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 할매(손진길 소설)

봉천 할매50(작성자; 손진길)

손진길 2021. 10. 4. 11:53

봉천 할매50(작성자; 손진길)

 

1951년 5월에 한국전쟁은 38도선 근방에서 교착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군은 물론 미군을 위시하여 16개국으로 구성이 된 유엔군이 북한군 및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일진일퇴를 되풀이하고 있다;

 1년 넘게 대치상황이 지속이 되고 있다. 그리고 중부와 동부전선에서는 산악지형에서 고지전이 한창인데 상호간에 엄청난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루한 소모전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그 때문에 휴전을 하자는 논의가 유엔군 측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유엔군 참여국의 생각은 평화의 회복이며 현상유지를 위한 것이지 결코 북한의 멸망이나 중공에 대한 응징이 아닌 것이다. 참고로 1951년 11월에 유엔군이 상정하고 있는 휴전선의 구상이 다음과 같다;

원군으로 들어온 중공군도 마찬가지이다. 38도선 이북의 북한 땅만 회복하고 물러나면 된다. 북한이 미군과 한국군의 북진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계속 수행해주면 모택동은 만족한다. 그것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안보는 확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유엔군과 중공군의 입장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단코 그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동의를 할 수가 없는 두나라의 지도자가 있다. 그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이승만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한국전쟁을 통하여 한반도의 통일과 한민족의 통일을 얻어야만 한다. 그래야 다시는 동족상잔의 역사를 반복하지 아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염원은 현실화되기가 어렵다.

 그 점에 대하여 봉천 할매 정애라와 경주시내에 살고 있는 오예은 간호사가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사람은 어릴 때부터 경주 성동과 사람이 많은 웃시장에 살아서 그런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무척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봉천 할매 정애라가 먼저 친구 오예은에게 물어본다; “미국의 맥아더 사령관이 만주에 핵폭탄을 투하하자고 주장했다고 하던데 어째서 그가 해임이 되고 말았지? 예은이 너는 좀 들은 내용이 있는 거니?”;

오예은이는 참으로 재미있는 주제라고 생각을 하는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안 그래도 내가 아버지 오하원 선교사에게 자세하게 물어 보았지. 그 내용이 흥미로운 거야. 사실은 1950년 10월 1일에 한국군이 앞장을 서고 맥아더 사령관이 유엔군을 이끌고 그 뒤를 따라 압록강과 함경도까지 북진을 했을 때부터 미국정부에서는 논란이 있었다고 해.  중공군이 밀고 내려왔는데 이미 중공과 소련 사이에는 같은 공산국가로서 1950년 2월에 ‘우호동맹조약’이 체결이 되어 있었거든”;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봉천 할매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오예은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미국이 중공의 영토에 속하는 만주를 공격하게 되면 소련이 참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계 제3차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 거지. 미국 대통령 트루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그 점이야. 그런데 군인인 맥아더는 차제에 핵폭탄으로 만주를 폭격하여 기선제압을 하면 중공군도 물러가고 소련군도 감히 전쟁에 뛰어 들지를 못할 것이라고 1950년 12월부터 주장하고 있는 거야”.

잠시 숨을 쉬고서 오예은이 설명을 계속한다; “그래서 미국정부는 맥아더에게 이번 전쟁에서 핵폭탄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 맥아더 사령관은 핵폭탄을 사용하지 아니하면 이번 전쟁에서 미군과 유엔군이 패전할 것이라고 강조했어. 맥아더의 예견대로 한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과 북한군에게 밀려서 오산과 제천 그리고 삼척을 잇는 선으로 후퇴를 하게 된 거야. 그런데 변수가 생겼어. 매서운 추위와 병참의 부족으로 북한군과 중공군이 사기가 떨어진 거야. 그래서 전세는 역전이 되어 1951년 3월에 서울을 다시 수복하고 4월에는 38도선에 이르게 된 거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인가? 정애라가 귀를 쫑긋하자 오예은이 신나게 설명을 계속한다; “미국정부는 맥아더의 예상이 틀렸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맥아더 사령관이 또 핵폭탄 사용권한을 자신에게 달라고 하는 거야. 그러면 만주를 폭격하고 다시는 중공군과 북한군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완전한 항복을 받을 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지. 그런데 그것이 또다른 문제를 미국정부에 일으키게 된 거야”.

그것이 무엇일까? 눈이 초롱초롱한 정애라에게 오예은이 간단하게 설명한다; “핵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 사용하게 되면 세계대전을 초래하는 것인데 그 사용권한을 군부에 주게 되면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하는 그들이 함부로 사용할 수가 있어. 그래서 그 사용권한은 철저하게 민간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법률로 주어져 있는 거야. 그런데 맥아더 사령관이 미국의 그 법원칙을 깨려고 하는 거지. 그래서 1951년 4월에 트루만 대통령이 전쟁 중에 있는 맥아더 사령관을 해임시키고 만 거야”;

봉천 할매 정애라는 그제서야 한국전쟁이 세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엄청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국정부와 군부 사이에 그러한 심각한 논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한국전쟁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예은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한마디를 보태고 있다; “맥아더 사령관이 태평양전쟁 후에 1945년부터 5년간 절대권력을 가지고 일본을 군정으로 통치하였기에 일본사람들은 그를 ‘백인 쇼군’으로 불렀다는 거야”. 참고로 일본 천황 히로히또와 대비가 되고 있는 거인 맥아더 장군의 모습이다;

