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15(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8. 05:05

王의 비밀15(작성자; 손진길)

 

서우진이 애령과 함께 사부인 김숙번을 모시고 강계에 도착한 때가 1180825일이다.  그곳에 자신의 아성을 가지고 있는 사형 채고수는 서우진 일행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채고수는 고려를 떠나온 지 10년만에 사부 김숙번을 보았고 생전 처음 자신의 사제가 되는 서우진을 만났기 때문이다.

잔치자리에서 김숙번이 먼저 제자인 채고수에게 말한다; “고수야, 네가 동문인 금강 및 영웅과 함께 1167년에 무과에 합격하여 출사를 하자 나는  2년후 곧 1169년부터 서우진을 이린과 함께 나의 제자로 받아 들였다... “.

김숙번이 숨을 조금 쉬고서 이어서 말한다; “그런데 이린은 장군인 그의 형이 1174년에 죽고 집안이 멸문이 되자 도망자가 되어 숨어서 생활하다가 작년에 의주성에 있는 사형 조금강에게 가서 몸을 의탁하고 있다. 여기 서우진이 동문이며 친구인 이린을 많이 도와주고 있지… “.

그 말을 듣자 채고수가 사부에게 묻는다; “사부님, 1174년에 멸문을 당한 개경의 무신 집안이라고 하면 혹시 이의방의 가문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저의 사제가 되는 이린이 이의방의 아우가 될 수도 있겠군요… ”. 상당히 예리한 질문이다. 그러자 김숙번이 고개를 끄떡여서 긍정의 뜻을 표한다;

채고수가 사부에게 다시 묻는다; “사부님, 의주성에 살고 있는 이린을 친구인 서우진이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것 역시 날카로운 질문이다. 그러자 서우진이 웃으면서 사부 대신에 직접 나선다.

서우진의 대답이 다음과 같다; “사형, 이린은 의주성에서 조금강 장군을 보좌하고 있는데 그가 정보담당 참모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개경에서 고려의 조정이 돌아가는 현황을 파악하여 2달에 한번씩 그에게 보내주고 있지요”. 그 말을 듣자 채고수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드디어 채고수가 서우진에게 말한다; “사제, 그러면 자네가 우리에게도 그 정보를 좀 공유하게 해줄 수가 있겠나? 여기 강계성까지 올 필요는 없고 내가 알려주는 개경의 인물에게 매번 그 정보를 전달해주면 되겠는데… “;

 

서우진이 명쾌하게 대답한다; “사형,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주소만 알려주시면 제가 그렇게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채고수가 그렇게 좋아한다. 그는 얼른 서우진의 잔에 술을 가득 부어주면서 말한다; “사부님 덕분에 제가 좋은 사제를 얻었습니다. 서우진 사제가 아주 제 마음에 듭니다. 성격이 시원시원합니다. 앞으로 크게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김숙번이 말한다; “우진이야 말로 남자 중의 남자이지. 그는 문과 무에 달통한 인물이야. 고수에게 큰 도움이 될거야… “. 서우진은 기회가 이때다 싶어서 얼른 사형인 채고수에게 질문한다; “3분의 사형께서는 지난달에 함께 모이셔서 중요한 안건을 토의하셨다고 제가 오는 걸음에 사부님으로부터 약간 들었습니다. 어떠한 내용입니까?”.

채고수가 한잔 쭈욱 들이킨 다음에 말한다; “저 거대한 금나라가 쩨쩨하게도 우리같이 작은 변방의 성들까지 전부 지배하고자 하고 있어요. 조금강이 다스리고 있는 의주성과 나의 강계성 그리고 온성에 있는 김영웅의 조그만 왕국까지 전부 장악하려고 획책하고 있지. 그래서 우리 3사람은 공동전선을 형성하여 무력으로 대항하기로 결정했어”.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질문한다; “중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금나라가 만주의 변방 그것도 고려와 인접하고 있는 이곳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하는 것이 상당히 이상하군요. 사형께서는 그 정확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채고수가 조금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글쎄 나는 그 연유를 잘 모르겠는데 온성의 김영웅이 이런 말을 했어… “.

서우진이 긴장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채고수가 입을 뗀다; “동북면의 완안족 추장이 야심가라고 하더구만.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그 남쪽에 있는 김영웅의 작은 왕국을 정벌하려고 벼르고 있다는 거야. 그는 6년전에 개마고원에 있는 야율족을 쳐부수고 이제는 김영웅의 대웅국을 정벌하고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해… “.

채고수는 일동이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경청을 하자 신이 나서 말한다; “완안웅은 대금의 황족이므로 만주의 금군을 움직여서 정복전쟁에 나서고자 하는 거야. 김영웅이 그렇게 자신이 얻은 정보를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조금강과 나는 그 말이 옳다고 동의를 했지”.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말한다; “사형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중원의 연경에 있는 대금의 황제가 아니라 실은 황족에 불과한 만주의 완안 족장이 탐심을 내고 있는 것이군요. 그런데… ”. 서우진이 말끝을 흐리고 생각에 잠기자 채고수와 일동이 그를 쳐다본다.

그러자 서우진이 채고수에게 말한다; “어쨌든 만주를 지키고 있는 금나라의 군대가 의주성과 이곳 강계성 그리고 온성의 대웅국으로 침입해온다고 가정하면 사형들은 그 군대를 물리칠 계책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는 것입니까? 혹시 무력에 밀리게 되면 사형들의 성과 나라가 한꺼번에 멸망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 다음은 고려국이 위험하고요… “.

