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2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8. 23:40

王의 비밀20(작성자; 손진길)

 

1180922일에 서우진이 무척 바쁘다. 숙부집에도 들리고 싸전에도 들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강계성과 온성에서 온 첩자들을 만나러 가고 있다. 서우진은 강계성주인 채고수 사형이 자신에게 적어준 그 첩자의 주소를 가지고 먼저 그자를 찾아간다. 약도가 함께 그려져 있기에 그것을 보니 시장통에서 크게 멀지 아니한 개경의 중부지역이다.

그 주소지에는 놀랍게도 월향루라고 불리는 기생집이 자리잡고 있다. 사형인 채고수 성주가 적어준 이름이 월향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그 기생집에서 월향을 찾는다. 잠시 후 하인을 따라서 나이가 든 기생이 나온다. 그녀가 서우진에게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이곳 월향루의 행수인 월향입니다. 어째서 저를 찾으십니까?”;

서우진은 사형인 채고수가 알려준 암호를 그녀에게 슬쩍 말한다; “달빛이 구름에 가렸으니 밤은 어두운데 월향만이 가득하구나… “. 그 말을 곁에서 들은 월향의 눈이 갑자기 커진다. 그러면서 서우진에게 말한다; “저를 찾아오신 분이 맞는가 봅니다. 제가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나이가 든 행수가 직접 젊은 손님을 안내하는 것을 보고서 마당에 있던 기생들과 하인들이 모두 굽신거리며 행수와 서우진에게 인사한다. 월향이 안내하는 행수의 방은 깊숙한 내실이다. 음성이 새나가지 아니하는 은밀한 처소인 셈이다. 그 방에 들어서자 하인이 다과상을 급히 가지고 온다.

완전히 두사람만이 남게 되자 월향이 천천히 입을 뗀다; “어떻게 그 암호를 알고 계십니까? ‘달빛이 구름에 가렸으니 밤은 어두운데 월향만이 가득하구나…’라는 구절은 저를 비밀리에 호출하는 것입니다. 답변을 바랍니다”. 서우진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채고수 성주의 사제가 되는 서우진입니다. 이곳 개경에 살고 있지요… “.

월향이 계속 서우진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자 서우진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제가 일전에 강계성을 방문하여 사형을 만났더니 개경의 소식을 전해달라고 하면서 그 암호와 월향이라는 이름 그리고 주소를 적어서 제게 주었지요. 제가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습니까?”.

그 말을 듣자 월향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다과를 권한다. 서우진이 스스럼없이 과자를 하나 맛보면서 차를 마신다. 그 모습을 보고서 월향도 역시 다과를 들면서 말한다; “그러면 서공께서는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오셨습니까?”. 서우진이 자신의 도포 안주머니에서 한자를 적은 종이를 한 장 꺼낸다.

이미 접혀져 있는 상태이다. 그것을 그녀에게 건넨다. 월향이 펼쳐서 그 내용을 읽어본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떡이면서 말한다; “고급 정보이군요. 귀공께서는 어떻게 황궁과 조정의 깊은 내막을 이와 같이 파헤치고 계십니까? 저는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서우진이 도리어 월향에게 묻는다; “귀하께서는 이곳에서 영업을 하신 지가 오래되십니까? 그리고 어떻게 저의 사형인 채고수 성주를 알고 계십니까?”. 월향이 갑자기 푸흣하면서 웃는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가 웃으니 갑자기 30대 후반으로 젊어 보인다. 그만큼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월향이 천천히 말한다; “저는 본래 채성주의 사촌 누나입니다. 일찍 청상이 되었는데 재가를 하지 아니하고 혼자서 살았지요. 그런데 채성주가 제게 돈을 주면서 이렇게 개경에서 기생집을 인수하여 행수로 살게 했지요. 저는 이곳에서 영업한지 2년밖에 안됩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말한다; “사형이 머리가 좋군요. 이렇게 기생집을 운영하고 있으니 엔간한 개경 귀족들의 정보는 은밀하게 수집이 되겠습니다. 제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월향이 정색을 하고서 말한다; “제가 지난 2년간 이곳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서공이 방금 제게 준 정보는 쉽게 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크게 도움이 되지요. 앞으로도 잘 부탁을 드립니다”.

정보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여인이다. 그만큼 월향이 지식과 경륜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궁금하여 묻는다; “그 짧은 시간에 제가 준 정보를 이해하셨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언제 어디서 그렇게 공부를 하셨습니까?”. 월향이 역시 웃으면서 대답한다; “나이든 여인의 사생활을 아시려고 하시니 서공의 배짱이 보통은 아니군요. 제가 그러면 말씀을 드릴까요?... “.

