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26(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9. 16:46

王의 비밀26(작성자; 손진길)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이 두만강을 건너가서 길림과 하얼빈을 차지하고 있는 완안족의 땅을 정탐하고 다시 무산에 있는 하타르의 집으로 돌아온 때가 11801112일이다. 그 사이에 하타르와 그의 두 조카는 야율종진이 마련하여 준 은 200으로 무산의 북쪽에 있는 두만강 유역과 남쪽에 있는 산지를 공씨 일족으로부터 전부 사들였다.

이제는 무산의 인근에 흩어져서 신분을 속이고 살아가고 있는 야율족을 모아 들이는 일이 남아 있다. 그래서 하타르가 두 조카인 퉁우람 및 퉁예란과 더불어 그 일을 추진하고자 한다. 물론 그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야율촌을 조성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건축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무산지역 야율촌의 촌장으로 임명이 된 하타르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촌락을 짓고자 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애령의 전대에 맡겨 두고 있는 은괴 가운데 150을 꺼낸다. 이제 야율애령이 지니고 있는 은괴는 90남짓에 불과하다. 그 거금을 야율종진이 하타르 촌장에게 준다.

  그때 야율종진이 하타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타르 촌장,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촌락을 건설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여기 은 150을 더 드릴 것이니 그것으로 공사를 빨리 진척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돈을 받으면서 하타르가 말한다; “주군께서 무산지역을 야율촌으로 만들기 위하여 투자하신 자본이 엄청납니다. 헛된 투자가 되지 아니하도록 제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모두에게 말한다; “이곳 무산의 일은 하타르 촌장과 퉁우람 그리고 퉁예란 3사람만 있어도 충분히 감당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저와 야율애령은 다시 개경으로 돌아가서 중원의 사정과 개경의 형편을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저희 사형들의 세력과도 연합을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저희들은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말을 타고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이 무산을 출발하여 곧바로 함주로 간다. 1118일에 하후란의 집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국경을 은밀하게 통과하여 고려의 국경도시 화주로 들어온다. 그곳 주막에 맡겨 놓은 말을 찾아서 개경까지 달린다.

1122일에 개경의 저택에 돌아온 서우진은 애령과 함께 그동안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고 바쁘다. 무엇보다도 철원의 농토를 관리하고 있는 천서방을 만나 서류를 결재한다. 그리고 두 달 남짓 개경의 저택을 돌본 철원댁에게도 후하게 사례한다. 그 다음에는 숙부 서화평의 집에 들러 숙부내외에게 문안인사를 드린다.

서우진이 슬쩍 개경의 황궁 및 조정의 소식을 숙부에게 물어본다; “숙부님, 저는 애령이와 함께 국경지대에 가서 사냥을 즐기다가 왔습니다. 명마를 2필 구하였기에 그 말을 타고서 사냥을 하니 정말 소득이 큽니다. 다음번에는 숙부님께서도 여가가 나시면 저희들과 함께 사냥을 하시러 가시지요. 아주 좋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서화평이 대답한다; “나는 아직 국사에 매인 몸이라 그럴 여유가 없어. 우진이 너는 아무데도 매인 곳이 없으니 참으로 한량이구만. 그래 조정에 발을 붙이지도 아니하고 그렇게 자유인으로 마음껏 살아보니 어떠한가?”. 서우진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숙부님도 저처럼 한번 살아 보시면 개경에서 재상으로 사시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들은 서화평이 역시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 요즘 같아서는 그렇게 사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르지... 왕정도 아니고 군정도 아닌 개경의 정치상황을 보노라면 그것이 훨씬 마음이 편한 길이 맞아하지만 그럴수록 문관들이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돌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그나마 고려라고 하는 나라가 돌아가는 것이지… “.

