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손진길 소설)

선더말 아재1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7. 10:15

선더말 아재10(작성자; 손진길)

 

3. 선더말 아재가 공직을 떠나기 전에 발생하는 일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1958년에 장인 고천석이 갑자기 별세를 하고 나자 그 후사를 잇는 문제를 가지고 1959년 봄에 장모 전혜숙은 물론 윗동서인 손태호와 의논한다. 어디서 양자를 들일 것인가를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자 장모 전혜숙이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생전에 남편은 경주에 살고 있는 친척 가운데 아들이 둘 있는 집에 부탁하여 지차를 양자로 들이고자 했어요. 그래서 좀 먼 조카뻘이지만 고병달의 차남 고현택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요. 지금이라도 그 집에 말하여 고현택을 양자로 들이면 될 겁니다”.

생전에 장인의 뜻이 그러하다고 말하므로 손수석과 손태호가 경주중학교 뒷마을에 살고 있는 고병달의 집을 방문한다. 그 뜻을 전했더니 고병달이 차남 고현택의 뜻을 확인하고자 한다. 고현택이 자신의 아들이지만 벌써 22살의 성인이므로 그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다. 그러자 고현택은 그 집에 재산이 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쾌히 동의한다;

그렇게 1959년 봄에 전혜숙은 망부의 손자 뻘인 고현택을 양자로 삼고 남편 고천석의 산소에 데리고 가서 그 사실을 고한다. 그때부터 고현택이 한집에서 양자로 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름이 되자 고현택이 자신에게 재산을 미리 상속해 달라고 주장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전혜숙이 아연실색을 하고 있는데 막내 딸 고순옥이 한마디로 반대한다. 자신이 시집을 갈 때까지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그러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자 전혜숙이 경주 노동 딸네집을 방문하여 사위인 선더말 아재와 상의한다. 그러자 손수석은 장모에게 일단 장매 마을의 재산을 정리하여 경주시내 사정동으로 이사하고 그 중의 일부를 고현택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 말을 듣자 전혜숙이 동의하고 그렇게 조치한다. 그렇게 경주시내로 이사하고 재산을 좀 갈라주어서 그런지 한동안 고현택이 잠잠하다. 하지만 전혜숙은 고현택의 심성을 잘 알지 못하고 양자로 들인 것이 잘못이라고 속으로 개탄한다. 그리고 막내 딸 고순옥은 자신이 빨리 혼처를 구하여 시집을 가버리고 싶지만 홀로 남게 되는 모친이 눈에 밟혀서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다.

1959년 여름에 선더말 아재 손수석의 차남인 손진길은 한글을 읽고 쓸 수가 있게 되었으므로 방과 후에 집에서 만화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하루는 내남 너븐들에서 백부인 손수정과 큰 삼촌인 손수권이 경주 오일장에 왔다가 오래간만에 노동집에 들린다. 그리고 잠시 집에 들린 선더말 아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면서 형제 간에 사이 좋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서 기분이 좋아진 손진길이 툇마루와 방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휙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다리를 손으로 잡으면서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른다. 모친 고복수가 부엌에 있다가 놀라서 달려오고 가까이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부친 손수석이 다급하게 아들의 다리를 살펴본다. 다리에 멍이 크게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일어나서 걷지를 못한다. 그것을 보고서 급히 자전거에 태워서 인근 ‘동인병원’으로 간다. 원장의사가 국민학교 1학년인 손진길의 ‘X레이’를 촬영하고 나서 진단소견을 말한다; “2년전에 다친 그 부위가 다시 금이 가고 말았어요. 그러므로 왼쪽다리에 재작년처럼 다시 기부스를 하고 한동안 지내야 합니다. 앞으로도 높이 뛰거나 크게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한번 부러지거나 금이 가게 되면 재발이 될 가능성이 아무래도 있으니까요…”;

손수석이 고개를 끄떡이자 원장의사가 2년전처럼 가제에 석고물을 묻혀서 계속 포개어 결국 기부스가 되도록 조치한다. 손진길은 그때부터 학교수업에 결석하게 된다. 집안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달이 지나자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그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야 기부스를 풀고 등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학업이다.

