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17(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8. 08:18

王의 비밀17(작성자; 손진길)

 

서우진 일행은 온성에 도착한 다음날 대웅국의 왕인 김영웅의 안내로 온성 지역을 두루 시찰한다. 작지 아니한 성이 한나라의 도읍답게 잘 꾸며져 있다. 국왕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부복한 백성들이 김영웅 왕을 칭송하는 소리가 드높다. 그 옛날 동여진에 속하던 백성들이 지금은 대웅국의 백성이 되어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을 서우진이 인상깊게 관찰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강계성의 채고수 사형처럼 김영웅 사형도 대웅국의 국왕으로서 백성들의 칭송과 존경을 받고 있구나. 보기가 좋다. 북쪽의 완안족보다는 고려출신의 김영웅이 다스리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나도 김영웅 사형처럼 백성들을 편하게 해주면 얼마든지 나의 왕국을 이곳 만주에 세울 수가 있겠구나!... “.

그 다음날인 118095일이 되자 서우진이 국왕인 김영웅에게 청을 하나 한다; “저는 국왕께서 다스리시는 지역을 차제에 전부 한번 둘러보고 싶습니다. 그것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김영웅이 좋아하면서 다음과 같이 허락한다; “좋은 생각이다. 국사에 바빠서 내가 직접 안내하지는 못하지만 나의 종제이며 경비대장을 맡고 있는 김경수 장군을 붙여 주겠다. 사부님도 함께 시찰하시면 좋겠다… ”.

국왕의 허락을 얻은 서우진은 사부인 김숙번의 의사를 타진한다. 그도 좋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날 일찍 서우진은 애령이와 함께 김숙번 사부를 모시고 대웅국을 한번 둘러보고자 한다. 길안내를 맡은 김경수 장군이 말을 탄 채 아예 말 3필을 몰고온다. 수하를 시키지 아니하고 직접 말을 3필이나 몰고 오는 것을 보니 기마술이 보통이 아니다.

서우진 일행은 사양하지 아니하고 각각 말에 오른다. 그 다음 서우진이 김경수 장군에게 질문한다; “대웅국은 사방 몇 리에 걸쳐서 그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까”. 김장군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저희들은 흔히 사방 100리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 정도의 규모이지요. 물론 나중에는 더 커질 것입니다”.

서우진이 이어서 질문한다; “그렇다면 김장군의 생각으로는 동서남북 어느 방향부터 둘러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까?”. 김장군이 서슴지 아니하고 답변한다; “우선 동쪽으로 가서 동해 바다의 끝을 한번 보시고 그 다음에 북쪽으로 올라가서 연해주와 맞닿은 곳을 보시지요. 그 다음에 돌아오는 길에 서쪽과 남쪽을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이랴… “;

 

김장군이 채찍을 가하자 말이 빠르게 달린다. 그 뒤를 서우진 일행이 따른다. 김장군은 차제에 서우진 일행의 기마술을 한번 보고자 한 모양이다. 그런데 기마민족인 여진족과 전투를 많이 한 김경수 장군 자신보다 결코 서우진 일행의 기마술이 뒤떨어지지가 않는다. 그것을 보고서 김장군이 탄복한다.

교외로 나오자 김경수가 두만강이 굽이를 쳐서 남쪽으로 흐르는 광경을 서우진 일행에게 보여 주면서 말한다; “두만강이 남으로 꺾어지기 직전에 셋강이 있지요. 그리고 강 사이에 작은 섬이 하나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저 섬을 여기서는 온성섬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땅이 기름져서 주민들이 그 섬으로 건너가서 집단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100정보가 되는데 곡수가 많이 난답니다”;

 

그 섬을 보더니 서우진이 말한다; “두만강물이 많을 때에는 육지와 섬 사이의 남쪽 물이 셋강에 불어나 있지만 갈수기에는 그렇지가 못한 모양입니다. 제가 보기에 남쪽으로 퇴적이 제법 이루어지고 있군요”. 김경수가 놀라면서 대답한다; “안목이 예리하시군요. 그렇습니다. 강물이 북쪽 넓은 강으로 흐르거나 아니면 남쪽 셋강으로 흐르거나 하는데 그 물의 양이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재미가 있는 섬이지요… “.

그 정도 설명을 한 김경수가 다시 말을 달린다. 한참 동북쪽으로 달리면서 말한다; “이쪽이 66년전에는 흑수말갈의 땅이었던 연해주입니다. 아골타가 그들을 북쪽으로 밀어내고  그 이듬해에 금나라를 세웠지요. 물론 그 옛날에는 발해동경용원부가 자리를 잡고 있던 곳입니다”;

말을 조금 천천히 달리면서 김경수가 이어서 말한다; “우리는 발해의 땅 아주 일부를 되찾은 것이지요. 그것이 지금의 대웅국입니다. 여기 연해주는 그 이름 그대로 동쪽에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해산물이 많이 생산되지요. 좋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그 옛날 발해가 이름하여 해동성국이 아닙니까? 이제는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겠습니다”. 서우진 일행도 그 뒤를 따라 방향을 바꾸어 말을 달린다.