서우진이 숙부의 얼굴을 보니 별다른 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경대승이 때로 국왕을 만나서 정책제시를 하고 명종은 신하들에게 그대로 지시하여 고려를 이끌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변화라고 할 것이 도무지 없는 것이다. 북쪽에서는 완안웅이 금나라 군대를 동원하여 의주성과 강계성 그리고 대웅국을 치려고 벼르고 있지만 그러한 소식에 고려는 둔감한 것이다.

숙부에게서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한 서우진은 오래간만에 개경 서촌에 살고 있는 무예선생 김숙번을 찾아간다. 지난 번에 함께 대웅국을 다녀온 다음에 서우진이 처음 방문하는 길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숙번이 무척 반긴다. 서우진이 마당을 들어서다가 보니 젊은 청소년 두사람이 대련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세가 조금 엉성하다;

그래서 서우진이 사부 김숙번에게 문안인사를 한 다음에 어떤 청소년인지 물어본다; “사부님, 15세남짓 되어 보이는 저 청소년 두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말을 듣자 김숙번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아직 40대야. 그래서 새로 제자를 두 명 들였다. 개경 귀족 자제들인데 이름이 송유철문무익이지. 덩치가 좋은 생도가 송유철이고 약간 마른 생도가 문무익이야”.

그 말을 하면서 김숙번이 그들을 부르려고 하자 서우진이 급히 말한다; “사부님, 나중에 제가 사제들을 만나겠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두시지요”. 김숙번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우진이 너의 사형 3사람에 대하여 진작 말해주지 아니했으므로 그러하냐? 그래, 그러면 나중에 사제들과 인사를 하도록 하려무나.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말한다; “사부님, 그런데 사형들로부터는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까?”. 김숙번이 뜻밖의 대답을 한다; “한가지 소식이 있었지. 대웅국의 국왕인 김영웅이 사람을 시켜서 선물을 보내어 왔다. 똑 같은 선물이 3개나 되더라.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두개는 우진이 너와 애령이의 것이다. 아주 좋은 담비 털가죽이야…”;

김숙번이 사랑방의 벽장에서 꺼내 주는 물건을 보니 아주 질이 좋은 것이다. 그 옛날 발해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에까지 수출한 그러한 양질의 담비 털가죽이다;

 

두개를 서우진에게 주면서 김숙번이 말한다; “이렇게 선물까지 보낸 것을 보니 김영웅이 금나라와 싸우는 경우에는 우리에게 도와 달라고 하는 뜻이야…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대답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전쟁이 빨리 발생할 수가 있으니 그때에는 제가 애령이를 데리고 출전을 하겠습니다. 그것이 같은 사부 밑에서 무예를 배운 동문들의 도리이지요… “. 그 말을 들은 김숙번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좋지 좋아. 나도 함께 참전을 하려고 한다”.

다음날 서우진은 월향루에 들린다. 행수를 찾았더니 월향이 반갑게 맞이한다. 내실로 들어가자 서우진이 품안에서 서신을 하나 꺼낸다. 그 내용은 동북여진을 다스리고 있는 완안웅에 관한 것이다. 개경에서는 별다른 일이 없으므로 그 정보로 대신한 것이다. 서신의 내용을 읽어본 월향이 머리를 숙여서 감사를 표시한다.