가뜩이나 한글도 깨우치지 못하고 국민학교에 입학했는데 수업도 한달이상 빠진 것이다. 그러니 수업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성격이 우직하고 사교성이 적어서 동무의 노트를 빌리거나 모르는 것을 친구에게 물어보는 그러한 융통성이 없다. 그 결과 뒤떨어진 학업을 혼자서 보충하느라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크게 성과가 없다.

손진길이 할 수 있는 것은 방과 후에 집에서 열심히 숙제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교과서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손진길이 가을을 지내고 있는데 하루는 부모님이 급히 저녁에 ‘동인병원’으로 뛰어간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렇게 사나흘 뛰어다니신 후에 비로소 집에 돌아오신다. 그동안 학교에 가는 준비와 식사는 부엌일을 돕고 있는 호야가 전부 해준다.  

나흘이 지나자 아기인 딸 손정애를 업고서 친정에 다녀온 모친 고복수가 아들들에게 말한다; “너희 외할머니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너무 위독하여 급히 동인병원에 모셨지만 결국 회복을 못하시고 돌아가신 게야. 그래서 장례를 치르고 오느라고 며칠이 걸렸다.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모친은 그렇게 말씀하시고 말았지만 그때부터 한동안 선더말 아재의 표정이 전혀 밝지가 않다.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국민학생인 손진길은 그것이 궁금하다. 모친 고복수는 친정에서 유일하게 물려 받은 것이 맷돌 하나라고 하면서 그것을 애지중지한다;

외가 재산은 양자로 들어온 고현택이 양어머니 전혜숙이 돌아가고 나자 전부 제멋대로 정리하여 경주를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막내이모 고순옥은 그 근처에 방 하나를 얻어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자세한 내막을 손진길은 20년 후에 우연히 막내 이모로부터 다음과 같이 듣게 된다; “양자로 들어온 고현택은 양어머니인 전혜숙에게 계속 재산을 상속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장매 마을의 재산을 정리하여 경주시내 사정동으로 이사하고 재물을 일부 떼어주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 재산 전부를 달라고 떼를 쓴 것이다”.

막내 이모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간추려 본다;

“고순옥은 그것이 기가 막혔다. 자신이 시집을 가야하고 모친이 노후를 대비해야 하므로 더이상 재물을 줄 수가 없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다. 비록 양자라고는 하지만 고현택은 본래 촌수가 고순옥의 조카뻘이다. 그래서 고순옥은 고현택을 만만하게 보고 그에게 겁을 주려고 한다. 그 방법이 자신보다 1살이 많은 고현택 앞에 고순옥이 농약병을 가져다 놓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다. 만약 계속 재물을 달라고 자신들을 괴롭히면 자기가 이 농약을 마시고 죽어서라도 그것을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다음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그 농약병을 빨리 치우지 아니하면 딸이 정말 그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고 위기를 느낀 모친 전혜숙이 먼저 그 농약을 전부 마셔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고현택은 도망치고 만다. 혼자 남은 고순옥이 모친을 급하게 ‘동인병원’으로 옮겨서 위세척을 시켰다. 그러나 회복이 어렵고 사경을 헤매다가 결국 운명하고 만 것이다.

연락을 받고 급히 병원으로 뛰어간 선더말 아재와 부인 고복수는 기가 막혔다. 3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도리밖에 없다. 그렇게 초상을 치르고 돌아와 있는데 한달도 못되어 다시 고순옥에게서 연락이 온다. 고현택이 기어코 자기 몰래 집을 팔고 재물을 모두 챙겨서 도망을 쳐버렸다는 것이다. 홀로 남게 된 처제에게 선더말 아재는 가까운 곳에 방을 하나 구해서 혼자 자취를 하도록 조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선더말 아재는 윗동서인 손태호에게 자신이 모든 결혼비용을 부담할 터이니 처제의 혼처를 한번 알아보라고 말한다. 21살이나 된 체제를 혼자서 자취하도록 계속 두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손태호가 찾아가지고 온 혼처가 그의 먼 일가이다. ‘손태석’이라고 하는 노총각인데 사는 곳이 보문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독자로 살고 있는데 심성이 고운 총각이라고 한다. 키가 크고 대단한 미남자라고 손태호가 말한다.

