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26(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0. 8. 1. 07:56

시간 이민자26(손진길 소설)

 

1997년에 들어서자 123일에 경제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던 한보그룹이 부도사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신흥재벌의 부도가 아니다. 한보에 의한 정치자금제공 및 금융기관의 부정대출 혐의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있는 사건이다.

한보그룹 회장인 정태수는 세무서의 직원 출신으로서 뒤늦게 기업을 경영하여 신흥재벌 행세를 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기업의 급성장의 비결이 바로 정계와 관계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부실하게 은행의 대출을 엄청나게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외 경제환경이 좋지가 않기에 여론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따라서 김영삼 정권과 검찰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그 적당한 선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다음과 같은 거물급 인사 9명을 구속하는 것이다;

첫째,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 및 김종국 재정본부장둘째, 여당인 신한국당에서는 재정을 맡고 있는 홍인길 초선의원을 포함하여 황병태 의원 및 정재철 의원셋째, 야당인 국민회의의 권노갑 의원넷째, 금융계의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 다섯째, 행정부의 김우석 내무부장관 도합 9.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6촌 동생이며 오랜 금고지기로 세간에 알려지고 있는 청와대 총무비서관 출신 홍인길 초선의원이 자신은 깃털인데 억울하게 구속이 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몸통은 누구란 말인가? 야당에서는 대통령을 의심하고 있다.  

  사건이 그렇게 비화되자 김영삼 대통령이 결단한다. 자신을 돕고 있던 차남 김현철을 검찰조사에 넘긴 것이다. 그에 따라 1997517일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을 구속하고 만다.

그 혐의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고교동문 기업인 2명으로부터 이권청탁과 관련 46차례에 걸쳐  322 만원 받은 사실이 있으므로 특가법상 알선수재 특경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한다.

그렇지만 야권에서는 정치적인 공세를 멈추지 않는다; “애초에 한보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가 1,000억원이나 된다고 검찰에서 말했는데 어째서 그 정도 밖에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외압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그러한 주장에 국민들이 호응하고 있으므로 그때부터 김영삼 정권의 개혁정책은 그 힘을 상실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태를 지켜보면서 김상진 편집국장은 자신이 1993년 봄에 참여한 민주화추진자문단에서 올린 보고서의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 가운데 김영삼 정권이 가장 먼저 강력하게 시행한 것이 바로 군부내에 뿌리를 박고 있는 사조직 하나회를 일시에 제거한 것이다. 시작은 그렇게 화끈하게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는데 어째서 그 결말이 이렇게 구태의연하게 되고 마는가?... 한마디로, 아쉽기가 그지없다.

그래서 김상진은 1993년 초기의 개혁을 되돌아본다; 신군부 출신 전임 대통령들 두사람은 하나회가 군부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기에 자신들은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그와 같은 더러운 동거는 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모진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쿠데타의 위험이 크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군부개혁을 추진한 대담한 민주투사이다.

1993225일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가장 먼저 하나회 출신이 아닌 소장 출신 권영해를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권영해 장관의 보좌를 받아 그해 38일에 전격적으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나회의 핵심으로 알려지고 있는 육사 17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육사 19서완수 기무사령관을 해임한다

신임 육군참모총장은 호남출신이며 하나회가 아닌 육사 17김동진 연합사 부사령관이 맡게 된다. 그리고 기무사령관 자리는 역시 하나회가 아닌 육사 22김도윤 참모장이 맡게 된다. 그것이 김영삼 대통령이 단행한 하나회 해체작업의 시작이다.

199342일에 백승도 대령이 육사 20기에서 36기에 이르는 하나회원 138명의 명단을 용산구 군인아파트에 살포했는데 그것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가 되고 있다. 참고로 나중에 보완이 된 자료를 살펴보면, 육사 11기부터 36기까지 하나회원은 총 250명이.

따라서 김영삼 정권은 그날 육사 20기 안병호 수방사령관과 육사 19기 김형선 특전사령관을 해임한다. 하지만 김형선 사령관은 하나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임이 되고 있다. 

이어서 4월 8일에는 1및 제3 야전군사령관은 물론  2작전사령관을 교체한다. 그리고 4월 15일에는 군단장 사단장인사를 시행하고 일부 하나회 장성이 그에 반발하는 것을 보고서는 79일부터 하나회 출신 장군들을 전부 전역하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왕 영관급 하나회원까지 명단이 나타났기에 권영해 국방부장관과 김동진 육참총장이 총대를 메고서 하나회 소속인 영관급들까지 정리하고 만다.  

그렇게 확실하게 1993년에 군부에서 하나회의 흔적이 지워지게 된다. 그 결과 군부가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민간지도자들이 훗날 대통령의 자리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 아닌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김상진 국장이 보기에는 김영삼 정권의 하나회 제거작업이 전광석화와 같고 마치 군사작전과 같이 은밀하다. 비밀엄수가 확실하고 전격적인 것이 다분히 김영삼 대통령의 과단성 있는 정치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입장에서 그 후에 실시가 된 금융실명제공직자 재산등록 그리고 지방의원 및 단체장 동시선거와 같은 굵직한 정책실시도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대통령의 의지가 그대로 먹히지 아니하는 것이 국제적인 경제환경이며 국내기업의 건전성 문제이다.

