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18(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8. 08:33

王의 비밀18(작성자; 손진길)

 

서우진은 김경수 장군의 안내로 말을 타고 대웅국의 영토를 하루 돌아본 다음날 곧 118096일에 이제는 대웅국의 수도인 온성을 떠나고자 한다. 그래서 사부인 김숙번의 생각을 물어본다; “사부님, 저는 이제 그만 개경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사부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을 들은 김숙번이 조금 생각을 하더니 말한다; “그래 이만큼 대웅국을 보았으니 나도 이제는 개경으로 돌아갔다가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을 하고자 한다. 우리 그렇게 김영웅 국왕에게 말하고 그만 떠나도록 하자꾸나”. 그렇게 합의가 되자 서우진이 애령과 함께 김숙번 사부를 모시고 김영웅 국왕에게 작별을 고한다.

대웅국의 국왕인 김영웅도 국사가 바빠서 서우진 일행을 더이상 붙들지를 않는다. 그렇지만 다시 방문을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특히 서우진에게 개경에 살고 있는 자신의 신하에 대한 신상정보와 접촉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사부인 김숙번과 사제인 서우진에게 줄 선물은 개경에 나가 있는 자신의 첩보망을 통하여 전달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온성을 떠난 서우진 일행은 10여일을 걸어서 훗날 함흥으로 불리는 함주에 도착한다. 일부러 여진족이 살고 있는 지역을 자세하게 탐사하고 싶어서 그렇게 도보로 여행한 것이다. 함주에서 산길을 타고 국경을 은밀하게 넘어서 고려의 국경도시 화주에 들어온다. 훗날 영흥으로 불리게 되는 그 화주(和州)의 주막에 맡겨 놓은 말 2필을 주막주인에게 수고비를 넉넉하게 주고서 되찾는다. 그리고 서우진 일행은 개경까지 서남방향으로 달리는 것이다;

개경에 도착하니 벌써 920일이다. 818일에 출발하여 한달이상 여행한 셈이다. 무엇보다 급한 일이 야율상을 만나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서우진은 사부인 김숙번과 개경에서 헤어진 다음에 자신의 집에 들러 그동안 저택관리를 해준 철원댁에게 수고비를 준 후 그 다음날 바로 애령과 함께 야율상의 집을 방문한다.

마침 집에서 독서를 하고 있던 야율상이 하인의 말을 듣고 반갑게 마당으로 나온다. 그는 허리를 깊이 숙여 절을 하고서 서우진에게 질문한다; “주군께서는 여진 땅에 있는 사형들을 잘 만나고 오셨습니까?”. 서우진과 애령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서우진이 야율상에게 말한다;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접견실에서 다과를 나누면서 서우진이 야율상에게 말한다; “저와 애령이는 무예선생인 김숙번을 모시고 함께 강계의 성주인 사형 채고수 그리고 온성에 왕도를 두고 있는 대웅국의 국왕인 사형 김영웅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그 두사람을 만나서 여러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야율상이 흥미가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

그 모습을 보고서 서우진이 간결하게 요약하여 말한다; “첫째로, 채고수 성주와 김영웅 국왕은 자신의 성민과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더군요. 고려인 출신의 지도자가 성과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만 그 백성들인 여진족들이 그들을 존경하고 있으니 그것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야율상이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서우진이 이어서 말한다; “둘째로, 최근에 완안족의 추장인 완안웅이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금나라 군대를 동원하여 강계성과 대웅국을 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두사람은 의주성주인 조금강과 함께 3자동맹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 야율상이 큰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별도의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다음과 같은 서우진의 설명을 계속 듣고 있다; “셋째로, 온성에 도읍을 정하고 있는 대웅국은 사방 100리를 장악하여 영토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왕인 김영웅이 발해의 땅을 회복하고자 하는 북진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서쪽의 완안족과의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간략하지만 정확한 보고이다. 그 말을 끝까지 들은 다음에 야율상이 말한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서 일대 풍운이 일고 있군요. 그것은 새로운 변화입니다. 그것도 현재 중원의 북쪽을 장악하고 있는 금나라가 성군인 세종을 맞이하여 최고의 번영기를 누리고 있는데 그러한 조짐이 변방인 만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군요.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

재미가 있다고 반응을 하면서 야율상이 갑자기 다른 말을 하려고 하므로 서우진과 애령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운자를 뗀다; “적을 이기자면 먼저 상대방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저는 최근에 중원의 금나라와 송나라에서 온 상인들로부터 얻은 정보와 제가 서책을 통하여 알고 있는 역사의 지식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도움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야율상의 말의 의미는 중원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금나라의 현실을 먼저 이야기해줄 것이니 그것을 듣고서 서우진과 애령이 한번 판단을 해보라는 것이다. 과연 사형들이 연합하여 만주의 금나라 군대와 전쟁을 쳐서 이길 승산이 있는지를 가늠해보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알아 듣고서 두 사람이 경청한다.

그러자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를 시작한다; “먼저, 지금으로부터 66년전에 만주에는 여진족이 두 갈래로 갈라져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거란족이 세운 강력한 요나라의 힘에 굴복하여 비굴하게 그 신하국으로 살아가고 있는 숙여진이 있고 또 하나는, 끝까지 굴종하지 아니하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생여진입니다. 생여진에서 대영웅이 탄생하지요. 그자가 1115년에 금나라를 세운 아골타입니다”;

대충 알고 있는 역사이야기이지만 야율상의 말을 들으니 더 이해하기가 쉽고 생생하다. 그래서 두사람이 진지하게 듣고자 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야율상이 말한다; “아골타는 1114년에 동쪽인 연해주에 있는 흑수말갈을 몰아냅니다. 그리고 1115년에 스스로 대금을 세우고 황제로 칭하면서 태조가 됩니다”;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스스로 황제가 된 아골타는 유목민인 여진족의 병사를 강력한 기마대로 편성하여 동생인 오걸매와 함께 그 강성한 요나라를 멀리 서쪽으로 몰아내고 중원의 송나라로 쳐들어갑니다. 황하 유역을 어느 정도 정복하고 아골타가 1123년에 죽자 동생 오걸매가 제2대 황제인 태종이 됩니다”.

