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1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8. 02:27

王의 비밀14(작성자; 손진길)

 

11808월 중순에 서우진이 모처럼 무예선생인 김숙번의 집에 들린다. 그는 사부로부터 사형인 채고수김영웅이 세력을 떨치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서우진이 야율상과 함께 마련하고 있는 자신들의 왕국의 건설계획과 사형들의 세력권역이 서로 상충할 가능성이 있어 그 위험을 미리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열흘동안 서우진은 애령이와 함께 야율상의 집에 부지런히 출입하면서 장래 계획을 짜느라고 바빴다. 그들 3사람은 완안족의 추장인 완안웅에 의하여 6년전에 멸망을 당한 개마고원의  야율족의 땅을 되찾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느라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그리고 서우진과 야율상은 장차 야율족이 중심이 되어 더 큰 영토를 가진 하나의 이상적인 왕국을 건설하자고 하는 야심 찬 생각을 벌써 공유하고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사형들인 채고수김영웅의 세력권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다.

서우진은 할 수만 있으면 그러한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미리 그들의 세력권역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곳을 우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작년에 서우진은 사부인 김숙번으로부터 사형인 채고수가 개마고원 일대에서 호족으로 세력을 떨치고 있으며 또한 다른 사형인 김영웅이 두만강 유역에 자신의 왕국을 세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사부인 김숙번을 방문하여 두 사형이 정확하게 어디에서 호족과 왕으로 행세를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충돌을 장차 예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서우진이 김숙번을 방문하여 그 집에서 오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한참 후에 서우진이 김숙번에게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사부님, 혹시 채고수 사형과 김영웅 사형으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은 것이 있습니까? 제가 한번 사형들을 방문하고 싶은데 어디로 찾아가면 될까요?”. 그 말을 듣자 김숙번이 이상한듯이 서우진을 한번 쳐다보고서 대답한다; “요 근래 우진이 너는 의주성의 조금강 사형을 만난 적이 없는 모양이구나… “.

서우진이 공손하게 대답한다; “저는 이곳 개경의 소식만 의주성에 있는 이린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요즈음 조금강 성주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있지요... “. 그 말을 듣자 김숙번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떡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달인가 조금강이 이린과 함께 채고수 및 김영웅을 방문했다고 하는 소식을 내가 듣고 있다”.

김숙번이 한번 숨을 쉬고서 이어서 말한다; “그들 3사람은 똑같이 거대한 제국 금나라의 압력을 받고 있어. 그래서 그들은 서로 연합하여 그 옛날 고구려가 당나라 대군을 요동에서 물리쳤듯이 그렇게 금나라의 침략에 함께 대항하고자 하는 거지. 그 결과 서로 만난 모양이야… “;

서우진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한다; “금나라가 어떠한 압력을 변방인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에 행사하고 있는 것입니까?”. 김숙번이 대답한다; “나도 그 점이 궁금해. 중원인 연경에 수도를 두고 있는 대금의 황제가 어째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려의 북쪽에 웅거하고 있는 조금강과 채고수 그리고 김영웅의 세력을 견제하고자 하는지 말이야그 이유가 무엇일까?... “.

김숙번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그 점을 서우진은 알 것만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황족인 완안웅 추장이 다시 금나라의 힘을 빌려서 고려출신의 장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그 지역을 점령하여 자신의 세력으로 편입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내색을 사부에게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서우진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사부님, 채고수 사형과 김영웅 사형이 어디에 둥지를 두고 있습니까? 이번에 조금강 성주가 그들과 만난 장소가 어디인지 혹시 사부님께서는 아십니까?”. 김숙번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내게 그들의 소식을 전해주는 자가 말한바가 있지. 그들 3사람은 채고수가 세력을 떨치고 있는 강계지역에서 만났다고 했어. 그곳이 중간쯤 되는 지점이거든…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알겠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군요. 조금강 사형이 압록강의 하류인 의주성에 있고 김영웅 사형이 두만강 근처에 있으니 그 중간이 압록강의 중류인 강계지역이 맞네요. 그렇다면 사부님, 김영웅 사형의 세력의 중심지역은 두만강 어디입니까?”.

