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3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30. 12:25

王의 비밀32(작성자; 손진길)

 

5. 군대를 이끌고 무산에서 혜산까지

 

서우진이 애령과 함께 함주에 도착하여 하후란을 만난 때가 118129일이다. 말사육장에서 말을 돌보다가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이 걸어서 마장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서 하후란이 반색을 하며 반긴다. 그리고 말한다; “잘 오셨습니다. 마침 제가 두 분께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

반갑게 인사하다가 두사람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하후란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그동안 흩어진 야율족을 은밀하게 모아서 저희 마장에서 말을 돌보는 일꾼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수가 많아져서 저는 절반 정도의 야율족 일꾼을 차제에 무산에 조성이 되고 있는 야율촌으로 보내고자 합니다. 그러니 가시는 길에 함께 데려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묻는다; “교통편은 어떻게 준비가 됩니까? 우리 두사람은 여기에 맡겨 놓은 말을 사용하면 되지만 그들은 어떻게 무산까지 이동하게 되지요?”. 그 말을 들은 하후란이 호호라고 웃는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이 어리둥절해 한다.

그러자 하후란이 웃음을 머금고 조용히 대답한다; “주군께서는 흩어진 야율족에 대하여 잘 모르시는군요. 야율족은 7년전에 완안족에 의하여 추장이 죽고 촌락이 전부 불타버렸습니다. 그러니 우리 동족들은 그때부터 마차에 모든 가족과 짐을 싣고 떠돌이생활을 하고 있지요. 그러니 자신들의 마차를 몰고서 주군을 따라 갈 것입니다”;

하후란의 말 그대로이다. 다음날 마장을 떠날 때에 11개의 마차가 야율종진과 애령의 말을 뒤따르고 있다. 그들은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의 안내로 북쪽에 있는 무산을 찾아가고자 함께 5일간 여행한다;

216일에 그들이 무산에 있는 하타르의 저택에 도착하자 하타르와 두 조카가 깜짝 놀란다.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을 맞이한 하타르와 퉁우람 그리고 퉁예란은 신하의 예를 올린다. 그 모습을 보고서 마차를 몰던 11명의 야율족 장정이 함께 신하의 예를 올리면서 말한다; “우리 야율족의 새 추장이신 야율종진님을 뵙습니다. 저희들을 새로운 신민으로 받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1명의 장정이 마차에서 가족들을 모두 내린 다음에 그들과 함께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에게 다시 절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저희들을 위하여 새로운 야율촌을 이곳 무산에 세워 주셨으니 이제부터 저희들은 추장님의 명령에 따라 완안족을 물리치고 우리들의 동족을 구하는데 앞장을 서겠습니다”.

그러한 의식이 끝나자 하타르가 야율종진에게 보고한다; “추장님, 그동안 많은 야율족들이 소문을 듣고 은밀하게 무산으로 모여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한 대로 만든 촌락에 일단 신분이 파악된 자들을 먼저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 수가 벌써 1,000명이 넘고 있습니다. 이제 추장님이 함주에서 데리고 온 이 사람들도 그곳에서 살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러니 내일은 저와 함께 새로 지은 야율촌을 보러 가시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모두에게 말한다; “하타르 촌장의 보고와 같이 이제 무산지역에 야율촌이 생기고 벌써 1,000명이 넘는 동족들이 정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여기서 하룻밤을 쉬고 내일은 함께 그곳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5일동안 저와 함께 강행군을 했으니 오늘은 하타르 촌장의 환영만찬에 참석하시고 모두들 푹 쉬도록 하십시오”.  

야율종진이 자신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존대를 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하타르와 부족원들이 황송해 하면서 말한다; “추장님, 저희들에게는 하대를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공대를 하시면 저희들이 몸 둘 바를 모르게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나는 야율종 추장님의 뒤를 잇고 있지만 새로운 우리들의 왕국을 건설할 것입니다”.