한번 숨을 쉬고서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대금의 태종은 송나라의 수도인 개봉을 쳐서 1127년에 함락을 시키고 회하 북쪽에 있는 풍요로운 화북지역을 모두 차지합니다. 그때 송의 전 황제인 휘종과 현 황제인 흠종이 금 태종에게 끌려가게 되지요. 그것을 흔히 정강의 변이라고 부릅니다”;

 

야율상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런데 송나라 흠종의 동생인 고종이 피신하여 임안에서 송의 남은 세력을 규합하여 금나라의 남하를 막게 되지요. 그래서 송나라가 회하 남쪽의 화남지역과 양자강 유역에서 재건이 되는데 그것을 흔히 남송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반면에 대금은 화북지역을 전부 차지하고 개봉을 남경 또는 변경이라고 부르게 된다. 참고로, 남송의 황도가 되고 있는 임안이 오늘날의 항주이며 양자강 하류 해안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번 숨을 쉬고서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계속 쳐들어오는 금나라의 군대를 화남지역에서 막는데 성공한 장군이 그 유명한 악비입니다. 하지만 1141년에 금나라의 화친조건을 만족시키고자 고종이 재상 진회의 말을 듣고서 충신 악비를 그만 처형하고 말지요. 그 결과 금나라와 화친을 하기는 했지만 참으로 비굴한 역사입니다”;

 

야율상이 숨을 쉰 다음에 이어서 말한다; “그런데 참으로 역사라고 하는 것이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왜냐하면, 대금의 제4대 황제가 해릉왕으로서 유명한 폭군인데 그를 몰아낸 신하들이 여진에서 맞아들인 아골타의 손자 완안옹이 1161년에 제5대 황제가 되자 느닷없이 대금의 전성기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송에서도 같은 시기에 현군인 효종이 다스리고 있어 중원은 그야말로 풍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중원의 정세이지요…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생각한다; “1180년인 지금은 대금의 성군인 세종 그리고 남송의 현군인 효종이 다스리고 있는 중원의 번영기의 시대이다. 그런데 변방인 만주에서 전쟁이 발생한다고 하면 과연 금나라 군대를 상대하여 싸우게 되는 사형들이 승리할 수가 있을까? 장담하기가 힘들겠구나… “.

서우진의 내심을 마치 엿보기라도 한 것처럼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중원이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은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그렇게 좋은 시대가 지속이 되고 있으므로 도리어 군사적으로는 약해지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시기에 모두가 배가 부르게 되니 무사정신이 약해지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들은 서우진이 정색을 한다. 그러자 야율상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 점을 생각한다면 금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북쪽의 몽골, 그리고 몽골 남서쪽의 서하서요 등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대금은 그들의 침략을 받을 위험성이 크지요. 그들은 척박한 북쪽과 서쪽에서 계속 굶주리고 있는데 중원만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심각한 안보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

 

참으로 놀라운 견해이다. 야율상의 말을 듣고서 서우진이 자신의 생각을 크게 수정한다; “그렇다. 배가 고픈 민족이 기마병을 이끌고 멀리 원정에 나서는 법이다. 그리고 죽기 살기로 적과 싸워서 전리품을 얻고자 한다. 그것이 인류의 가장 큰 전쟁의 원인인데 오래 배가 부르게 되면 그 귀중한 역사적인 교훈을 잊어버리고 그만 문약하게 되어 나라가 망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지금이야말로 내가 몸을 일으키고 새로운 나의 나라를 세울 적기인지도 모른다… “.

야율상은 서우진의 얼굴에 새로운 결심과 생기가 도는 것을 보고서 빙긋이 웃는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다; “주군께서 무언가 역사 가운데 큰 교훈을 깨닫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부연하여 두가지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그 옛날 중원을 다스리던 송나라의 수도는 그야말로 중원의 중심인 개봉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만주와 중원의 북쪽을 다스리고 있는 대금의 수도가 연경으로 불리고 있는 중도입니다”.

참고로, 야율상의 지적과 같이 오늘날 베이징으로 불리고 있는 대금의 수도인 중도는 만주와 중원의 중간지점이 맞다;

 

야율상의 설명이 계속된다; “둘째로, 대금의 제4대 황제는 폭군이었으므로 신하들의 반란으로 죽게 됩니다. 그리고 그냥 해릉왕으로 격하하여 불리고 있지요. 그는 아골타의 동생인 오걸매의 자손입니다. 그런데 신하들이 여진에서 업어 들인 새로운 황제인 세종은 아골타의 손자이고 그의 모친이 발해의 후손입니다. 그러니 여진족과 한민족 사이에서 대금의 성군인 세종이 탄생한 셈입니다… “.

그 말을 하면서 야율상이 서우진과 애령을 쳐다본다. 그러자 서우진은 고개를 끄떡이고 있는데 애령은 얼굴을 붉힌다. 그 이유는 그녀가 서우진과의 사이에 아들을 낳게 되면 그가 성군인 세종이 되지 않겠느냐?는 야율상의 말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야율상의 저택에서 3사람이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하루의 해가 서쪽 두문동 산으로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