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말 아재7(작성자; 손진길)
경비계장인 손수석 경사가 퇴근하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에 이따금 야간에 공무를 수행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이 ‘경주극장’에 가서 ‘임석경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손수석 계장이 그 일을 좋아했다. 매주 경주극장에 가면 영화를 한편 씩 무료로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년이 지나자 지겨워진다. 그래서 그는 차남인 손진길을 자전거에 태워서 함께 저녁에 경주극장에 간다. 6살 짜리 꼬마인 손진길은 당시의 ‘미국의 서부극’이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절대로 졸지를 않는다. 따라서 손수석은 임석경관의 자리에서 잠을 자면서 만약에 극장 안에서 웅성웅성하는 일이 발생하면 즉시 자신을 깨워 달라고 아들에게 단단히 말해 놓는다.
차남인 손진길은 부친의 말이라고 하면 철저하게 준수를 하는 성품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손수석 계장이 안심하고서 편히 잠을 자는 것이다. 손진길은 그러한 임무를 맡았기에 꼬마이지만 앞좌석으로 가지를 못하고 임석경관 자리에 아주 가까운 뒷줄의 좌석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꼬마인 손진길은 서양영화가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 가운데 ‘그대 목소리’라고 하는 서부극이 가장 재미있다. 그 이유는 그 영화의 내용 가운데 특별한 연출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비스듬한 언덕에서 적과의 전투가 한창인 대목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겁도 없이 거울을 앞에 두고 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투 중에 수염을 깎고 있으니 적의 총탄에 맞아서 죽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참으로 사격의 왕이다. 그 거울을 통하여 뒤에서 자신을 공격하고자 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따라서 권총을 어깨위로 돌려서 발사를 하면 여지없이 나무 위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적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서 꼬마 손진길이 탄성을 지른다. 그는 그것이 연출인 줄을 모르고 그대로 믿고서 그 주인공의 팬이 되고 마는 것이다.
손수석 경사는 꼬마 손진길을 자전거에 태워서 매주 경주극장에 가면 아들을 믿고서 편히 잠을 자게 되니 그것이 좋다. 그래서 1957년에 유독 차남인 손진길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그 영향인지 나중에는 제법 먼 길을 갈 때에도 아들 손진길을 뒷좌석에 태우고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선더말 아재는 장남인 손진목이 벌써 월성국민학교 3학년이라 학교공부를 하고 집에서도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를 데리고 다닐 수가 없다. 그리고 삼남인 손진학은 이제 두돌이 지난 아기이므로 그를 데리고 다닐 수도 없다. 그러므로 차남인 꼬마 손진길이 제격인 것이다.
그래서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1957년 여름에 장인과 장모에게 문안을 하고자 처가를 방문할 때에도 자전거 뒷자리에 아들 손진길을 태우고 간다. 한동안 장인어른이 경주 시내 노동 자신의 집을 방문하지 아니하고 있기에 걱정이 되어서 일부러 일찍 퇴근하여 장매 마을을 방문한 것이다. 다행히 처가에는 별 이상이 없다. 그래서 손수석이 안심을 한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사위의 얼굴을 본 장모 전혜숙이 기분이 좋아서 장인과 사위가 한자리에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도록 얼른 술상을 내어 온다. 장인 고천석도 사위 손수석을 좋아하기에 얼큰하게 막걸리를 여러 잔 권한다;
아들이 없어져서 고적한 처지에 든든한 사위가 찾아오니 마음이 흡족한 것이다.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다가 보니 그만 어두워지고 만다. 일찍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계획이 늦어지고 있다. 그래서 선더말 아재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니까 어느 사이에 장모와 처제가 저녁상을 가지고 들어온다. 이것 참 큰일이다. 식사를 끝내고 어두운 10리길을 자전거 불빛에 의지하여 그 위험한 뚝방길을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가 없어서 손수석은 빨리 식사를 마치고 아들 손진길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귀가길에 나선다. 그날 따라 그다지 달이 밝지를 못하다. 따라서 전적으로 그 어두운 밤에 ‘자전거 발전기’로 겨우 길을 밝히는 ‘헤드라이트’에 의존하여 뚝방길을 가야만 한다.
