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2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9. 16:54

王의 비밀27(작성자; 손진길)

 

서우진은 애령과 함께 11801126일에 개경 중부지역에 살고 있는 야율상의 집을 찾아간다. 그는 그 골목 입구에서 짐을 애령에게 맡기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그 다음에 서우진이 향한 곳은 그 근처 개경의 중심부에 있는 상점가이다;

그곳에서 고려 도자기와 여진족의 특산품을 팔고 있는 가게로 들어간다. 서우진이 그 가게의 주인인 경호민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난다. 서우진이 깍듯이 인사하자 경호민이 그렇게 좋아한다.

먼저 경호민이 말한다; “허허, 이 늙은이를 잊지 아니하시고 찾아 주시니, 서공자님 고맙습니다”. 서우진이 인사말을 건넨다; ‘하하, 제가 어찌 경호민 선생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여진말과 글을 배울 수 있도록 야율상 선생을 소개해주신 분이신데요… ”.

그 말을 듣자 경호민이 묻는다; “서공자께서는 여진의 말과 글에 이제는 능통하십니까? 그들의 말과 글은 요즈음 대금 천지에서 한자와 더불어 공식적인 언어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금의 제5대 황제인 세종이 여진의 글로 많은 서적을 번역하여 출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이 말한다; “경선생께서는 여기 개경에서 수입품을 판매하고 계시니 해외사정에 대해서는 굉장히 밝으시겠군요요즘 대금과 남송의 사정은 어떠합니까?”.

경호민이 한마디로 대답한다; “중원의 역사에 있어서 그 옛날 전설적인 요순시절이 있었다고 한다면, 작금의 중원이 그러합니다. 대금의 세종과 남송의 효종이 그러한 태평성대를 만들어내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웃으면서 말한다; “허어, 중원천지는 살기가 좋은 모양입니다. 여기 고려처럼 무신이 집권하지 아니하고 문치주의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군요. 그렇다면 주변의 여러 유목민 종족들과의 갈등이나 분규도 없는 것입니까?”.

경호민이 조금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제가 대금과 남송의 상인들로부터 듣기로는 주변의 미개한 종족들이 문화가 꽃피고 문물이 풍성한 중원으로 많이 이주하고 있다고 그래요. 특히 여진족이 다스리고 있는 대금으로 많이들 이주하고 있다고 해요, 그러니 대금의 황실과 조정이 그들을 어떻게 정착시키느냐?에 따라서 평화냐? 아니면 전쟁이냐?가 결정이 되겠지요… “.

서우진이 이왕 묻는 김에 한가지를 더 질문한다; “그렇다면 대금의 세종과 남송의 효종 사이에는 갈등이나 분규가 없습니까?”. 경호민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 그것도 여진족과 한인 사이에 어떻게 갈등이 없겠습니까? 특히 남송은 중원의 절반을 대금에게 빼앗기고 있는 처지인데요… “.

자신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는 서우진을 한번 본 다음에 경호민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렇지만 남송은 무력이 약합니다. 따라서 지난 1163년 곧 효종이 즉위한 다음해에 대금의 세종과 평화조약부터 체결했지요… “.

잠시 숨을 쉰 다음 말하는 경호민의 그 다음설명이 중요하다; “겉으로는 서로 불가침조약을 체결해 놓고, 내부적으로는 국력을 키우기 위하여 대금의 세종과 남송의 효종이 결사적으로 자국의 정치개혁과 경제발전 그리고 문예진흥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지요. 그것이 작금의 중원의 사정입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서우진이 허리를 깊이 숙여서 경호민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정중하게 말한다; “경호민 선생께서는 참으로 국제정세에 밝으시고 정보를 분석하시는 혜안을 지니고 계십니다. 제가 스승으로 모셔야 할 분이시군요. 앞으로도 저를 제자로 여기시고 많이 지도편달을 해주시기 부탁 올립니다”.

그 말을 들은 경호민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저는 지는 해이고 서공은 떠오르는 태양과 같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앞으로 부탁은 제가 드려야 합니다. 부디 이곳 개경의 상점가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장차 많이 배려를 해주세요. 그러시면 됩니다. 하하하… “.

