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손진길 소설)

선더말 아재24(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9. 05:47

선더말 아재24(작성자; 손진길)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이틀동안 배인근 부부 및 안춘근과 행동을 함께한다. 현동 양반과 3일 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먼저 오사카의 토배기인 배인근 부부가 새로 개발되고 있는 지역을 이곳 저곳 안내한다. 동경에 살고 있는 안춘근이 그러한 신흥개발지역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부자의 귀는 밝아야 한다. 더구나 회사를 전국에 여럿 가지고 있는 재벌인 회장의 귀는 더 밝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안춘근은 동경에 살고 있지만 오사카의 발전지역에 대해서도 직접 답사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는 새로이 떠오르는 지역, 그리고 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어떠한 사업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

그런데 안춘근을 안내하고 있는 배인근 부부가 오사카의 개발지역에 대하여 참으로 박식하다. 그것을 보고서 안춘근이 예리하게 질문한다; “형님, 오사카에서 우동장사만 하신 것이 아니군요?... 제가 보기에는 부동산투자까지 여러 곳에 많이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배인근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허허, 역시 안회장의 눈을 속일 수는 없구만. 그래, 우리 부부는 우동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오사카의 신흥개발지역에 투자를 좀 했지. 그 결과 지금은 제법 큰 ‘쇼핑구 센타’도 가지고 있어. 한번 구경을 시켜줄까?...”. 안춘근이 좋다고 한다. 그는 냉동공장을 전국적으로 여럿 가지고 있지만 유통업체에는 투자를 하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더말 아재와 안춘근이 배인근 부부를 따라가서 시찰을 한 그 신흥지구의 쇼핑센터는 상당히 규모가 크다. 아파트가 들어선 중심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드나드는 손님이 많고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 한마디로, 층별로 상품의 종류가 다르게 진열이 되어 있다;

지하에는 주차장이 여러 층 있으며 특히 지하1층에는 식품류를 팔고 있어 마치 ‘재래시장’과 같다. 그리고 지상 1층에는 ‘생필품’을 위주로 진열이 되어 있다. 2충에는 ‘의류매장’이 들어서 있다. 3층에는 ‘가구류’와 ‘전기전자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4층에는 각종 ‘편의시설’ 곧 병원과 약국, 우체국과 은행, 서점과 문방구류,  그리고 안경점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지막 5층은 ‘식당가’이다.

그러한 쇼핑센터의 구조와 규모를 보자 그곳이 그 지역의 생활의 중심지임을 금방 알 수가 있다. 호텔과 학교, 경찰서와 소방서만 빼고는 다 그 속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그 엄청난 쇼핑센터를 배인근 부부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깜짝 놀라고 있는 선더말 아재에게 배인근이 말한다; “수석이 동생이 많이 놀라는 구만. 하지만 내가 보유하고 있는 이 쇼핑구 센타는 규모가 작은 것이야. 재일교포 가운데 큰 부자인 신씨 일가가 가지고 있는 쇼핑센터는 그 규모가 엄청나지.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은 호텔업에도 뛰어 들어 있어. 전국에 그들의 쇼핑센터와 호텔이 여럿 있거든. 전후에 껌을 만들어 팔았는데 지금은 일본에서 선두를 다투는 재벌이 된 거야”.

실로 놀라운 일이다. 선더말 아재가 물어본다; “그러면 이제 정부가 의욕적으로 경제개발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장차 대도시 주변에 이러한 신흥도시가 들어서고 그 아파트촌의 중심에는 이와 같은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겠네요?”. 배인근 부부가 함께 고개를 끄떡인다.