한참을 달리던 김경수가 말을 세우면서 말위에서 북쪽을 보면서 설명한다; “저 위에 완안족이 지배하고 있는 동북여진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길림성과 멀리 하얼빈이 그쪽에 있는데 그곳에서 아골타의 금나라가 팽창하기 시작했지요. 지금은 만주에 남아 있는 완안족을 황족인 완안웅이 다스리고 있습니다”.

조금 숨을 돌린 다음에 김경수가 이어서 설명하는데 그 내용이 중요하다; “그런데 완안족의 추장인 웅이 야심가라서 우리 대웅국을 점령하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물론 만주에 주둔하고 있는 금나라 군대를 동원하여 일시에 우리를 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김영웅 국왕께서는 변복을 하고 밀행하여 동문들인 채고수 강계성주와 의주에 있는 조금강 성주를 강계에서 모두 만나 동맹을 요청한 것입니다”;

 

김경수 장군의 설명이 아주 정확하다. 서우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동일한 것이므로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김장군이 유심히 보면서 말한다; “우리 김영웅 국왕께서는 힘만 있으면 완안족이 차지하고 있는 발해의 고토를 상당부분 수복하기를 소원하고 있지만 그 정도의 무력이 없어서 고심이 크십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서우진과 애령이 그리고 사부인 김숙번이 모두 고개를 끄떡인다. 힘만 있으면 김영웅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세력을 합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들은 군사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그것은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이다.

김경수 장군이 지금 말을 세우고 있는 그 지역이 훗날의 역사에 도문 지역이며 특히 연길용정 그리고 명동마을이 자리를 잡게 되는 곳이다. 조선백성들의 항일운동의 기지가 되는 그곳을 700여년전에 김경수 장군과 서우진 일행이 먼저 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우진의 관심사는 그가 발견한 철광석의 산지인 무산지방이 대웅국의 영토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대웅국의 세력이 서쪽에 있는 무산지역까지는 미치지 아니하고 있다. 그래서 서우진이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대업에 대웅국이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제 김경수 장군이 말머리를 남쪽으로 돌리고 있다. 백리 정도를 달리니 바다가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동진을 한다. 두만강이 동해로 들어가는 그 유역에서 김장군이 잠시 말을 쉬게 하면서 동쪽을 보면서 말한다; “여기가 묘한 지역입니다. 두만강이 바다로 들어가기 직전에 큰 섬을 하나 약간 동쪽에 만들어 놓고 있지요. 그 섬이 녹둔도입니다. 그런데 섬의 동쪽으로 자꾸만 하상이 높아지고 있어서 나중에는 연해주와 연결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경수 장군이 그 묘한 섬에 관하여 서우진 일행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이 훗날의 역사에 있어서 조선의 무관이 된 이순신이 육군 장교였을 때 여진족과 전투를 벌인 녹둔도가 맞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는 청나라가 조선의 양해도 받지 아니하고 연해주와 함께 그곳을 러시아에게 주고만 곳이다.

힘이 없는 조선이 항의를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북한이 러시아의 것이라고 인정하고 만다. 힘이 없으니 조상이 물려준 땅을 되찾지도 못하고 있는 한민족이다. 이제는 한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주장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협약이 무효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한국의 군사력이 러시아만큼 강하지 못하기에 그것 역시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녹둔도 자체는 작은 땅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민족의 땅이라고 하면 그 인근의 바다가 전부 영토에 포함이 된다. 그런데 그것을 모두 러시아에게 빼앗기고 있으니 조상들 보기에 민망한 노릇인 것이다.

그러한 훗날의 역사와 비교하면 온성을 중심으로 사방 백리에 대웅국을 건설한 김영웅이야 말로 대영웅인 것이다. 그리고 만주에서 여진족의 세력을 몰아내려고 웅지를 키우고 있는 서우진이야 말로 고구려와 발해의 맥을 잇고자 하는 위대한 한민족임이 틀림없다.

그러한 큰 뜻을 가진 자가 진짜 한민족의 왕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통일신라시대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왕이 드물다. 그렇다면 대다수 한민족의 왕들은 도대체 어떠한 생각으로 국왕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떻게 국왕이 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정통성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것들이 소위 왕의 비밀의 내용들이라고 하겠다.

녹둔도까지 설명한 다음에 김경수 장군이 다시 말에 올라 북쪽으로 달린다. 서우진 일행도 열심히 그 뒤를 따라 말을 달린다. 하루 400리를 거뜬하게 달리는 4필의 말을 보니 서우진은 참으로 그들 명마가 탐이 난다. 북쪽의 명마는 체구가 작지만 그 끈기와 지구력이 대단한 것이다. 그러한 좋은 말이 있기에 금나라가 중원을 정복한 모양이다;

그날 하루의 일과가 그렇게 끝나고 있다. 이제 서우진은 고려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들은 어떻게 대웅국의 국왕인 김영웅과 이별을 고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훗날 어떠한 인연으로 과연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