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29(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9. 17:17

王의 비밀29(작성자; 손진길)

 

서우진 일행이 변경에 도착한 때가 11801217일이다. 그 옛날 북송의 수도였던 개봉 곧 오늘날 대금의 변경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그런지 야율상이 배로 싣고 온 고려자기를 비롯한 고려의 비싼 상품들이 잘 팔린다. 1219일이 되자 야율상이 물품을 전부 처분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음날인 1220일에는 서우선 일행이 쌍두마차를 타고서 가벼운 마음으로 남송의 수도인 남쪽의 임안을 향해서 출발한다. 장강이 황해로 흘러 들어가는 유역에 위치하고 있는 오늘날의 항주는 상해에서 가깝고 따뜻한 지방이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해서 보니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다;

그 빠른 인구증가를 보고서 야율상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그래서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자신의 아내인 금하란에게 말한다; “나는 3년전에도 임안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보다 더 인구가 늘어난 것 같아요. 도시팽창의 속도가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그 말을 들은 일행이 깜짝 놀란다. 인구가 많으면 국력이 강해지는 것이 고대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야율상에게 묻는다; “대금의 인구가 계속되는 유목민들의 유입으로 4천만명이 넘어서고 있다고 보면, 남송의 인구는 어느 정도일까요?”. 야율상이 조금 생각하더니 신중하게 대답한다; “저는 7천만명 정도로 봅니다. 아직 5천만명이 안되는 대금보다는 인구면에서 남송이 훨씬 큰 나라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재차 묻는다; “남송은 한인들의 나라이므로 주변의 유목민들을 오랑캐로 여기고 이민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빠른 인구증가의 요인이 무엇입니까?”. 야율상이 조리 있게 대답한다; “첫째로, 남송의 제2대 황제인 효종이 정치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장강의 치수사업을 잘하여 계속 풍년이 찾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남송의 인구가 급팽창한 것이지요. 그리고… “.

야율상이 숨을 잠시 쉬고서 이어서 설명한다; “둘째로, 오는 길에 농촌의 농부들에게 제가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요즘은 장강유역에서 벼농사를 짓는 면적이 크게 증가했다고 그래요. 그리고 조정에서 다수확을 할 수 있는 좋은 벼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고 해요. 그러니 생산량이 늘고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여진족의 나라인 대금이 남송을 정벌한다고 하는 것은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되겠군. 오히려 나중에는 남송의 침략을 받아 쩔쩔매게 되겠구만 그렇다면, 내가 만주에서 완안족을 쳐부수더라도 대금이 중원에서 파병을 할 수가 없는 거야. 좋았어… “.

서우진은 인구가 적은 나라가 인구 많은 대국을 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하고서 그러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가 예측하고 있는 내용이 거의 정확하다. 왜냐하면, 대금이 남송을 침략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훗날 몽골의 강력한 기마병이 1234년에 금나라를 멸망시키지만 남송의 정벌에는 계속 실패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몽골은 인구가 300만명도 안되지만 남송의 인구는 당시에 1억명으로 증가하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송은 45년을 더 버티다가 마침내 1279년이 되어서야 원나라에 의하여 완전히 멸망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1276년에 수도인 임안이 원나라의 쿠빌라이 칸의 원정군에게 떨어지고 남송의 황제가 적에게 잡히는 비운을 맞이한다;

하지만 신하들이 새로운 황제를 모시고 홍콩 등에서 3년간 망명정부를 구성하여 몽골군에게 끝까지 저항한 것이다;

 

같이 쌍두마차를 타고 가면서 서우진이 그러한 사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마리의 말들이 빨리 달리기를 시작한다. 그 이유는 야율상이 가지고 온 상품을 변경인 개봉에서 전부 팔아버렸기에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에 채찍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서 서우진이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야율상이 때로는 개구쟁이와 같구만. 나이가 40중반인데 아직 혈기가 왕성해. 그는 남송의 수도인 임안을 나와 애령이 그리고 자신의 아내인 금하란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은 것이야. 그러니 저렇게 말을 빨리 달리게 하는 것이지… “.

그래서 서우진이 말을 몰고 있는 야율상에게 질문한다; “야율 숙부, 지금 남송을 다스리고 있는 제2대 황제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 말을 듣자 야율상이 말의 속도를 늦추면서 신이 나서 설명을 시작한다; “1127년에 대금의 제2대 황제인 태종이 송나라의 수도인 개봉을 함락시키고 전 황제인 휘종과 당시의 황제인 흠종을 사로잡게 됩니다”.

