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15(작성자; 손진길)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1963년 7월 보름에 득남을 하고 아들이 5명이 되자 이제는 자녀들의 성장을 위하여 어떻게 앞으로 그들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한다. 손수석의 경우에는 그의 부모님이 슬하에 5남 1녀를 두었는데 공교롭게도 자신이 또 5남 1녀의 아버지가 된 것이다.
그것은 우연 같아 보이지만 적어도 선더말 아재에게는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자식이란 5남 1녀로 충분하다. 그 6명의 자녀만 잘 키워도 가문이 번창할 수가 있다”. 아내 고복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의 허락을 얻어서 얼른 정부가 시행하는 가족계획에 참여를 한 것이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자녀들을 잘 키우고 그 앞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담임선생과 상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1963년 8월 여름방학 중에 일부러 경주중학교와 경주 황남국민학교를 차례로 방문하여 아들 손진목, 손진길, 손진학의 담임선생을 만난다.
장남인 손진목은 벌써 중학교 3학년 졸업반이다. 담임선생의 말로는 성적이 좋아서 전교 10등 안에 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내년초에는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위하여 입학시험을 치루어도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선더말 아재가 자세하게 물어본다; “대구에는 가장 좋은 학교가 ‘경북고등학교’이지요. 그곳에 입학시험을 보라는 것입니까?”.
담임선생이 조금 생각을 하더니 신중하게 대답한다; “’경주중학교’에서 전체수석이나 차석으로 졸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고등학교에는 쉽게 입학할 수가 없습니다. 대구와 경북의 모든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이 그 고등학교로 진학하고자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합격여부는 입학시험을 쳐보아야 압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는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경북고등학교’를 제외한 좋은 고등학교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손수석이 더 물어본다; “그렇다면 대구에는 경북고등학교 다음으로 명문으로 쳐주는 고등학교의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담임선생이 빙그레 웃으면서 답한다; “경주에 살고 있는 학부형들이 사실은 대구에 어떤 명문고등학교들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 경주중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학생들이 그대로 ‘경주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시 말을 끊고서 담임선생은 학부형인 손수석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말한다; “손진목 학생의 경우에는 성적이 좋으니 저희 ‘경주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 저희들은 좋지요. 그런데 학부형께서 그를 대구로 진학시킬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계시니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는 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대구에는 이곳 경주의 저희 고등학교보다 좋은 학교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곳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가 아닙니까? 예를 들면, ‘경북사대부고’가 있는데 그 학교가 과거에는 ‘경북고등학교’만큼의 명문이었고 지금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사립으로는 대구의 ‘계성고등학교’가 역사도 오래이고 명문이지요. 최근에는 5년전에 설립이 된 ‘대구고등학교’가 2차로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학교는 1차인 경북고교나 사대부고에서 떨어진 학생들을 받아들여서 ‘서울대학교’ 합격자를 다수 내고 있지요”.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참으로 좋은 정보를 들었다. 일부러 방학 중에 아들의 진학상담을 하고자 담임선생을 찾아 온 학부형의 성의를 생각하여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 손수석은 사의를 표하고 이번에는 황남국민학교를 방문한다. 먼저 그는 교무실에서 5학년 학생 손진길의 담임 김선생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김선생은 연배가 손수석 자신과 비슷하고 선생으로서 꽤 경력이 있어 보인다. 선더말 아재가 정중하게 인사하자 그 역시 예의 바르게 학부형을 맞는다. 손진길 학생의 부친인 것을 알고서는 잘 찾아 오셨다고 우선 환영부터 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렇게 아들의 성적과 학습태도 등이 궁금하여 방학 중에 일부러 찾아오시니 담임선생인 제가 고맙습니다”.
참으로 선생으로서 인품이 있는 말씀이다. 그 말을 듣자 손수석이 말한다; “자식을 학교에 맡겨 놓고 자주 찾아보지 않은 제가 부끄럽습니다. 먼저, 담임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제 아들놈이 어떻습니까?”. 김선생이 한마디로 답변한다; “손진길이야 학생으로서는 모범이고 진국이지요. 그는 학교에 오면 수업을 잘 듣고 공부에만 전념합니다”;
손수석이 묻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학업성적을 올리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활동이 전혀 없는 모양이지요?”. 김선생이 싱긋 웃으면서 답한다; “그것은 아닙니다 물론 손진길이 체육을 잘하거나 음악을 잘하는 학생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선생인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독서를 많이 하고 있지요. 그래서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고는 합니다. 아마도 방과 후에 경주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것 같아요”.