그 옆에서 안춘근이 말한다; “그러한 현상은 내가 살고 있는 동경 뿐만 아니라 인근이 형이 살고 있는 이곳 오사카에서도 마찬가지이군요. 그러니 한국의 서울에서도 멀지 않아 동일한 현상이 발생을 하겠지요”. 배인근이 덧붙여서 말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변화가 한 10년 후에는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이 된다고 보아야할 거야. 그렇다고 하면 건설업체와 유통업체 그리고 식품업체와 운수업체 등이 앞으로 한 대목을 보겠는걸…”;

배인근 부부와 안춘근이 모두 고개를 크게 끄떡이는 것을 보고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자신도 그럴 것이라고 하는 확신이 든다.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하는 것이 좋은지는 이곳 일본의 대도시를 와서 보면 금방 알 것만 같다. 그렇다면 몇 년 후에 재일교포들이 한국에 직접 투자를 시작하게 되면 그때에는 일본의 교포재벌들이 먼저 그러한 사업분야에 달려올 것만 같다.

선더말 아재 자신이 일본에서 방문하는 배인근 부부와 안춘근 부부를 한국에서 만나는 날이 10년내에 반드시 다가올 것만 같다. 그러한 예감을 느끼면서 그 쇼핑센터의 꼭대기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 올라가자 각종 식당들이 들어차 있다. 그 가운데 배인근 부부가 일식전문집으로 두 사람을 데리고 들어간다. 배인근 부부를 알아본 지배인이 참으로 친절하다. 평소 그 일식집을 자주 이용하는 모양이다.

그날 선더말 아재는 복어회와 복지리를 그 식당에서 대접 받는다. 당시 한국에서는 복어가 가장 값이 싼 생선이다. 잘못 조리를 하게 되면 독성이 강한 알을 먹게 되어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되면 연탄가스와 복어알로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 신문기사가 빠지지를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 복요리가 가장 비싸다고 한다;

 

선더말 아재가 언뜻 이해가 되지 아니하여 자신의  고개를 갸웃하자 배인근이 말한다; “일본은 주변국의 복어를 싹쓸이 하다시피 수입해서 이렇게 먹고 있다네. 이제 한일간에 수교가 되었으니 한국의 복어도 멀지 않아 비싼 값으로 일본에 수입이 될 게야. 일본에서 많이 소비하고 있는 어종이 먼저 한국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겠지... 그 중에 아마도 복어가 가장 먼저일걸”.

식사를 마친 손수석은 다시 그 쇼핑센터 가구매장으로 가서 한가지 물건을 산다. 나무로 만든 장난감인 그랜드 피아노인데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수제품이다;

그것을 손에 들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오자 모두들 깜짝 놀란다. 그래서 손수석이 말한다; “참 잘 만들었어요. 맑은 피아노 소리가 그대로 나네요”.

그는 장난스럽게 건반을 두드리자 정말 소리가 경쾌하게 난다. 모두들 그것을 보고서 웃는다. 그날 배인근 부부는 의류매장으로 선더말 아재를 끌고가서 신사복과 외투를 사준다. 그리고 부인에게 선물로 전해주라면서 스카프를 여러 개 사준다. 또한 넥타이를 여러 개 사주면서 한국에 가면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라고 말한다. 참으로 자상한 배인근 부부이다. 

그 다음날에는 안춘근이 오사카 항구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자신의 수산물 냉동냉장공장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그는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그 업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있으므로 일부러 한번 더 공장을 보여주고자 배려한 것이다. 배인근 부부도 안춘근 회장의 사업장을 처음 보는지 관심있게 시찰한다. 그런데 손수석이 보기에는 동경에 있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드디어 3일째가 되는 날 아침 일찍 손수석이 두사람의 양해를 구한다. 자신의 친척을 좀 만나고 오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배인근이 말한다; “걱정 말고 다녀오게나. 우리 부부는 안회장과 함께 오전 중에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자네가 돌아오면 함께 오후에 동경으로 가도록 하지. 우리도 모처럼 춘근이 아우의 집을 방문하고 싶어서 그러하네…”.

