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3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31. 11:16

王의 비밀37(작성자; 손진길)

 

서우진이 개경 자신의 저택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때는 따뜻한 4월 초순이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고 각종 식물이 싹을 띄우며 벌써 연산홍 나무는 연분홍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므로 서우진도 기지개를 켜야만 한다;

구체적으로, 무산에서 출발하여 서쪽 혜산에 이르기까지 정복전쟁을 수행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그 일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재산을 절반 가까이 투자했다. 그 결과 작년 118011월 중순에 무산의 땅을 사들이고 12월에는 야율촌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무산 주위의 동여진 땅에서 야율족이라는 정체를 숨기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던 백성들을 1,000명이상 모아 들였다. 그들 가운데 장정 200여명을 금년 11811월부터 지금까지 퉁우람과 퉁예란이 군사훈련을 시켜서 강군으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서우진이 애령과 함께 무산으로 들어가서 그들을 자신의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을 이끌고 정복전쟁을 수행할 수가 있다. 서우진은 무산에서 혜산까지의 전쟁을 한달, 압록강 이북의 길림성과 하얼빈성을 점령하는데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4월 중순에 출병하여 7월말까지 정복전쟁을 끝내면 된다. 그와 같이 작심을 하고서 서우진이 애령에게 말한다; “이제 나는 당신과 함께 무산으로 가서 출병을 해야 하겠어요. 3달 일정으로 정복전쟁을 수행할 생각이요. 그러니 그렇게 알고서 준비를 해 주시구려”.

그 말을 듣자 애령이 대답한다; “잘 알겠어요. 그러면 제가 당신을 대신하여 남촌에 살고 있는 천서방 내외를 만날게요. 천서방에게는 철원에 있는 우리 전답을 확실하게 관리해달라고 말하고, 철원댁에게는 우리 저택을 3달간 돌보아 달라고 요청할게요. 그리고 여진 땅에서 갈아입을 옷가지도 행장으로 꾸릴게요. 은자는 제가 보관하고 있는 은 20이면 되겠어요?... ”;

역시 똑똑한 야율애령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그 돈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그대로 조치하면 되겠어요. 나는 전국유람을 다녀오는 것으로 숙부님과 숙모님에게 말하고 올께요. 그리고 내일은 나하고 야율 재상 내외를 만나고 옵시다. 출발일자는 모레 47일입니다. 그렇게 알고 계세요”. 그 말 그대로 서우진이 가까이 살고 계시는 북촌 귀족마을의 숙부님 댁을 다녀온다.

다음날에는 아침 일찍 서우진이 애령을 데리고 개경 중부지역에 있는 야율상의 집을 찾는다. 마침 그들이 집에 있다. 야율상과 그의 부인인 금하란이 식전부터 추장내외가 자신의 집을 찾아오자 깜짝 놀란다. 서우진과 애령이 그들과 함께 사랑채의 거실로 들어간다.

접견실에서 인사가 끝나자 서우진이 야율족의 추장인 야율종진으로서 정식으로 재상인 야율상에게 말한다; “야율 재상, 나는 야율애령과 함께 내일 무산으로 들어갑니다. 열흘쯤 후에는 무산에서 거병하여 혜산에 이르기까지 동여진의 땅을 전부 한달만에 정복할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 계세요”.

야율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긴 소매로 양손을 감싸면서 읍을 하고 대답한다; “재상 야율상이 추장님의 말씀을 받듭니다. 그러면 5월 하순에 혜산성으로 군대를 몰고 들어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소신에게 명령하실 특별한 사항이 있으십니까?”.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가능하면 혜산 주위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 야율족을 많이 모아서 집단적으로 잘 보호하고 계세요. 이번 전쟁으로 우리 동족들이 다쳐서는 안됩니다. 아시겠어요?... “. 야율상이 대답한다; “추장님의 명령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 대답을 듣자 야율종진이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난다. 마당까지 나오는 야율상과 금하란에게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온 서우진은 아침식사를 한 후에 말을 타고서 애령과 함께 국경지대인 화주로 향한다. 두 필의 말이 118147일 오전에 개경을 빠져나오자 동북쪽으로 질주한다.

