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3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9. 17:28

王의 비밀30(작성자; 손진길)

 

야율상이 쌍두마차에 서우진 일행을 태우고 빠른 속도로 마차를 몰고 있지만 개봉에서 임안까지는 무려 5일이나 걸린다. 그만큼 먼 길이다. 특히 그 사이에는 회하 또는 화이수이강이라고 하는 작은 강과 장강 또는 양쯔강이라고 부르고 있는 큰 강이 버티고 있어서 배에 마차를 싣고서 두차례나 건너야 한다;

서우진이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살펴보니 대금과 남송 사이에는 자연적인 장애물이 엄청나다. 강과 호수 그리고 늪지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군이 침입을 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은 지형이다. 그러한 지리적인 잇점이 있으므로 1127년에 화남지역에 남송이 건설이 될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역사적으로 당시 송나라의 황제인 흠종의 이복동생 고종이 남으로 피신하여 군대를 재정비하고 대금의 남하를 막았다. 때마침 한인들의 정통왕조인 송나라의 수도가 대금의 원정군에게 짓밟히고 전현직 황제들이 사로잡힌 것에 대하여 분노하는 한인들이 의병을 조직하여 가세했다.

그러나 대금의 대군의 남하를 막은 것은 어디까지나 그 험난한 지형의 덕분인 것이다. 그러한 역사적인 그리고 지리적인 사실을 강을 건너면서 서우진이 한눈에 간파하고 있다. 그가 통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훗날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그러한 지형적인 불리함 때문에 남송을 치는데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서우진 일행이 남송으로 들어오자 세가지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첫째, 양자강 하류지역의 날씨가 참으로 온난하고 따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225일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항주인 임안은 온난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12월이 겨울이고 매우 추운 계절이라고 느끼며 살아온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경험이다. 3사람이 따뜻한 날씨에 어리둥절하는 것을 보고서 임안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야율상이 빙그레 미소를 보이고 있다.

둘째, 남송의 수도인 임안에 살고 있는 백성들을 보니 모두가 삶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히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 행동이 느긋하다. 그 색다른 모습을 보고서 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야율상이 말한다; “조카님, 이곳 화남지역은 중원에서 가장 비옥한 고장입니다. 그러니 주민들의 삶이 윤택하고 여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셋째, 송나라의 주자학이 남송의 임안에서 다시 만개하고 있다. 공자와 맹자의 유학이 사회도덕과 윤리를 강조하면서 선비를 길러 충효사상과 경천애민 사상을 실천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한다면, 주희의 주자학은 더 발전한 형태이다. 그것은 관념론적인 학문의 이치를 탐구하여 세상을 다스리도록 사대부를 길러내는 일종의 정치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송나라의 주자학에 물들게 되면 문치주의에 흐르게 되고 명분론에 사로잡히게 된다. 학문을 숭상하고 자신의 철학을 절대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만다. 그 결과 신하들이 황권이나 왕권을 제약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무신들을 하등인간으로 취급하고 마는 것이다.

서우진은 주자학을 직수입하여 꽃을 피운 고려의 사대부들이 무신들을 홀대하다가 지금 그 반작용으로 무신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남송도 계속 사대부들이 조정을 독점하고 문신정치만을 부르짖다가 보면 언젠가는 나라를 적의 침략에 내어주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렇게 임안을 방문하여 서우진이 미래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야율상은 임안에서는 팔 물건이 없다. 그래서 서우진에게 묻는다; “조카님, 남송의 지형과 임안의 형편을 이틀동안 대충 살폈으니 이제는 북으로 올라가서 대금의 수도인 연경을 보도록 할까요?”. 서우진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두 분의 여성분이 남송의 화려하고 사치로운 문물에 정신이 빠져 있으니 하루 더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도록 하지요… ”.