야율종진의 말은 전임 야율족 추장의 뒤를 잇는 추장 정도에 그치지 아니하고 자신은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국왕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너무 큰 꿈이라 그들이 어리둥절하여 귀를 기울인다. 그들에게 야율종진이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야율종진의 설명이 다음과 같다; “완안족이 대금을 세운 지배 족속이라고 한다면 여러분들은 나와 함께 새로운 나라를 충분히 세울 수가 있습니다. 장차 우리들이 세우는 나라는 대금과는 달라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첫째로, 그 나라에서는 신분이 높다고 하여 함부로 나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하대를 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

신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라도 사람대접을 해주는 나라를 말하고 있다. 그러한 나라가 과연 가능할까?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동은 야율종진의 얼굴을 주시한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로, 그러한 나라를 세우자면 우리들부터  서로 존경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

야율종진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서 설명한다; “여러분들의 추장이며 그러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나는 이제부터 나의 신민들에게 존대를 하는 그러한 국왕이 되고 싶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나와 같은 마음과 뜻으로 야율족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하고 나아가서 새로운 나라의 주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들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하타르 촌장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야율종진에게 말한다; “저는 추장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남의 것을 강탈하면서 유목민으로 떠도는 삶이 아니라 이제는 마을을 이루고 정착하여 서로 돕고 보살피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자는 말씀으로 알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

하타르가 모두에게 말한다; “추장님이 말씀하시는 공동체와 나라는 분명히 새로운 것입니다. 그것은 왕의 나라가 아니라 이미 백성들의 나라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야율종진 추장님을 직접 보좌해야 하는 저나 신료들은 장차 그 뜻을 받들어 그것이 우리 신하들의 나라이며 동시에 백성들의 나라라고 하는 확고한 사상을 정립할 것입니다. 추장께서는 그렇게 허락을 해주실 것입니까?”.

야율종진이 빙그레 웃는다. 그러면서 참으로 기분 좋게 대답한다; “내가 하타르 촌장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를 벌써 스스로 하고 계십니다. 그 새로운 나라는 나의 나라이면서 동시에 하타르 촌장의 나라이고 또한 여러분들의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내 허락을 받을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 대답을 듣자 하타르가 말할 수 없는 감격에 휩싸인다. 그가 평소 꿈꾸고 있던 그러한 평등하고 자유스러운 나라를 야율종진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율종진의 말이 계속된다; “그렇게 아시고 이제부터 우리들은 똘똘 뭉쳐서 저 간악한 완안족을 쳐부수고 동족들을 구출한 준비를 하도록 합시다. 그러한 다짐을 하는 의미에서 오늘 저녁 다 함께 먹고 마시면서 잔치를 즐기도록 하십시다. 하하하… ”.

다음날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은 무산에 조성되어 있는 야율촌을 방문한다. 하타르 촌장은 추장 내외와 함께 무산에 도착한 11마차의 새로운 부족원들에게 살 집을 배정한다. 그리고 잠시후에 모든 주민들을 중앙광장에 소집한다. 그들에게 하타르가 처음으로 야율촌장 내외를 소개하는 것이다.

하타르의 소개말이 다음과 같다; “우리 야율족은 7년 전에 완안족과 금나라 군대의 침략으로 멸망을 당했습니다. 추장님 내외가 돌아가시고 많은 부족원이 죽거나 포로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추장님의 따님이신 야율애령님께서 새로운 추장이 되신 야율종진님과 함께 이곳 무산에 새로운 야율촌을 건설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새로운 추장님 부부에게 충성의 예를 올리도록 하십시다”.

하타르 촌장부터 바닥에서 오체투지로 추장부부에게 절을 올린다. 그러자 1,000명이 넘는 야율족이 똑같은 방식으로 절을 한다. 그 절을 받자 야율종진이 선언한다; “이번의 절로써 저는 여러분들의 추장이 되고 여러분들은 나의 신하와 백성들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한마음과 한 뜻으로 힘을 길러서 완악족을 칠 것입니다. 그리고 동족들을 해방시킬 것입니다. 그 일에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그러한 선포가 있자 일시에 하타르를 위시하여 1,000명이 넘는 부족원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들의 함성이 그치자 하타르 촌장이 해산을 명한다. 그리고 그는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을 추장의 집으로 안내한다. 그곳 회의실에 탁자와 의자가 벌써 구비되어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상석에 앉으면서 하타르와 야율애령에게 자리를 권한다.