김숙번이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나도 아직 방문을 해보지 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일전에 김영웅이 보내온 서신에 따르면 한번 온성을 방문해달라고 말했어. 그러니 그의 세력의 중심지역은 온성일거야…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말한다; “온성이라고 하면 두만강이 동해로 들어가는 하류지역이군요. 김사형은 그곳에서 강계까지 오느라고 고생했겠습니다. 먼 길이니까요… “.

그 말을 들은 김숙번이 말한다; “우진이 너는 지리까지 잘 아는구나. 어떻게 온성이 두만강의 하류 끝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느냐? 그렇다면 언제 나와 함께 온성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와 함께 가면 길을 찾아서 가기에 편할 것 같구나… “. 서우진이 사부에게 공손하게 대답한다; “말씀하신 김에 제가 사부님을 모시고 두 사형의 근거지를 방문하지요. 언제가 좋겠습니까?”.

김숙번이 쉽게 대답한다; “우진에 네가 괜찮다면 나는 언제라도 일찍 그들을 만나고 싶다. 그들이 개경을 떠난 지가 오래 되니 나는 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만나고 싶어… “.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대답한다; “그러시면 제가 길 떠날 준비를 빨리 하겠습니다. 3일 정도이면 준비가 됩니다. 그러니 818일에 길을 떠나 먼저 강계지역에 있는 채고수 사형부터 찾아보기로 하지요제가 그날 아침에 일찍 들르겠습니다“.

서우진이 사부 김숙번을 만나고 집에 들러서 애령에게 818일 아침에 일찍 길을 떠날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다. 이번에는 사부 김숙번과 함께 개마고원 서쪽에 있는 강계지역을 방문하고 그 다음에는 멀리 동쪽 끝에 있는 온성까지 다녀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말  두 필에 애령이까지 3사람이 타고서 갈 예정이라고 말해준다.

그 다음에 서우진이 개경 남촌에 살고 있는 천서방의 집을 찾는다. 마침 천서방의 처인 철원댁이 집에 있으므로 두사람에게 말한다; “나는 이번에 한달일정으로 사부 김숙번을 모시고 산천유람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러니 3일후부터 저의 집이 빌 것이니 철원댁이 좀 알아서 관리를 해주세요. 그리고 철원의 전답도 천서방이 각별히 신경을 써서 관리를 해주시고요. 부탁합니다”.

그 다음날 서우진이 애령이와 함께 야율상의 집을 찾는다. 그 자리에서 서우진이 두사람에게 말한다; “장차 우리들이 개마고원에서 야율족을 재건하고 강성한 나라로 발전시키자면 주변의 여러 지역을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주변지역에 대한 면밀한 사전탐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저의 사부인 김숙번을 모시고 사형들이 둥지를 트고 있는 두 지역을 방문하고자 합니다”.

한번 숨을 쉰 다음에 서우진이 이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압록강의 중류인 강계지역이고 또 하나는 두만강의 끝 하류인 온성입니다. 강계에는 채고수 사형이 호족으로 살고 있고, 온성에서는 김영웅 사형이 작은 자신의 왕국을 벌써 건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의 세력권역이 어떠한지 한번 정확하게 파악을 해보고 그들의 영웅담도 들어보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애령이와 함께 사부를 모시고 한달쯤 다녀온 다음에 야율 재상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서우진의 말을 듣고서 야율상이 대답한다;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 동안에 남송금나라의 사정에 대하여 그곳에서 온 상인들로부터 최신정보를 좀 수집해 두겠습니다. 가까운 벽란도에 가면 어렵지 않게 그들을 만날 수가 있으니까요한달 후에 만나면 그때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서우진이 야율상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 다음에 헤어진다;

  

818일이 되자 서우진과 애령은 조반을 일찍 마치고 서촌에 살고 있는 무예선생인 김숙번의 집을 방문한다. 사부인 김숙번도 일찍 길 떠날 차비를 하고서 기다리고 있다. 그는 서우진이 두 필의 말을 끌고 오자 깜짝 놀란다. 그래서 묻는다; “이번 여행에는 말을 타고서 가자고 하는 것이냐? 사람은 셋인데 말은 두 필이니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서우진이 대답한다; “사부님이 말 한 필을 사용하시고 제가 애령이와 함께 말을 탈 것입니다. 그동안 애령이가 나를 대신하여 의주성을 오가면서 이린 부부에게 이곳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니 애령이가 국경을 통과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길 안내를 할 것이니 이번 여행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우진은 애령이가 여진추장의 딸이며 내부적으로는 자신의 아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부 김숙번에게도 그 정도로 설명하고 만다. 그들은 두 필의 말을 나누어 타고서 북동쪽으로 간다. 4일만에 화주에 도착하자 주막에서 일박을 하면서 말 두 필을 주막주인에게 돈을 주고서 맡긴다.