서우진 일행이 야율상이 몰고 있는 쌍두마차에 몸을 싣고서 북쪽으로 길을 떠난 시점이 11801229일이다. 따뜻하고 온난하여 사람이 살기 좋은 양자강 하류를 떠나 추운 고장 화북지역으로 북상하는 것이다. 그것도 국경의 검문을 거친 다음에 가는 걸음이다. 빨리 여행을 마치고 고려의 개경으로 돌아가는 일정이 아니라고 한다면 결코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야율상이 쌍두마차를 모는 솜씨가 대단하다. 사람들만 타고 있는 마차이므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중원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고 있다. 서우진 일행은 중원의 도로가 참 잘 닦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군사도로로 사용이 되는 것이기에 영토가 넓은 중원의 제국이 역사적으로 도로정비에 열심을 보인 결과로 보인다.

야율상은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자신의 아내인 금하란에게 연경까지 가자면 열흘 남짓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질문한다; “야율 숙부님, 지금 대금을 다스리고 있는 제5대 황제에 대하여 아시는 대로 좀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 야율상은 마치 그 요청이 있기를 바란 사람처럼 즉시 설명을 시작한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4대 황제가 무도한 인물 해릉왕입니다. 1115년에 대금을 세운 여진족 추장인 태조 아골타가 정복전쟁중인 1123년에 죽자 그의 동생인 오걸매가 제2대 황제가 되었는데 그가 바로 태종이지요. 그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황제가 되었는데 제4대 황제가 폭군으로서 정적을 제거하고 전쟁을 좋아한 인물입니다. 그는 대금의 동경 곧 오늘날의 만주 요양성에 살고 있는 태조 아골타의 손자인 완안옹까지 괴롭힌 인물입니다”;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귀를 기울이자 신이 난 야율상이 계속 설명한다; “해릉왕은 완안옹을 격분시켜서 해치기 위하여 미인인 그의 부인을 달라고 합니다. 왕안옹의 아내는 남편을 살리기 위하여 황제인 해릉왕에게 시집을 가지만 곧 자결하고 맙니다. 그러한 수모를 당하면서도 완안옹은 황제에게 뇌물을 바치면서 구차하게 살아 남습니다… “.

놀라운 이야기이다. 마치 궁예의 견제를 받던 왕건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과 같다. 야율상의 설명이 계속된다; “마침내 완안옹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황제가 두차례나 남송을 공격하지만 실패하고 전장에서 군사들을 못살게 굴자 그만 그의 부장이 황제를 암살하고 말기 때문이지요. 그 소식을 들은 신하들이 요양성에 있는 완안옹을 새로운 황제로 모시고자 합심하여 수도인 연경으로 군대를 몰고 들어옵니다”;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경청하자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1161년에 세종은 부하에게 살해를 당한 전임황제를 강등시켜서 그 칭호를 해릉왕으로 기록하고 맙니다. 그리고 남송과는 평화조약을 맺고 대금의 경제적 문화적인 번영을 위하여 매진합니다. 그 결과 1180년 현재 대금이 크게 번영하고 있으며 주변의 많은 유목민들이 함께 살기 위하여 몰려들고 있는 중입니다”.

잠시 숨을 쉬고나서 야율상이 천천히 마차를 몰면서 계속 설명한다; “세종의 업적을 조금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여진족의 말과 글을 보급한 것입니다. 많은 서적을 여진의 글로 번역하였지요. 그리고 여진말을 대금에서 공용어로 사용하게 합니다. 둘째, 한족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 여진족과 대금으로 이주한 거란족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혜택이 있기에 여진족과 거란족이 관료가 되어 세종을 떠받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

또 무슨 치적이 있는 것인가?’ 서우진이 특히 경청한다. 그러자 야율상이 말한다; “셋째, 황하의 치수사업에 성공하여 풍년이 들게 합니다. 그 결과 백성들이 요순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노래하고 있지요. 넷째, 관노비와 사노비를 해방하고 전부 평민으로 삼아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까지의 야율상의 설명을 들으면서 서우진은 세종이야말로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야율상의 말이 계속된다; “다섯째, 지배민족인 여진족이 한인들의 성명을 사용하거나 한인들의 사치에 물드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래서 세종은 여진족은 성명을 한인들처럼 바꾸지 말도록 하고 자신부터 검소한 생활을 실천합니다. 일례로 대금의 세종은 5가지가 넘는 반찬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 것이지요”;

잠시 숨을 돌리고서 야율상이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말하자면 세종은 모친이 발해인의 후손입니다. 그래서 소수민족에 대하여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지만 심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발해인들을 시골에 살도록 별도의 현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지요. 이상입니다”.