손수석이 중얼거린다; “아는 것이 많다. 그리고 질문이 많다. 그렇다면 아는 것만큼 학업성적이 좋습니까?”. 김선생이 답한다; “물론입니다. 현재 저희 반에서는 손진길이 1등입니다. 그는 작년 4학년 때에도 반에서 1등을 하고 5학년으로 올라왔지요. 제가 성적을 쭉 알아보니까 재작년 3학년 때에 전학을 와서 그 해에 엄청 성적이 향상되어 연말에는 반에서 2등을 했더라고요. 그리고 4학년때부터는 계속 반에서 일등입니다. 다만 한 학년에 8개 학급이 있으므로 같은 학년에서는 전체적으로 3등입니다. 하지만 계속 상승세이므로 내년이 궁금하군요”.
선더말 아재는 김선생에게 사의를 표하고 이번에는 3학년 학생인 손진학의 담임 이선생을 만난다. 젊은 남자인 이선생은 학부형 손수석을 보고서 반가워한다. 그리고 말한다; “손진학은 말수가 별로 없지만 교우관계가 좋습니다. 운동도 꽤 잘 하고요. 다만 학업성적은 뒤떨어지고 있는데 아직 3학년에 불과하니까 앞으로 차차 나아지겠지요”;
손수석이 잘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자 이선생이 부연설명을 한다; “손진학은 착해서 담임선생의 말에 잘 따르고 있습니다. 성격도 온순한 편이지요. 친구들이 5학년에서 공부 잘하는 손진길이 너의 형이 아니냐고 물으면 그냥 빙그레 웃고 있지요. 참 속이 편하고 무던한 학생입니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같은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참으로 그 성격과 능력이 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손수석 자신의 형제와 자매를 살펴보더라도 그러하다. 그 성격이 다 다르고 능력도 천차만별인 것이다. 그러니 각자 장기대로 올바르게 그리고 사이가 좋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누구를 부러워하거나 배척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손수석은 이선생에게 인사를 하고서 자전거를 타고 배반에 있는 자신의 과수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고현택이 선더말 아재를 반긴다. 자신에게 그 넓은 과수원을 맡기고 또한 살 길을 열어준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현택의 인사를 받으면서 손수석이 그에게 말한다; “자네의 소원대로 이번 가을에 결혼을 시켜주겠네. 신부감은 천북 화산에 살고 있는 참한 규수야. 그렇게 알고 열심히 사과농사를 지어서 풍작을 이루도록 하게나”;
그 말을 듣자 고현택의 입이 귀에 가서 걸린다. 그는 너무 좋아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선더말 아재,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게 되면 더 열심히 일하여 처자식과 함께 잘 살도록 준비를 단단히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입니다마는 제가 한 2년간 부산에서 지내보니까 그곳의 사과 값이 여기 경주보다 훨씬 비싸더군요. 그러니 제가 이번에 생산한 좋은 조생종 사과를 몇 상자 가지고 열차편으로 부산 영도에 가서 한번 과일가게에 넘겨보겠습니다. 아마 상당한 이문이 남을 것입니다. 아재께서 한번 같이 가셔서 직접 보셔도 좋고요…”;
고현택이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이 생산한 사과를 부산에까지 가지고 가서 팔 생각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면모도 있다. 그 점을 가상하다고 생각하여 손수석이 말한다; “나는 여기 경주에서의 일이 바빠서 함께 못가지만 나 대신에 내 아들 손진길이가 방학이니 그를 데라고 한번 부산에 다녀오게나. 그리고 경비로 이 돈을 사용하게”.
선더말 아재가 쾌히 승낙하면서 여비와 화차비용까지 미리 주고 있다. 고현택은 자신이 신임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기분이 좋다. 그래서 사과농장 울타리를 지나 산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따라 나와서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한다. 손수석이 싱긋 웃으면서 작별을 고한다.
그날 집에 돌아온 손수석이 저녁식사를 끝내고나서 아들 손진길을 좀 남으라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일 모레 배반동의 고현택이 오전 8시에 사과 몇 박스를 가지고 경주역으로 나오기로 했다. 내가 너를 나 대신 부산 영도로 함께 보낸다고 벌써 말해 두었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모레 아침에 경주역으로 갈 준비를 하도록 해라. 여비는 내가 현택이에게 미리 지급해 놓았다”.