서우진이 주인장에게 한달 정도 국경지역에서 사냥을 즐기다가 올 것이니 잘 돌보아 달라고 특별히 부탁한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주막에서 하고서 3사람은 도보로 길을 떠난다. 국경 가까이 도착하자 애령이 앞장선다. 함주로 넘어가는 비밀산길을 잘 알고 있는 그녀가 안내하는 것이기에 그들은 쉽게 국경을 넘게 된다.

함주에서 북서쪽으로 길을 잡아서 여진의 땅으로 들어간다. 4일을 걸어서 일행은 압록강 중류에 위치하고 있는 강계에 도착한다. 마침 8월 하순의 날씨라 춥지가 않아서 개마고원을 통과하여 여행을 하기에 좋다.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그 지역을 지나지 못할 것이다.

강계는 꽤 넓은 분지이다.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지역으로 보인다;

 

그곳에 오자 애령이 여진말로 채고수 호족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묻고 있다. 그러자 어렵지 않게 넓은 장원이 있는 집을 가르쳐준다. 그곳에 도착하여 집을 보니 그것은 집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군사요새와 같다. 대문이 마치 성문처럼 되어 있고 담장은 큼직한 돌들로 쌓아 놓은 하나의 고구려식 석성이 맞다. 그리고 주변에 큰 시내를 끼고 있어 참으로 적을 방비하기에 좋은 성이다;

 

그 웅장한 성을 바라보면서 김숙번이 말한다; “채고수가 이곳에서 호족이자 성주의 노릇을 하고 있구나. 얼마나 사방에 적이 많으면 이렇게 철옹성을 짓고서 살고 있는가?... ”. 두사람이 한 여자와 함께 성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 고려의 무사로 보이는 자가 여진말로 묻는다; “무슨 용무인가?”.

서우진이 앞으로 나서서 대답한다; “나는 개경에서 채고수 사형을 찾아온 서우진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사부를 모시고 왔다. 이분이 김숙번 무예선생이시다. 채고수 사형의 사부이시기도 하다”. 서우진이 여진말로 대답하는 것을 보고서 애령이 뿐만 아니라 김숙번이 놀란다.

김숙번은 서우진이 여진말을 사용하는 것이 신기해서 놀란 것이고 애령의 경우에는 자신이 가르친 것보다 서우진이 더 여진말을 능통하게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놀란다. 애령이는 아마도 서우진이 야율상으로부터 개인교습을 더 받은 것으로 짐작하고서 고개를 끄떡인다.

잠시후에 성문이 열린다. 그리고 30세 중반으로 보이는 늠름한 사내가 나타난다;

 

그가 다가와서 김숙번을 보더니 그 자리에서 절을 한다. 김숙번이 다가가서 얼른 일으키면서 말한다; “고수야, 그동안 잘 지냈느냐? 우리가 헤어진 지가 벌써 10년이 되는구나. 내가 일찍 찾아오지를 못하여 너에게 미안하구나… “.

그 말을 하고 있는 40대 나이의 김숙번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제자인 채고수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크게 눈물을 흘린다. 마치 부자상봉과도 같다. 그러자 김숙번이 그를 위로한다; “고수야, 이제 내가 왔으니 네가 울 일이 없다. 그리고 여기는 너의 사제가 되는 서우진이고 그 옆의 여인은 그의 호위 무사이다”;

 

서우진이 그 자리에서 처음보는 사형에게 예를 갖춘다. 그러자 채고수가 급히 말리면서 말한다; “인사는 안으로 들어가서 하도록 합시다. 사부님과 사제가 함께 개경에서 이 먼 곳까지 나를 찾아오니 제가 크게 대접을 하겠습니다. 하하하… “. 채고수는 참으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날 그는 크게 잔치를 베풀고 일행을 환대한다. 과연 어떤 말들이 오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