고순옥에게 한번 선을 보게 했더니 그녀가 좋다고 한다. 그 총각도 신부감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래서 그해 겨울에 고순옥이 손태석과 결혼하고 보문으로 들어가서 시어머니를 봉양하게 된다. 젊은 부부가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외로운 선남선녀가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렇게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59년 겨울에 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박분도 선생이 학생들에게 통지표를 나누어 주는데 손진길이 자신의 학업성적을 보니 ‘수’가 하나밖에 없다. 형 손진목은 ‘수’가 가득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자신은 하나 밖에 없으니 큰일이다. 한글을 모르고 입학을 하였고 또한 다리에 기부스를 하여 한달이상 수업을 빠졌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적은 부모님께 내놓기에 실로 창피한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지 않는가? 반드시 통지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학부형의 도장을 받아서 학교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겨울방학이 끝나면 담임선생에게 그것을 제시하고 2학년으로 올라가서 반편성이 된다고 한다. 손진길이 그 통지표를 모친에게 가져다 주면서 궁색한 변명을 한다; “ 그 ‘수’ 하나도 선생님이 안 줄려고 하는 것을 내가 억지로 받아 온 거야…”.

어처구니가 없는 아들의 변명을 아내 고복수로부터 전해 들은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허허’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그 놈 참, 성적이 나빠서 챙피하기는 했던 모양이구만. 그렇게 변명 같지도 아니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손수석은 다시 한번 껄껄’ 웃으면서 그 통지표에 일찍 도장을 찍어서 차남 손진길에게 주고 만다. 그 통지표를 받으면서 손진길은 내심 ‘다음 번 성적표는 이것과 다를 것이다’라고 다짐한다;

해가 바뀌어 1960년이 되자 3월에 손진길은 국민학교 2학년으로 진급한다. 열심히 공부하여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한달 전 경주역전에 놀러갔다가 처음 본 선거유세가 인상적이어서 자꾸만 생각이 난다. 웬 뚱뚱한 신사분이 트럭 위에서 선거유세를 하는데 그 내용이 그 위 현수막에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끝내자”.

4월이 되자 참으로 이상한 광경을 경주시내에서 보게 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플랜카드’에 무언가를 적어서 그것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대오를 갖추어 시가지를 누비는  광경이 대단한 볼거리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경주시내 길거리에 갑자기 신문공고가 나붙는다. 서울에서 발생한 학생들의 시위와 그것을 막고 있는 경찰들의 모습이 여러 장의 사진으로 전시가 되고 있다.

특히 마산상고의 학생 ‘김주열의 죽음’이라고 하면서 물에 퉁퉁 부은 얼굴에 최루탄이 박혀 있는 비참한 모습의 사진이 그곳에 붙어져 있다;

그리고 며칠 후 여러 신문의 ‘호외’가 공고판에 붙게 되는데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지난 ‘4.19학생데모’로 말미암아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성명을 발표하고 비밀리에 하와이로 망명했다”;

  

국민학교 2학년에 불과한 손진길은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하지만 경주경찰서 정보계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부친 손수석은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1948년부터 10년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군림한 이승만 대통령이 갑자기 하야를 하였으므로 그 권력의 공백에 따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협요인들에 대처하기 위하여 경찰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간 것이다.

선더말 아재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그것이 사실은 궁금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공직을 떠나 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정국이 그와 같이 전개가 될까? 아직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역사가 전개되고 있다. 그 사이 선더말 아재의 차남인 꼬마 손진길은 열심히 학교수업에 임하고 있다.

그해 1960년 11월에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넷째아들을 얻는다. 아내 고복수가 아주 건강한 사내아기를 생산한 것이다. 참으로 잘 생기고 튼실한 아들이다;

바야흐로 10년 이상 장기 집권하던 이승만 대통령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 정치적으로 새로운 영웅들이 탄생하고 있는 시대이다. 그러한 때에 범상하지 아니한 아들이 태어났으니 손수석은 그 이름을 ‘손진웅’이라고 짓는다. 네번째 아들을 얻었으므로 선더말 아재는 1960년이 자신에게는 좋은 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