월향이 서우진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한다; “저의 집안은 누대에 걸쳐서 서경에서 장사를 하여 돈을 좀 만진 집안입니다. 그래서 부자인 부모님께서는 자식들에게 아들 딸 가리지 아니하고 공부할 기회를 주었지요. 그 덕분에 저나 사촌동생인 채고수나 모두 어려서부터 학문에 눈을 떴지요”;

 

잠시 숨을 쉬고서 월향이 이어서 말한다; “숙부님의 아들인 채고수의 경우에는 좋은 무예선생을 찾아 개경까지 와서 무술을 배우고 무과에 급제하여 고려의 무관으로 생활하게 되었지요. 반면에 저는 고향 서경에 있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편하게 살았는데 그만 청상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지요… “.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이 고개를 끄떡인다. 솔직하게 대답해주고 있는 월향이란 여인이 배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말한다; “오늘 제가 좋은 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특히 저의 사형의 누님이라고 하시니 제가 앞으로 공대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두 달에 한번씩 제가 여기 들러 서신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월향이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약간 숙여서 인사한다. 서우진은 작별을 고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두 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이곳에 들릴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형에게 요청할 중요한 사항이 있으면 그것도 행수님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래도 될까요?”.

그 말을 들은 월향이 흔쾌히 대답한다; “서공은 젊지만 기개가 넘치고 총명하게 보입니다. 틀림없이 채성주가 탐을 내고 있는 인재인데 어떻게 제가 그 정도의 편의도 제공하지 않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자주 들러 주세요. 저도 개인적으로 서공과 가깝게 지내고 싶습니다”.

서우진이 영업을 하는 집이라 오래 머무르지 아니하고 그렇게 용무만 보고 바로 그 기생집을 나선다. 그 다음에는 온성에서 적어준 주소를 가지고 개경의 서쪽구역을 찾아간다. 그 자리에는 무술을 가르치는 도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이름이 청도관이다. 그곳에서 서우진이 관주인 청객을 찾는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기와집으로 보이는데 그 안에서는 젊은이들이 무술을 연마하느라고 서로 대련을 하고 있다;

 

잠시후에 문간으로 30대 초반의 장정이 나온다. 근골이 튼튼해 보이는 것이 척 보아도 무술인이다. 그가 자신을 청객이라고 소개하면서 서우진에게 어떤 용무인지를 묻는다. 그러자 서우진이 온성에서 사형 김영웅 국왕이 적어준 암호를 말한다; “허허, 저는 불청객이 아닙니다. 청객을 찾아온 불청객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얼른 청객이 서우진을 데리고 내실로 들어간다. 다과를 가지고 온 하인을 내보낸 다음에 문을 닫고 그가 조용히 서우진에게 묻는다; “어떻게 암호를 사용하여 저를 찾고 계십니까?”. 서우진이 역시 조용하게 말한다; “저는 온성의 김영웅 사형의 부탁으로 정보를 전해드리고자 왔습니다. 제 이름은 서우진입니다”.

청객으로 불리고 있는 그 도장의 관주가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별명이 청객이고 본명은 김성곤입니다. 제 동생이 온성에서 김영웅 국왕의 휘하에 있는 김경수 장군이지요”.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깜짝 놀라면서 대답한다; “, 제가 일전에 온성에 들렀을 때에 김장군의 안내로 대웅국의 영토를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이것 참 반갑습니다”.

그 말을 듣자 김성곤이 서우진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 형제는 사촌 형인 김영웅 국왕을 도와서 발해의 옛 땅을 되찾기를 소원하고 있지요. 그래서 저의 아우는 온성에서, 저는 개경에서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국왕의 사제가 되시는 서공께서 앞으로 많이 도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귀한 뜻을 품고서 김영웅 국왕을 돕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서우진이 허리를 굽혀서 다시 인사를 하면서 말한다; “잘 알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더 부탁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사형께서 원하시는 개경의 정보를 적어서 왔습니다. 이것을 살펴보시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우진이 품안에서 꺼내 준 서신을 그 자리에서 김성곤이 읽어본다. 그리고 말한다; “좋은 정보이군요. 크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서우진이 말한다; “제가 앞으로 두 달에 한번씩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형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 때에도 이곳에 들리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김성곤이 기분 좋게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되고 말고요. 언제나 저는 환영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시간이 나면 함께 술도 한잔 하십시다. 저는 서공과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고개를 숙여서 감사의 뜻을 표시한다. 갑자기 청객 김성곤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우진에게 다가와서 두 손을 잡는다. 서우진도 그의 눈을 쳐다보면서 두 손을 마주 흔든다. 대장부끼리 서로 뜻이 통한다는 의미이다.

고려시대 무신들의 장기집권으로 개경은 어수선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뜻있는 젊은이들이 멀리 국경너머 압록강과 두만강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들은 멀리 북쪽의 만주 땅을 바라보면서 큰 뜻을 이루고자 결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듯이 1180년대의 고려가 그러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작년에 26세의 젊은 장군 경대승이 정중부 일가를 쳐부수고 고려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그리고 국경너머에서는 온성의 김영웅이 대웅국을 세우고 강계에서는 채고수가, 의주에서는 조금강이 스스로 아성을 가진 군벌이 되어 자신의 지역을 호령하고 있다.

이제는 서우진이 그러한 꿈을 꾸고 있다. 그도 사형들처럼 여진족의 땅에서 입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구나 청객으로 불리고 있는 김성곤 역시 그러한 큰 뜻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있는 그들이 우연히 개경에서 만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전개가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