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2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9. 17:05

王의 비밀28(작성자; 손진길)

 

  4. 대금과 남송을 찾아서

 

서우진 일행이 고려의 벽란도에서 11801127일에 잡아 타고서 출발한 상선이 대금의 산동반도에 있는 등주에 도착한 때가 122일이다. 그곳에서 대금의 수도인 연경까지 가자면 북쪽으로 먼 거리를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만 대금의 변경 또는 남경 곧 옛날 북송의 수도였던 개봉은 서쪽으로 진행하면 나타나게 되고 서우진 일행이 그 다음에 남행을 하면 남송의 수도인 임안에 도착할 수가 있다. 배가 등주에 도착하기 전에 그러한 지리에 관하여 이미 야율상이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자신의 부인인 금하란에게 말한 바가 있다.

따라서 서우진이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대금의 변경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남송으로 입국하여 그들의 수도인 임안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다음에 북상하여 대금의 수도인 연경을 본 다음에 다시 남하하여 이곳 등주에서 배를 타고서 고려의 벽란도로 들어가면 되겠군요. 그렇게 합시다”. 모두가 동의한다.

서우진 일행은 전부 야율상이 이끄는 상단의 사람으로 신분세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야율상이 개경에서 마련하여 벽란도에서 산동반도로 들어오는 상선에 싣고 온 고려의 상품이 상당히 많다. 그 물건들을 대금의 변경으로 가지고 가서 팔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야율상은 등주에서 쌍두마차를 한대 구하여 그 물건들을 하선하여 싣는다. 그리고 자신이 마차를 몰면서 그 옆자리에 3사람을 모두 태운다;

야율상 일행은 모두가 여진말에 능통하다. 그러므로 대금의 영토에서 활동하는데 있어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 대금에서는 여진말과 한어가 함께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여진말을 사용한다고 하면 더 대접을 받는다. 왜냐하면, 다민족국가인 대금에서는 계급의 민족별 서열이 여진족, 거란족, 한족, 발해인 순서이기 때문이다.

야율상은 산동반도의 등주에서 마차를 몰면서 약간 비스듬하게 서남진을 한다. 대금의 변경 곧 옛날 송나라의 수도였던 개봉의 위치가 그 방향이기 때문이다. 야율상은 벌써 그곳을 5차례나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길을 잘 알고 있다. 그 덕택에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야율상의 안내를 받아 편하게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쌍두마차를 몰면서 등주에서 변경까지 가자면 보름이나 걸린다. 빨리 마차를 몰게 되면 고려청자 등의 귀한 도자기가 박살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서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날 쌍두마차를 타고서 느린 속도로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이기에 야율상이 심심하여 서우진 일행에게 고려말로 대금의 형편에 대하여 설명하기를 시작한다.

그의 첫마디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모두 여진말을 사용하고 여진의 글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대금의 천하에서는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대금은 여진족이 세운 나라이면서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지배민족이 여진족입니다. 그 다음이 같은 몽골계에 속하는 거란족이지요. 그런데 지금 대금에서 여진족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야율상은 참으로 박식한 사람이다. 그러한 그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금 대금은 이미 아시는 대로 성군으로 불리고 있는 제 5대 황제인 세종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가 즉위한 1161년경 대금의 인구가 2천만명 정도였지요. 그 가운데 여진족은 300만명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흔히 대금에서 지배민족인 여진족이 전체의 7분의 1에 불과하다고들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런데 세종이 황하유역이 범람하지 아니하도록 치수사업에 매진을 했지요. 그 결과 중원의 화북지역에 풍년이 연거푸 찾아왔습니다. 양식이 풍부해지자 주변의 여러 족속들이 대금으로 이주하기를 시작했지요”;

 잠시 숨을 돌린 야율상의 설명이 이어진다; “대금의 황제도 그것을 좋아했지요. 왜냐하면, 한인들에 비하여 유목민의 수가 너무 적어서 한인들을 다스리는데 애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금의 인구가 2배로 불어나 있습니다. 결국 여진족의 비율이 14분의 1로 떨어졌지만 거란족과 몽골족의 수가 많아진 것입니다”. 참고로 당시에 들어온 돌궐족들이 먼 훗날 중원을 떠나 화교의 시초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대금의 황제 세종의 정책은 주변의 유목민들을 오랑캐라고 부르면서 그 침입을 막기 위하여 한인들의 왕조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과는 정반대의 정책인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대금의 황제와 여진족 신하들이 고민을 많이 하고 있겠군요. 그래서 그들의 정책방향이 다음과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째, 모든 국가의 문서와 서책을 여진의 글자로 기록하게 하여 이미 여진 글을 알고 있는 여진족들이 전부 국가의 관료가 되는 것입니다”.

