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2(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1. 08:41

王의 비밀42(작성자; 손진길)

 

길주단천 사이에 숯고개가 있다. 그곳 가까이 야율종진이 이끄는 기마병 1,100명이 다다르자 멀리 남쪽에서 기마대가 만들어내고 있는 흙먼지가 자욱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것을 보자 야율종진이 손을 들어서 일단 그의 기마대를 세운다;

야율종진이 옆에서 함께 말을 달리고 있던 두명의 기마대장 곧 퉁우람과 왕왕수에게 명령을 내린다; “저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그리고 기마병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수가 있겠는가?”. 두사람이 손을 눈썹 위에 대고서 멀리 살핀다;

왕왕수 대장이 먼저 보고한다; “소관이 보기에는 동여진족 가운데 옥저의 기마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수는 대략 저희들의 규모와 비슷합니다”. 그 다음 퉁우람 대장이 말한다; “제가 보기에도 그러합니다. 왕대장께서 정확하게 보신 것입니다”. 그 보고를 들은 야율종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잠시 생각을 한 야율종진이 두 대장에게 다시 묻는다; “저들이 옥저의 기마대라고 한다면 그들이 단천북청 그리고 함주에서 연합군을 형성하여 우리를 대적하고자 급히 달려오고 있다는 뜻이 아니요?... 그렇다면 우리가 남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진작에 파악했다는 것인데 그것이 가능한 일이요?... “.

야율종진의 말은 두가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개마고원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해안지역은 그 옛날 옥저의 땅이므로 그곳의 지배 족속이 아직도 옥저라는 성씨를 사용하면서 서로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들의 척후가 벌써 남진하는 야율종진의 원정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서 그에 대항하고자 연합기마대를 구성하여 달려오고 있으니 어디에서 아군의 정보가 새나갔는가?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왕대장이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소신이 알기로는 첫째로, 단천북청 그리고 함주의 지배자인 옥저씨들이 북서쪽에 있는 서여진의 남진에 대하여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평소 그들로부터 침략을 당해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안보상 북동쪽에 있는 동여진의 영웅 추인강 추장의 세력에 대해서도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왕대장이 잠시 숨을 쉬고서 이어서 보고한다; “둘째로, 저희 기마대가 질풍노도와 같이 기습적으로 남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기마병보다 빠른 정보전달방법을 이미 두가지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가 그들의 간자와 척후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비둘기통신망이지요. 또 하나는, 옥저의 땅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는 봉화의 연기 신호입니다”;

그 보고를 듣자 야율종진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일찍이 옥저로 불리고 있는 그 성읍들이 바다로 진출하여 모두 부유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평소 자신들의 부를 지키고자 그렇게 철저하게 첩보망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야. 그렇다면, 그들이 연합하고 있는 군사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

그래서 야율종진이 왕대장에게 다시 묻는다; “왕대장, 그대는 단천북청 그리고 함주의 군사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연합군을 편성하여 적군과 전투를 벌이는 경우 누가 그 대장이 되고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는가?”.

그 말을 듣자 왕대장이 다음과 같이 즉시 대답한다; “, 소신이 알기로는 그들은 부유한 성읍이므로 그 부를 지키고자 각 성읍에 대략 500명 정도의 큰 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3개의 성이 연합군을 형성하여 지금 달려오고 있다고 한다면 그 규모가 1,200명 정도는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장은 아무래도 단천의 성주인 옥저조일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종진이 옥저조라는 이름을 읊조리면서 말한다; “옥저조라고 한다면 내가 개경에서 벌써 들어본 이름인데그는 옥저에서 가장 유명한 무장이 아닙니까? 그는 옥저3의 맏형이며 그 아우들이 모두 무예에 뛰어난 옥저종옥저탁이라고 내가 듣고 있는데… “. 

그 말을 듣자 왕대장이 놀라면서 말한다; “주군께서는 참으로 많이 아십니다. 그렇습니다. 옥저3절이 단천과 북청 그리고 함주를 다스리고 있지요. 그들이 서로 형제 간이며 그 이름이 옥저조와 옥저종 그리고 옥저탁입니다. 지금 그들이 모두 함께 연합기마대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는 것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이거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한꺼번에 세 마리 물고기를 잡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같은 동여진이므로 가급적 양쪽 기마대가 맞붙는 대신에 장수들끼리 싸워서 결판을 내도록 하지요. 내가 옥저조를 상대할 터이니 왕대장이 옥저종을 맡고 퉁대장이 옥저탁을 상대하도록 하지요… “.