선더말 아재가 ‘현동 양반’의 복덕방을 찾아가자 그는 사무실 안쪽에 있는 방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은밀하게 가방 하나를 주면서 말한다; “어제까지 내가 회수한 현찰입니다. 그 금액이 좀 커요. 이곳 오사카에서도 집을 여러 채 살 수가 있는 금액이니 한국에서는 아마 수십채를 살 수가 있을 겁니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집 두 채 값을 저의 처자식에게 전해주고 나머지는 아재가 당국의 지시에 따라 투자해주세요. 그리고 제게 편지를 내주세요. 아무쪼록  아재, 잘 부탁합니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그 방에서 일본의 현찰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러면서 그 금액을 일일이 확인한다. 대단한 금액이다. 현동 양반의 말과 금액이 일치하는 것을 보고서 그 자리에서 ‘현금보관증’을 하나 써준다;

그러면서 궁금하여 물어본다; “현동 양반, 그런데 전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복덕방을 하여 벌 수가 있었오? 그 비결이 도대체 무엇이요?”.

그 말을 듣자 현동 양반이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한다; “이곳 오사카에서 조선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은 몇가지 되지가 않아요. 일본사람이 아니니 취직을 할 수가 없어서 모두들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종이 ‘빠찡고’와 복덕방이지요”;

“나는 ‘빠찡고’ 업소를 차리는 동포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또 나름대로 돈이 될 만한 부동산을 골라서 내가 먼저 사서 팔아 넘기는 방법을 사용했지요. 일본이 1955년부더 고도경제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값이 치솟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 벌써 10년이나 재미를 보고 있는 거예요”.

손수석이 구체적으로 묻는다; “그렇다면, 돈이 될 만한 부동산이란 어떤 것들입니까?”. 현동 양반이 참으로 귀중한 사업상 노하우를 말해준다; “첫째가, 정부에서 개발예정을 하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지요. 부동산업자들 사이에 설왕설래를 하는데 그 가운데 어느 정보가 가장 정확한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해요, 물론 정부의 건설국 실무자를 통하여 정보를 얻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워요. 그러니 스스로 정부관료의 입장에서 분석을 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해요”;

선더말 아재가 고개를 끄떡이자 신이 나서 말한다; “둘째가, 같은 상가이더라도 어떤 업종이 장차 빛을 볼 것인지를 알아채야 해요. 쇠퇴하는 업종을 붙들고 있으면 전망이 없어요. 그러니 복덕방업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처럼 각종 기업과 업종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그 전망에 대한 분석을 할 수가 있어야 해요”.

쉽지 아니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묵묵하게 듣고 있는데 현동 양반이 마지막 비결을 말해준다; “셋째가, 어느 시점에 부동산을 사들이고 어느 시점에 내다 팔지 그 시점을 정하는 안목이 있어야 해요. 옛말에 ‘과유불급’이라 했어요. 욕심을 너무 부리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어 있어요. 그러므로 상투가 되기 전에 팔아야 해요. 그리고 바닥시세일 때에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조금 오르고 있을 때에 사야 해요”;

현동 양반이 자신의 영업방침을 다음과 같이 하나의 ‘상인의 도’로 말한다; “그저 복덕방업자는 작은 차익만 먹는다는 심정으로 담담하게 자신이 확보한 매물을 사고 팔아야 해요. 그러한 절제와 수양이 평소 되어 있지 않으면 반드시 낭패를 당하게 되어 있지요. 그것이 이 바닥의 생리입니다. 저는 그러한 금도를 지켰기에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20년간 복덕방 영업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참으로 중요한 이야기이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현동 양반의 그 영업비결을 마음속에 새긴다. 한국에 돌아가면 자신도 그러한 ‘상인의 도’를 지키면서 부동산을 대하여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현동 양반과 뜨거운 포옹과 악수를 하고서 작별을 고한다;

 배인근 형의 집에 돌아오니 점심시간이다. 함께 식사를 하고서 ‘신간센’을 타고 오사카에서 동경으로 향한다. 모두들 오래간만의 여행이라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