채고수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겉으로만 보면 우진 사제의 염려가 맞아. 그렇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보아야 안다고 하는 말이 있지. 사실은 그렇게 쉽게 금나라 군대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왜냐하면, 금나라는 대국이므로 사면팔방 주변에 온통 적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지”.

잠시 숨을 쉰 다음에 채고수가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 “만약 동쪽 변경인 만주에서 큰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서쪽과 북쪽 그리고 남쪽의 이리들에게 금나라의 땅을 얻을 좋은 기회만 제공하고 마는 거야. 그러니 대금의 정예병이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변경인 만주에 나와 있는 주둔군 정도가 남진하는 것이므로 한번 싸워볼 만 하지”.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다; “사형의 말씀을 듣고 보니 벌써 양동작전을 벌이려고 계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몽골이나 서하에 이미 사절을 보내신 것이 아닙니까? 저의 예측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 그 말을 들은 채고수가 허허라고 웃는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한다; “사제는 아직 주군을 정하지 않았으면 나의 휘하에 들어오는 것이 어떤가? 내가 높은 자리를 하나 마련해주지. 그 정도로 병서를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자라고 하면 이 작은 성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인물이야. 내 눈이 틀림이 없어. 장차 사제를 참모로 얻는 자가 이 만주의 지배자가 되겠구만, 그래… “.

채고수가 장담하는 말을 듣고서 김숙번과 애령이 깜짝 놀란다. 김숙번은 제자인 서우진의 가치를 단박에 알아보고 있는 채고수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애령은 숙부인 야율상이 서우진을 주군으로 섬기고자 결정한 것이 벌써 그의 자질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여기서 확인하고서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서우진이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그 어색한 자리를 교묘하게 피하고자 한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제를 그렇게 칭찬하고 격려해 주시니 사형이야말로 이 작은 강계성이 아니라 능히 큰 왕국의 주인이 되실 분이 틀림없습니다. 나중에 그러한 왕국을 건설하시면 그때 저를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오늘의 말씀을 잊지 마시고 초지일관하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

그 말을 듣자 채고수가 호쾌하게 웃는다. 역시 사나이 중의 사나이이다. 그러면서 오늘의 만남을 축하하자면서 건배를 제안한다. 사부인 김숙번은 제자들이 서로 의가 좋아서 상대방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그것이 기분이 좋다. 애령은 일이 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서 안심하고 건배에 동참한다.

다음날 채고수는 직접 사부와 사제 그리고 애령이에게 자신의 성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가는 곳마다 성민들이 채고수 성주에게 절을 하고 깍듯이 모신다. 그만큼 그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성주이다. 그것을 보면서 서우진은 훗날 채고수의 강계성을 건드리지 아니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다.

성주와 성민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 믿고 의지하고 있으면 그것이 철옹성이다. 보통 상대방의 성을 공격하여 차지하기 위해서는 3배의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정도의 공격력으로도 차지하지 못하는 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성주와 성민과의 신뢰관계가 완벽한 경우이다;

만약 성주가 성안의 백성들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그들을 적의 침략으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스스로 희생할 각오로 항전을 한다고 하면 성민들이 모두 결사적으로 적을 막아내게 된다. 그러한 정신무장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전력인 것이다. 그 점을 알고 있는 서우진은 채고수 사형이 강계성을 지키고 있는 한 이곳을 건드리지 아니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3일째가 되는 날 서우진이 사부 김숙번에게 말한다; “이제는 온성으로 가서 김영웅 사형의 왕국에 들렀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곳까지 답사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김숙번이 쾌히 승낙한다. 그래서 서우진이 채고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양해를 구한다.

그러자 채고수가 서신을 한통 서우진에게 맡기면서 말한다; “자네가 이 서신을 김영웅에게 전해주면 좋겠네. 우리가 지난 달에 합의한 내용이 어떻게 진척이 되고 있는지 내가 궁금하여 묻는 내용이야. 아울러 그 서신에는 내가 추진하고 있는 계략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어. 마침 자네가 그곳으로 가겠다고 하니 내가 부탁하는 거야”.

그 서신을 받으면서 서우진이 깊이 허리를 숙여서 인사한다; “사형, 처음 뵈었지만 정말 형님과 같으십니다. 저를 신임하시고 귀한 친서까지 맡겨 주시니 반드시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채고수가 웃음기를 띄면서 대답한다; “나는 자네가 탐이 나. 나중에 마음이 정해지면 내 그늘로 들어오게. 내가 섭섭하지 않게 대우를 해주겠네… “.

서우진은 다시 한번 사형인 채고수를 쳐다본다. 그는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다. 그렇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므로 그의 성은 장차 발전할 것이다. 이곳 강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압록강 중류 전체를 장악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는 장래에 서우진의 우군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적이 되는 것일까?

아직은 가늠이 되지를 않는다. 그 이유는 아직 서우진이 칼을 빼어 들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맹수와 같아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주변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곳을 물어뜯어야 한꺼번에 많은 영토를 얻을 수가 있는지 그것을 파악하기 위하여 이제는 강계에서 온성까지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부인 김숙번은 제자를 만나는 순수한 마음에 들떠 있다. 그렇게 서우진은 애령과 함께 사부 김숙번을 모시고 동북쪽을 비스듬히 진행한다. 무려 7일이나 걸어서 마침내 온성에 도착한다. 압록강변을 지나고 두만강을 따라서 찾아오는 걸음이니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이다;

지금 서우진의 품속에는 서신 한통이 더 들어 있다. 그것은 김영웅 사형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서우진 자신에게 주는 채고수 사형의 편지이다. 지금 개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채고수 성주의 수하에게 그의 사제인 서우진을 소개하는 서신인 것이다. 이제 서우진 일행이 두만강 하류의 온성에서는 어떤 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