야율종진의 의사결정의 특징은 신속하고도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상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야율종진의 옆에서 왕대장과 퉁대장이 고개를 크게 끄떡이면서 복명을 한다; “명령을 받들어 그 순서로 결투에 나서겠습니다”.

잠시 기마대를 멈추고 적에 대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사이에 드디어 200보 정도 떨어진 위치에 상대방의 기마대가 도열을 한다;

그리고 세사람의 장군이 앞으로 말을 타고 나온다. 그들이 3형제로서 3성의 성주들이다. 곧 단천의 옥저조와 북청의 옥저종 그리고 함주의 옥저탁이다.  

야율종진이 그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먼저 말을 천천히 몰고서 그들에게 접근한다. 그러자 멀찍이 멈춘 3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말을 타고서 천천히 야율종진을 향하여 다가온다. 상당히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에 그가 야율종진을 열심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표시이다. 생각보다 젊은 장수인데 갑자기 혜성과 같이 전쟁마당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저조가 먼저 큰소리로 야율종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대는 우리 첩보에 따르면 내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옥저의 연합군을 지휘하면서 수많은 서여진과 동여진 추인강의 침략에 맞서 싸워왔지만 결단코 야율종진이라고 하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대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가? 어디서 굴러온 뼈다귀인데 그렇게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가?...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껄걸 웃으면서 역시 큰소리로 대답한다; “옥저3절의 맏이가 되는 옥저조의 명성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데 그대는 서여진 야율족의 추장인 야율종의 뒤를 잇고 있는 야율종진에 대하여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니 심히 유감이요.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수없이 많이 듣게 될 것이니 너무 자신의 아둔함을 탓하지는 마시오”.

그렇게 옥저조에게 말한 다음에 양진영의 병사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야율종진이 더 큰소리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7년전 완안족의 남침으로 전멸을 당한 야율족의 복수를 하고자 하는 나 야율종진의 적은 오직 완안족의 추장인 완안웅과 그가 참전시키고자 하는 금나라의 만주 주둔군이요. 그러니 사실 그대와 나는 원수가 아니요… “.

의아해하는 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가급적 동여진 병사들의 희생을 줄이고 승패를 결정하고자 하오. 곧 완안족과 금나라군대의 남침을 함께 막아야 하는 우군의 입장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나는 제안합니다. 우리 장수들끼리 먼저 무예를 겨루어 승패를 대신하는 것이 어떻겠소? 내 말은 승리를 하는 쪽에서 연합군을 이끌고 적들의 남침을 막는 것으로 하자는 것이요… “.

그 말을 듣자 양진영에서 기마병들이 옳소, 옳소하면서 소리를 친다. 흔히 구경거리 가운데 제일 재미가 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무인의 입장에서는 고수들이 서로 기량을 겨루는 시합이 가장 흥미가 있고 유익하다. 그러니 기마병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그렇게 함성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나오고 있으니 옥저조가 물러설 수가 없다. 그가 들은 정보에 따르면 저 젊은 친구가 무예로 자신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동여진의 영웅인 추인강을 꺾었다고 한다. 그러니 옥저조로서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장수끼리의 결투를 회피한다고 하면 겁쟁이로 인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옥저조가 먼저 동생들을 출전시키고자 한다. 그의 말이 다음과 같다; “좋다. 그렇다면 나의 가장 아래 아우인 옥저탁이 먼저 출전할 것이다. 당신의 장수 가운데 누가 상대할 것인가? 썩 앞으로 나서라”;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웃으면서 대꾸한다. “그렇다면 나의 첫번째 제자를 출전시키겠다. 그의 이름이 대장 퉁우람이다”.

이제 퉁우람이 함주성의 성주인 옥저탁과 마상에서 일전을 겨루게 된다. 한사람은 그 명성이 자자한 무장이다. 그런데 퉁우람은 전혀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아니한 신인이다;

그렇게 유명한 자와 무명인 자가 서로 목숨을 걸고 무예를 겨루고자 한다. 과연 그 승부가 어떻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