잠시 후에 묘령의 아가씨가 다과를 준비하여 내온다. 하타르가 그 아가씨에게 말한다; “주옥아, 네가 이제부터 추장님 부부를 가까이서 모셔야 하니 신하의 예를 올리도록 하라. 그리고 추장님, 이 아이는 저의 여식입니다. 부족하지만 시녀의 역할을 맡겼으니 너그러이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녀가 바닥에서 절을 하면서 말한다; “야율종진 추장님과 야율애령님, 저는 하주옥이라고 합니다. 촌장님의 말씀 그대로 이제부터 추장님 부부를 모시고자 하오니 무엇이든지 지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잘 알겠다. 네가 할 일에 대해서는 나보다도 나의 부인이 말해줄 것이니 많이 도와 주기 바란다”.

야율애령이 하주옥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하여 식당이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하타르 촌장에게 말한다; “하촌장, 병장기를 만들 수 있는 대장간을 마련했나요?”. 하타르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대로 구비했습니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질문한다; “하촌장, 여기 야율촌에 거주하게 된 우리 부족원이 1,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20세 이상의 장정의 수가 얼마이고 15세 이상의 소년의 수가 얼마나 됩니까?”.

하타르 촌장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안 그래도 추장님께서 가장 먼저 그 점을 물으실 것 같아서 제가 준비를 했습니다. 당장 몇 달만 군사훈련을 받으면 출전할 수 있는 장정이 2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몇 년만 무예와 학문을 익히면 군대의 간부가 될 수 있는 소년이 그만큼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크게 기뻐하면서 하촌장에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하촌장. 그렇다면 석 달 후에 완안족이 금나라 군대와 함께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은 200명의 군대를 이끌고 출전할 수가 있겠군요. 잘 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하타르가 깜짝 놀라서 묻는다; “추장님, 일이 그렇게 급박합니까?”;

야율종진이 웃음기를 지우면서 말한다; “제가 그동안 동북여진의 사정을 살피고 또한 완안웅이 군비마련을 위하여 향미까지 수입하여 팔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중원의 대금을 방문하여 그 실태까지 파악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나는 완안웅이 조만간 전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하타르가 심각해 진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그런데 제가 대금의 수도인 연경을 방문하여 느낀 바로는 이곳 만주에서 전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대금 전체와의 전면전이 아니라 완안족과 기타 여진족과의 국지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대금의 대군이 만주로 들어올 확률이 적기 때문이지요… “.

하타르가 추장의 설명을 더 듣고 싶어한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계속 설명한다; “1181년 현재 대금의 제5대 황제와 남송의 제2대 황제가 평화조약을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국력을 키우고자 노심초사하면서 무섭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양쪽의 세력이 너무나 팽팽합니다... “.

머리가 좋은 하타르가 상당히 이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야율종진이 친절하게 더 설명한다; “그러므로 대금이 만주로 원군을 보내게 되면 그때에는 균형이 깨어지므로 남송의 침입을 받게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쪽에서 대금의 중원을 지키는 군대가 많이 만주로 이동했다는 정보를 몽골이나 거란에게 제공하게 되면 그들이 풍요로운 중원을 차지하고자 이리떼처럼 대금을 들이칠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하타르가 하하라고 웃는다. 그래서 기뻐하면서 말한다; “그렇습니다. 추장님께서는 벌써 승전을 할 묘책까지 가지고 계시는 군요. 우리 야율족이 복이 많습니다. 이제는 소신이 무산에서부터 서진하여 혜산까지 차지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한번 상세하게 마련해보겠습니다. 하하하… “.

하타르가 웃자 야율종진도 웃는다. 두 사나이가 통쾌하게 웃고 있다. 그 소리를 추장집의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야율애령과 하주옥이 듣고 있다. 그녀들은 무슨 좋은 일이 있는가 싶어서 자신들도 덩달아 호호라고 웃는다. 이제부터 무산과 동여진의 땅에서는 과연 어떠한 풍운이 발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