쳐부수어 억울하게 죽은 우리 사위의 원한을 풀어주십시오”.

그 말을 듣자 팽 남매가 앞으로 나서면서 두 손을 모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추장님, 완안족을 쳐부수는데 저희들도 한몫을 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을 군사로 사용하여 주십시오”. 그 말을 듣은 야율종진이 금하란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금하란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저는 자식들에게 어려서부터 무예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병사의 몫을 할 것입니다”;

 

야율종진이 팽금호팽은옥에게 말한다: “너희 모친으로부터 무술을 배웠다고 하니 앞으로 나와 함께 완안족을 무찌르도록 하자. 너희 두 사람은 이제부터 나를 호위하는 무사의 역할을 맡도록 하려무나. 내가 너희들을 내 곁에 두고서 보호를 해주마. 그러니 너희들도 나를 지켜주어야 한다. 알겠느냐?”.

서우진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금하란의 조상이 신라에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같은 예맥족이며 한민족이라는 핏줄이 아무래도 서로 당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퉁우람과 퉁예란에게 하지 아니한 친절을 그들 남매에게 자신도 모르게 베풀고 있으니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팽 남매가 그렇게 좋아한다. 그리고 야율상이 또 그렇게 좋아한다. 그는 서우진이 엄청난 무예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서우진이 자신의 호위무사를 지켜줄 것이다. 그러니 그 남매의 의붓아버지가 된 야율상이 좋아하는 것이다. 

서우진과 애령은 야율상 부부와 함께 며칠간 행동을 같이한다. 금하란이 남편을 따라 그녀의 친정부모와 팽 남매를 집에 두고 역시 영주성 교외에 살고 있는 투란의 대장간을 찾아간다. 그들 4사람이 대장간으로 들어서자 투란은 물론 함께 일하고 있던 그의 아들 투투까지 놀란다;

그리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함께 집으로 가자고 권한다.

그들은 은밀한 사랑방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다. 먼저 투란이 야율상에게 절을 하면서 말한다; “우리 야율족의 재산과 특산품을 관리하던 귀공 야율상께서 아직 살아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야율상이 투란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한다; “우리 야율족의 솜씨 좋은 대장장이 투란 선생께서도 무사하시군요. 반갑습니다”.

야율애령과 금하란은 어느 사이에 투란의 부인과 그 며느리인 하오란과 더불어 이야기가 한참이다. 그러자 투란의 부인이 잠시 양해를 구한다; “제가 며느리와 함께 점심식사준비를 간단하게 하여 오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그 사이에 야율종진이 야율상 부부에게 말한다; “이집 며느리인 하오란은 함주에 살고 있는 마장주인 하후란의 사촌 여동생입니다. 그리고 하후란의 남동생이 바로 무산에 살고 있는 하타르 선생이지요. 지금 하후란의 자식인 퉁우람과 퉁예란이 무산에서 야율족 장정과 소년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들은 완안족과 전쟁을 하고자 무산의 야율촌에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투란의 아들인 투투가 말한다; “저희들도 무산에 있는 야율촌에 가서 병장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추장님 그렇게 허락하여 주시지요?... “.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저는 투란 부자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안족과 전쟁을 하자면 군자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들이 야율재상을 도와서 그 일을 맡아 주기를 바랍니다… “.  

투란과 투투가 잠시 어리둥절해 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상이 설명한다; “추장님의 말씀은 우리가 혜산에서 생산이 되는 구리를 사용하여 앞으로 야율족의 특산품인 동거울과 여러가지 금속공예품을 만들어 고려의 개경에 팔아서 군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실은 그 일을 상의하기 위하여 여기에 온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투란이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산으로 갈 것이 아니라 혜산으로 이주를 해야 하겠군요. 아무래도 의 생산지 가까이 가야 싼 값으로 구리를 구입하여 그러한 제품을 대장간에서 많이 생산할 수가 있지요. 그래 야율재상은 언제 우리가 혜산으로 이주하면 좋을까요?... “;

야율상이 투란에게 대답한다; “이번에 그 적지를 탐색하기 위하여 제가 추장님 내외분을 모시고 혜산을 방문하고자 합니다. 그곳에 일종의 공방을 설치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투란 선생이 저희들과 함께 혜산으로 가서 적지를 선정해주면 더 고맙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투란이 크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이가 든 이 대장장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니 제가 없는 시간도 만들어 내야 하지요.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내일 당장 길을 떠나도록 하십시다. 저도 더 늙기 전에 우리 야율족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그 일에 일익을 담당해야지요. 그것이 이 늙은 대장장이의 소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과 야율상이 늙은 투란의 투박한 대장장이 손을 함께 잡는다;

그리고 추장인 야율종진이 두사람에게 힘있게 말한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우리 다 함께 혜산으로 가십시다. 그곳에서 야율촌 재건의 꿈을 함께 현실로 만들도록 하십니다. 저는 그 일이 금년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

그렇게 사랑방에서 사내들의 의기가 투합하여 열기가 뜨거운데 한쪽 구석에서는 애령과 금하란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 지 수다가 대단하다. 그렇게 한 다경 남짓 지나자 투란의 부인이 며느리 하오란과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점심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개마고원에서 생산한 옥수수와 감자가 주식이지만 그날의 점심상이 특별하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씨암탉이라도 잡은 모양이다. 닭고기를 뜯어 넣은 먹음직한 죽이 여러 그릇이다;

모두들 맛있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는 가운데 벌써 317일이라 그런지 바깥의 추위가 상당히 누그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