한참 달리다가 서우진이 말의 속도를 늦추면서 애령에게 말한다; “화주의 그 주막이 여전히 좋겠어요? 아니면 다른 주막으로 바꾸어서 하루 묵고 말을 관리해달라고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3달이상이나 장기로 말을 맡겨야 되니, 주막주인이 우리가 국경을 몰래 건너는 줄 눈치채고서 우리의 신분을 의심할 터인데… “;

그러자 애령이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주공, 저에게 잘 물어보셨어요. 그런 걱정은 아니하셔도 되어요. 옛날 그 화주의 주막으로 그대로 가세요. 제가 그 주막주인의 안사람을 구어 삶아 놓을게요. 적당하게 말을 꾸며서 확실하게 단도리를 해놓을 테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

삼일만에 그 주막에 그대로 들린다. 그러자 말을 끌고 마굿간으로 향하는 주막주인의 아내에게 애령이 따로 보자고 말한다. 한쪽 구석으로 그 부인을 끌고가서 애령이 슬쩍 자신의 품에서 고려의 철전을 몇 개 꺼내어 주면서 한가지 긴히 청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주모가 무슨 말인가 귀를 기울인다.

그 자리에서 은근하게 주모를 설득하는 애령의 말이 다음과 같이 어처구니가 없다; “주모, 사실은 제가 개경의 월향루의 기생입니다. 개경의 부자인 저 남자를 제가 꼬여내어 이렇게 자주 친정이 있는 이곳으로 나와서 사냥도 하고 몇 달 씩 묵고 갑니다. 우리 친정에서는 제가 기생이며 부자 남자를 꼬여서 오는 줄 상세하게 모르고 있어요. 그러니 비밀을 지켜주세요… “;

그 말을 하면서 애령이 자신의 눈을 한번 찡긋한다. 그러자 주모가 잘 알겠다는 뜻으로 슬쩍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애령이 단단히 부탁한다; “주모께서는 우리 사이를 그저 모르는 척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번에 석 달 간 친정에서 푹 쉬고 올 수 있도록 저와 저 남자의 말을 잘 좀 돌보아 주세요. 사례는 나중에 넉넉하게 해드리겠습니다… “;

 

그날따라 주모가 가지고 온  저녁상이 푸짐하다. 그래서 서우진이 애령에게 물어본다; “무엇이라고 주모에게 말했기에 이렇게 한상 잘 차려서 주는 거요?”. 애령이 깔깔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가 딱한 사정이야기를 좀 했어요. 물론 돈도 좀 쥐어 주고요… “.  서우진이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을 보고서 애령이 설명한다; “우리가 너무 자주 이 주막에 묵고 또한 말을 여러 번 맡긴 것이 분명히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잘 알아 듣도록 거짓부렁을 좀 했어요. 저를 개경 월향루의 기생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주공을 개경 부잣집 유부남으로 말한 거예요…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은 전혀 상상도 못한 이야기이므로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애령이 얼른 설명한다; “제가 당신을 꼬셔서 이렇게 유람도 하고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으로 둘러 대었지요… “.

여전히 서우진이 의아해하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리고 돈을 좀 주었더니 주모가 나를 딱한 여성으로 보고 잘 대해주는 거예요. 염려하지 마세요. 여자들은 자신보다 못하거나 사정이 딱한 사람의 편의를 보아주는 법이니까요그리고 남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면 더 좋아하고요…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갑자기 하하라고 웃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거 내가 졌어요. 꼼짝 없이 이 주막에서는 내가 젊은 기생과 재미나 보러 다니는 개경의 한량 신세가 되고 말았군요. 어쨌든 그 정도로 둘러 대었으니 주모가 딴소리 없이 우리 말을 잘 돌보아 주겠군요. 하하하… “.

다음날 일찍 애령이 앞장을 서서 산을 타고서 월경을 한다. 서우진이 애령을 따라 함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하후란을 만나자 서우진이 그녀에게 은밀하게 말한다; “이번에 우리는 무산에서 야율족의 군대를 이끌고 동여진의 땅을 정복하고 야율족을 재건할 것입니다. 퉁우람과 퉁예란을 제가 잘 돌보겠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후란이 조용히 말한다; “추장님, 부디 승전을 하시고 완안족의 본거지까지 소탕하시고 저의 남편을 찾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 자녀분과 함께 제가 그 일을 꼭 성취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쯤 아시고 마음을 굳게 잡수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야율종진은 하후란이 끌어다 주는 자신들의 명마를 타고서 애령과 함께 무산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하니 벌써 413일이다. 그날 저녁에 야율애령이 추장의 저택에서 하주옥과 함께 만찬을 준비한다. 야율종진이 하타르 촌장과 대장장이 두목 가가로 그리고 훈련간부인 퉁우람퉁예란을 불러 모아서 함께 식사한다.