이틀이 지나서 선더말 아재가 아들 손진길을 데리고 경주역에 도착해보니 고현택이 사과를 12상자나 마루보시가 있는 광장에 옮겨 놓았다. 그 많은 짐을 어떻게 배반 과수원에서 경주역까지 옮겨왔는지 모른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경주중학교 뒷동네에 살고 있는 친형 고현태에게 부탁하여 소달구지로 벌써 옮겨 놓은 것이다;
꼬마 손진길은 처음으로 부산여행을 해본다. 그날 하루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그러자 저녁식사를 하면서 부친 손수석이 묻는다; “길이 너는 처음으로 부산 영도에 가보니 어떠하더냐?”. 국민학교 5학년에 불과한 손진길이 제법 논리적으로 대답한다; “아버지, 저는 기차가 부산역 가까이 도착할 때에 넓은 바다가 나타나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어요. 작은 배들이 여기 저기 떠다니고 있는데 아무래도 고기잡이 배들인가 봐요. 우리 경주에는 바다가 없잖아요”;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아들의 말을 듣자 한마디 한다: “경주시에는 없지만 월성군 양남면과 감포읍에는 바다가 있단다. 길이 네가 그곳을 가보지 못한 것이지. 그래 부산 영도에서는 무엇을 보았느냐?”. 아들 손진길이 대답한다; “영도다리가 하루에 몇 번 끄떡 들린다고 하는데 저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그 광경을 못 보았어요. 그 대신에 두가지를 인상깊게 보았지요”;
온식구가 꼬마 손진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자 손진길이 말한다; “첫째, 영도 다리 끝에는 새점을 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새장에 갇혀 있는 직은 새가 통속에 가득 들어 있는 종이말이 가운데 하나를 부리로 빼 오면 그것을 점쟁이가 복채를 받고 읽어 주더군요. 그 내용은 토정비결의 내용과 비슷한 거 같아요”;
그 말을 듣자 손수석이 아들에게 묻는다; “길이 너는 어째서 그 영도다리에 점쟁이가 많다고 생각하느냐?”. 손진길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을 한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부산에 피난 온 많은 사람들이 영도다리에서 서로 만나게 되면서 그 점쟁이들의 새점이 성황을 이룬 것이 아닌가 싶어요. 피난민들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가 있는지 그리고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들을 언제 다시 만날 수가 있는지 그러한 점이 궁금하여 그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새점이라도 한번 쳐본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되어요”.
선더말 아재가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더니 길이 너의 설명이 더 낫구나. 그래 그 다음에는 무엇을 인상적으로 보았느냐?”. 손진길이 간략하게 대답한다; “영도다리 앞에는 산지인데 그곳에 작은 집들이 가득 찼어요. 제가 볼 때에는 난민촌인 것 같아요. 경사가 상당한데도 허름한 집들이 빽빽하고 좁고 가파른 계단이 골목처럼 굽이치고 있으니 천재지변이나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일 것만 같아요. 위험해요”;
손수석이 아들의 설명에 고개를 끄떡인다. 그 말이 사실이다. 소방차들이 접근할 수가 없다. 취약지역이다. 앞으로 부산시청에서 할 일이 많고 전국적으로는 중앙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다. 과연 그 많은 일들을 금년에 들어선다고 하는 제3공화국에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그 점이 궁금하다.
1963년 10월에 박정희와 윤보선이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막바지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강력한 시행으로 말미암아 1963년 하반기에는 그 성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 성과에 힘을 받아 최고회의 의장 출신인 박정희가 10월 15일 선거에서 약간의 차이로 윤보선을 누르고 제5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1961년 5월에 쿠데타를 한 박정희와 김종필 등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개설하면서 애초에는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하여 ‘농공병진정책’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다가 금방 농업부문을 제외하고 공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여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실시한 것이다.
농업부문이 ‘열위산업’이란 사실을 눈치채고 그것 대신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노동집약적인 공산품을 조립하고 제조하여 획기적으로 수출하겠다는 장기계획이다. 공단에 필요한 인력은 농촌지역에서 끌어와 쓰고자 한다. 그로 말미암아 ‘이촌향도’ 현상이 뚜렷하고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농업인구가 격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선더말 아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가? 그는 농지와 산지 그리고 시골의 작은 사업체에 많은 돈을 투자해 놓고 있다. 그리고 일부의 자본을 가지고 경주시내의 부동산과 운수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제는 서서히 그 투자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1964년부터 새로운 투자대상을 경주시내에서 발견하고자 열심이다. 그의 눈에 과연 무엇이 뜨이게 될 것인가?
'선더말 아재(손진길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더말 아재17(작성자; 손진길) (0) | 2021.10.08 |
---|---|
선더말 아재16(작성자; 손진길) (0) | 2021.10.08 |
선더말 아재14(작성자; 손진길) (0) | 2021.10.07 |
선더말 아재13(작성자; 손진길) (0) | 2021.10.07 |
선더말 아재12(작성자; 손진길) (0) | 2021.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