참고로, 페달을 밟을 때마다 자전거 바퀴에 접촉이 되어 있는 작은 발전기의 머리가 함께 돌아간다;
그러면 그 회전운동으로 발전기 내부의 회전자 전자석이 돌아가면서 코일이 감겨 있는 고정자와의 사이에서 전기가 생산이 된다. 그렇게 자가발전이 된 전기가 흘러 자전거의 ‘전조등’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장매 마을을 떠나 10리길 뚝방길의 절반쯤 왔을 때에 문제가 발생한다.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자 그만 선더말 아재가 휘청한 것이다. 중심이 무너지자 그에 따라 그들이 타고 가던 자전거가 뚝방 아래로 미끄러져버린다;
자전거를 타고 있던 부자가 그대로 뚝방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러한 위기상황 가운데 그래도 빨리 정신을 수습한 사람이 경비계장인 손수석이다. 그는 많은 전투경험이 있어서 뚝방 내리막의 중간지점에서 몸을 바로 세운 것이다. 위로 쳐다보니 아들 손진길이 계속 굴러 떨어지고 있다. 그는 혼비백산하여 아들의 몸을 두손으로 잡는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이 그의 손에 들어온다.
그는 아들을 자신의 등에 태우고서 그 뚝방을 기어서 올라온다. 빨리 경주 노동집으로 가야만 한다. 부상여부는 집에 가서 밝은 전등불 아래에서 살펴야 한다. 병원도 시내에 가야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뒤에 타고 있는 아들이 부친의 허리를 바짝 쥐고 있다. 또다시 떨어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꼬마 손진길은 아무 생각이 없다. 술이 취한 아버지가 다시 휘청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그 기도가 통했는지 노동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직후에 발생을 하고 만다.
모친 고복수가 씩씩거리며 집에 도착한 남편으로부터 급히 사고에 대하여 듣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전거 뒷좌석에 타고 있는 아들의 상태를 살핀다. 그녀의 눈에 아들의 다리에서 흐르고 있는 피가 보인다. 그래서 아들 손진길에게 말한다; “길아. 네 다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데 어째 아프지가 않느냐?”.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들이 비명을 지른다; “아아아아, 갑자기 다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요. 아파 죽겠어요... 지금까지는 아무렇지가 않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아파 죽겠어요”. 그러면서 얼마나 아픈지 비명과 함께 울음을 터트린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손수석이 뒷좌석에 부인과 아들을 함께 태운다. 그리고 급하게 인근에 있는 ‘동인의원’으로 간다.
경주경찰서의 경비계장인 손수석은 업무관계상 ‘동인의원’의 젊은 원장이 병원 안채에 있는 살림집에 기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동인의원’에 도착한 손수석이 급하게 병원문을 두드린다. 그러자 안채에서 젊은 원장이 문을 열어준다. 손수석이 원장을 따라 진찰실에 아들 손진길을 안고 들어가자 의사가 진료대에 환자를 눕히라고 한다.
원장이 급히 꼬마를 ‘X레이’실로 데리고 가서 촬영부터 한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고서 말한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고 금이 갔군요. 빨리 치료를 하고 기부스를 해야 합니다. 넉넉잡고 3개월이면 뼈가 아물 것입니다. 아직 어린아이이니 그보다 회복이 빠르겠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제서야 선더말 아재 내외가 안심한다. 그들은 젊은 원장에게 ‘참으로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한다. 그 밤에 의사는 가재에 이상한 물을 적셔서 환자의 다리에 계속하여 겹쳐 붙인다. 그러자 발목위에서부터 무릎 아래까지 전부 가다마이가 되면서 기부스가 생긴다;
그 참 신기하다. 어떻게 무엇에 적신 가재를 포개었는데 딱딱한 기부스가 생기고 마는가? 그렇게 사람에게 가다마이가 되는 것도 있구나. 이제 울음을 그친 꼬마 손진길은 그것이 마냥 신기하여 한참 자신의 다리를 계속 내려다본다.