서우진이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그 상점을 나선다. 그리고 동편의 골목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애령에게 급히 다가간다. 그 모습을 경호민이 안보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유심하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 경호민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고려에 인물이 많이 난다고 하더니 그것이 사실이구나. 저 젊은이는 고려가 낳은 기린아이다. 이제 중원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으니 그가 고려의 국경 바깥에서 자리를 잡겠구나. 그가 북쪽에 버티고 있으면 그 덕택에 고려의 백성들이 상당기간 오랑캐의 침략을 받지 않겠구나다행한 일이야…“.

  서우진은 경호민이 앞날을 그렇게 꿰뚫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애령과 함께 야율상의 저택을 찾아서 들어간다. 마당으로 영접을 나오는 야율상 재상을 따라서 인물이 좋은 중년부인이 함께 나오고 있다. 서우진은 이틀전에 야율상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부인에게 허리를 약간 굽혀서 인사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상이 말한다; “두 분은 안으로 먼저 드시지요. 내실에서 서로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고 있는 신중한 자세이다. 그래서 서우진과 애령이 담담하게 사랑채에 붙어 있는 넓은 접견실로 들어선다.

큰 탁자에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일단 자리를 잡게 한 다음에 야율상이 자신의 부인을 소개한다; “제 아내입니다. 저보다 몇 살 연하이지요. 이름이 금하란입니다. 지금은 여진족이지만 본래 그 조상은 멀리 신라에서 온 김씨입니다”.

그러자 서우진과 애령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금하란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애령이 말한다; “금하란 아주머니, 저는 야율애령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저의 남편인 서우진입니다. 우리 야율족은 그를 야율종진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금하란이 바닥에 앉아서 두사람에게 신하의 예를 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야율종 추장님의 영애이신 야율애령 아가씨 그리고 추장님의 후계자이신 야율종진님을 소신 금하란이 뵙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이 동시에 금하란의 손을 잡아서 일으킨다. 그러면서 서우진이 대표로 말한다; “부인, 저희들은 내일부터 한달간 함께 중원을 여행해야 합니다. 군신 간의 예의는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편하게 제가 야율상 재상을 숙부로 그리고 부인을 숙모로 호칭하겠습니다. 그렇게 양해해주세요”.  

그 말을 듣자 금하란이 말한다; “야율종진님, 저는 젊은 시절 한동안 야율종 추장님의 부인을 모시던 시녀입니다. 야율애령 아가씨가 아주 어렸을 때였지요. 지금은 저를 잘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20년전에는 그러했습니다. 그러니 저를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중원여행을 하기에 그렇게 신분을 감추자고 하시면 당분간 그렇게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애령이 갑자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금하란에게 말한다; “저의 어머니와 함께 갓난아기였던 저를 돌보고 키우신 분이시군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인사를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돌보아 주셨으니 저의 절을 받으셔야지요”.

야율애령이 금하란에게 절을 하면서 말한다; “제가 유모로 대하겠습니다. 여행하는 동안은 숙모라고 부르고요. 그리고 저희들의 나라가 만주에 서게 되면 그때에는 야율재상의 부인으로서의 위엄을 갖추시고요부인께서는 저희들의 왕국에서 여자로서는 두번째의 서열이 되실 거예요… “.

금하란이 자신에게 절을 하는 야율애령을 급히 말리려고 하다가 그 말을 듣고서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조금 정신을 차린 다음에 말한다; “아가씨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제가 이해를 했습니다… “.

그 다음에 참으로 똑똑한 이야기를 한다; “야율족의 나라를 건설하시고 황후의 자리에 오르실 야율애령 아가씨이시니 소신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보필을 하겠습니다. 제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여인들을 엄격하게 다스리겠습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과 야율상이 빙그레 웃으면서 두 여인을 쳐다본다. 남자들의 권력의 서열만큼이나 여인들의 권력의 서열도 엄격한 것이다. 군신 간의 구별이 있고 서로 신의와 정이 통해야 힘을 하나로 모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치를 벌써 알고 있는 야율애령과 금하란은 상당히 영특한 여인들인 것이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그날은 야율상의 저택에서 모두를 정담을 나눈다. 그리고 다음날 일찍 기상하여 새벽에 꾸려 놓은 봇짐을 지고서 벽란도로 향한다;

그들은 아침에 출발하는 선박을 무사히 타게 된다. 옷차림은 활동하기 편하게 간소하게 차려 입었지만 1127일의 아침날씨가 상당히 춥기에 두꺼운 털옷들을 걸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상선이 황해의 물살을 가르면서 서진을 한다. 그대로 중원의 산동성으로 방향을 잡아 운항하는 것이다;

그 옛날 삼국시대 백제의 마을과 신라의 여관들이 있던 곳이다. 그리고 발해의 무역관이 있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도 산동반도에는 한족이 아니라 예맥족이 많이 살고 있다. 혈연적으로도 가까운 산동 사람들이다.

