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21(작성자; 손진길)
1965년 가을에 접어 들자 중앙정보부 지역책임자가 다시 선더말 아재 손수석에게 안가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취해 온다. 그 자리에서 여권과 비행기표를 주는데 출발일자가 10월 중순이다. 그는 일본에 입국한 이후의 주의사항을 설명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말한다.
그때 선더말 아재가 다음과 같이 가장 중요한 사항을 물어본다; “만약 일본에서 무사히 교포의 돈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면 그 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이며 그 원리금은 어떻게 보장해줄 계획입니까?”. 그 책임자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설명한다; “일단 손사장님이 총무로 계시는 ‘경북상호신용금고’에 입금을 한 다음에 저희들이 필요한 기업을 물색하여 추천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기업에 신용금고에서 대부를 하는 형식으로 처리할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다. 그 말을 듣자 손수석은 그들이 그러한 점까지 벌써 검토를 하고서 자신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책임자가 말한다; “그러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손사장님을 상부에 천거한 것입니다. 참고로, 융자에 따른 원리금은 신용금고의 규정에 그대로 따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신용금고에서는 그 돈의 임자를 투자한 그 재일교포로 명시하셔도 됩니다”.
그것 역시 투자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손수석은 훗날 투자자인 재일 동포에게 그들의 자금이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힐 수가 있게 된다. 그와 관련하여 선더말 아재가 한가지를 더 질문한다; “훗날 투자한 재일교포가 귀국을 하게 되면 어떻게 처리가 되는 것입니까?”.
그 책임자가 명쾌하게 대답한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은 그 속도가 대단히 빠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자율이 높고 그 과실이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그냥 계속 투자를 해도 좋고 나중에는 돈을 회수하여 다른데 투자를 해도 좋습니다. 그것은 자유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국내에 반입이 된 돈은 한국내에서 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래서 정해진 날짜에 일본 동경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한다. 그 책임자가 악수를 청하면서 말한다; “손사장님, 감사합니다. 지역사회를 위하여 여러가지 사업을 하시는 것을 익히 저희들이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셔서 지역경제발전에 크게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그해 10월에 들어서자 손수석은 어떻게 일본에서 안전하게 돈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를 계속 궁리한다. 아주 뾰쪽한 묘수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곳에 도착하여 다시 생각하기로 한다. 그는 일본에 가면 누구누구를 만날지 미리 생각한다. 아무래도 돈은 동경에 살고 있는 손철호 선배와 오사카에 살고 있는 친척 손진동에게서 투자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왕 동경과 오사카에 가는 걸음에 일찍 일본으로 귀화를 한 안춘근 형과 배인근 형을 만나보고자 한다. 그러므로 천북으로 가서 손철호 선배의 조강지처인 유촌 댁을 방문한다. 그 다음에는 부산에 가서 안춘근의 백부인 안용환의 안부를 묻는다. 그러나 안용환은 벌써 별세한지 수년이 지났다. 선더말 아재 자신이 사업에 바빠서 상당히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선더말 아재는 비행기 출발일 하루 전에 미리 상경한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동경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데 2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를 않는다. 서울과 동경이 이렇게 가까운 거리였던가? 하고 손수석이 놀란다. 입국수속을 밟은 선더말 아재가 공항의자에 앉아서 심호흡을 한다;
손수석이 일본 동경의 공기를 다시 마시게 되는 것이 무려 20년이 지나서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심호흡이 상당히 길다. 그는 해방이 되던 1945년 8월에 20대의 청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40대의 중년이다. 그동안 동경에 살고 있는 안춘근 형과 손철호 선배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옛날 그 회사 그 가게에 가면 쉽게 만나볼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들을 찾아 나서자면 자신이 일본말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한국에서만 살아왔기에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귀도 한국말에 익숙해져 있어서 옆자리의 일본인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니 신기한 현상이 발생한다. 10분도 지나지 아니하여 갑자기 펑하고서 고막이 터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그들의 일본말이 한국말처럼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앉아 있는 일본인에게 일본말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실례지만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여기 하네다 공항에서 동경 중심지 신주쿠 방면으로 가자면 어느 교통편이 가장 편리합니까?”;
그들이 손수석의 모습을 보더니 친절하게 대답한다; “동경에 처음 오시는 모양이군요. 여기 하네다 공항에서는 동경시내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승강장에서 순서대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합실 바깥으로 나가셔서 신주쿠로 가는 버스를 타시고 1시간 정도 가시면 도착할 것입니다”.
