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비밀(손진길 소설)

王의 비밀13(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28. 02:17

王의 비밀13(작성자; 손진길)

 

서우진이 야율상을 자신의 첫번째 신하로 받아들이고 그를 재상으로 삼는다. 그리고 하루 종일 야율상과 함께 술잔을 나누면서 천하정세를 논의한다. 서우진은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자신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웅지를 품고 있었지 한번도 그러한 생각을 밝히거나 다른 사람과 그에 대하여 논의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서우진이 쾌히 야율상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의논을 하고자 한다. 그 이유가 두가지이다; 첫째, 야율상이 스스로 야율애령의 남편이 되는 서우진을 돌아가신 야율종 추장의 후계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서우진을 추장으로 세우고 야율족을 재건하고자 이제 야율상이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한 대업을 서우진이 야율상과 함께 성취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는 먼저 만주에 남아 있는 여진족에 대한 정세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서우진이 야율상에게 묻는다; “귀공은 그동안 여진족의 특산품을 고려의 왕도인 개경에 가져다 도매로 넘기면서 은밀하게 만주에 살고 있는 여진족들의 동향을 상세하게 파악해온 것으로 보이는 군요. 그렇다면 그에 대한 야율 재상의 정세판단은 어떻습니까?”.

야율상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고려 초기에는 발해가 망하고 여진족이 만주 땅을, 그리고 거란족이 그 서쪽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여진족이 하나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완안족이 중심이 된 길림성 지역의 동북여진과 야율족이 중심이 된 압록강 유역의 서여진 그리고 두만강 유역의 동여진 등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참고로 고려초기의 여진족과 거란족의 분포가 다음과 같다;

 

고려중기에는 그것이 다음과 같이 변화가 되고 있다는 야율상의 설명이다;

 

잠시 숨을 쉬고서 야율상의 설명이 이어진다; “여진족의 대영웅인 아골타는 본래 완안족의 추장입니다. 그는 1114년에 완안족의 기마대를 이끌고 연해주방향의 흑수말갈을 치고 또한 만주의 여진족을 정복하여 1115년에 금나라를 건설했지요. 그런데 여진족 가운데에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골타의 군대와 전쟁을 하다가 그만 패하여 복속이 된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전쟁을 피하고 화친을 통하여 스스로 아골타의 신하국이 된 경우입니다”.

잠시 숨을 쉬고서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아골타는 자신과 전쟁을 했던 족속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징계했습니다. 그 부족의 재산을 몰수하고 완안족의 노예로 살게 했지요. 반면에 스스로 화친을 청해온 부족들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었습니다. 자치권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만주에 남아서 계속 살고자 하면 그것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야율족도 만주에서 자치권을 누리며 계속 살게 된 것이지요… “.

 서우진이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율상이 신이 나서 계속 설명한다; “아골타 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인 오걸매 역시 걸출한 대영웅입니다. 형제는 단 10년만에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를 정복하고 이어서 중원을 지배하고 있는 송제국을 쳐부수었지요. 그 결과 송의 황제가 인질로 잡히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양자강 쪽으로 남하를 한 남송을 멸망시키지는 못했지요. 그래서 양자강 이남지역을 제외하고 전체 중원과 만주를 호령하는 대제국 금나라가 1127년에 완성이 된 것입니다”;

야율상이 잠시 숨을 돌리고 이어서 설명한다; “여진족의 역사에 있어서 대기록을 세운 아골타는 1123년에 병사하고 그의 동생인 오걸매가 그 뒤를 이어받지요. 아골타가 역사적으로 금의 태조이고 오걸매가 태종입니다.  금제국의 황제인 그들은 하나같이 만주에 남아있는 여진족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율권과 자치권을 허용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야율상이 이어서 설명한다; “그러한 정책을 금나라의 황제들이 계승했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후 만주에 남아서 그대로 살고 있는 일부 완안족의 추장이 된 완안웅입니다. 그가 야심을 가지고 1173년에 야율족을 자신의 발 아래 두고자 획책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야율상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렇지만 서우진을 위하여 계속 설명한다; “그러나 야율족장인 야율종이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절대로 완안웅의 종으로 살지 않겠다고 저항을 한 것입니다. 그러자 금제국의 황족인 완안웅은 1174년에 변방에 있는 금나라의 군대를 빌려서 저항하는 야율족을 궤멸시켜버리고 말았지요. 그 시기가 바로 고려에서는 이의방이 정균에 의하여 살해를 당한 그해에 해당이 됩니다”.

