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이민자(손진길 소설)

시간 이민자27(손진길 소설)

손진길 2020. 8. 2. 13:56

시간 이민자27(손진길 소설)

 

그것은, 19971121일에 한국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명백하게 경제적인 위기가 한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서로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선언에 바쁘다.

이인제 경기지사가 9월달에 일찌감치 신한국당을 떠나서 1218일에 실시가 되는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신한국당에서는 이회창 전총리가 대통령 후보가 되자 그는 현직 김영삼 대통령에게 당을 떠나라고 요구한다.

일찍이 노태우 대통령시절에 선례가 있으므로 김영삼 대통령이 117일에 맥없이 신한국당을 떠나고 만다. 그러자 이회창은 얼른 1121일에 신한국당의 이름을 한나라당으로 개명한다. 법조계에서 이름이 높았던 이회창 후보는 경제적인 지식이 깊지가 못하여 그것이 큰 약점이다.

국가가 부도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여당 후보가 당명만 슬쩍 변경하여 한나라당으로 만들고 자신이 대권을 잡는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니 그것이 국민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그러므로 입법부에서 일찍이 재무통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대중 야당후보에게 정권교체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1야당의 총재인 김대중 후보가 IMF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국민들의 눈에 비치고 있다. 그 결과 김대중 후보가 19971218일 치루어진 대선에서 40%가 넘는 득표를 하여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고 정부수립 이후 보기 드문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고 있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영호남을 갈라서 말하던 지역주의의 폐단이 상당히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김대중 총재는 3차례나 대통령 선거를 치루었기에 정치적인 채무가 자신의 출신지역인 호남에 많은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5년간 집권하는 동안에 서기관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과반수를 호남출신으로 채웠다고 하는 혹평을 훗날에 듣게 된다. 시간이민자인 김상진 국장이 내심 장래의 그 일을 생각하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어쨌든 호남인들이 한풀이를 확실하게 한 셈이니 그것을 다행이라고 보아야지… ”.

그러면서 김상진 국장은 한가지 생각을 가지고 김대중 대통령의 시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은 전임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적 실책으로 IMF사태를 야기했는데 그것을 재무에 밝은 김대중 대통령이 어떻게 건전하게 극복하는가? 하는 것이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그러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21세기로 이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상진 국장이 2020년까지 서울에서 미리 살아본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 점에 있어서 아쉽기가 그지없다.

야당 총재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보고서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당선자와 은밀하게 협의한 후에 1222일 전임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에 대하여 특별사면과 복권조치를 취한다.

그것으로 전임 2대통령은 옥중생활을 끝내고 연희동 집으로 돌아간다. 김영삼 대통령도 1998225일 새대통령 취임식 직전까지 자신의 임기를 끝내고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한해를 보내면서 김상진 편집국장은 답답함과 피곤함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정치와 경제가 여전히 따로따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것이 아니다. 조국이 경제적 위기에 빠진 것을 알고서 재미교포들이 1126일에 조국에 달러 보내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적잖은 위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민자인 김상진 국장이 새삼 생각한다; “나라를 살리는 희망은 지도자들에게 있기보다는 국민들에게 있구나! 하기야 국민이 깨어 있으면 그 수준에 맞게 지도자들도 변신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는 것이겠지“.  이제 새해인 1998년에는 어떠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20세기가 끝나는 199912월말에 김상진윤지혜 부부는 자신들이 떠나온 2020103일의 시간대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므로 새해인 1998년은 한해 전이 된다. 그만큼 소중한 한해이다.

그래서 김상진 국장이 열심히 신문사 편집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가 1998년 한해동안 신문을 편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해 발생한 일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새삼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다;

첫째로, 12일에 김영삼 정부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2월중에 공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새해 들어 14일 시무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가 화급하게 부실은행 2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그것은 1998년 한해가 어떠하리라는 사실을 미리 말해주고 있는 것과 같다.

제일은행은 한보그룹에 부정대출을 많이 해주어 부실화된 것으로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서울은행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한국에 긴급구제를 약속하면서 부실화된  서울은행을 해외 매각하라고 국제통화기금이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다.

이제 해외자본주들은 자신들의 돈을 한국에 풀기 위하여 시중은행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은행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2002년에 하나은행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존속하게 된다. 나중에는 한국수출입은행까지 흡수하고 만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은행은 제도적으로 돈장사를 하고 있는 금융기관이므로 부실화가 될 이유가 하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대상이 되고 마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자금회수가 불가능한 부실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의 경우가 그러하다. 또 하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으로부터 한화와 달러를 빌려와서 금융업을 계속하면 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어째서 은행 중의 은행인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한마디로, 경제가 잘 돌아가는 줄 알고서 외화를 마구잡이로 사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차관을 들여오면 그만이다. 그 부담은 국민이 지는 것이니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생각이 위험하다. 그 이유는 차관공여국의 목줄을 쥐고 있는 세계의 자본주들이 인위적으로 많은 국가를 도산시키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가부도라는 방법을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다. 차관을 일시에 끊어버리면 간단하게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김영삼 정권은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자유스럽게 하도록 뒷받침을 열심히 했다. 그 결과 가계에서 가장 먼저 외화가 바닥이 나고 만다.