그런데 집에 오니 그날부터 모친 고복수가 아들 손진길의 빠른 회복을 위하여 엄청 신경을 쓴다. 남편 손수석에게 ‘당신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돈을 좀 달라’고 한다. 그것으로 그 비싼 쇠고기와 소뼈를 구입한다. 그것은 큰 솥에 넣고서 푹 고은 다음 다리에 기부스를 한 아들 손진길에게 오래 먹인다;
그리고 차제에 온식구가 쇠고기국을 실컷 끓여서 먹는다. 고복수는 매주 남편에게 아들 손진길의 회복을 위하여 돈을 달라고 한다. 선더말 아재 손수석은 ‘허허’라고 웃으면서 아내에게 계속 소뼈와 쇠고기를 사라고 돈을 준다. 그래서 1957년 여름에는 온식구가 쇠고기국을 실컷 먹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금이 간 뼈가 빨리 아물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달쯤 되자 손진길은 기부스를 한 다리가 근지러워서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꼬마 손진길은 그 기부스를 쪼개고 그 안을 한번 벅벅 긁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 환자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기부스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그 근지러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손진길은 동무인 김상완의 집에 가서 만화책을 좀 빌려 달라고 특별히 모친에게 부탁한다. 모친 고복수가 그렇게 하겠다고 쾌히 말한다. 그 이유는 고복수가 김상완이의 모친 뿐만 아니라 상완이의 누나인 김상택과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기 때문이다.
고복수는 장남인 손진목을 엄청 위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전근대사회의 관념에 크게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복수는 가장이 집에 없으면 장남이 부친 대신에 가장의 권위를 행세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장남인 손진목에게 그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차인 손진길에게는 “아버지가 집에 없으면 장남이 아버지를 대신하는 것이니 너는 그렇게 알고 장남인 형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그 말을 듣고서 장남인 손진목은 아버지가 아니 계시면 마치 자기가 집안에서 왕인 것처럼 세도를 부린다. 국민학생인데 벌써 그렇게 행세를 하고자 한다.
손진길은 모친의 그 말을 들을 때나 형의 그러한 위세를 볼 때마다 그것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형은 형인데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다는 말인가?...”. 꼬마에 불과하지만 손진길은 ‘다같은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모친 고복수는 끝까지 그것이 아니다.
남편인 손수석이 경찰서근무로 늦어지고 있으면 언제나 장남인 손진목을 내세워서 집안의 질서를 잡으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일은 장남 손진목을 내세워서 아주 편하게 처리하고자 한다. 장남 손진목을 통하여 집안을 쥐락펴락하고자 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장남인 손진목에게는 특혜를 주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장남 손진목에게만 국민학교 입학전에 한글을 배우도록 조치한 것이다.
모친 고복수는 지차인 손진길에게는 국민학교 입학전에 공부를 가르쳐본 적이 없다. 일자무식으로 국민학교에 입학하게 한다. 그러나 장남인 손진목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니다. 월성국민하고 5학년인 앞집의 김상택을 찾아가서 그녀에게 용돈을 두둑하게 주면서 부디 방과 후에 한 시간씩 우리집 아들 손진목에게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 덕택에 손진목은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벌써 국어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입학을 한 결과 반에서 성적이 우수하다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학급에서 반장도 한다. 그것을 모친 고복수가 엄청 이웃에 자랑한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손진목이 성적표를 받아 오는데 ‘수’가 몇 개라고 역시 친정과 친척들에게 엄청 자랑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유가 있어서 모친 고복수는 앞집의 김상택이를 만나 쉽사리 그녀의 만화책을 잔뜩 빌려온다. 손진길은 그 만화책을 두 달간 많이도 본다. 그러나 글자를 여전히 읽을 수는 없다. 그저 그림을 보면서 그것이 무슨 뜻인지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만화책이 재미가 있다. 그림을 보고 상상을 한다는 것이 어째서 재미가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그 만화책 속에는 다른 세상이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가을에 들어서자 하루는 선더말 아재 손수석이 아들 손진길을 자전거에 태우고 다시 ‘동인의원’을 방문한다. 원장은 톱을 가지고 와서 조심스럽게 꼬마 손진길의 다리에서 기부스를 벗겨내고자 톱질을 한다. 그런데 손진길이 기부스를 벗겨낸 자신의 다리를 보니 그 굵기가 평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다른 쪽 다리와 비교하니 분명히 그렇다;
깜짝 놀라서 ‘어어..’하고 있는데 의사가 빙긋 웃으면서 한번 일어나 걸어보라고 한다. 손진길이 그 가늘어진 다리로 조심스럽게 걸어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때 그 원장의사가 말한다; “내일쯤 되면 그 다리는 본래 크기로 돌아올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꼬마야”.
