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4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1. 3. 16:14

王의 비밀48(작성자; 손진길)

 

6. 압록강을 건너 북벌을 감행하는 야율종진

 

압록강을 건너가서 북쪽의 장백성을 점령하고자 하는 야율종진은 어떠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날밤 혜산성에서 그가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야율족의 추장인 그는 전날 승전의 만찬을 끝내고 나서 혜산성에 살고 있는 야율 재상과 투란 가족 그리고 야율촌의 백성들을 만나 그들을 격려했다. 그 다음에 성주의 접견실로 은밀하게 후리신종을 불렀다. 그는 이번에 혜산성에서 투항한 장수이며 동북여진의 하나인 후리족 추장의 아들이다.

야율종진이 후리신종에게 말한다; “오늘 너를 제외하고 동북여진을 지배하고 있는 완안족 출신 장수 4명과 기타 족속 출신 장수 5명이 투항하였다. 그러니 너는 나에게 그들의 신상에 대하여 아는 대로 말해달라”. 야율종진 앞에 읍을 하고 서있던 후리신종이 대답을 하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야율종진이 먼저 말한다; “후리신종은 여기 내 앞에 와서 탁자에 앉아서 편하게 대답하도록 하라”. 후리신종이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란다. 야율종진은 혜산성을 점령한 정복자이다. 그러므로 정복자 앞에 패전한 장수가 같은 탁자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고 하는 것은 전통과 상식을 벗어난 엄청난 예우인 것이다.

그래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후리신종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단호하게 말한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나라는 여러 족속이 평등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잘사는 나라요. 그러니 나에게 투항한 그대는 이제부터 새로운 나라의 장수로 거듭나야만 하오. 그 점을 명심하고 자리에 앉기를 바래요”;

후리신종이 갑자기 서있는 자리에서 그대로 바닥에 앉아 큰절을 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후리신종이 야율종진 추장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그러니 평생 추장님을 진심으로 주군으로 섬기겠다는 의미로 다시 한번 큰절을 올립니다. 이제는 그 명을 받들어 감히 탁자에 앉아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야율종진이 귀를 기울이자 후리신종이 탁자 맞은 편에 앉아서 말하기를 시작한다; “먼저 완안족 출신 장수들의 이름이 가오수, 낭추, 당염우, 마초라입니다. 그리고 기타 동북여진의 장수들이 탕수우, 강토부, 조장수, 만한수, 아율기린 등입니다. 그 가운데 탕수우탕족 추장의 아들이고 아율기린이 또한 아율족 추장의 아들입니다. 모두 저와 마찬가지로 추장인 부친을 대신하여 완안웅의 인질이 되어 있던 자들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혜산성에서 내게 항복을 한 완안삼웅의 군사 1,000명은 모두 기병으로 활동할 수가 있는가?”. 그 말을 들은 후리신종이 즉시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주군. 모두 기병대가 될 수 있도록 조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기뻐하면서 말한다; “그렇다면 좋다. 그들 1,000명은 내가 직접 지휘할 것이다. 그리고 후리신종 너와 탕수우아율기린은 나의 명령을 직접 받는 장군으로 삼겠다. 나머지 강토부, 조장수, 만한수는 너희들을 보좌하는 백부장으로 삼도록 하겠다”.

그 말을 들은 후리신종이 엄청 기뻐한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이어서 말한다; “그리고 내일 장백성 전투에 있어서 후리신종 너는 기병으로 출전하는 완안족 출신 장수 4명의 활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나에게 따로 보고 하라. 이제 가서 탕수우, 아율기린, 강토부, 조장수, 만한수를 모두 데리고 나에게 다시 오도록 하라”.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후리신종이 그들을 전부 데리고 온다. 후리신종과 함께 온 그들이 야율종진에게 절을 하면서 쳐다보니 야율종진 옆에 세명의 기병대장이 시립해 있다. 야율족의 기병대장인 퉁우람, 동여진의 기병대장인 왕왕수, 서여진의 기병대장인 팽호남 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절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야율종진이 선언한다; “오늘 혜산성에서 나에게 투항한 군사 1,000명은 내가 직접 지휘하는 기병대로 삼는다. 나를 직접 보좌하는 장군으로 후리신종, 탕수우, 아율기린을 임명한다. 그리고 각 장군에게는 백부장을 한 명씩 준다. 후리신종에게는 강토부, 탕수우에게는 조장수, 아율기린에게는 만한수가 각각 백부장이 되어 상관인 장군을 보좌하도록 하라”.

그 말이 끝나자 6명의 장수들이 모두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라고 외친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너희들은 장백성을 지키고 있는 군사의 수를 얼마로 보고 있느냐? 그리고 수비대장이 누구인가?”. 아율기린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소신이 알기로는 5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수비대장은 노장이며 완안족 출신인 가강구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명령을 내린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수하 600명의 기마병을 이끌고 내일 장백성을 공격하라. 그리고 완안족 출신 4명의 장수를 기병으로 삼아 데리고 가서 선봉으로 삼아라. 그들 선봉들의 활약상을 장백성을 접수한 다음에 나에게 각각 보고하라. 이상”.