기업도 위기에 대처할 생각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돈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빌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은행에서 거절하게 되면 한보그룹처럼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주고 부탁하면 은행돈을 쉽게 빌릴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간에 떠도는 말이 하나 있다; “은행돈을 이용하지 못하는 자는 기업을 경영할 자격이 없다”.

그 결과 시중은행이 부실화가 되고 만다. 도저히 망할 수가 없는 금융기관이 망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에 피와 같은 외화가 돌지를 않는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다.

정부는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충분한 외화가 보유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비상한 방법으로 달러를 빌려와야만 한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는 당장 기업에 필요한 수혈을 위하여 19971121일에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은 세계적인 자본주들의 요구에 따라 한국정부에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부실은행의 해외 매각이다. 그 다음에는 한국의 건실한 대기업들을 국제자본에 넘기라고 한다. 한국의 우량 대기업 절반을 차제에 먹어 치우려고 시도한다. 그것을 과연 차기 김대중 정권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둘째로, 110일에 한국이 전자기술을 이용하여 사이버 가수 류시아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김상진 국장이 깊은 생각에 빠진다. 21세기는 패션의 시대이며 상상력을 위주로 하는 지적 창조의 시대이다. IT산업이 그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인들이 그 앞장을 서고 있다. ‘빨리 빨리를 좋아하고 머리가 좋으며 손재주가 있고 좁은 국토에 밀집하여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정보화시대에 가장 잘 적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2020년까지 실아 본 김상진 국장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IMF의 터널 속에서 밝은 빛 하나를 미리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 절망할 필요가 없다. 전자산업을 필두로 하는 21세기의 지적산업이 매사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한국사람들을 두 팔 벌리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225일에 제15대 한국대통령으로 취임한 김대중의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음날인 26일에 곧바로 금융기관의 대수술에 들어간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 충북은행을 위시한 6개 은행에게 경영개선조치를 명령한다. 둘째, 상업은행을 비롯한 6개 은행에게는 경영개선을 권고한다. 셋째, 대구종합금융과 한솔종합금융에 대해서는 인가를 취소하고 만다.

넷째로, 김대중 대통령이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사면을 313일에 실시한다. 사면 후 복권이 되고 있는 자의 수가 무려 2,300명이 넘고 있다. 그 조치로 말미암아 정치범과 사상범들이 거의가 석방되고 복권이 된다. 이제 이념투쟁이 없는 21세기를 희구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념분쟁보다는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이다.

다섯째로, 양 김씨의 관계는 협력인가? 아니면 대적인가? 부도가 나기 직전의 대한민국을 물려받은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측근의 입장에서는 전임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그래서 47일에 지난 199212월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 측이 사용한 선거자금의 내역을 밝히고 만다.

그 규모가 무려 3천억원이 넘는다. 그렇게 정치자금을 펑펑 사용했으니 나라경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누가 집권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은 몹쓸 인간이 되고 마는가 보다... 그 내역을 신문에 실으면서 김상진 국장은 입맛이 씁쓸하다.

여섯째로, 64일에 제2회 지방의원 및 단체장 동시선거가 실시된다. 3년 임기이므로 지난 19956월에 이어 다시 실시가 되는 것이다. 선거결과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약세이다. 그것을 극복하고자 김대중 대통령이 3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째, 당면한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하여 새로운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815일 광복절에 김대중 대통령이 2건국을 하자고 선창하게 된다.

둘째,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과 연정의 형식을 도입한다. 따라서 818일 김종필 총재가 국무총리직을 맡게 된다.

셋째, 지방의원 및 단체장의 임기를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여 다음 지방선거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2003224일에 끝나기 약 8개월 전인 2002613일에 제3회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것이다. 그 지방선거의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 후보의 대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하겠다.  

일곱째로, 김대중 대통령은 일찍이 고려연방제를 한민족통일방안으로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남북한 대화분위기를 지속하고 경제협력을 실시하기를 원하고 있다. 때마침 84일에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실시하자고 북한당국과 합의했다고 전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크게 고무가 되고 있다.

그런데 김상진 국장은 그것이 위험한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의 김정일이 자신의 체제를 구축한 후에 기만정책으로 남북평화공세를 펴면서 속으로는 핵무력을 개발하고자 열심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섹스 스캔달로 코너에 몰려 있다. 817일에는 대국민사과성명까지 내고 있다.

끝으로, 김정일 위원장은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간단한 남한 도발에 나선다. 예를 들면, 8월말에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12월에는 반잠수정을 한국의 내해까지 침투시킨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미사일개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신경을 쓰고 있다. 반잠수정의 침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아니하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1218일 한국해군이 거제도 남쪽 해안에서 북한의 반잠수정을 발견하여 격침시키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안보가 위험하다. 게다가 지난 5월에는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의 신경은 온통 파키스탄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한 틈새를 이용하고 있는 인물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다. 그러므로 김상진 국장은 한국의 최고지도자라고 하면 향후 북한의 전술과 전략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적 우위이므로 햇빛정책이 대북한 전략으로 필요할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는 국가안보를 확실하게 챙긴 후에 시도해야 하는 정책인 것이다. 그런데 8월말에는 이회창 명예총재가 다시 한나라당의 총재가 되고 있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정계의 복귀가 너무 빠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야심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국가안보를 확실히 하고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김상진 국장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벌써 1998년이 저물고 있다