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2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9. 07:40

王의 비밀23(작성자; 손진길)

 

그날 저녁식사가 끝나고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하타르가 서우진 일행을 보면서 말한다; “저는 지금 주공에게 한가지를 제안하고, 또 한가지의 설명을 모두에게 드리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과 야율애령 뿐만 아니라 하타르의 조카인 퉁우람과 퉁예란이 하나같이 하타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들 4사람의 시선을 받으면서 하타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한가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주공의 이름을 이곳 여진의 땅에서는 야율족의 이름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공의 고려 이름을 말하고 그 내력을 설명하는 것이 번거롭고 불필요한 일로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경청한다. 그러자 하타르가 이어서 말한다; “주공께서는 벌써 여진말에 능통하시니 여진의 이름을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저는 차제에 주공의 이름을 작고하신 야율종 추장님의 뒤를 잇는다고 하는 의미를 담아서 야율종진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부족한 견해이지만 주공께서는 한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타르의 내심이 다음과 같다; “일찍이 하타르 자신이 보아온 추장 야율종은 야율족을 다스리는데 급급했다. 그는 정직하고 좋은 추장이었지만 그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한사람의 여진족 추장이었다”;

하타르가 내심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우진은 확연하게 야율종과 다르며 그 능력이 훨씬 출중하게 보인다. 그러므로 그를 야율종의 후계자로 세우게 되면 분명히 야율족은 서우진의 탁월한 능력에 의하여 여진족의 지배적인 족속이 될 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그 북방의 넓은 발해의 땅을 전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새로운 시대를 하타르가 서우진을 야율종진으로 세우면서 벌써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사람을 보는 눈이 뛰어난 하타르이다. 그가 이제는 초조하게 서우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하, 부족한 저의 여진말을 하타르 선생이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앞으로 제가 더욱 정진하여 여진말을 완벽하게 구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장인이 되시는 야율종 추장님의 이름자를 사용하여 저의 이름을 야율종진으로 바꾸는 것은 저의 아내인 야율애령이 찬성만 한다면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야율애령이 일동에게 말한다; “저는 대 찬성입니다. 세가지 의미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첫째로, 저의 남편이 야율종 추장님의 뒤를 이어 야율족을 재건하고자 하는 큰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이름을 야율종진으로 부르는 것이 저는 옳다고 봅니다”.

그 말을 듣자 모두들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계속 귀를 기울인다. 다른 두가지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애령의 음성이 들려온다; “둘째로, 고려사람이나 여진족이나 그 얼굴과 체격은 본래 같은 것이 아닙니까? 옛날에는 고구려와 발해라는 큰 나라를 이루어 함께 살아온 백성이니 고려사람인 저의 남편이 여진족이 된다고 하더라도 하등 문제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모두가 고개를 끄떡인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가지는 무엇일까? 애령이 확실하게 언급한다; “셋째로, 저의 남편의 뒤를 잇게 되는 야율족의 추장은 서우진의 아들이 아니라 야율종진의 아들이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야율이라고 하는 추장의 성씨를 저의 남편이 미리 사용하는 것이 옳습니다”.

참으로 여인이란 남자보다 더욱 현실적이고 때로는 더욱 영리하다. 야율애령은 남편인 서우진이 야율족을 재건하고 추장을 지내게 되면 그 후사로 자신의 아들을 세우고자 벌써 결심하고 있다;

 그러므로 애령은 자신의 아들이 서아무개가 아니고 야율아무개라는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심이 그러하기에 서우진이 미리 야율종진이라는 여진족 추장의 이름으로 개명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고 나서는 것이다.  

그러한 야율애령의 속내를 뻔히 알고 있는지 하타르가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 다음순간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서우진을 향하여 말한다; “주공께서 존귀한 야율족의 지도자 야율종진이 되신 것을 감축합니다. 야율이라는 추장의 성씨를 사용하시는 명실상부한 우리들의 추장님이십니다. 앞으로 모든 야율족 사람들은 야율종진 추장님의 신하이며 수하들입니다”.

  하타르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저희 야율족에게 새로운 왕이 탄생한 것을 이 자리에서 선포하는 바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애령과 퉁우람 그리고 퉁예란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서우진에게 절을 하면서 외친다; “저희들은 야율종진 추장님의 신하들이며 백성들입니다. 대업을 이루시는데 저희들을 마음껏 사용하여 주십시오”.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벌써 야율족이 재건이 된 것이나 진배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야율종진이 된 서우진이 천천히 걸어가서 4사람의 손을 하나씩 잡아 모두 일으킨다. 그리고 모두에게 말한다; “저나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벌써 야율족이 재건이 된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실제로 완안족의 압제로부터 야율족을 해방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하여 먼저 무산지역에 야율촌을 건립하는 일부터 시작하도록 합시다”.