야율상의 설명이 그치자 서우진이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마음속으로 내리고 있다; “어째서 대금의 세종같이 위대한 인물이 남송을 정복하려고 시도하지 아니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전쟁을 일으키면 공신들과 무신들의 힘이 강해져서 황제의 통치에 크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자이다”;

서우진의 생각이 계속된다; “그는 문치주의를 실천하면서 한마디로 다민족국가인 대금을 다 함께 잘사는 중원의 대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1161년부터 20년동안 통치한 1180년말 현재의 대금은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문화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만약 만주에서 완안족과 야율족 사이에 전쟁이 발생한다고 하면 그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야율상이 몰고 있는 쌍두마차 안에서 서우진이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멸망한 야율족을 다시 재건하는 책무를 맡은 새로운 추장 야율종진이다. 그러므로 무산에 야율촌을 만들고 군사를 길러서 300리 서쪽에 떨어져 있는 혜산까지 점령을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북진하여 길림과 하얼빈 곧 오늘날의 대금의 상경부를 점령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연경의 대금 황제인 세종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야율종진으로 불리고 있는 서우진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서서히 자신의 고개를 끄떡인다; “세종의 대응은 둘 중 하나이다; 하나는,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대금의 군대만으로 나의 야율족과 사형들의 동맹군을 격파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개입은 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남송과 잘 이야기하여 확실하게 불가침의 약속을 받은 다음에 대군을 몰고서 만주로 진격하는 것이다. 그 경우에는 만주에서 큰 전쟁이 발생한다. 나는 그러한 사태를 어떻게 피할 수가 있을까?... “;

갑자기 야율종진이 미소를 띤다. 그리고 스스로 마음속에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잘 사는 중원을 정복하고자 하는 유목민들이 북방과 서방에 많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미끼를 던지면 된다. 대금의 황제가 곧 대군을 몰고서 만주의 반란을 진압하고자 출동할 것이므로 그 절호의 기회를 타서 북쪽과 서쪽에서 대금을 치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대금의 원정군은 되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생각을 끝낸 서우진은 야율상이 신나게 몰고 있는 쌍두마차의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12월 말이 지나고 벌써 1181년 새해가 되었다. 북진을 할수록 추위가 뼈속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여진족 출신인 야율상과 금하란 그리고 야율애령은 끄떡이 없다. 고려 개경사람인 서우진만이 제법 추위를 느끼고 있다.

그러자 서우진이 갑자가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그는 이제부터 운기를 하여 추위를 몰아내고자 한다. 그가 고대문서를 읽고 스스로 익힌 내공심법을 지금 활용하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서우진은 단지 가부좌를 틀고서 참선하는 고승과 같다. 그러나 그의 체내에서는 벌써 엄청난 생기와 기력이 온몸을 돌고 있다;

의원들에게 물어보면 사람은 심장에서 펌프가 피를 전신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살아가고 있다고 대답한다. 구체적으로 각 세포가 혈액을 통하여 영양분을 공급받고 또한 호흡으로 받아 들인 산소로 그것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심장의 펌프는 작은 힘에 불과하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아니하지만 사람에게는 생명의 기운과 기력이 혈액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것이 보이는 혈액을 움직이게 하는 더 중요한 근원적인 힘인 것이다.

그 생명력을 지금 서우진이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가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따라서 주변의 추위가 서우진의 몸에 침투할 수가 없다. 오히려 멀리 물러나고 마는 것이다.

옆에서 서우진을 쳐다보고 있는 야율애령도 그와 같은 보이지 아니하는 운기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다. 무예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금하란의 경우에는 그저 야율종진이 참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야율상은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쌍두마차를 신나게 몰고 있다. 그가 채찍을 가하고 있는 두 마리의 말이 참으로 준마인 모양이다. 추위에 상관하지 아니하고 거친 숨을 내쉬면서 열심히 달리는 것을 보니 본래 그 말들의 태생이 북방인 모양이다.

그렇게 서우진 일행이 오늘날 베이징으로 불리는 당시 대금의 수도인 연경으로 계속 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과연 어떤 것을 보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