그와 같은 작전지시를 전날 밤에 내린 바가 있기에 압록강을 건너 다음날 아침에 장백성에 도착하자 혜산성에서 투항을 한 장수들이 그들의 기병대를 이끌고 앞장을 선다. 그 가운데 후리신종이 장백성의 남쪽 성문을 바라보고 멀찍이 서서 큰소리로 외친다; “나는 혜산성의 장수인 후리신종이다. 성문을 열라”.

장백성을 지키고 있는 자는 완안삼웅의 심복인 노장 가강구이다. 그는 간밤에 압록강 건너편에 있는 혜산성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 그래서 정탐을 보내어본 결과 야율종진이 이끄는 기마대에 의하여 완안삼웅이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는 비보를 확인했다. 따라서 아침부터 장백성의 성문을 모조리 닫아 걸고서 결사항쟁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래서 성문 누각에서 가강구가 성 앞에 멀찍이 서있는 후리신종의 기마대를 향하여 큰소리로 대답한다; “너희들은 혜산성을 적에게 내주고 이제는 장백성마저 내주기 위하여 몰려들 왔구나. 가강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러한 일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얼른 물러가거라”. 가강구는 자신의 활을 꺼내어 후리신종을 향하여 화살을 날린다. 그 화살이 삼보 앞에 떨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장백성의 남쪽 성문 가까이 안쪽에서 소란과 함께 칼부림이 발생한다. 그리고 잠시후에 놀랍게도 성문이 열리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리신종탕수우 그리고 아율기린이 지휘하는 600명의 기병이 밀물같이 그 성문으로 진입한다;

일단 남쪽 성문이 열리고 적의 기마대가 난입하자 장백성의 수비군들이 정신을 차리지를 못한다. 높은 성루에서 노장 가강구가 칼을 빼어 들고서 빨리 진형을 갖추어 조직적으로 대항하라고 명령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벌써 난전인 것이다. 적들은 말을 타고서 상대방을 짓밟고 쳐들어오는데 장백성의 병사들이 수비진형을 갖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마의 힘찬 발길질에 방패로 막는다고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어째서 장백성의 수비군들이 수비진형을 갖추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는 갑자기 아군 가운데 백명 가량이 칼을 빼어 들고서 성문지기를 공격하고 순식간에 남쪽 성문을 활짝 열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 반란군의 정체가 누구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은 어젯밤에 혜산성에서 장백성으로 도망을 쳐온 혜산성의 장수와 병사들이다. 간밤에 조장수만한수가 부하를 백명 정도 이끌고 압록강을 넘어 장백성으로 피신해온 것이다. 그들은 완안삼웅이 처형을 당했다는 소식까지 장백성의 수비대장인 가강구에게 전하고 있다.

자신들은 야음을 틈타서 이제서야 살아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겨우 탈출을 하였다는 변명이다. 그리고 혜산성에서 포로로 잡힌 장수와 병사들 가운데 백명이상이 항복을 거절하다가 처형을 당했다는 비참한 소식을 전한다. 따라서 자신들은 일단 투항하는 척 했다가 기회를 보아 탈출했다는 말이다;

조장수만한수는 특히 야율종진의 기마대가 오늘 아침에 압록강을 넘어 장백성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준다. 그 말을 들은 장백성의 수비대장 가강구는 패장들의 정보가 자신이 미리 첩자들을 통하여 파악한 정보와 일치하는 것이기에 그들을 의심하지 아니하고 다음날 전투에서 선봉에 서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그것이 노장 가강구의 패착이다. 조장수만한수가 벌써 야율종진에게 진심으로 항복하고 그에게 충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완안족 출신의 장군인 가강구는 기타 동북여진 출신의 장수인 조장수만한수가 완안족 출신 장군들의 갑질 때문에 설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다. 그것이 오만한 가해자와 억울한 피해자의 차이점인 것이다;

한나절이나 진행이 된 장백성에서의 대혈투에 있어서 가장 선봉에 서서 큰 활약을 한 4명의 인물이 완안족 출신의 장수로서 혜산성에서 투항한 가오수, 낭추, 당염우, 마초라이다. 그날 전투의 결과 장백성을 지키던 장졸들 가운데 노장 가강구를 비롯하여 모든 장수와 300명의 병사들이 전사했다. 그리고 후리신종, 탕수우, 아율기린이 지휘한 기마병도 200명이나 희생이 되었다. 참담한 살육전이었던 것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 승패가 완전히 결정된다. 후리신종탕수우 그리고 아율기린이 이끄는 400명의 기병들이 살아남은 장백성의 병사 200명을 무장해제하고 땅바닥에 꿇어 앉혀 놓았다. 그러자 성문으로 야율종진이 무려 2,400여명에 이르는 기병대를 이끌고 들어온다. 성안의 백성들은 일체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다.