그 말을 하면서 야율종진하타르를 주시한다. 하타르가 한가지 제안사항 외에 또 한가지 일동에게 설명할 것이 있다고 처음에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하타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여러분에게 설명하고자 한 것은 무산지역의 땅을 현재 누가 차지하고 있느냐? 하는 그 현황입니다. 여기 무산은 동여진의 땅입니다. 그러므로 동여진의 호족들이 이 지역을 나누어서 차지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하타르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신이 나서 하타르가 계속 설명한다; “크게 보아. 3사람의 동여진 호족들이 무산지역에 웅거하고 있는데 첫째가, 철광석이 생산되는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호씨 일가입니다. 둘째가, 소를 키우는 큰 벌판을 소유하고 있는 장씨 일가입니다. 셋째가, 북쪽의 두만강과 남쪽의 산지를 가지고 있는 공씨 일가입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그 세 지역 가운데 당장 필요한 곳이 호씨 일가의 광산지역이군요. 그 다음이 장씨 일가의 들판, 마지막이 공씨 일가의 강과 산지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하나 하나씩 사들이게 되면 분명히 땅값이 크게 오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일시에 모조리 사들여야 합니다. 하타르 선생, 그 값이 전부 어느 정도로 예상이 됩니까?”.

하타르가 질문을 받자 즉시 대답한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무산지역의 땅은 옥토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주군께서 주신 은덩어리와 제가 지니고 있는 야율족의 말을 판돈을 모두 합하면 능히 광산지역과 들판을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강 유역과 산지까지 사자면 돈이 더 필요합니다. 나중에 은 200정도만 더 마련하여 주시면 제가 모두 사들이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종진이 말한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결정하지요. 다음번에 제가 은200을 더 마련하여 올 테니까 모두 사들이도록 하십시오. 그 일은 하타르 촌장에게 일임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산지역에 야율족을 모으는 일과 촌락을 형성하는 일도 하타르 촌장께서 맡아주십시오. 나중에 말씀 드리겠지만 무술도장을 세우고 야율족 젊은이들을 훈련시키는 것은 퉁우람이 맡아서 주관하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그 말을 들은 퉁우람이 즉시 두 손을 소매 속에서 맞잡아 공손하게 신하의 예를 올리면서 야율종진에게 대답한다; “주공의 명을 받들어 야율족 젊은이들을 강군으로 양성하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똑같은 방식으로 하타르가 대답한다; “무산지역의 땅을 서들이고 흩어진 동족들을 모아 촌락을 형성하는 일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하타르가 이어서 말한다; “이제 저는 주군을 모시고 제가 사들일 무산지역의 땅을 한번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내일 조반을 드시고 함께 출발하시면 하루 동안에 다 안내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 야율종진이 대답한다 좋습니다. 사실은 저도 그 땅을 한번 미리 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내일 함께 움직이지요”.

다음날 5필의 말을 탄 일행이 하타르의 저택을 벗어나 무산의 탄광지역으로 달린다. 10월초이므로 가을하늘이 높고 날씨가 청명하다. 야율종진과 야율애령이 하타르의 안내를 받아 그 지역을 달리면서 퉁우람과 퉁예란 쌍둥이와 함께 빠른 눈으로 지형지물을 살핀다. 마치 그 지역을 통과하는 여진족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 지역에 일체 머무르지 아니하고 말을 내리지 아니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그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체 나타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관심을 표명하게 되면 땅값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산지역의 철광석은 대부분이 지하에 묻혀 있겠지만 일부는 땅 위에 보통 돌맹이처럼 굴러다니고 있다. 그것이 일종의 노천광산인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야율종진이 마상에서 고개를 끄떡인다. 그의 귀에는 벌써 대장간에서 병장기와 농기구를 만드는 모두와 망치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영주성에 살고 있는 투란이 가족들을 이끌고 무산으로 이주하여 대장간을 운영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야율종진은 무산을 떠나서 영주성으로 들어가고자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탄광지역을 벗어나니 넓은 들판이 나타난다.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마소가 살이 찌는 가을철이니 보기에 시원하고 좋다. 추운 지역이라고 하지만 역시 가을은 가을인 모양이다. 그 다음엔 북쪽으로 더 나아가서 두만강 유역을 살펴본다. 강물이 좋으므로 그 물을 들판으로 끌어들이면 농사를 지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멀리 남쪽에 있는 산지를 구경한다. 그 남쪽의 산지가 마음에 든다. 그러므로 무산이라고 하는 지역은 남쪽의 산지와 북쪽의 두만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땅이다. 이제는 이 지역을 무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 풍부하고 산지가 좋으니 무산이 아니겠는가?’;

그날 정찰을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야율종진이 모두에게 말한다; “이제 저는 저의 아내와 함께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려의 개경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한달내로 그 돈을 마련하여 다시 이곳으로 오겠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제가 맡긴 일을 차질없이 진행해주십시오”.

하타르와 그의 조카인 퉁우람과 퉁예란이 공손하게 명령을 받든다. 그래서 다음날 야율종진은 야율애령과 함께 두 필의 말을 타고서 무산 하타르의 저택을 출발한다;

그대로 서남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말을 달리자 이틀만에 개마고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는 애령이 앞장을 선다. 자신의 부족마을이 있던 영주성을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