선더말 아재가 이왕 질문하는 김에 한가지 더 물어본다; “제가 시골에서 처음 오는 사람이라서 한가지 더 물어봅니다. 버스 요금을 어떻게 지불하면 됩니까?”. 그들이 또 친절하게 답을 한다; “버스에는 운전기사와 차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차장에게 목적지를 말씀하시면 얼마라고 말합니다. 그 돈을 내시면 되지요. 참 쉽습니다”. 손수석이 웃으면서 말한다; “참 쉽군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손수석이 신주쿠에 내려서 그 옛날 손철호 선배가 다니던 그 부동산회사를 찾아본다;
놀라운 일이다. 그 자리에 아직도 그 회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래서 그 회사에 들어가서 손철호 선배를 찾는다. 그러나 손선배가 더 이상 그 회사에서 근무를 하지 아니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그를 만날 수가 있을까? 아득한 심정이다. 그래서 방법이 없어서 인사계에 가서 질문을 한다.
그랬더니 인사계의 고참으로 보이는 신사분이 뒷자리에서 일부러 데스크로 나와서 말을 한다; “손철호 상을 찾으시는 것을 보니 참으로 오래간만에 동경을 방문하신 모양입니다. 그 선배는 벌써 여러 해 전에 돈을 많이 벌어서 독립을 했지요. 그의 부동산회사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제가 약도를 그려서 드리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게 손상의 전화번호도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아직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참으로 친절하다. 그 사실을 확인하면서 손수석을 그 고참사원에게 감사한다. 그의 말대로 손철호 선배가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회사가 그리 멀지가 않다. 미리 전화를 내지 아니하고 무조건 쳐들어간다. 오후 늦은 시간인데도 손철호 선배가 사장실에 아직 남아 있다. 그가 선더말 아재 손수석을 보더니 참으로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다.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확신이 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서 손수석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손철호 선배이십니까? 저는 후배 손수석입니다”. 손철호는 어쩔 줄을 모르고 손수석이 내민 손을 잡으면서 격하게 포옹한다. 그리고 말한다; “손수석, 내 사랑하는 후배 손수석, 자네가 나를 이렇게 불쑥 찾아오다니.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말을 하는 손철호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그것은 손수석도 마찬가지이다.
1945년 8월에 헤어지고 만 20년이 지나서 비로소 상봉을 하게 되니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마치 이산가족의 재회와 같다. 잠시 후에 손철호가 가다마이를 걸치면서 말한다; “수석 후배,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세.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얘기를 나누도록 하지. 내가 앞장을 서겠네”. 사장인 그는 현관을 나서면서 사무실 직원들에게 말한다; “오늘은 내가 손님과 저녁식사를 해야 하니 모두들 퇴근들을 하세요”.