야율상의 설명이 이어진다; “6년이 지난 지금 만주에 살고 있는 여진족들은 완안웅의 통치를 받으면서도 속으로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자치권을 되찾고자 모색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하지만 황족인 완안웅의 뒷배가 되고 있는 금나라의 막강한 군사력 때문에 암중모색만을 계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서우진이 충분하게 알아 들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먼저 나서서 부족독립의 횃불을 높이 들어올린다고 하면 잠재적인 세력들이 호응을 할 가능성이 크겠군요. 하지만 변수는 대제국인 금나라의 태도입니다. 그들이 완안웅을 통하여 만주의 여진족들을 여전히 복속시키고자 할지 아니면 아골타나 오걸매처럼 만주의 여러 여진족들에게 독자적인 자치권을 주면서 우호세력으로 남겨두고자 할지 말입니다… “.

간결하면서도 현안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는 견해이다. 따라서 야율상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보신 것입니다”. 그러자 서우진이 구체적인 방안을 밝힌다; “그렇다면, 군사적인 조치와 외교적인 조치를 병행하면 되겠군요... “.

그 말을 듣자 야율상이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서우진이 결론을 내린다; “첫째, 만주에 있는 완안웅의 세력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 맞서고 둘째, 중원의 연경에 있는 금나라 조정에 대해서는 태조 아골타와 태종 오걸매의 정책을 계속해달라고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되겠군요… “.

이어서 서우진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금나라가 강한 것 같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금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위협세력이 많습니다. 북으로는 몽골의 기마민족이 있고 그 아래에는 서하와 서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쪽에는 티벳이 있고, 남쪽에는 큰 나라 남송 뿐만 아니라 작은 나라 대리국과 대월국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서우진이 미래에 대한 자신의 예측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므로 금나라 황제는 만주의 여진족들에 대하여 화해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에 만주의 여진족을 군사력으로 다스리고자 대군을 동원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 설명을 듣자 야율상이 탄복을 하면서 말한다; “그렇습니다. 추장님의 견해가 저의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추장님이 앞장을 서시고 제가 보필하면 우리 야율족의 재건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더 큰 나라도 건설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한 우리들의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떳떳하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야율상의 두 손을 마주잡고 말한다; “그 일을 위하여 저는 내일부터 귀공으로부터 여진족의 말과 글을 배우고자 합니다. 지금 저의 아내인 야율애령은 의주지역을 비밀리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제가 이집에 와서 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야율선생, 어떻게 시간을 내실 수가 있겠습니까?”.

야율상이 대찬성이다. 그래서 서우진은 애령이 개경에 돌아올 때까지 7일 동안이나 매일 야율상의 저택을 방문하여 그 집 사랑방에서 여진족의 말과 글을 배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야율상의 식견과 경륜을 전수받게 된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야율상도 젊은 서우진의 학문과 경륜에 대하여 거듭 놀라고 있다. 만약 서우진이 학문에 밝을 뿐만 아니라 놀라운 무예실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고 하면 야율상이 얼마나 놀라게 될까? 하지만 서우진이 자신의 무신과 같은 무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말하지 아니하고 있다;

서우진은 개경에 돌아온 애령이에게 야율상의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자 깜짝 놀라면서 애령이 말한다; “야율상은 저의 가까운 일가이며 선친과는 재종간이지요. 아버지가 머리가 좋은 그에게 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겼습니다. 숙부는 특히 우리 야율족의 특산품을 고려에 팔아서 큰 이문을 남겼지요”.