그것이 이름하여 정강의 변이다. 그 사실을 서우진과 애령이 이미 알고 있기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때 흠종의 이복동생인 고종이 탈출하여 임안에서 남송을 건설하게 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전열을 가다듬은 송나라의 군대가 악비 등이 이끄는 의병들과 힘을 합하여 결사적으로 대금의 군대를 막아내게 됩니다. 그래서 화북은 빼앗겼지만 화남 땅에서는 한인들의 나라인 남송이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그것도 서우진과 애령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자 드디어 야율상은 일행이 모르고 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남송의 창건자인 고종과 재상인 진회가 대금과의 전쟁을 통하여 군벌들이 성장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희생을 치룬다고 하더라도 대금과 화해를 하고 군벌을 없애고자 시도하지요. 그 결과 악비 장군이 억울하게 처형이 되고 남송의 창건자인 고종은 대금과 1142년에 굴욕적인 화친조약을 체결합니다”;

그것이 토사구팽이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게 되는 모양이다. 맹수가 되어버린 사냥개가 위험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그 점을 생각하면서 서우진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야율상이 유심히 보고 있다;

그 다음에 야율상이 설명하는 내용이 다음과 같다; “그런데 고종에게는 후사를 이을 수 있는 아들이 없어요. 그래서 아주 먼 조카이지만 가장 똑똑한 인재를 후계자로 선택합니다. 그렇게 선택이 된 양자가 태조 조광윤7세손인 효종입니다. 1162년에 54세의 나이로 고종이 일찍 퇴위하고 효종에게 양위를 하게 됩니다”;

야율상이 입맛을 다시면서 계속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종이 상황제가 되어 1180년인 지금까지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효종이 문물을 꽃피우면서 남송을 잘 다스리고 있으니 분명히 대단한 현군이지요. 그는 생각 같아서는 군사를 일으켜 대금을 치고 싶지만 고종이 화친파이기에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어요”.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속으로 생각한다; “그것참, 상왕인 고종이 간섭하지 아니하고 효종에게 군사를 일으켜서 대금을 한번 치도록 했으면 딱 좋겠는데그러면 대금이 남송과의 전쟁에 휘말려서 만주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고 말 것인데그렇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

야율상은 서우진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자신의 설명을 계속한다; “효종은 태자가 되기 전에 뿐 아니라 태자가 되어서도 황궁에서 고통을 많이 당한 인물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있지요. 첫째로, 남송을 건립한 고종은 송나라 태종의 자손입니다. 그런데 효종은 태종의 형인 태조 조광윤의 후손입니다. 그러니 그 촌수가 멀지요… “;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모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상이 상세히 설명한다; “본래 송나라를 건설한 조광윤이 태조이고 그 동생이 그 뒤를 잇게 되는 태종이지요. 그런데 태종의 후손인 왕손들이 금나라에 의하여 수도인 개봉이 함락될 때에 많이 죽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남송의 고종은 직계조상인 태종의 후손이 아니라 태조의 후손 가운데서 가장 똑똑한 인물을 양자로 삼고 싶어 했습니다. 후보자가 많아야 영특한 인물이 있을 것이 아닙니까?... “.

그제서야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상이 신이 나서 설명을 계속한다; “그래서 고종은 태조의 자손 가운데 어린아이 1천명을 모아서 선을 봅니다.  그 결과 2명의 후보를 1134년에 일단 선택했는데 그들이 조백종조백호입니다.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자 6살의 조백종은 잠자코 미동도 하지 아니하고 있는데 뚱뚱한 조백호가 호기스럽게 그 고양이를 발로 차버린 것입니다. 그것을 고종이 보고서 난폭한 조백호가 아니라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의 어린아이 조백종을 자신의 양자로 삼은 것입니다”.

참으로 재미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야율상의 설명이 이어진다; “둘째로, 조백종이 황궁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에 고종의 총애를 받고 있는 후궁 오씨가 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양자를 따로 얻었는데 그 이름이 조백구입니다. 고종은 누구를 태자로 삼을지 고민을 하다가 한가지 꾀를 냈습니다. 그래서 20명의 미인을 선발하여 조백종조백구에게 각각 10명씩 시녀로 보내 주었습니다... “.