선더말 아재는 손철호 선배를 따라 일식집으로 들어가면서 말한다; “선배님. 제가 은밀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시지요”. 손철호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가지고 직원이 들어온다. 그러자 손철호가 주문을 한다. 그는 자주 오는지 금방 주저함이 없이 주문을 하는 것이다;
자리에 마주 앉은 손수석은 손철호 선배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고 있다. 이제는 20대의 청년이 아니라 중후한 40대 후반 중년사업가의 모습이다. 그 노련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서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모습도 선배가 보기에는 아마 그럴 것이다. 잠시 후 사시미부터 상에 올라오는데 그것을 보고서 손수석이 깜짝 놀란다.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조심스럽게 그 사시미를 한점 먹어보면서 손철호 선배에게 확인한다; “선배님, 이 사시미는 도미가 아닙니까? 이 가을에 도미회가 웬 말입니까? 도미는 겨울과 봄에만 나는 생선이 아닙니까?...”. 손철호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대답한다; “자네 말이 맞아. 겨울과 봄에 그 사시미 맛이 일품인 것이 바로 도미이지. 따라서 이것은 활어가 아니고 냉동이 된 것을 해동하여 즉시 사시미로 만든 것이야. 그런데 그 맛이 별로 차이가 없지. 그만큼 일본인들은 어류에 대한 냉동보관기술이 좋거든…”;
손수석이 궁금하여 더 물어본다; “그러면 겨울이나 봄에 먹는 도미 사시미하고 이렇게 가을에 먹는 도미 사시미가 값의 차이는 어떻습니까?”. 손철호가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답한다; “물론 가을에 먹는 도미 사시미가 약간 비싸지. 그 이유는 냉동 보관료가 많이 들기 때문이야. 그러나 크게 비싸지는 않아. 왜냐하면, 풍어기에 대규모로 싸게 사서 한꺼번에 냉동창고에 넣어 두기 때문이지. 그 결과 일본사람들은 그 비싼 도미 사시미를 이제는 일년 사철 맛보고 있다네…”;
그 말을 들으면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의 머리속은 민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업할 만한 좋은 대상을 여기 동경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동경에 머무는 동안 어류 냉동창고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생각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러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자신이 한국의 그 중앙정보부 지역책임자로부터 부탁 받은 공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케 정종을 여러 잔 마시고 지나온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더말 아재가 손철호 선배에게 은근히 말한다; “선배님, 제가 진작에 이곳 동경에 한번 와보고 싶었지만 두나라 사이에 국교가 없어서 전혀 왕래를 못했습니다. 이번에야 비로소 왔는데 그것은 한국정부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지금 한국의 제3공화국은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추진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는 일본과 수교를 하고 청구권 자금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지요”.
선더말 아재는 잠시 뜸을 들이면서 손철호 선배의 표정을 살핀다. 그도 궁금한 모양이다. 그래서 설명을 계속한다; “그러나 그 원조와 차관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경제당국에서는 재일교포들 가운데 뜻이 있으신 분들을 찾아 뵙고 이번 기회에 부디 조국의 경제개발사업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자 합니다. 그 일을 위하여 제가 선배님을 먼저 찾아온 것입니다”.
손철호가 눈을 지긋이 감는다. 그가 귀국하지 아니하고 이곳 일본의 동경에 남아서 계속 부동산사업을 하고 돈을 번 것이 이때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바로 대답을 하지 아니하고 엉뚱하게 묻는다; “수석아. 내 사랑하는 후배 수석아, 자네도 이제는 완전히 중년이 되었구만… 나도 많이 늙어 보이지… 그래 조국으로 건너가서 어떻게 살았나? 내 조강지처 유촌 댁은 여전히 천북에서 잘 살고 있나?...”.
선더말 아재가 공무에 대한 이야기를 벌써 마쳤으므로 편하게 사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 그래도 공무를 끝내고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했어요. 형수님은 천북에서 잘 살고 계세요. 이제는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기에 시누이하고 함께 살고 계시지요. 안 그래도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한번 만나 뵙고 왔어요. 그러나 선배님을 만난다고 하는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어요. 그것은 보안문제 때문이지요”.
그러자 손철호가 고개를 끄떡인다. 그것을 보고서 손수석이 말한다; “저는 조국에서 경찰관생활을 14년간 했어요. 그 다음에 지난 4년간 운수업과 신용금고업을 하고 있지요. 제가 먹고 살 정도는 충분히 벌고 있어요. 그런데 선배님의 사업은 어떻습니까?”. 손철호가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나는 돈을 벌려고 고향에 가지 않고 지난 20년간 동경에서 부동산사업을 한 사람이야. 그래서 그런지 많이 벌었어. 그러니 이제는 자네 말대로 내가 조국에 투자를 좀 하려고 하네…”.
