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12(작성자; 손진길)
육군사관학교 제8기생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이 지휘하고 있는 군대를 움직여서 정권을 장악한 사건이 1961년 5월 한국에서 발생한 이른바 ‘5.16쿠데타’이다. 후방에 근무하고 있던 육사 2기 출신인 박정희 소장을 업어 들이고 자신의 동기 동창인 육사8기 영관급들과 의견을 조율한 자가 김종필이다.
김종필은 박정희 소장의 조카사위이기 때문에 그 일을 담당한 것이다. 그들 쿠데타를 계획한 세력은 전부 장교들이기 때문에 장성급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밀리에 섭외를 했는데 김종필이 자신의 처삼촌인 박정희 소장을 동기들에게 소개하여 그를 대외적으로 쿠데타의 대표로 내세운 것이다;
그런데 경찰서 정보계장인 선더말 아재는 그 쿠데타의 성격과 의미에 대하여 개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젊은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면서 보고 들은 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가 짐작하고 있는 사항이 다음 네 가지이다;
(1) 첫째로, 일제시대에 일본군부의 젊은 장교들이 여러 번 쿠데타에 나섰으나 그들은 전부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것이 성공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선더말 아재는 그 이유를 김종필의 역할에서 찾고 있다. 그가 박정희 소장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장성급인 박정희 소장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과거 만주군관학교의 선후배 및 한국의 육사2기 동기들의 협조를 얻어서 쿠데타 후의 군부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간 것이다. 실제로 일제시대 일본 영관급들의 쿠데타는 장성급의 지지를 얻지 못하여 하나같이 실패하고 만 것이다.
(2) 둘째로, 일제시대 주로 일본의 시골 출신 영관급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시골출신의 장교들이 볼 때에는 일본제국 정치인들의 지도력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시골출신인 자신들은 과감하게 군대에 투신하여 장교로서 대(大)일본제국의 비약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데 명문가 출신인 정치지도자들은 전혀 그러하지가 못한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결단력이 부족하고 유약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들이 준동하고 노동단체의 격렬한 시위가 끊이지 아니하고 있다. 그들 장교들이 볼 때에는 지금은 ‘대동아공영권’을 형성하기 위하여 강력한 일본이 필요한데 정치지도자들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들이 나서서 국가의 질서를 확립하고 과감하게 조국의 앞날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시골 출신 장교들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한국의 ‘5.16 쿠데타’에 동참하고 있는 장교들에게 있어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선더말 아재가 분석하고 있다.
(3) 셋째로, 장교들의 쿠데타가 실패하자 마침내 장성급으로 구성이 된 일본제국의 군부가 직접 나서서 내각을 장악하고 군국주의 시대를 열었다. 그들은 차관을 갚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해외에서 식민지를 개척하는 침략전쟁을 벌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군부는 정치권력을 장악한 다음에 어떠한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그 점에 대하여 선더말 아재는 그들이 한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여 그 성과를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한 경제적인 성공을 가지고 자신들의 쿠데타가 역사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불가피한 과정이며 그것은 일종의 혁명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분명히 경제적인 발전을 가지고 ‘정치적인 정당성’을 얻을 것이라고 선더말 아재가 진작에 앞날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4) 넷째로, 그러한 견해 외에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좀 색다른 생각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과 같은 신생국가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어떠한 조직이 가장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가장 근대화된 관료조직이 역사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신이 1947년말에 경찰에 투신하여 1961년 현재까지 14년 가까이 경험하고 있는 경찰의 조직력과 행정능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역시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급성장한 한국군대의 관료조직이 더 막강한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군부와 그 관료조직은 60만 대군을 움직이는 조직력과 행정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에 있어서는 그러한 막강한 조직이 없다. 그러므로 군부와 그들의 관료들이 신생국인 한국을 책임지고 한번 이끌어보고자 나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훗날 충분하게 경제가 발전하여 민간부문에서 그러한 막강한 조직력과 행정능력을 갖추게 되는 관료제가 탄생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에는 군부가 그러한 부문에 그 자리를 내주어야 할 것으로 선더말 아재가 추론하고 있는 것이다.