모두들 그 참 어려운 시험이구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야율상의 설명이 들려온다; “나중에 20명의 미인을 검사하였더니 조백구는 자신의 시녀 10명을 모두 수청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조백종은 전혀 건드리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종은 조백종을 태자로 삼고 그에게 훗날 양위를 하게 됩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셋째로, 재상인 진회가 조백종이 태자가 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 이유는 조백종이 주화파가 아니라 주전론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백종의 생부가 죽자 그것을 빌미로 황궁에서 내보내 부친의 3년상을 치루게 하자고 건의합니다. 그후 진회가 병사하고 그의 권력을 자식들이 승계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서 조백종이 얼른 고종에게 진회의 집에 조문을 가라고 권합니다. 그 바람에 황제의 조문을 당하여 그 자식들이 바빠서 적기에 권력의 승계를 하지 못하게 되고 그 사이에 조백종이 태자로 책봉이 되고 맙니다”.

서우진과 애령 그리고 금하란이 , 그런 일도 있었구나!’라고 놀라고 있다. 그때 야율상이 마차를 천천히 몰면서 다음과 같이 마지막 설명을 한다; “넷째로, 대금의 해릉왕이 남송을 침범합니다. 그것을 보고서 조백종이 고종에게 자신이 선봉장으로 전선에 나가서 싸우겠다고 주청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서 태자 조백종의 스승이 깜짝 놀랍니다... “.

야율상이 그 말을 하고서 서우진과 일동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애령과 금하란은 어리둥절한 표정인데 서우진은 빙긋이 웃고 있다. 그래서 야율상이 서우진에게 질문한다; “조카님, 그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서우진이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것은 태자가 대군을 몰고 전선으로 나갔다가 갑자기 회군하여 황궁으로 쳐들어오는 경우에는 황제가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대권이란 부자간에도 나누어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는 옛말이 있지요… “.

야율상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말한다; “옳으신 지적이십니다. 그렇습니다. 고종은 태자가 군대를 지휘하다가 회군하여 자신을 쳐내고 대신 황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가 있지요. 그래서 사부가 태자인 조백종에게 급히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조백종은 급히 말을 바꿉니다. 고종 폐하를 모시고 자신이 전선에 나가고 싶다고 다시 진언한 것입니다… “.

이제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남송의 효종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자 한다; “그렇게 숱한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남송의 태자가 된 조백종이 1162년에 고종의 양위로 황제가 되지만 상황제가 워낙 정정하여 지금까지 계속 내정의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상황제인 고종이 무신보다는 문신과 사대부를 중용하여 나라를 발전시키라고 하므로 효종은 적극적으로 북벌에 나서지를 못하고 그 대신에 문물을 크게 일으키고 남송의 번영을 극대화하고 있지요… “;

참고로, 야율상의 설명 그대로 훗날 1187년에 고종이 죽자 비로소 효종이 자신의 뜻을 펴려고 한다. 그러나 벌써 자신이 노인이다. 그리고 대금의 황제인 세종이 워낙 뛰어난 인물이므로 그와 대적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그래서 효종은 그만 국사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2년후에 황제의 자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마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벌을 포기하고 마는 비운의 황제가 남송의 효종인 것이다.

 야율상의 설명을 쭉욱 들은 다음에 서우진이 한마디를 한다; “참으로 남송의 제2대 황제는 대단한 인물입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황궁에서의 20년의 불안한 세월 그리고 황제의 자리에 앉아서도 상왕의 간섭을 받게 되는 세월이 자그마치 20년이나 되니 말입니다. 그러한 세월을 견디면서 남송의 문물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으니 대단한 위인입니다”.

숨을 한번  쉰 다음에  서우진이 이어서 설명한다; “마침 동시대에 대금에 세종이라고 하는 걸출한 황제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아니했더라면 남송의 효종이 벌써 북벌을 감행하여 대금을 집어삼키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성군과  현군이 각각 북과 남의 중원에 마주보고 있는 것이 차라리 우리로서는 낫습니다… “.

어째서 그런 것일까?’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을 때에 서우진의 설명이 들려온다; “만주에서 전란이 발생하더라도 중원에서 남과 북이 서로 견제하고 있기에 대금이 쉽게 군대를 만주로 보낼 수가 없을 테니까요그러므로 우리들은 군사를 길러서 길림성과 하얼빈의 완안족을 쳐부수면 되는 것이지요”.

야율상이 먼저 고개를 크게 끄떡인다. 그 뒤를 이어서 애령과 금하란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들의 주군인 야율종진이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서우진의 마음속에는 벌써 동북여진과의 전쟁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구상에 따라 장차 만주에서는 어떠한 풍운이 과연 발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