오예은이 한마디 부연설명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그를 해임시키는 미국 대통령을 보고서 이제는 일본사람들이 미국의 군부보다 민간정부의 대통령이 더 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해”;

정애라가 크게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면서 그제서야 생각이 난듯이 오예은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예은아, 한국전쟁이 언제 끝나게 된다고 미국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니?”. 오예은이 즉답을 한다; “미국은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언제나 휴전을 생각하는 나라야. 고국으로 철수하기를 원하고 있는 유엔연합군을 이끌고 있는 입장이라서 그런 것 같애”.

오예은이 잘 아는 척하고 즉답을 하자 정애라가 구체적으로 묻는다; “그러면 언제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예은이 좀 생각을 하더니 말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1950년 9월에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하고 38도선을 회복하였을 때 한번, 중공군의 참전으로 밀려서 1951년 1월에 오산과 삼척 선으로 배수진을 쳤을 때에 또 한번, 그리고 다시 38도선을 사이에 두고서 치열한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는 1951년 6월부터이지…”.

봉천 할매 정애라가 묻는다; “그러면 벌써 일년간이나 휴전협정을 위한 접촉이 계속이 되고 있는데 언제 결론이 나게 되는데?”. 오예은이 상당히 신중하게 조용히 말한다; “나도 최근에 아버지께 들은 비밀 내용인데 이번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만 파괴된 것이 아니고 북한도 엄청 파괴가 되고 말았다는 거야. 그래서 북한의 김일성이 그 복구에 소련과 중공이 도와주면 휴전에 동의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못하겠다고 말한다고 해. 처음에는 소련에게 부디 나서서 휴전을 좀 시켜 달라고 했다는데 이제 와서는 그 반대로 말하고 있다고 해. 참 재미있는 세상이야…”;

그러자 봉천 할매가 얼른 오예은에게 말한다; “그러면 이승만 대통령도 미국과 유엔에게 전쟁으로 파괴된 우리나라를 복구하는데 원조를 해주면 휴전에 응하겠다고 말하면 되겠네… 그렇게 진행이 되고 있는 거니?”. 그 말에 오예은이 답을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노인인 이승만 대통령은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에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고 해. 그러니 그렇게 쉽게 휴전협정에 동의하지는 아니할 걸…”.

봉천 할매는 그러한 오예은의 상세한 설명을 듣자 더이상 들을 내용이 없는지 이제는 아무런 질문이 없다. 정애라는 친구 오예은이 간호사가 아니라 국제정세를 공부하고 그 계통으로 나갔더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국전쟁의 상황과 국제관계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재주가 참으로 비상하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 선교사이며 의사인 의붓아버지로부터 배우고 들었다고는 하지만 오예은은 그 이해력과 설명력이 대단한 것이다. 그러한 똑똑한 친구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봉천 할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머리속에 차곡차곡 저장한 그 내용을 아들 손수석을 만나면 전해줄 것이다. 그것이 공직에 나가 있는 아들을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봉천 할매 정애라는 지난 1950년 8월에 남편 손영주가 별세하고 나자 60세가 된 자신이 갑자기 혼자가 된 것만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한평생 일편단심으로 정애라 자신을 사랑해준 남편 손영주의 빈자리를 결코 자식들이 채워주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농사일도 집안일도 별로 흥미가 없다. 그것이 그녀가 경주 나들이를 자주하고 절친 오예은이를 자꾸만 찾아가고 있는 이유이다.

내남 너븐들에 가보아야 이미 고인이 된 남편 손영주의 무덤만이 뒷산에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자신을 한평생 진정으로 사랑하며 반겨주던 남편이 이제는 그녀의 방에서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나이 60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남편 손영주와 함께 오손도손 살아갈 때에는 자녀를 많이 생산하고 대가족을 이루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가 아니한 것이다.

젊어서는 자식을 많이 낳아 놓으면 남편이 없어도 외롭지 아니할 것으로 생각하여 봉천 할매 정애라가 5남 1녀의 대가족을 이루었지만 자녀들이 결코 남편의 사랑을 대신하지를 못하고 있다. 그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기에 봉천 할매는 경주나들이를 자주하고 절친 오예은을 더 많이 만나고 있으며 남는 시간에는 성동에 들러 막내아들 손수태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자 한다.

물론 성동집에는 똑똑한 아들 손수석의 가족이 함께 살고 있지만 손수석에 대해서는 봉천 할매가 별로 입을 댈 일이 없다. 원체 빈틈이 없고 입이 무겁게 자기 일만 착실하고도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는 위인인지라 여자인 봉천 할매가 보기에는 그다지 모정이 끌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므로 봉천 할매 정애라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다소 어수룩하고 작은 인정에 흔들리는 그러한 다른 자식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것이다. 그러니 손수석보다는 그 형인 손수정이나 막내 손수태에게 더 모정이 기우는 모양이다. 그러한 모친의 애정과 보살핌이 있어서 그런지 손수태가 참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경주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좋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