그러면서 손철호가 부연설명을 한다; “나는 이곳 동경에 아내가 있어. 그런데 그녀와 나 사이에 자식이 없네. 그리고 한국의 조강지처와의 사이에도 자식이 없어. 내가 아무래도 두 집 살림을 하기에 하늘에서 벌을 받는가 봐. 그러니 아무리 재산이 있어도 어디에다 사용할 건가? 허무하이…”. 손수석이 선배의 얼굴을 보니 참으로 처량하게 보인다. 그래서 위로한다; “선배님, 이제 한일간에 수교가 되었으니 몇 년 지나지 아니하여 상호방문이 될 거예요. 그때 한국에 들어오시지요?...”.
손철호가 말한다; “그래, 그때에는 내가 직접 재산을 모두 정리하여 귀국하기로 하고 일단은 내가 급히 모을 수 있는 돈을 마련하겠네. 자네가 들어갈 때에 그것을 가지고 가서 내 아내 유촌 댁에게 일부 전달하고 나머지는 조국의 경제발전계획에 투자를 해주게. 그러면 한 5일만 나에게 말미를 주게. 내가 급히 돈을 마련할 것이니…”.
선더말 아재는 손철호와 헤어지자 그 옛날 안춘근 형의 쌀가게를 찾아간다. 그 자리에 아직도 그 가게가 있을까? 그런데 놀라운 일이다. 여전히 그 자리에 그 쌀가게가 있다. 다만 저녁 늦은 시간이라 불이 꺼져 있다. 그래서 손수석은 그 옛날 안춘근의 저택을 찾아간다. 먼저 문패를 확인한다. 가로등불에 그 문패의 이름이 분명히 안춘근의 일본이름인 ‘쯔끼모도’이다.
너무나 반가워서 선더말 아재는 이웃집에 실례가 되는 줄도 모르고 대문의 벨을 여러차례 큰 소리가 나도록 계속 누른다. 그러자 안에서부터 게다 끄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레데스까?”. 손수석이 즉시 답을 한다; “와따쿠시와 쯔끼모도데스. 쯔기모도상와 이락샤이마스까?”. 안춘근이 깜짝 놀란다. 자신말고 스스로를 ‘쯔끼모도’라고 부르고 있는 인물은 손수석 아우밖에 없다. 그래서 얼른 대문을 열고서 불빛에 그 얼굴을 살핀다.
중년의 얼굴이지만 청년의 모습이 남아 있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대문간에서 손수석이 안춘근을 포옹한다. 그리고 감격스럽게 말한다; “춘근이 형, 제가 왔어요. 아우 수석입니다. 정말 형님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데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안춘근은 아예 그 자리에서 손수석을 안은 채 ‘엉엉’ 울음을 터트린다. 50대 중반의 안춘근이 무엇이 서러운지 그렇게 울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문득 깨닫는다. 그래서 급히 묻는다; “춘근이 형, 그러면 숙부님과 숙모님은 어디에 계세요? 벌써 돌아가신 거예요? 아직 연세가 82세, 83세이실 텐데요…”. 안춘근이 힘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선더말 아재도 고개를 떨군다. 그러면서 말한다; “제가 너무 늦게 왔군요. 안용운 숙부와 박미자 숙모가 벌써 세상을 떠나버렸으니 말입니다. 춘근이 형 정말 미안합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를 못했어요…”.
안춘근이 측은하게 아우 손수석을 보면서 말한다; “수석아, 나머지 이야기는 집안에 들어가서 하자꾸나. 너는 손님이 아니다. 이집이 네 형의 집이 아니더냐? 그리고 너를 아들같이 여기던 숙부님과 숙모님의 집이 아니냐?...”. 두사람이 조용히 집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과연 손수석은 그곳 동경에서 무엇을 보고 깨닫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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