그 다음에 애령이 진술하는 내용이 서우진에게는 중요하다; “야율상 숙부는 한학공부도 많이 하였으며 특히 병서에도 밝은 인재입니다. 그래서 생전에 아버지는 야율상 숙부가 자신의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까지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깊이 생각한다; “야율상은 훗날 야율족의 추장으로 일할 수가 있는 인물이구나. 그렇다면, 내가 만주의 여러 여진족을 아우르고 나라를 세울 때에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또한 내치를 맡기면 되겠구나. 중히 쓸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생각을 한 서우진이 하루는 애령이를 데리고 야율상의 저택을 찾는다. 사랑방에서 야율애령을 만난 야율상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한다; “이렇게 살아있는 야율족장의 따님을 개경에서 보게 되니 꿈만 같습니다. 하늘이 우리 야율족을 아직 버리신 것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애령이 말한다; “야율 숙부, 말씀 낮추십시오. 엄연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6촌 동생이시니 저에게는 집안의 숙부님이십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공대를 받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야율상이 대답한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모시고자 하는 새로운 야율족의 추장이 부족원들을 장차 다스릴 수가 없게 되지요. 그러니 서우진 추장을 모시는 그 마음으로 이제 야율애령을 추장의 부인으로 모시고자 하는 것입니다”.

야율애령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야율상에게 큰절을 올리면서 말한다; “숙부님의 사정이 그러하시다면 제가 집안의 질녀로서 마지막으로 큰절을 올립니다. 저의 절을 받아 주시고 앞으로는 편하신 대로 그렇게 하십시오. 이 질녀가 숙부님의 그 큰 뜻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야율애령의 절을 받으면서 야율상이 말한다; “서우진 추장만 뛰어난 인물인 줄 알았더니 돌아가신 야율종 추장 형님의 무남독녀가 이렇게 현명한 숙녀로 장성한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앞으로 큰 나라의 황후로 부족함이 없는 자질이시니 제가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

야율상이 밝게 웃고 있다. 완안족에 의하여 멸망을 당한 자신의 동족인 야율족을 재건하고자 하는 그의 소망이 헛된 것이 아님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하인을 불러서 푸짐하게 한상을 차려서 사랑방으로 내오라고 지시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애령이 야율상에게 질문한다; “어째서, 숙모님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

그 말을 듣자 야율상이 갑자가 눈시울을 붉히면서 마침내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말한다; “나는 처자식을 6년전에 잃고 말았어요. 나는 이곳 개경에서 장사하는데 바빴지만 집사람과 자식들은 영주 땅에 가서 머무르고 있었지요. 그때 완안웅이 금나라 군대를 몰고와서 우리 부족을 멸망시켰는데 나의 처자식이 함께 살해를 당하고 말았어요. 그후 나는 혼자 살면서 복수를 다짐했어요.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말입니다… “;

 

야율애령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 말한다; “숙부님, 제가 아픈 상처를 건드렸군요. 죄송해요… “. 그러자 야율상이 말한다; “아닙니다. 저는 처자식을 잃었지만, 야율애령님은 추장이신 부친과 모친을 완안웅에게 잃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함께 힘을 합쳐서 반드시 완안웅을 쳐부수어야 하지요그 일에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서우진이 야율상의 두 손을 잡으면서 위로한다; “저도 뜻을 함께합니다. 반드시 야율족의 독립을 되찾고 나아가서 힘있고 살기 좋은 나라를 그곳에 만듭시다. 다시는 이웃나라에 의하여 침략을 받지 아니하는 그런 강한 나라를 말입니다”. 그 말에 야율상과 야율애령이 크게 힘을 받고 함께 말한다; “저희들도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맹세합니다”. 

11807월말 개경에서는 더위가 한창이다. 그런데 야율상의 저택의 공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서우진과 야율애령 그리고 야율상의 결의가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그 옛날의 도원결의와 같은 것이다;

 

그들 3사람의 맹세와 합력으로 말미암아 장차 고려와 만주 그리고 금나라 땅에서는 과연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