야율애령과 하주옥이 함께 있는 그 자리에서 야율종진이 선언한다; “내일부터 7일간 나는 야율족의 추장으로서 우리 군대를 점검하고 당장 출병할 수 있도록 진법훈련을 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422일에는 200명의 군대를 이끌고 정복전쟁에 나설 것입니다. 한달만에 무산에서 서진하여 혜산까지 300리에 걸치는 동여진의 땅을 전부 점령할 것입니다. 그렇게 아시고 준비를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그날 식사도 잘하고 축배도 들었지만 하타르 촌장과 훈련대장인 퉁우람은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과연 200명의 병사만 가지고 야율종진 추장이 어떻게 넓은 동여진의 땅을 정복하겠다는 것인가?’. 그들의 염려는 심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한 염려는 야율애령하주옥 그리고 대장장이 두목 가가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말한다; “지금 동북여진의 완안족이 하얼빈에서 시작하여 길림성까지 다스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력은 1114년에 아골타가 흑수말갈을 치고 연해주를 차지할 때처럼 강하지를 못합니다. 그 이유는 많은 완안족들이 중원으로 이주하고 말았기 때문이지요”. 

야율종진이 이어서 설명한다; “대금이 중원의 절반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상당히 안보상 취약해요. 왜냐하면, 남에는 거대한 남송이 버티고 있고 북쪽과 서쪽에는 강력한 유목민들이 그들의 땅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몽골, 서요, 그리고 서하 등이 비옥한 중원을 차지하고자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대금의 만주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가 되고 있지요… ”.

일동이 고개를 끄떡이자 야율종진이 구제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니 의주성에서는 고려인 조금강, 강계성에서는 채고수가 각각 독자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온성에서는 김영웅이 아예 대웅국을 건설하여 국왕이 되고 있지요. 그것을 완안족장인 완안웅이 자신의 군사력으로는 징계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심양에 주둔하고 있는 금나라 만주의 대군을 전부 불러올 수도 없지요… “;

이제 야율종진이 마무리를 한다; “그러한 실정이므로 나는 200명의 군대를 이끌고 이곳에서 시작하여 동여진의 땅을 전부 정복하고자 합니다. 동여진족의 전사가 적어도 만명은 될 것인데 어떻게 200명으로 정복전쟁을 치를 것인지 궁금해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부 부락별로 흩어지고 산재하여 있지요. 그러니 우리는 빠른 기동력으로 각개격파를 해야 합니다”.

야율종진이 친절하게 부연설명을 해준다; “동여진족들에게 연합전선을 형성할 시간을 주지 아니하도록 빠른 기습전을 전개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항복한 동여진의 군사를 우리의 군대로 계속 편성할 것입니다. 그 점을 미리 아시고 충분한 병장기와 좋은 말들을 미리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

추장인 야율종진의 설명이 끝나자 하타르 촌장과 대장장이 가가로 그리고 퉁우람 남매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 옆에서 야율애령하주옥도 시원하게 이해한 표정이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야율종진이 연병장에 200명의 군대를 모아 놓고 열병식을 가진 후에 바로 진법훈련에 돌입한다;

 

 

5일간 철저하게 진법훈련을 시킨 다음에 6일째가 되는 날에는 퉁우람과 퉁예란이 군대를 지휘하는 광경을 살핀다. 그리고 야율종진이 직접 200명의 야율족 전사들이 보는 앞에서 퉁우람을 상대로 하여 창과 칼을 사용하는 방법을 대련을 통하여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추장인 야율종진이 200명의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십부장 20명과 함께 화살을 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야율종진의 화살 10개가 서로 같은 과녁의 위치에 몸을 쪼개면서 들어간다. 그것을 보고서 모두가 경악한다. 전쟁의 신이 있다고 하더니 그들의 추장인 야율종진이 그러한 인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야율종진이 그의 군대에게 활을 쏘는 방법을 다시 가르친다.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동여진족을 부락별로 각개격파하면서 적군을 어떻게 아군으로 만드는지 그 비결에 관하여 설명한다. 중요한 점은 세가지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첫째, 가급적 항복을 받도록 할 것. 둘째, 적의 재물에 일체 손을 대지 말 것. 셋째, 적군을 아군으로 받아 들인 경우 철저하게 능력별로 대우할 것 등이다.

그렇게 7일간의 고된 훈련과 교육이 끝나자 벌써 420일이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퉁우람퉁예란에게 지시한다; “군사들에게 명령을 전하라. 내일은 하루 푹 쉬고 모레 422일 아침식사후에 바로 무산을 출발하여 서쪽으로 진군한다. 옆 마을부터 하나씩 전부 정복할 것이다. 그 전쟁이 300리 떨어져 있는 혜산에 이르기까지 계속 될 것이다. 이상”.  

야율족의 추장인 야율종진의 확실한 명령이 시달된다. 그러자 모두들 긴장하고서 내일 모레에 있을 출병에 임하고자 한다. 이제 무산에서 시작이 되는 야율종진의 정복전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그 과정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