성안으로 진입하여 전투를 치른 600명의 기마대를 대표하여 후리신종이 야율종진에게 보고한다; “주군의 명령대로 장백성을 점령했습니다. 오늘의 전투에서 적군 500명 가운데 적장 가강구를 포함하여 300명이 죽고 200명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군은 600명 가운데 200명이 전사하고 현재 400명 정도가 살아남았습니다”.

비통한 전투의 결과이다. 그래서 야율종진이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한번 감았다 뜬다. 그러자 후리신종의 보고가 이어진다; “적군보다 우군의 희생이 적은 이유는 선봉으로 나선 군사들 가운데 특히 가오수, 낭추, 당염우, 마초라의 활약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탕수우 장군아율기린 장군에게 묻는다; “너희들은 후리신종 장군과 같은 생각인가?”.

세 장군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자 야율종진이 그 자리에서 가오수, 낭추, 당염우, 마초라 4명의 장수를 불러낸다. 그리고 선언한다; “어제 내가 약속한 대로 그대들은 오늘 장백성 정복전쟁에 있어서 선봉으로서 큰 공을 세웠다. 따라서 나는 그대들을 모두 백부장으로 임명한다”. 그 말을 들자 혜산성 출신의 장졸들이 환호를 한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그들의 보직을 다음과 같이 결정하여 선언한다; “낭추는 나를 직접 보좌하고 가오수는 후리신종 장군을, 당염우는 탕수우 장군을, 마초라는 아율기린 장군을 각각 보좌하도록 하라”. 그리고 야율종진은 그날 저녁에 장백성들에게 장졸들을 위로하는 큰 연회를 개최한다.

연회가 끝난 다음에 성주의 방에서 야율종진이 완안족 출신으로서 자신을 직접 수행하는 백부장이 된 낭추에게 말한다; “내가 어째서 그대를 나의 수하로 직접 거두었는지 아는가?”. 그 말을 듣자 낭추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마도 주군께서는 저의 이력을 벌써 파악하신 결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하하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다. 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대는 완안족 가운데 완안웅의 통치를 반대한 낭가 집안의 자손이다. 어째서 그대의 가문이 완안웅의 형제들의 침략정책을 반대한 것인가?”. 낭추의 대답이 간결하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본래 여진족의 뿌리는 하나입니다. 그런데 완안웅 일당은 그 평등한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전부 바꾸고자 합니다. 우리 가문은 그것을 반대하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하나를 더 물어본다; “너는 문과 무를 겸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낭추의 대답이 다음과 같다; “저희 집안에서는 무와 문을 같이 겸비하도록 자손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저도 앞으로 결혼하면 자식들을 그렇게 키울 것입니다”.

그 다음에 야율종진이 낭추에게 묻는다; “너는 같은 집안의 장수인 가오수가 어째서 장백성을 지키고 있는 노장 가강구를 치는데 앞장을 섰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 낭추가 조용히 대답한다; “주군, 그것은 완안족 가운데 완안웅 형제들의 정책에 찬성한 자들이 있고 그러하지 아니한 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강구 장군은 찬성한 자이고 가오수는 반대한 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나는 낭추와 같은 인재를 얻은 것을 기뻐한다. 나는 너와 함께 만주의 여진족들이 평화와 번영을 다같이 누리도록 만들고 싶다. 그러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나를 많이 도와다오. 내가 낭추 너에게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바이다”.

그 말을 들은 낭추가 갑자기 바닥에 꿇어 앉아서 큰절을 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제가 이제서야 마음에 드는 주군을 만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부족한 식견이지만 저의 학문과 재주를 모두 주군의 대업을 위하여 사용하겠습니다. 부디 완안족 황실과 대금의 지배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여진족들에게 해방의 미래를 선물해주십시오”.

야율종진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렇게 장백성을 정복한 그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있다. 이제 내일부터는 3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 멀리 북쪽에 있는 길림성과 하얼빈성을 어떻게 점령할 것인가? 둘째,  혜산성 동쪽에 있는 서여진의 나머지 땅들을 어떻게 정복한 것인가? 셋째, 멀리 심양에 주둔하고 있는 대금의 군대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야만 한다. 

야율종진이 그 생각을 하고서 운기를 한 후에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과연 내일부터 그는 어떠한 행보를 보일 것인가? 당장은 서여진의 땅을 모두 정복하고 그 다음에 북진을 하기 위하여 3명의 사형을 만나 동맹을 추진해야 한다. 과연 야율종진은 그 옛날 고구려나 발해의 영토를 전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역사에 남는 어떠한 대왕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