그의 말이 사실일까? 그러한 기적이 발생할까? 처음에는 의심을 했지만 다음날 자고나서 자신의 다리를 살펴보니 어느 사이에 양쪽이 비슷하다. 6살 꼬마 손진길은 참으로 신기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사람의 몸이 어떻게 하루만에 그렇게 살이 붙을 수가 있는가? 그것은 의사의 마술일까?
아무래도 의사의 능력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누가 그 가느다란 다리를 하루만에 본래의 굵기로 회복시키고 있는가? 그 능력자가 누구인지 꼬마 손진길은 그때부터 궁금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해 1957년 11월 중순에 손진길이 잠을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요강을 찾는다. 그런데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방에 불이 켜져 있고 형 손진목이 잠을 자지 아니하고 있다. 그렇다고 형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손진길은 그것이 이상하여 오줌을 누고서 형에게 묻는다; “형,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어째 방에 불을 켜 놓고 있는 거야?”.
손진목이 싱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길아, 그것이 아니고 엄마가 애기를 낳는다고 하여 내가 안 자고 있는 게야. 연자 누나도 안자고 물을 끓인다고 야단이다. 아버지가 아기를 받는다고 안방에서 대기중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꼬마 손진길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잠시후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안방에서 크게 울린다;
10분쯤 지나자 연자누나가 방문을 열고서 형 손진목에게 슬쩍 말한다; “진목아 너는 좋겠다. 예쁜 여동생이 생겼어”. 그 말을 들은 손진목이 싱글벙글한다. 그리고 동생 손진길에게 말한다; “길아. 여동생이 태어났단다. 이제 자고 내일 아침에 아기를 구경하면 된다”.
아들만 셋인 선더말 아재는 부인 고복수가 딸을 낳자 그렇게 좋아한다. 그 모습을 보고서 고복수도 덩달아 좋아한다. 딸을 낳고서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이 이상하겠지만 아들만 셋인 집에서는 그런 모양이다. 고복수는 자신이 낳은 딸의 이름을 ‘손태경’으로 부르고자 한다. 태어났을 때 보니까 몽고반점이 유달리 뚜렷하니 그렇게 불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 손수석이 반대한다. 더 좋은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정애’라고 작명한다. 고복수가 그 뜻을 물으니 ‘여자는 남편을 사랑하고 가장의 말에 순종하여 사는 것이 집안의 복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손수석이 말하고 있는 그 ‘곰배 정’자가 그러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자신의 형의 이름이 ‘손수정’인 모양이다.
그렇게 고명딸을 낳고서 기뻐하고 있는 사이에 세월은 조용히 흘러 벌써 새해 1958년이 밝아오고 있다. 동지팥죽을 한 그릇 먹은 꼬마 손진길은 이제 7살이 된다. 그러나 아직 학교에 들어가자면 1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는 그 일년이 참으로 길다고 생각한다.
‘동네에서는 이제 마땅히 뛰놀만한 새로운 놀이와 놀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일년을 기다리나?...’. 그래서 7살이 된 손진길은 김상완 및 송원호와 함께 상완이네 담을 넘어 ‘경주제일교회’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놀기를 시작한다. 그곳 ‘제일교회’는 그들의 골목과는 또다른 세상이다. 과연 무엇이 7살 꼬마 손진길에게 그렇게 새로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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