1961년 5월의 쿠데타를 바라보면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정치적인 변화를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쿠데타를 통하여 정권을 장악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정국의 불안과 사회적인 불안을 명분으로 군인들이 정권을 장악하였으므로 그들은 더더구나 국민의 지지를 크게 받을 수 있는 사업에 착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가 예측한대로 ‘5.16쿠데타’의 주역들이 당장 ‘국가재건 최고회의’를 만들고 적폐청산과 사회 불안요인의 제거에 착수한다;
민간정치인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상당기간 출마를 금지시킨다. 그리고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 재산을 몰수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깡패를 소탕하고 그들을 활용하여 국도를 닦게 한다.
그 다음에는 사회에서 소외가 되고 있는 상이군경과 나병환자들 그리고 걸인들을 수용하고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사업을 제도적으로 실시한다. 그러한 조치들이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이루어지자 국민들이 쿠데타 세력에게 박수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국민의 신망을 얻으면서 정치군인들이 정치지도자로 탈바꿈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국가를 재건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를 발전시켜서 잘사는 대한민국, 구체적으로 ‘보릿고개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의 전개를 예상하면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과감하게 경찰에 사표를 내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사업가로 변신을 시도한다. 그때가 1961년 가을이다;
손수석은 과거 일본 북해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지금까지 강원도의 탄광에 양식과 갱목을 납품하면서 돈을 벌어 오고 있다. 그것만 가지고는 큰 돈을 벌기가 어렵다. 따라서 그는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하여 새로운 사업분야를 찾고자 한다. 그 일을 위하여 대구 동인동에 살고 있는 고 장인식 교장의 손자인 장호성과 증손자인 장경국을 찾아간다. 참고로, 장호성은 손수석보다 20살 연상이고 장경국은 1살 아래이다.
선더말 아재는 오래 전에 고 장인식 교장의 미망인 최순옥 여사에게 인사를 드리고자 그 집을 찾았을 때에 그들 부자가 운수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군용트럭을 개조한 도락구를 가지고 남의 짐을 옮겨주면서 큰 재미를 보고 있다고 장경국이 손수석에게 말했다. 따라서 선더말 아재는 그 운수업의 노하우를 얻기 위하여 대구 동인동 장호성의 자택으로 찾아간 것이다.
장호성과 장경국은 부자간에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제 작은 도락구 사업을 뛰어 넘어 큰 운수업에 손을 대고 있다. 그것이 군용트럭을 버스로 개조하여 여객사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업장이 대구 신암동에 있는데 ‘경북여객’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부친이 사장이고 아들이 전무이다. 그들의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
손수석은 여러 날 그 집에 묵으면서 여객사업의 비결과 고충을 전부 파악한다. 그들은 장차 선더말 아재가 경주에서 대구로 뛰는 구간을 맡아 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그에게 매우 친절하게 사업설명을 해준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선더말 아재는 그 옛날 자신의 조부인 서배 할배 손상훈과 장인식 교장의 친분이 오늘까지 그 후손들을 통하여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러한 사업설명을 충분하게 숙지한 손수석은 당장 그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 일을 함께할 만한 사람들을 사귀고자 한다. 자신은 경찰생활을 오래하면서 일과 후에 사업을 조금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사업가로 나서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운송업에 필요한 주유소의 사장과 정비공장의 사장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친분을 쌓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경북여객’의 ‘경주영업소’를 열자면 버스의 수가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버스를 구입하여 회사에서 운행하도록 투자를 하는 ‘지입제 차주’가 필요하다. 결국 상당한 재력을 가진 여러 사람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당시 1960년대초의 경주시내에서 그러한 자본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선더말 아재는 먼저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경주주유소’의 사장인 권영수와 친분을 쌓는다;
그 주유소에 딸린 방에서 자신보다 연상인 권사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랬더니 권사장이 경주에서 가장 큰 ‘제일정비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수학 사장을 소개해준다. 권사장보다도 몇 살 연상인 이사장은 참으로 인상이 좋고 깨끗한 선비처럼 보인다. 그는 개인적으로 권사장으로부터 형님대접을 받고 있다. 따라서 선더말 아재가 권사장 및 이수학 사장과 친해지자 그들은 손수석을 자신들의 아우라고 부르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이 당시로서는 경주에서 돈을 좀 만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매일같이 권사장의 주유소 방에 모여서 함께 술잔을 나누면서 사업이야기를 한다. 그 결과 그들이 참여시키고자 하는 인물이 두 사람 더 있다; 한사람은, 광산을 크게 하고 있는 김경석 사장이다. 또 한사람은, 동천동에서 땅부자로 소문이 난 이천수 사장이다. 그들 두 사람까지 섭외하여 5명의 부자들이 약 한달간 그 방에서 구체적인 사업이야기를 계속한다.