월향루를 벗어난 서우진은 청도관에 들러 청객 김성곤에게도 은밀하게 서신을 전해준다. 그리고 나서 야율상을 만나러 간다. 야율상과 다과를 나누면서 서우진은 애령과 함께 무산은 물론 완안족이 둥지를 틀고 있는 길림과 하얼빈까지 다녀온 사실을 말해준다. 그리고 끝머리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은 시일이 많이 소요가 되었기에 심양연경을 들리지 못하였어요. 다음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자 야율상이 말한다; “주공, 사실은 제가 이번에 모처럼 연경과 이제는 변경으로 불리고 있는 개봉을 한번 다녀오고자 합니다. 장차 혜산에서 야율족의 특산품을 많이 생산하게 되면 그것을 연경과 개봉에 팔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제품의 판로를 미리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곳 벽란도에서 대금과 남송의 상인들에게 파는 방법도 있겠지만 중원 현지의 시장동향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야율상이 제안한다; “주공께서 시간이 되시면 저와 함께 중원에 걸음을 하시지요. 대금과 남송의 상황을 미리 파악해 두셔야 장차 여진의 땅에서 발생하는 전쟁에 대한 대책을 실효성 있게 세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대답한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면 배편으로 가게 되겠군요. 언제 출발하실 생각이십니까?”. 야율상이 대답한다; “3일후 1127일에 출발하는 선박을 이용하고자 합니다. 아침시간에 출발할 예정이므로 이틀 후 저희 집에 오셔서 하루 주무시고 함께 가시지요? 그리고 애령 아씨도 함께 가실 의향이 있으시면 동행하셔도 좋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웃으면서 말한다; ‘야율 재상이 그 말씀을 아니하셨으면 제가 부탁을 드리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집사람과 함께 모래 오후에 이 집으로 오겠습니다. 모두 함께 연경으로 가시지요”.

그 말을 들은 야율상이 역시 웃으면서 말한다; “주공, 저도 사실은 제 아내와 함께 연경구경을 하고자 합니다. 영주성에서 신분을 속이고 살고 있는 제 아내가 내일 이곳 개경에 들어옵니다. 그러므로 제가 함께 중원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이틀 후에 제가 주공에게 인사를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깜짝 놀라면서 야율상에게 묻는다; “야율재상은 6년전 야율촌이 완안족의 침입으로 멸망을 당한 때에 부인과 자녀들이 모두 적들에게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고 제게 말했지요. 그런데 어떻게 부인이 살아서 영주성에 살고 있습니까?”.

그 말을 들은 야율상이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주공, 저의 처자식이 6년전에 모두 죽고 만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완안족에게 원수를 갚기 위하여 군자금을 마련하고자 장사를 계속했지요. 그것이 여진족의 특산품을 개경에 가져다가 파는 것입니다. 그렇게 개마고원지역을 왕래하다가 우연히 숨어서 살고 있는 야율족의 여인을 만났지요... “.

야율상이 눈가에 고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이어서 말한다; “그녀는 제가 젊은 시절부터 잘 알고 있는 여인입니다. 함께 야율종 추장님 부부를 저희들이 섬겼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남편이 그 전란으로 죽고 혼자서 자녀들을 데리고 피신하여 영주성에서 특산품을 만들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같은 상처를 가진 그녀와 재혼을 했는데 그것이 벌써 4년이나 됩니다”. 

서우진이 야율상을 위로한다;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면 지금의 부인이 그곳에서 야율재상의 일을 돕고 있는 것이군요. 야율족의 특산품과 여러 여진족들의 생산품을 남편을 대신하여 구입해 놓고 자신의 자녀들을 키우고 있겠군요. 잘 알겠습니다”.

서우진이 집에 돌아와서 애령에게 중원여행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랬더니 애령이 너무나 좋아하면서 말한다; “저도 중원에 꼭 가보고 싶어요. 저희 야율족을 재건하자면 완안족과 전쟁을 쳐야 하는데 그 뒤에 대금이 버티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대금의 군사적인 허실을 정확하게 염탐을 해 두어야 해요”.

옳은 말이다. 그래서 서우진은 애령과 함께 연경과 개봉을 방문하게 되면 어떤 것들을 탐지해야 하는지 미리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다음날 서우진이 다시 천서방을 찾아가서 철원 댁에게 한달동안 저택을 관리해달라고 부탁한다.

천서방의 부인인 철원댁은 지주인 서우진이 평소 인심이 후하고 저택을 관리하는 사례도 넉넉하게 해주고 있으므로 엄청 좋아한다. 그렇게 서우진이 애령과 함께 먼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에 개경에서의 하루해가 금방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