대금의 제5대 황제는 여진의 글을 사용하도록 크게 장려한 인물이다. 그가 죽자 그 칭호를 세종이라고 부르고 있다. 참고로, 훗날 근세조선의 제4대 국왕이 한글을 창제하자 그를 역시 조선의 세종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원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조선의 왕가와 조정에서 그렇게 붕어한 국왕의 칭호를 중원과 비슷하게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 말을 들은 야율상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서우진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그러자 그의 귀에 놀라운 서우진의 말이 들려온다; “둘째, 여진족들은 비슷한 민족에 속하는 거란족을 자신들의 참모나 부관으로 사용하여 인구수가 많은 한인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잠시 숨을 쉬고서 서우진이 이어서 말한다; “셋째, 여진의 말과 글을 배워서 사용하는 한인들을 우대하여 그들을 대금의 앞잡이로 활용하여 여진족들이 수가 월등하게 많은 한인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입니다. 넷째, 다민족국가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하여 여진족과 거란족 그리고 대금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일부 한인관료들을 제외한 모든 한인들과 발해인들에 대해서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야율 숙부, 제 말이 맞지요?”.

그와 같은 서우진의 일련의 설명을 들은 야율상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실로 놀라운 통찰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급하게 다음과 같이 서우진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그러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어느 서책에 그러한 정보가 수록이 되어 있습니까? 제가 많은 정보를 분석하여 겨우 알고 있는 이치를 어떻게 그렇게 꿰뚫고 계시는 것입니까?”.

그 질문을 받은 서우진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허허, 숙부가 되어서 어떻게 그렇게 조카에게 존대를 하십니까? 그러다가 고려말을 아는 행인을 만나게 되면 우리의 정체가 대금에서 곧바로 탄로가 나고 말 것입니다. 주의를 하세요, 야율 숙부님… “.

그 말을 듣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야율상이 정신을 차리고 말한다; “아이고 내가 두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조카님하나는, 조카님은 하늘이 낸 인물인 줄 내가 깜빡 잊어버리고 그렇게 어리석게 물어본 것이군요. 또 하나는,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역량과 경륜을 벌써 갖추고 있는 인재인 줄 내가 인정을 하고서도 그 사실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용서하세요, 조카님…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하하라고 웃는다. 그 웃음에 이어서 애령과 금하란이 호호라고 웃는다. 그녀들은 천하의 재사인 야율상이 그렇게 혼비백산하고 급히 사과를 하고 있는 광경을 평생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이제 한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서우진이야 말로 진실로 두려운 인물이다. 하나를 알면 적어도 다섯가지의 이치를 깨닫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를 대적하게 되는 자는 엄청난 불행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지루한 보름 동안의 여행을 한 다음에 야율상의 쌍두마차가 변경인 개봉에 도착한다. 참으로 번화한 도시이다. 165년간이나 북송의 수도였으며 지금도 대금의 남경으로서 황도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는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풍요로운 화북지역의 경제적인 중심지이다. 따라서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야율상이 쌍두마차에 싣고 온 고려청자를 비롯한 귀중품들이 잘도 개봉의 시장에서 팔려 나간다.

야율상이 고려에서 가지고 온 상품을 파느라고 정신이 없다. 반면에 서우진의 관심은 따로 있다. 그는 애령이를 데리고 변경시내를 열심히 살피고 있다. 금하란은 물건을 팔고 있는 남편 야율상을 도와야 하기에 동행하지 못한 것이다. 서우진이 길을 가면서 애령에게 고려말로 말한다; “어떻게 여기 대도시인 남경에서는 고려의 말소리를 들을 수가 없네... 그렇다면 발해인들이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군… “;

그 말을 듣자 애령이 대답한다; “마차를 타고 오면서 서방님이 이미 말씀하셨잖아요... 대금은 효과적으로 한인과 발해인을 통제하기 위하여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요. 그러니 그들은 대도시가 아니라 농경지가 있는 군현지역 곧 시골에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곳 대도시에는 아마도 부자인 한인들 그것도 대금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그러한 자들만이 살고 있을 거예요… “.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맞는 추론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이 나는 군요. 한인들 가운데 부자들이 많아요. 그 이유는 그들이 오래전부터 강유역에서 농사를 지어왔기에 농업생산성이 높고 또한 지주들이 많이 발생한 것이지요. 반면에 유목민 출신인 여진족이나 거란족은 정착식 농업에 서툴러요. 따라서 그들은 생산성이 높지 못하고 부자들이 아니지요”.

애령이 경청을 하자 서우진이 이어서 말한다; “그러니 대금의 황실과 조정은 부자인 한인들을 통제하고 동시에 빈민이 된 여진족과 거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큰 정치적인 부담을 지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부자인 한인들로부터 엄청난 세금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세금폭탄을 맞고 있는 한인부자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

서우진이 결론을 맺는다; “기회만 포착이 되면 대금을 뒤엎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금의 천하는 오래갈 수가 없을 거예요. 이것은 나의 예측입니다”. 서우진의 예측이 상당히 정확하다. 한인 부자들이 유목민인 대금의 지배를 벗어나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보다 포용력이 강한 몽골의 전사들이 쳐들어 왔을 때에 대금보다는 몽골의 편을 들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적으로 54년후의 일이다. 서우진이 만주에 자신의 나라인 종진국을 세우고 금나라의 군대를 물리친 다음의 이야기이다. 더구나 그가 이 세상을 떠난 후의 일인 것이다;

 그러니 서우진이 아직은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서 그 이야기를 사랑하는 아내 애령에게 말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