그 결과 1962년 봄에 ‘경북여객 경주영업소’가 현판을 달고 ‘경주주유소’ 옆에서 개소식을 가진다. 버스가 모두 5대이다. 그 버스들은 작년 가을부터 그때까지 이 사장이 자신의 정비공장에서 제조한 것이다. 군용트럭을 개조하여 버스 5대를 만드는데 5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따라서 5명의 사업가들이 각각 한대 씩 사서 경주와 대구 구간에 운행을 시작한다;
그 5대의 버스는 철저하게 완행이다. 그러므로 경주에서 대구까지 수많은 정류장을 거쳐서 운행이 된다. 경주, 건천, 아화, 영천, 하양, 청천, 반야월, 대구 신암동 등의 노선을 달리고 있으므로 구간별 손님들이 많다. 특히 시장이 서는 경우에는 여객과 짐이 많이 실린다. 따라서 경주에서 출발하여 대구까지 가는데 아양교를 지나서 보통 2시간 30분이 걸린다.
대구 신암동에서 출발하여 경주로 오는 경우에는 그 역순이 된다. 그 버스운행사업을 기획하고 ‘경주영업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다. 그는 나이가 많고 인자한 이수학을 사장으로, 권영수를 부사장으로 모시고 자신이 총무의 직을 맡아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연장자와 선배를 깍듯이 모시는 선더말 아재를 그들이 참으로 좋아하고 든든한 아우로 여기고 있다.
사업의 이익을 배분하기 위하여 분기별로 회계를 하는데 성과가 아주 좋다. 투자분에 비하여 과실이 큰 것이다. 그래서 다른 노선을 개척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더 많은 버스를 제작하여 지입을 시키고자 한다. 그 일을 전부 맡아서 선더말 아재가 발로 뛰게 된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수학 사장에게 버스 2대를 자신이 돈을 댈 것이니 더 제조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선더말 아재는 당장 자신의 고향이 있는 내남까지 운행하는 완행버스가 필요하다. 그 노선에 개인적으로 자신이 투자한 버스를 진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곳은 열차노선이 없어서 참으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구에서 청송까지 가는 구간이 험하여 아직 버스노선이 없다고 대구의 장경국 전무가 이야기한다. 따라서 선더말 아재가 그 구간을 직접 답사한 후에 자신의 버스를 투입한다.
당시 경주와 포항 사이에는 형산강이 흐르고 있지만 버스노선이 없다. 따라서 그 구간을 개설하고 구룡포와 영덕까지 노선을 확장한다. 그렇게 버스사업에 진력하고 있는 사이에 선더말 아재는 개인적으로 택시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그는 수년전부터 시발택시를 운전수에게 전적으로 맡겨서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는 새나라 택시를 구입하여 똑같이 영업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그때가 1962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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