무역선이 순풍에 돛을 달고 순항하고 있다.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야율상과 금하란은 돈을 많이 주고서 아예 객실을 하나 빌렸다. 그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편하다. 서우진이 야율상에게 묻는다; “숙부께서는 일찍이 중원을 방문하신 적이 몇 번이나 있으십니까?”.

서우진이 숙부라고 부르자 야율상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주군은 참으로 철저하시군요. 저희들끼리 있는 자리에서도 저를 숙부라고 부르시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중원을 여행하는 동안에는 남의 눈이 있든지 없든지 그렇게 처신을 하겠습니다… “.

그 다음에 웃음을 그치고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15년 동안에 5차례나 산동개봉 그리고 연경을 들렀지요. 하지만 임안에는 못 가보았어요. 그러니 이번에는 남송의 수도인 임안을 한번 가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배가 한 오일 정도 항해를 해야 하니 그동안에 참고삼아 아주 옛날의 역사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귀를 기울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상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 옛적에는 모두가 유목민들입니다. 사냥을 하고 열매를 채취하여 먹고 살다가 발전한 것이 드넓은 초원에서 가축을 키우는 것이지요. 그렇게 유목을 하면서 인류가 살았는데 유라시아 땅에서 크게 세력을 떨치는 12개의 민족이 탄생을 했지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모두들 경청을 한다. 그러자 야율상의 설명이 이어진다; “고문서를 보면 그들 12개의 유목집단이 서로 전쟁을 하지 아니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하여 하나의 원칙에 합의를 했다고 해요. 그것이 드넓은 초지를 떠도는 방향과 순서를 정한 것이지요. 그래서 12개의 유목민족이 참여하는 환국이 초원에서 결성이 된 것입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야율상이 숨을 한번 쉬고서 이어서 말한다; “세월이 지나자 유목을 버리고 정착식 농업을 경영하는 족속이 생겨났어요. 대표적인 경우가 양자강 곧 장강유역의 한족입니다. 그리고 황하유역에서는 예맥족이 유목과 정착식 농업을 병행했지요. 그런데 따뜻한 장강유역의 농업이 더 성공적이었어요. 따라서 먹거리가 풍성해지자 그만 한족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말았지요”;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면서 경청한다. 야율상이 신이 나서 설명한다; “북쪽의 예맥족은 풍요로운 장강유역의 옥토가 탐이 나고 남쪽의 한족은 인구가 폭발하자 북쪽 황하유역을 차지하고자 했지요. 그래서 한족과 예맥족 사이에 전쟁을 했는데 그 결과 예맥족의 치우천황이 패전하고 한족의 황제가 승리를 했지요”.

야율상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그래서 예맥족은 황하유역을 한족에게 빼앗기고 만주와 한반도로 이주하고 말았어요. 일부 중원에 남아 있는 예맥족이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산동반도에 살고 있지요. 그런데 중원을 차지한 한족은 그 다음부터 그만 수많은 유목민들의 침략의 대상이 되고 말았어요… ”.

충분히 이해가 되는 설명이다. 그래서 모두들 숨소리도 줄이고 경청한다. 야율상의 설명이 계속된다; “한족의 북쪽에는 몽골족이 살고 있고 그 서쪽에는 흉노돌궐 거란이 있지요. 그런데 거란과 돌궐이 한때는 동쪽으로 들어와서 만주에 정착을 한 적도 있어요”.

야율상의 마지막 설명이 그날 다음과 같다; “하지만 만주에는 말갈여진 그리고 예맥의 한 갈래인 부여족이 대세이지요. 부여족은 말갈족과 함께 고구려와 발해라는 국가를 만들고 여진족을 오래 지배했어요”.

그 다음의 역사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 5일간 상선을 타고 가면서 야율상의 해박한 설명이 계속된다. 나머지 이야기는 서우선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자신들의 머리에 차곡차곡 입력하고 있다.

그렇게 야율상의 강의를 듣는 사이에 배가 산동반도의 등주에 도착한다;

그 다음 그들 4사람은 과연 어떠한 일을 중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