비록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당에 참여하는 자들의 문호를 넓혀야 하고 정치자금도 현실화해야 하며 국가의 예산단가도 현실에 맞게 손을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근본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정치자금의 부족으로 여당과 야당이 모두 허덕이게 되고 정치인들이 재벌이 아닌 이상 털면 먼지가 나오게 되고 만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검찰의 눈을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조직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 권세가 자꾸만 커지고 있다. 결국 1997년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마저 그 칼을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그 거대한 검찰의 권력을 누가 제어할 것인가?...

김영삼 대통령은 민심의 향방에 민감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는 여론이 나빠지자 자신이 아직 현직에 있을 때 곧 임기말에 대사면을 단행한다. 전임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을 풀어준 것이다. 그것은 후임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지우지 아니하겠다는 의도는 물론 국민화합을 위한 차원의 조치이기도 하다.

그러한 사실들을 김상진 국장이 관심있게 관찰하면서 동시에 1997년에 발생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사건들을 그의 신문에서 다루고 있다;

첫째로, 1997217일 북한의 거물급 인사 황장엽이 한국으로 망명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조선노동당 국제담당 서기라는 공식적인 직함보다 더 유명하다. 그 이유는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그의 창작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러한 주체사상의 창안자가 한국으로 망명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어째서 1997년에 북한을 버리고자 하는가? 쉽게 생각하여 경제적인 체제경쟁에서 북한이 크게 밀렸기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하여 북한내에 권력암투가 그를 둘러싸고서 전개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그것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적어도 김상진 국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간이민자인 그가 2020년의 서울에서 살아본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훗날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하여 그것으로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면 그의 망명은 시간 벌기 목적인 것인가? 역시 일종의 기만술인가?... 아직 정확하게 평가할 수가 없다다만 하나 참고할 만한 사건이 그 무렵에 성남시 분당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 망명하여 살고 있던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방송 PD 이한영이 공교롭게도 225일에 괴한의 공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황장엽은 멀쩡한데 이한영이 피살되고 있다. 그것은 황장엽의 망명이 생명의 위협을 피하고자 결행한 것이라는 인상을 크게 만들어주고 있는 사건이다. 그것 참 이상하다...

둘째로, 417일 한국의 대법원이 최종심에서 전임 대통령들에게 선고를 내리고 있다. 그 내용이 전임 전두환 대통령에게는 2,205억원의 추징금과 무기징역이고 노태우 전임 대통령에게는 2,628억원의 추징금과 징역 17년이다. 이제 3심이 모두 끝났기에 그들이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현직 대통령의 사면권의 행사 뿐이다.

그것만 바라보고서 감옥에서 지낼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그의 후임자가 사면을 시켜줄 것인가?... 후자가 아니고 전자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에 그들을 사면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종의 결자해지인 모양이다.  

셋째로, 422일에 진로그룹이 부도가 나더니 62일에는 한신공영그룹이 부도를 내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부도를 내고 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국제경쟁이 힘들고 기업을 경영하기에 힘이 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영삼 정권에서는 마치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어째서 대기업들이 유동성 자금의 부족을 겪고 있는지를 따지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확실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경제관계 비서진과 경제장관들이 긴장하고서 사전에 대처하고자 할 것인데 그러한 노력이 엿보이지가 아니하고 있다. 그 결과 1997년말에 비극적인 IMF사태를 맞이하게 된다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넷째로, 199771일에 중국은 하나의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것은 영국이 조차하고 있던 홍콩을 마침내 중국에게 되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에 대외적으로 경제개방과 자본주의 방식을 일부 도입하여 경제성장정책을 추진한 중국이 그 과실을 얻고 있는 셈이다.

중국당국은 홍콩이 지니고 있는 아시아에서의 금융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그대로 살리고자 한다. 따라서 소위 12체제정책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에 따라 홍콩은 공산주의 중국에 편입이 되면서도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그렇다면 홍콩을 중심으로 사업하던 화교들도 대만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그대로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구미의 자본들이 여전히 홍콩에서 중국으로 유입이 될 것이다. 그러한 홍콩의 반환을 학수고대하던 덩샤오핑은 공교롭게도 19972월에 죽고 말았다. 역시 인명은 재천인 모양이다.

다섯째로, 819일에 한국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여 북한에게 경수로 하나를 지어주고자 착공식을 거행하게 된다. 그 이유는 북한당국이 전력난을 극복하고자 핵연구와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변명삼아 역설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북한이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자력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더 명백한 사실은 그들이 영변원자력연구소에 작은 실험용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그 핵폐기물을 모아 은밀하게 재처리하고 있는 것은 핵폭탄의 원료를 모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기만전술에 휘말려서 소위 6자회담에서 한국에게 북한을 위하여 경수로를 지어주라고 강요하고 있다. 김상진이 보기에 그것은 유약한 대응이다. 왜냐하면, 김정일이 부하들에게 돈을 가지는 것보다는 총을 가지는 것이 현실문제의 해결책으로 더 낫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차 핵무력을 사용하면 발전이 된 한국의 경제력을 단숨에 모조리 획득할 수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우리가 돈을 벌려고 악착같이 경제개발을 하느냐? 하는 반문인 것이다. 그 점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력이 미흡하다고 시간이민자인 김상진이 평가하고 있다.

이제 1997년을 보내면서 아직 한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남아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